“이몸, 등장임다~”


“안녕~”


사무실에 입성한 이치카는 자연스레 내 옆에 섰다.


내 일거리가 얼마나 쌓였는가를 눈대중하는가 싶더니, 이내 서류 한 무더기를 무서운 속도로 해치우기 시작했다.


“어, 이치카? 그렇게 열심히는 안 해도…”


“아, 오늘은 좀 빨리 끝내보는 건 어떠심까? 저녁식사라도 같이 나갈 수 있게 말임다.”


“추천하는 메뉴라도 있는 거야? 그렇게 말한다면 힘내야겠는걸.”


조금 무리해서라도 끝낸다.


그런 생각으로, 우선 메일을 열었다.


수많은 메일 중 확인하지 않는 마지막 메일.


업무와는 관련없어 보여서 보관해둔 메일에는 어떤 사이트의 링크가 있었다.


“이게, 뭐지?”


수상한 사이트 속 조회수 0의 영상에, 내가.


프레나파테스 결전 후 하늘에서 떨어진 탓에 알몸으로 학생들에게 달려가던 나, 황륜대제 때 무리하게 움직이다가 땀에 젖은 채 도망치듯 떠나는 나.


아무튼 나의 부끄러운 모습들이 잔뜩 있었다.


아니, 어쩌면 일부 학생들 정도는 알고 있는 모습이니 이런 부분은 아무래도 좋았다.


그러나.


술병을 흩뜨려놓은 채 방에서 사실상의 알몸으로 잠든 나.


블랙마켓 골목에 몰래 숨어 담배를 피는 나.


누구에게도 보여선 안 되는 모습이 있었다.


“우와… 끝장임다, 이거.”


“이, 이치카!?”


“선생님이 이 메일을 연 순간, 링크는 키보토스 전체에 뿌려졌다는 모양임다.”


“그, 그런…!”


아로나의 도움이라면 없앨 방법이…


[…선생님, 일단 인터넷상의 영상은 지웠지만 누군가 다운로드받은 것이나 원본은 찾을 수가 없어요. 그리고…]

[아로나 선배와 저는, 이 영상 속 몇 가지 사진에 대한 해명을 요구합니다.]


“나중에, 어떻게든…”


미친듯이 울리는 모모톡이 먼저였다.


특히, 연방학생회의 학생들.


[린, 전화로 하자.]

[네.]


우웅-


“흐음… 이거, 저녁 약속이고 뭐고 망했슴다. 일단 도와드리고-”


“미안 이치카, 돌아가줘. 그리고, 당분간은 학생들을 샬레에 들이는 일은 없게 할 거야. 잘가.”


“에?”


미안하지만, 이런 일에 휘말리게 둘 수 없었다.


“어, 린-”


“대체 무슨-”


_____


며칠이 지났다.


선생님은 대외활동을 멈추었다.


그렇게 말해봐야, 사건에 대한 성명 발표로부터는 7일.


이따금씩 평화로운 시기에는 이 정도의 활동 중지가 없지 않았다.


좀 평화로웠으면.


“이거냐, 그 선생의-”


철컥-


“역시, 여기까지임다. 그 파일의 입수경로, 그 경로를 알게 된… 하….”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인터넷은 밀레니엄의 지원과 생텀타워의 힘으로 감시한다.


그러나, USB 등의 방식으로 유포해버리는 막을 길이 없는 거다.


씨발.


아니.


입으로 튀어나오지는 않았다.


벌레같은 것들이, 선생님의 아픈 부분을 멋대로 건드려댄다.


그것이 참을 수 없을 정도의 스트레스다.


가슴이 조여올 정도로.


그래서 내가 이 모든 파일을 통제할 수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으면, 간단하다.


나만 가진다.


선생을 가질 수는 없지만, 아 사태를 해결할 수는 있다.


..아니, 선생님을 가진다니.


좋아한다고는 해도 이런 생각 나쁘다고.


“어이, 뭘 멍 때리고 있어?”


“아, 맞다. 그럼 대가- 아니아니, 제압당하기 싫으실 테니 따라와주시면 됨다.“


하.


보고 싶다.


이런 상황에서, 나만이 위로가 되고 싶다.


아니 차라리 누구도 그를 위로하지 않는다면.


…미친 건가.


끔찍한 아이디어가 떠올라버렸다.


우드득-


”아, 내 USB가-“


퍼억-


“다물어봐.”


“으윽…”


이런 방법이 있었는데.


왜 생각하지 못했지?


“…어라.”


길을 걷던 중 유리창에 비친 난, 마치 마녀나 서큐버스와도 같이 웃음짓고 있었다.


신기한 일이었다.


사랑에 빠진 소녀의 얼굴은 아닌 듯 했기에.


_____


“…이치카?”


“진짜 이몸, 마침내 등장임다.”


“후… 어서와. 뭐라도 도와줄 거 있어?”


“어떠심까? 학생들과는 크게 서먹해지거나 사이가 나빠지지는 않아도 대화가 잘 안 되는 경우가 잦다고 들었슴다.”


“응, 내 평판은 이제까지 중에서 최악이 되어버렸으니까.


”그래도 위로하러 온다거나, 많이들 있지 않슴까?”


“물론 있지, 나로서는 멈춰달라고 하고싶은 입장이지만.”


“에, 어째서임까. 그 말은 저도 거절하겠다는 말같지 않슴까?”


“아니야, 이렇게 말하긴 뭣해도… 이치카는 조금 더 어른스럽거든.”


아아.


”특별한 취급, 받고 있다고 생각해버림다.“


행복하다.


내가 특별하다.


“하하, 그럴지도…”


“도와드림까? 꽤 좋은 방법이 하나 있슴다.”


“뭔데?”


“어차피 애매모호해진 관계가 원인이라면.. 함께 떨어져드릴 수 있슴다.”


“뭐?”


“어색한 다른 학생들은 잊고, 저를… 어떻게든 해주시면 됨다.”


“이치카!”


농담이 아닌데.


받아들이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고는 해도, 상처려나.


”간단함다. 이렇게…“


퍼억-


밀치고, 그 위에 올라탄다.


그동안 고생이 심했던 걸까, 어째 저항하는 힘이 없다시피하다.


“이, 치카?”


“선생님을 사랑함다. 이런 미친짓까지 할 정도로. 그러니, 같이 떨어지는 검다.”


“안돼, 안돼!”


찌익-


내 한 손에 양 손을 붙잡힌 채, 조금씩 벗겨지는 옷을 어찌하지도 못한 채 저항의 말을 입에 담는다.


이러면 안 되는데.


아.


조금, 즐거워졌다.


이건 선생님을 위해 함께 밑바닥까지 함께해주는 일이니까.


날 위한 건 아닌데도.


아니, 이제와선 정의실현부고 뭐고 아니게 될 개 뻔한데 뭘 변명하고 있지?


그리 생각하며 옷을 벗기는 데 박차를 가했다.


저항도 이제는 없다시피하다.


”잘 먹겠슴다,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