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감각도 있고, 운동도 엘리트급은 아니지만 어느정도 했고, 얼굴도 잘생긴편이라 고등학교때 인기가 많았던 얀붕이


하지만 원만했던 친구관계와는 달리 공부는 지지리도 못해서 일찍이 대학갈 생각따윈 접은지 오래였고, 성인되자마자 군대부터 갔다온뒤 빈둥거리다 엄마의 눈쌀을 이기지못하고 돈이나 모아두자는 생각에 노가다를 나가는데


은근히 본인 적성에 맞는거야. 다른건못해도 꾸준히 운동을한덕에 체력만큼은 자신이 있었고, 건물이 완성되어가는걸 보면 나름대로 뿌듯함도 느껴졌거든. 그래서 단기간만 하려고 생각했던 노가다를 오랫동안 나가게 되는거지


그러던 얀붕이의 눈에 들어오는 여자, 얀순이가 있었어

노가다판에 여자란것도 신기했는데, 오랫동안 노가다를 했는지 능숙한 실력과 남성과 비교해도 꿀리지않을 팔근육, 그럼에도불구하고 아름다운 외모까지 얀붕이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지

하지만 딱히 얀순이와 친해질 껀덕지도 없었고, 어차피 말걸면 무조건 사귀는것도 아닌데 굳이 친해져야하나 싶어 특별히 말을 걸진 않는 얀붕이


그런 얀붕이의 모습이 얀순이에겐 매우 특별하게 보였던거야

이바닥에 여자라곤 찾아볼수 없었고, 현장에 있는 늙은 아저씨들은 얀순이에게 농담을빙자한 저질성희롱이나 일삼고, 젊다 싶은애들은 양아치기질을 버리지못하고 얀순이에게 대놓고 작업을 걸기 일쑤였지

그런 사람들만 있었는데 자신에게 그런 작업은 커녕 사적인대화 하나도 걸지않는 얀붕이가 신기하고 매력적이었던거야

거기에다가 얀붕이가 워낙 일할때 농땡이 안부리고 성실한 모습만 보여주고, 말했다시피 얀붕이의 외모도 꽤 잘생긴편이라 얀순이가 서서히 반하게 되는거지


그렇게 얀붕이에게 반한 얀순이가 먼저 얀붕이에게 친해지자며 말을 걸고, 얀붕이는 이게 무슨일인가 싶었지만 점차 마음의 문을 열고 얀순이와 같이 밥도먹고하는 친한사이가 돼

같이 술을 마시고 놀러도 가고, 알고보니 얀순이의 부모님이 오래전에 돌아가셨고, 몇달전엔 얀순이를 홀로 돌봐주던 할머니마저 돌아가셔서 혼자라는 얀순이의 말에 위로해주기도 했어. 한편으로는 얀붕이는 그런 상황에서도 꿋꿋이 악착같이 일을하는 얀순이에게 경외심이 들었고 그렇게 스윗하게 위로해주는 얀붕이에게 얀순이는 얀붕이에게 더더욱 빠져들었지


하지만 워낙 얀순이가 얀붕이에게 마음을 표현하지 않고, 썸이 아닐까하는 분위기만 나오면 얀순이가 분위기를 차갑게 식히는거야

사실 얀순이입장에선 학생때는 언제나 부모님이 없다는이유로 왕따만 당했고, 그때문에 남자들과 제대로된 대화를 하지못해서 얀붕이에게 서툰 행동을 한거였지만, 얀붕이에게는 얀순이가 본인에게 감정따윈 없고 단순히 친구가 되고 싶었나..라며 오해를하게 만든 셈이지


그런 일상이 이어지던 도중 얀붕이가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고등학교때 친구 얀진이를 다시 만나게 되고, 이때를 계기로 다시 연락을 주고받으며 좋은 분위기가 형성되었지

얀붕이는 얀순이 생각이 나기도 했지만, 어차피 얀순이는 자신을 남자로 봐주지도 않는거같고, 본인도 얀순이와 사귈수 있을까하는 미련을 깔끔히 버렸기 때문에 괜찮겠지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같이 밥을 먹을때 요즘 썸녀가 생겼다며 히히덕대는 얀붕이를 바라보는 얀순이는 분노를 참지 못해서 어쩔줄 모르는거야

얀붕이가 얀순이속도 모르고 "이번주말에 얘랑 만나는데 그때 고백할까?ㅎㅎ"라고 말할때 얀순이의 이성이 툭 끊어지면서 생각했지


가로채야겠다고


다음날 작업을 끝내고 쉬고싶다는 얀붕이를 억지로 데리고 자신의 집에서 술 한잔하자는 얀순이

조금만 마시고 집에 가야겠다 생각했지만 이게 무슨일인지 한잔 마시자마자 곧바로 시야가 흐려지며 쓰러지는 얀붕이

잠시 뒤 깬 얀붕이 시야에 들어온것은 묶여있는자신과 칼을 들고있는 얀순이

대체 이게 뭐냐며 버둥대는 얀붕이의 복부를 가차없이 타격하는 얀순이와 일반남성 이상의 근력을 가진 얀순이의 주먹에 숨을 헐떡거리는 얀붕이

그런 얀붕이를 향해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너를 좋아했는데 넌 그것도 모르고 여우같은년에게 속아넘어가냐고 분노하고, 너가 표현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알ㅇ...라고 말하려는 얀붕이의 뺨을 무참히 때리는 얀순이

이대로가다가 생명이 위험하다 싶어서 미안하다고, 나도 너 좋아한다고, 얀진이와 관계 정리하겠다고 다급히 말하지만 이미 볼이 시뻘겋게 부푼 얀붕이


그럼에도 풀리지 않는 분노와 부푸는 의심을 이기지 못하고, 너를 여기서 풀어준다면 곧바로 얀진이에게 달려갈거 같다며, 말로만 하지 말고 마음으로 표현하도록 도와주겠다며 미소를짓는 얀순이

그게무슨소리야 대체..라고 말하는 얀붕이의 발목을 가차없이 꺾고, 비명을 지르는 얀붕이에게 시끄럽게 한 벌이라며 얀붕이가 지쳐서 비명을 지르지 못할때까지 손톱과 손가락 사이를 바늘로 마구 휘젓는 얀순이


그렇게 얀붕이는 며칠동안 교육이라는 명목으로 얀순이의 망치풀스윙으로 정강이를 맞고, 수십번씩 목을 졸리고, 얀순이의 특제오이찌개를 억지로 먹게 되고 당연히 착정야스도 당하고

그렇게 얀순이가 임신에 성공함으로서 결혼까지 골인하고

명절때 혼자서 열심히 집안일에 명절음식까지 척척해내는 얀순이와 미래가 암울하던 얀붕이가 기둥서방으로 무사히 취업한걸보고 정말 내가 며느리 하나 잘뒀다며 허허 웃는 얀붕이의 부모님


그리고 기둥서방을 빙자한 착정노예가 된채 '여자' 목소리의 광고전화를 받았다는 이유로 8시간의 착정야스고문이 예정되어있어 표정은 웃고있지만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이는 얀붕이가 있는 그런 이야기 없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