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노예를 샀다.


예전부터 친구가 맨날 자기 노예 자랑을 할 때마다 은근히 부러웠기 때문이다.


“어제는 내 노예들이랑 40p 했다구. 최근에 한 섹스 중에 제일 좋았어.”


노예 자랑을 할 때마다 친구는 진심으로 행복해 보였다.


“좋겠다. 나도 노예나 하나 살까.”


나는 동정이었기에 섹스에 대한 동경도 있었다.


“오! 드디어 마음을 먹었나. 좋지! 마침 내가 아는 노예상이 새로운 노예를 구했거든, 그것도 꽤나 상등품 노예.”


친구는 나에게 얼마까지 알아보셨느냐며 장난스레 존댓말로 여러 가지 정보를 알려주었다.


친구에게 들은 정보로 만난 노에상은 노예상으로는 보기 힘든 상당히 비싸 보이는 옷을 입고 있었다. 그의 뒤에는 얼굴만 살짝 내민 노예가 있었다.


노예와 마주친 나는 첫눈에 반해버렸다. 노예는 그야말로 딱 내 이상형이었다.


나보다 연하, 키 작은 슬랜더에 갈색 장발, 그리고 화룡점정으로 안경을 썼다. 그렇다. 강조하지만 그녀는 안경을 썼다.


망할 놈에 치료마법. 치료마법 때문에 세상의 안경이 거의 없어져 버렸다. 그나마 남아있는 패션 안경마저 인기가 없단 이유로 현재는 거의 반 멸종 상태다.


안경에 미쳐사는 나에게 그녀는 신이 내린 한 줄기 빛과 같았다.


“원래는 30000골드 정도지만 vip고객분의 지인이시니...”


“닥치고 제 돈 가져가세요.”


노예상이 가격을 말하자마자 그에게 돈뭉치를 던졌다. 그가 뭐라 더 말하려던 것 같지만 들리지 않았다.


“저... 잘 부탁합니다.”


노예가 허리를 푹 숙이며 인사를 했다. 귀여워 죽겠군


나는 나보다 살짝 키가 작은 그녀에게 눈높이를 맞췄다.


“이름이 뭐니?”


“... 얀순이요.”


그녀가 눈을 살짝 피하며 이름을 말했다.

“귀여운 이름이구나. 얀순아, 흐흐흐... 아저씨랑 주종관계할래?”


나는 얀순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어...... 네..”


얀순이는 머리를 살짝 숙였다. 생각보다 쉽게 돼서 다행이다.


얀순이의 얼굴이 살짝 붉어진 것 같기도 하지만


‘기분 탓이겠지’


아무리 그래도 초면인데 그렇게까지 일이 잘 풀리진 않을 거다. 아마 감기에 걸리거나 한 것 같다.


노예는 보통 잘 못 먹고 차가운 바닥에서 자니깐 가능성 있다. 내 따듯한 마음으로 (가끔은 몸으로) 전부 녹이면 낫겠지.


‘흐흐... 일단은 집에 대려가서 같이 목욕부터... 음?’


자세히 보니 얀순이가 입고 있는 옷. 상당히 고급 옷이다. 


‘으음?’


더욱 자세히 보니 딱히 목욕이 필요해 보이진 않는다. 오히려 향기가 나는 거 보니 좀 최근에  씻은 거 같다. 이제 보니 딱히 굶은 거 같지도 않다.


“노예가.... 관리가 잘되어있네요?”


“더럽거나 너무 마르면 손님들도 싫어하시니까요. 요즘은 이게 트랜드입니다.”


“그런가요?”


생각해 보니 일리 있는 말이다. 하지만 노예가 얀순이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닐 테니 관리비가 꽤 나갈 텐데....


‘뭐, 전문가니깐’


자세한 건 노예상이 알아서 처리하겠지. 난 얀순이만 사면 그만이다.


“그럼 전 이만”


나는 노예상에게 인사하고 얀순이의 허리에 손을 감쌌다. 얀순이는 살짝 놀란 것 같지만 이내 안심하고 나에게 몸을 기댔다.


‘성격까지 온순하네... 이미 조교 된 얜가?’


보통 노예는 당연하지만 팔리면 온갖 난리를 피우는 법이다. 그래서 보통은 마법 족쇄를 채워서 관리하는데 얀순이는 마법 족쇄도 안 찼다.


‘초~럭키하구만...’


나야 온순하면 개꿀이니 상관없었다.


집으로 돌아가던 중 살짝 뒤를 돌아보니 노예상이 우리를 향해 한 손을 가슴에 올리고 다른 한 손은 등에 대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마치 집사나 종자가 주인에게 인사하는 것 같았다,


‘특이한 노예상이네...’


어쨌든 나는 이제부터 얀순이랑 뭘 할지를 생각해야 한다.


얀순이를 바라보니 살짝 미소를 짓고 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런저런 잡담을 했다. 보통 노예는 천애 고아나 빚덩이에 앉은 사람들이나 아무튼 과거가 어두운 사람밖에 없으니 혹여나 지뢰를 밝지 않게 과거 이야기는 최대한 피하면서 취미나 관심사, 취향의 음식을 주제로 이야기했다.


얀순이는 대화하는 내내 나의 옆에 꼭 붙어있었다.


하염없이 대화하다 보니보니 집 앞에 도착했다.


나는 얀순이를 얀순이의 방까지 안내했다.


“여기가 앞으로 지낼 공간이란다.”


얀순이는 방을 이리저리 살피는 것 같다.


“안에 네가 입을 옷이 있을 거야. 아까 오다가 본 거실 있지? 옷 다 입으면 거기로 오렴.”


“네”


‘원래는 같이 씻고 갈아입으려 했지만... 관리가 잘 됐으니 상관없나’


나는 방문을 닫고 부엌에서 저녁 준비를 했다.


“........주인님.....”


얀순이는 방에서 혼자 조용히 속삭였다.


“흐흐흐.... 역시 나 존나 착해... 노예한테 음식도 만들어주고.... 물론 ‘대가’는 조금 받을 거지만.”


난 음식 재료를 꺼내면서 그 옆에다 이틀 전에 어둠의 상인에게서 산 병을 놓았다.


‘넣으면 앞에 있는 사람에게 반하게 되는 약... 이것만 있으면 노예가 날 얼마나 싫어하든 

바로 나한테 반하게 되지.’


노예를 차근차근 길들여서 달달한 순애를 찍는 것도 좋지만, 지금 나는 조금 급한 관계로 그냥 약을 쓰기로 했다. 섹스가 너무 궁금하다.


나는 콧노래를 부르면서 음식을 만들었다. 물론 완성된 요리에다가 살짝 ‘조미료’도 첨가해주었다.


‘벌써부터 반응이 궁금해지는군... 어둠의 상인 말로는 먹자마자 눈에 하트가 생긴다지 쿠쿠쿡.’


음식을 다 만들었을 때 딱 마침 얀순이가 거실에 왔다.


“저... 다 입었어요.”


얀순이는 메이드복을 입고 있었다. 얀순이의 외모와 몸매, 그리고 완벽한 안경까지. 마치 만화책을 찢고 나온 사람처럼 엄청나게 예쁘다.


‘우~효! 슬랜더 미소녀 안경 메이드라니, 초~ 에로하잖아!’


어떤 노예일지 몰라서 모든 사이즈의 메이드복을 미리 구해논게 정답이였다.


“오... 메이드복이 참 잘 어울이는구나 자, 와서 어서 먹으렴.”


나는 신사답게 직접 의자를 당겨주었다. 물론 약을 넣은 음식앞 의자다.


“네... 감사합니다. 주인님.”


얀순이는 조심스럽게 앉았다. 앉는 모습도 예쁘다.


난 그 앞 자리에 앉았다. 밥은 이미 먹었기에 배가 고프지 않아서 그냥 얀순이가 먹는 것을 지켜봤다.


“크크킄..... 혹시 뭐가 느껴지진 않니?”


“아...... 네?”


“뭐야, 아니, 뭐랄까, 어디가 막 뜨거워지거나 그러진 않니? 아니면 몸이 뜨거워진다거나.”


“네?”


얀순이는 고개를 옆으로 살짝 숙여 볼에다 손가락을 댔다. 귀엽다.


“혹시 눈 앞에 상대가 좋아진다거나 그렇진 않니?”


“아... 아뇨 죄송해요...”


뭔가 순간 얀순이가 놀란 거 같은데. 기분탓인가?


‘분명 바로 효과가 나온다 했는데...’


아직도 어둠의 상인이 말한게 기억난다.


‘이 약은 먹는순간 바로 헤롱헤롱하게 됩니다. 믿어도 됩니다. 사용후기도 많아요! 보여드릴 수도 있습니다. 이미 상대를 좋아하거나 시체가 아닌 이상 사람이든 짐승이든 마물이든 다 통합니다!’


말만 번지르르 하더니, 결국 사기꾼이었나.


“잘 먹었습니다.”


어느세 얀순이가 다 먹어 버렸다.


“으음.... 다 먹었니? 그래...”


약이 통하지 않아서 기껏 준비한 계획이 다 날라가버렸다.


‘어쩔 수 없지. 오늘은 물러나는 수밖에...’


일단 오늘은 그냥 재우고, 다음에는 그냥 발정약이라도 구하든지 해야겠다. 하다보면 반하겠지.


“오늘은 늦었으니깐 그냥 자.”


“네, 감사합니다. 주인님.”


얀순이는 고개를 꾸벅 숙이고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젠장... 오늘 안에는 안에다 하고 싶었는데.”


하지만 이미 얀순이는 보내버렸으니 나도 그냥 방에 들어갔다.


“하.... 일단 내일 같이 씻어서 호감도를 올려야하나...”


나는 어떻게 얀순이를 함락시킬지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하면서 잠을 청했다.





























끼익....


“주인님...? 주무시나요?”


얀순이는 조용하게 문을 열었다. 주인님은 자고 계시는 거 같다.


얀순이는 조심스레 얀붕이에게 다가갔다.


“음냐...얀순이..... 섹스....70p...”


“다행이다. 자고 계시는구나”


꾹 꾹


얀순이는 약하게 얀붕이의 볼을 찔렀다.


“후훗... 귀여우셔..”


똑 똑


창문에는 나는 소리었다.


얀순이가 창문을 열자 한 노인이 나왔다. 얀붕이가 봤던 노예상이였다.


“원할하게 잘 진행되고 있으신 것 같군요.”


“네, 주인님이 무척 친절하셔서... 괜찮아요.”


“방금, 아가씨의 주인님의 친구분에게 돈을 전달해 드리고 왔습니다.”


“감사해요 집사님.”


“별 말씀을요... 그럼, 좋은 시간 되시길...”


집사는 떠나갔다.


“그럼 집사도 갔으니.... 주인님?”


얀순이는 자고 있는 얀붕이의 볼에다 키스를 했다.


“처음 봤을 때부터 사모하고 있었어요.”


그녀는 기억하고 있었다.


그녀가 아직 어렸을 때. 마을에 다른 여자아이들한테 괴롭힘 당하던 걸 구해준 한 남자를.


“정말... 그런 이상한 약 같은 거 없어도 괜찮은데...”


그때부터 얀순이는 얀붕이의 모든 것을 조사했다.


가족, 지인, 재산, 그리고 이상형.


“작전이 잘 돼서 다행이네요.”


얀붕이의 친구를 매수해서 얀붕이에게 바람을 넣고, 집사를 노예상으로 위장시켜서 겨우겨우 여기까지 도달했다.


“마음같아선 입술로 키스하고 싶지만... 주인님 쪽에서 해주시길 기다릴게요.”


얀순이는 얀붕이의 얼굴을 사랑스럽게 쳐다봤다.


“사랑해요. 주인님.”


여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