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평짜리 이 집무실도, 산더미 같은 서류도, 매일같은 야근도 이제 모두 끝난다.


내 손목에 있는 시계의 타이머는 이제 24시간도 남지 않았다.


평소 이 게임을 하다가 어느날 내가 처음 이게임에서 선생이 되어있을땐 많이 놀랐다.


하지만 주변의 유우카나 시로코, 와카모 같은 아이들이 나를 많이 따르고 도와주었기에 버틸수 있게 되었다.


"하아... 이제 학생들과도 이별인건가"


이제 작별인사를 할 시간이다. 

아직 학생들에겐 내 사정을 말하지 않았기에 나의 상황을 말하면 모두들 놀랄지도...

내 일을 항상 도와주는 유우카에게는 미리 말해줄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따 유우카가 돌아오면 먼저 말해주자...'


내가 잠시 이런 상념에 빠져있을 그때

집무실 문이 쾅... 하고 열렸다.


"... 와카모구나..."


이런 소란을 일으키며 집무실에 들어오는 사람은 와카모 밖에 없다.


"서반니이임~~"


곧 내 예상대로 귀여운 얼굴과 쫑긋한 귀, 푹신해 보이는 여우꼬리가 내 눈 앞에 보였다.


와카모는 항상 이 시간대면 나를 찾아온다. 


뭐 찾아와서는 


"여기에 싸인해주세여 당신 이름 석자만 적어주세요!!"


라고 혼신서를 항상 내밀지만...


기본적으로는 그냥 내 옆에 붙어 있는게 좋아서 인거 같다.


다만... 찾아오는 것은 좋지만 좀 얌전하게 와줬으면 한다. 


항상 치우는 건 나니까...


하지만 곧 


"헤에 서반니 오늘 안힘들었어?!"


내 옆에 딱붙으며 귀여운 애교를 부리는 와카모를 보면 뭐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이 든다...


그렇게 나는 와까모를 껴안고 머리를 평소처럼 쓰다듬어주었다.


와카모는 그런 나의 손길에 그대로 머리를 맡기며 내 가슴에 얼굴을 묻었는데 무슨생각인지 곧 씨익 웃으며 내 가슴팍에서 얼굴을 떼더니


"서반님! 오늘은 싸인해줄꺼야?!"


라며 품에서 혼신서를 내밀었다.


"하아... 와카모... 혼신서는..."


나는 항상있는 일이라 평소처럼 거부하려고 하였는데 내 시계가 눈에 띄었다. 


이젠 23시간도 남지 않은 시간


나는 곧 와카모를 쳐다 보았다.


와카모는 대체 내가 뭐가 좋길래 혼신서를 매일같이 들이 미는걸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같은 선생이 머가 좋다고...'


그러다 곧 나는 아차 싶었다.


문득 내게 매일 거부당하는 와카모의 기분을 생각하지 못했다는걸 깨달았기 때문이었는데


나는 항상 


'너는 학생, 나는 선생' 


이라는 이유로 와카모를 거부해왔는데 와카모는 내게 거부를 당해도 항상 밝게 대답해주고 있지만 사실 와카모의 마음은 나때문에 썩어갈수도 있다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장난처럼 내게 혼신서를 건네지만 그만큼 나를 평생 반려자로 삼고 싶다는 와카모의 진심일텐데...'


나는 선생이면서 한명의 아이의 기분도 파악하지 못했던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


곧 눈물이 흘렀다. 와카모에게 상처만 주고 돌아가야 된다는 현실이 아팠기 때문이다.


내가 그렇게 눈물만 흘리며 가만히 있으니 와카모가 


"서, 서반니...?"


라며 내 눈물에 당황했는지 어쩔 줄 모르는 와카모가 눈앞에 보였다


그렇게 상념에서 깬 나는 아무말 없이 와카모의 이름이 적힌 혼신서를 그대로 집어들었다.


매일 지니고 다녔는지 종이 끝이 살짝살짝 닳아있다.


나는 그 혼신서를 잠시 쳐다본 뒤 신랑의 이름적는 칸에 내 이름을 적기 시작했다.


그러자 와카모는 놀라더니


"서, 서반니... 이거 현실...?"


라고 말한 뒤 그대로 굳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곧 


"서반니이이임!! 저 와카모는 기뻐요...!"


라며 나를 껴안으며 울기 시작하는 와카모

이렇게 기뻐할지는 정말 몰랐다...


바보같은 나지만 마지막 하루는 와카모의 바램대로 살기로 결심한 나는 이름을 적고 와카모에게 나의 상황을 다 설명했다.




그렇게 내 설명을 다 들은 와카모는 처음에는 놀란 얼굴 이었지만 곧 와카모 답지 않은 진지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다만 눈이 좀 무서워 진것 같달까? 이해해준다는 듯 웃고 있지만 평소의 웃음은 아니다.


아마 화가 많이 나서 그런것이겠지...


곧 침묵을 깨며 와카모가


"서방님... 우린 아무튼 부부네요 지금부터?"


라며 내 팔짱을 꼈다.


"그래..."


"...저요...  서방님이랑 부부가 되면 꼭 가고 싶은 곳이 있었는데... 같이 가주실래요...?"


라며 뭔가 아련하게 말하는 와카모였는데 와카모의 이런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다.


나는 그런 와카모의 말에 


"가고 싶은 곳...?"


잠시 의문을 띄었는데


이런 내 말에 와카모가 


"네, 서방님도 좋으실거에요"


라며 먼가 옅게 웃더니 나를 끌고 가기 시작했다.

다만 나를 끌고가는 와카모의 모습이 평소와는 달리 뭔가 이질감이 들어


잠시 멈칫했는데


그러자 와카모가


"서방님 지금 뭐하시는거죠?"


라며... 처음들어보는 뭔가 차가운? 말투로 내게 말을 했다.


오늘은 와카모의 처음보는 모습을 여러번 보는 것 같다... 나는 그 모습에 잠시 얼빠져 있었는데


"서방님 빨리 가자구요, 이제 하루도 안남았다면서 같이 있는 시간하나하나가 소중하다고요! 귀중한 시간을 날리기 싫어요 빨리!!"


라며 와카모가 속사포마냥 얘기하더니 나를 힘으로 끌고 가기 시작했고 나는 그렇게 와카모를 따라갈수 밖에 없게 되었다. 


뭐... 괜찮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