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링크! 이것부터 보고오는 거 추천함!





크윽...


숨을 쉬기 버거울 정도로 조여오는 황금빛 사슬은, 나같은 범인이 풀 법한 사슬이 아니었다.


"상대는 누군데?"


특유의 검은 눈으로 날 무척이나 표독스럽게 쳐다봤다.


"아마 알 걸... 이번에 누나 길드 들어간..."


무언가 그런 느낌이 문득 들었다.


여기서 말한다면, 내 미래의 아내가 무척이나 곤란해질 것 같은 느낌


"..."


"왜 아무 말도 없어?"


변명할 필요가 있었다.


"내가 잠시 착각했네"


"지랄, 네가 착각을 한다고?"


내가 아는 서아 누나는 좀 처럼 욕을 쓰지 않았다.


무척이나 당황스러웠다.


템을 몰아주느라 모든 생을 통틀어서 가장 약한 내가,


고작 나 따위가, 어떻게 이 상황을 빠져나가야 할까


"19°00'25.1"S 178°22'15.9"E"


라비엘이 뭐라 중얼거렸다.


그토록 아름다운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조금만 귀를 기울이니 숫자와 알파벳의 조합이란 걸 알 수 있었다.


"라비엘... 지금 너 뭐라고 하는-"


"내가... 이 내가 말이지... 고작 너희 집 주소 하나 모를 줄 알았어?"


"무슨 말이야, 우리 집은 모두가 알고 있잖-"


"서울에 있는 아파트 말고, 네가 섬에 숨겨둔... 진짜 너의 집 말이야"


어?


무언가 크게 틀어졌다.


세계라는 거대한 시게에 부품이 거꾸로 돌아가기 시작한 느낌이었다.


"그걸 어떻게... 라는 표정이네?"


"다니아 마침 잘 말했어, 일단 나 좀 풀어줘!"


'다들 왜 그러는건데 시발!'


"우리가 바본 줄 알아? 그깟 진짜 집 주소 하나 모를 거 같았어?"


그 뒤로 뭐라뭐라 더


서아 누나가 애증이 담긴 한 마디를


라비엘이 저주담긴 폭언을


다이나가 끝없는 해명을 요구하고 있었다.


그 반복되는 소음속에서 난 잠시 머리가 멍해져...


멍해져버렸다.


"일단 도망가!"


묵직하면서 신뢰감있는 목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현수형이 다이나를 밀친 것이다.


잠시나마 풀린 황금빛 사슬을 금방 뿌리치고 순간이동 스크롤을 찢었다.


하지만 간과한 사실이 하나 있었다.


이 세상은 게임이 아니라는 것


물건을 뚫어지게 쳐다봐도 정보는 보이지 않으며


스테이터스나 시스템창이 있지도 않다.


그래서 그런가 망할 가장 빠른 순간이동 스크롤을 사도 1초는 텀이 있다.


그리고 신체능력이 가장 우수한 서아 누나가, 100m를 완주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3초다


그리고 당연히 그 미친 신체능력은 나의 1초보다 빨랐다.


하지만 난 가까스로 몸을 비틀어 피했고, 그 결과 같이 순간이동 하는 것이 아닌


내 목숨보다 소중한 모든 공략을 적은 수첩이 한 페이지...


찢기고 말았다.


#


"그걸 놓쳐?"


"애초부터 현수오빠가 방해만 안 했어도 그럴 일 없었잖아"


"그건 그렇네"


세 사람은 한 사람을 매섭게 째려봤다.


하지만 그래도 정든 지난 시간이 있기에, 살생은 참았다.


본인들을 홀린 여우를 다시 만나는데는, 그리 오래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그나저나 뭘 찢은 거야?"


성녀 다이나가 물었다.


"그거 있잖아, 그거"


"그게 뭔데 윤서아, 똑바로 말해"


라비엘은 실망한 듯 한심하게 윤서아를 쳐다보며 물었다.


"말투가 좀 띠껍네?"


"너만할까?"


...


"자자! 그러지 말고 일단 화해를 하자!-"


"오빠는 닥치고 있어!"


"...알았어"


분위기는 정리되었다.


"우리한테 죽어도 안 보여주던 그거"


"하루 온 종일 시간을 붓고, 이 수첩에 무언가 빼곡히 적어내렸지"


"그러니까... 뭘 숨긴 걸까?"


그 내용물을 본 네 사람은 눈이 커져서는 한 동안 말을 잊지 못했다.


그들은 아주 충격적인 것을 본 듯, 몇 분간 말이 없었다.


특히 그 중 세 사람이 격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하하하... 하... 이게 그 거창한 생각이었어?"


체념과 상실을


누군가는


"이건 예상에 없었는데... 씨발?"


분노와 증오를


누군가는


"이게 진짜야? 나도 죽은 사람은 못 살리는데..."


어긋나고 뒤틀린 걱정을


그들이 들고 있던 수첩 한 페이지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플랜 B-34


내가 대신 죽기


플랜 B-35 


한 발 빠르게 자살해서 도박해보기


'자기희생 루트'


#


"씨발! 갑자기 다들 뭐야!"


그리고 나 방금 분명히 수첩을 찢겼었지...


"무슨 부분을 뜯긴거지?"


아...


하필 이 부분이 뜯겼네...


"좆됐다"


그 순간이었다.


특유의 검붉은색 워프 게이트가 열렸다.


이건 내가 누구보다 잘 아는 색감과 형태였다.


'라비엘의 포탈'


"잠깐 내 말좀 들어줬으면-"


내 말보다 빠른 공격에 난 맞고 기절하고 말았다.


#


"어?"


오랜만에 보는 공간


조금은 거지같았던 내 자취방이다.


다시 회귀를 했다고? 천마룡에 의한 죽음만이 회귀조건 아니었던가?


난 한동안 깊은 생각을 했다.


내린 결론은 이러하다.


신이든, 혹 내 꿈일지라도


누군가의 의지던, 나의 의지던 혹은 둘 다 


나는 이 세계를 지키는 것이 유일한 목표이다.


그리고 그 원대한 꿈에 있어서, 서아누나와 라비엘, 그리고 다이나의 애정은


'그저 불필요한 요소'


누군가가 답이 없는 루트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날 다시 처음으로 돌려보낸 것 아닌가 싶은...


아무튼 얼마나 이 기회가 있는줄은 모르겠다.


장난을 좋아하는 신이라 77번째가 마지막 회귀가 될 수도


꿈과 관련된 신이 내게를 장난을 치는 것일수도


어쩌면 무한일 수도 있는 회귀속에서, 한 밤의 꿈이라도 좋으니 세상을 구해야만 했다.


난 다시 얼어붙은 머리를 돌리기 시작했다.


이제는 2번 정도 적어서 익숙해진 수첩과, 추가로 추가된 규칙 '정을 주지 말 것'


한 번 더 가는거다, 기회는 어디가 끝일지 모르니 최대한 신중하게...


#


"서아 누나 이걸..."


"고마워, 뭔진 몰라도 한결 좋아졌어"


'...내가 무엇인지 말한 적이 있었던가?'


그렇다


"보육원은 어때요? 힘드시지 않아요? 저랑 같이 가실래요?"


"그래... 뭔진 몰라도 그런 기분이 들어"


이건 확실히


"라비엘"


"그런 느낌이 들어... 악마와 계약하면 안 좋을 것 같은 예감...."


기시감이었다.


그래도 난 크게 개의치 않았다.


저번생을 알기에 조금 더 능숙하게 대한 내가 편해져서 그런 거 아닐까?


나는 S급 히어로들의 속사정을 깊이는 모르기에, 그들의 성격이나 취미는 내가 파악해야만 했다.


저번생의 특징을 알아서 그런가, 신뢰도가 배경으로 작용해 훨 설득이 쉬어진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설명할 수 없는 기시감이었다.


데자뷰, 느껴본 듯 한 느낌, 내 동료가 다시금 느끼고 있었다.


"이 폭포에서 뛰어내리면 정말 히든피스가 있는 던전으로 간다고?"


믿기지 않는다는 듯 서아 누나는 물어온다.


"이번에도 믿어보자, 그동안 보여줬던... 수많은 기적을... 수많은? 수많은..? 내가 네 기적을 봤던 적이 있었나..?"


뭔가 잘못됐다.


"무언가 그런 느낌이 들어"


"우리가 이렇게 단 둘이 커피를 마시고, 책을 읽고 웃었던 것이... 처음이 아니라는 느낌?"


무언가 단단히 잘 못 돌아가고 있었다.


#


천마룡은 역시 존나게 강하구나


우리는 피가 다하면, 변신하며 패턴이 변하는 몬스터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쉽게 말해 페이즈라고 부르는 이것을, 천마룡은 3개 정도 가지고 있는 듯 했다.


이제는 조금 익숙해진 회귀


익숙해져 마모된 감정


수첩대로 진행하는 하루하루의 일과가 무척이나 편하다.


그래...


'마치 내 숙명같아'


이번에도 학교에 들어가 서아 누나를...


?


이미 마력석을 활성화... 했네?


그래도 다가가보긴 해야겠지?


"아! 왜 안 오나 했어!"


"어?"


"마치 환상처럼, 몇 번이나 네가 이 순간에 등장하는 꿈을 꿨거든"


"몇 일 전부터 말이야"


"그래서 그런데-"


그 뒤에 말은 가볍게 씹어주고 학교를 달려나갔다.


이후의 반응은 다들 비슷했다.


마치 나를 만날 것을 알았다는 듯한 행동


소름끼쳤다.


#


그런 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천마룡의 무력이 더 소름끼친다.


어떻게 같은 생물이 저리 강한걸까


분하다 같은 생물이면서


너도 목이 베이고, 심장이 꿰뚫리면 죽는 똑같은 생물일텐데...


다행히 별 일 없이 몇 년을 같이 지냈고, 저번보다 조금 더 강한 듯 싶었지만 지고 말았다.


다음에는 운이 좀 더 따라준다면... 가능할지도?


#


이번생은 확실히 뭔가 다르다!


회귀란 것은 본디 절대적인 능력이 아니다.


스토리 게임처럼 원하는 곳을 세이브하고 로드할 수 있었다면 정말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이곳은 현실, 그딴건 존재하지 않았다.


10년동안의 전쟁


만약 9년 쯤에 일어나는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회귀를 하고, 9년을 기다려야 그 순간이 온다.


그렇기에 난 먹고 자는 것을 포함한 기본적인 생활양식을 제외


그 어떤 것도 취미를 가지지 않고 기계처럼 행동하고 있다.


내가 지금 땅바닥에 껌을 뱉는 행위가 나중에 큰 변환점이 되어버릴 수 있다.


실제로 XX번째 회차에서 내 행동에 껌 뱉는 행위를 '기점'으로 비호감을느낀비호감을느낀비호감을느낀 


하...


그 여자의 트롤로 파티가 전멸하고 말았다.


기계처럼, 정해진대로


그리고 가끔은 운이 따라줘야 한다.


아주 낮은 확률로 뜨는 몇 번의 운이 이번 회차에 다 터지고 있었다.


아주 좋은 초반빌드!


다음회차에 이런 확률이 또 일어날까?


난 아니라고 본다, 이미 로또 1등이 10번 될 확률을 뚫었기에, 이 같은 기회는 다시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시금 정리해보는 목표


첫 번째 목표는, 천마룡을 잡는 것(내가 죽어도 된다)


두 번째 목표는, 기왕이면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을 살리는 것


그럼 또 다시!


서아 누나를 만나러 가볼까!


"도대체 이 학교를 난 몇 번이나 오는걸까..."


'이제는 질리겠어'


"안녕?"


이상하다


정말 이상하네


왜 피를 묻히며, 무쌍을 찍고 있어야 할 서아 누나가


왜 벌써 도륙하고 왔지?


서아 누나는 그런 얼빠진 나를 부드럽게 껴안아주었다.


그리고 이내 속삭인 소리는 내 머리를 흔들었다.


"나... 다 기억났어..."


"너랑 네가 연인이었던 때도 있더라... 23번째랑 56번째 회차였었나? 역시 나랑 시너지가 가장 좋았지?"


'도대체 어떻게...'


"어떻게 기억해낸거야?"


"세상에 99번이나 실패하는 게 어디있어?"


"아마 이번이 마지막인 거 같은데... 그래서 이렇게 모두의 기억이 돌아왔고..."


소녀처럼 키득거리며 마저 말했다.


"그 다음은 적귀검을 얻기 위한, 경매를 하러 가는 길이었나?"


"아니면 대기업의 사장 아들을 살리는 것 부터 시작이었나?"


"뭘 하든 상관없으니까 이번에는 꼭 클리어하자"


마지막에는 정색을 하며 이렇게 말했다.


"난 너랑 평생 살고싶거든"


#


"다이나..."


불타는 보육원이 배경이라니


조금은 끔찍할지도


"다이나라... 앞에 성녀가 안 붙고는 오랜만에 들어보네"


"나 말이지, 다 기억해냈어"


"네가 89회차 때 나를 안기로 결심한 것도"


"그때 정신이 무너지면서 나한테 열심히 허리를 흔드는 게 참 좋았는데..."


"그리고... 90회차 때 한 고백도 말이야"


"어렴풋이 알고 있었어, 내 집안을 네가 부쉈다는 걸"


"하지만 아무쪼록 이제는 상관없어"


"성녀니까, 너를 용서할게"


"그리고, 서로 단점까지 사랑해주는게 부부의 일이잖아?"


아아...


#


2명은 기억을 되찾았다.


그럼 라비엘은 굳이 안 찾아가도 되겠지


어차피 보나마나 기억이 돌아왔을테니 말이야


"안녕?"


"이번에는 네가 먼저 찾아오는 거야?"


하기야 대마법사가 우리집을 찾는 건 일도 아니겠지


"시간을 멈추는 마법을 만들었어, 나랑 도망가자"


"물론 약간의 부작용이 있지만... 뭐..."


"아무튼, 영원히 살자 같이"


"난 너만 있으면 되는 걸"


"몇 회차에 나를 사랑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현재지"


쩍이라고 해야하나


스릉이라고 해야하나


달을 아작내며 깔금하게 벤 소리가 나며 집이 두동강이 났다.


"오랜만이야 라비엘"


"그러게 윤서아"


"53회차에서 싸워봐서 알지?"


"물론"


"나를 빼놓으면 섭하지"


어디선가 등장한 다이나


태양이 2개일거라는 착각을 잠시 했으나, 역시 성녀의 후광이었구나


"다들 95회차의 일은 기억하지?"


"우리의 진 해피엔딩..."


"그게 왜 해피엔딩이야!"


나는 소리쳤다.


"나를 가두고! 너희끼리 일방적인 사랑을 하는 게 행복이라고?"


"내가 말 했잖아! 나는 1회차부터 너희를 가족이라고 생각했다고! 난 여전히-"


그렇다, 천마룡에게 멸망하기 전 지난 1회차의 10년


서아누나, 현수형, 라비엘, 다이나를 난 가족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4회차부터 67회차를 보고도 그런 말이 나와? 결국 우리가 죽였잖아"


"네 미래 와이프"


그렇게 말하며 와이프의 머리를 흔들었다.


"아직도 네가 사랑하는 여자가 세상에 남아있어? 말만 해 다 죽이고 나만 바라보게 해줄게"


솔직히 사랑하는 이가 몇 번이나 죽는 걸 보는 건 힘들었다.


정신이 붕괴할 정도로 말이다.


머리가 아득해짐을 느꼈다.


"공략은 우리도 아니까 걱정 마, 이번에는 반드시 천마룡을 죽이고"



"네 곁으로 올게"


아아


"그때는 영원히 함께 하는거야?"


아아아...


"이것도 참 엄청난 기시감이 드네"


"분명 저번 98회차때도..."


"넌 혀를 깨물고 자살했었지?"


다이나는 황금빛 쇠사슬을 조심히 엮어 내 입에 물렸다.


난 그저 아무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사고가 정지했기에


"그럼... 꼭 세상을 구하고 돌아올테니..."


"그때는 우리를 잔뜩 사랑해줘야 해..."


"영원히 사랑해! 내 사랑이 먼저 식을리는 없으니까 걱정마!"


...


"우리는 모두 각오가 되어있으니까"


그렇게 문이 닫혔고, 난 한동안 빛을 보지 못했다.


#


난 머리속으로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어둠속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사고 말고는 없었다.


이제는 꽉 묶여진 쇠사슬이 꼭 제 몸 같았다.


99회차 동안의 애정, 그걸 모두 기억한 100번째의 동료들


장담컨데 나와 영원히 살겠다는 건 거짓이 아닐거다.


평소와 같은 답답하고 어두운 하루에 특이점이 하나 온 듯 싶다.


얼핏 느껴도 10년이 지났다... 그리고 꼭 천마룡이 느껴지지 않는 듯 싶다.


벌컥


10년만에 보는 햇빛에 눈이 멀어버릴 뻔 했다.


"우리가 해냈어!"


"천룡 집단이 널 죽여버릴까봐, 우리가 안 보고 얼마나 참았는지 알아? 위치라도 들켜봐..."


"야윈 거 저거 불쌍해서 어떡해..."


'아 불행히도... 해냈구나'


"이제 시간정지 마법을 전개할게"


"참고로 말 안 해준 부작용은... 시전자를 포함해, 그 누구도"


"이 마법을 풀 수 없다는 거야"


"내 사랑은 무한하니까 걱정 하지마"


내 지옥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신이시여, 제발, 저를 보고계신다면, 세상을 구하는데 일조한 저에게, 죽음을 하사하여 주시옵소서'


자살 기원 1일차









모두들 부족한 필력인 글을 끝까지 봐줘서 고맙다.


오타 지적은 언제나 환영하고! 봐줘서 고마워!


가기전에 투표 한 번만 '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