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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만화 이후 스토리임, 끊는 지점 거지같아서 차라리 만화가 안이어질거면 소설이라도 쓰고 싶어서 씀.)







***



"아야야...아파라~"


입으론 아프다고 했으나, 윤설의 표정은 그렇지 않았다.

그것은 오히려, 먹잇감을 눈 앞에 둔 포식자의 모습이었다.


"이거 원... 이렇게 때리셔도 괜찮아요~? 후회하실텐데?"


윤설은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수아는 잠시 당황하였으나, 이내 말을 이었다.


"안 괜찮긴 뭐가 안 괜찮다는거야, 이 걸레년아. 용호 한 번만 더 건드리면 진짜로..."


그 순간, 윤설이 수아에게 순식간에 코 앞까지 다가왔다. 둘의 거리는 채 한 뼘만큼도 안 되는 수준이었다.


"이... 이게 지금 뭐하는..."


수아가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기 전, 윤설이 손가락으로 그녀의 입술을 막았다.


"사실... 제가 진짜 좋아하는 사람은 따로 있거든요. 남정네들은 하나같이 조금만 잘 대해주면 술술 넘어오는데, 언니같은 여자분들은 그렇지 않더라고요? 근데 재밌는게 뭔지 아세요?"


윤설은 새빨개지다 못해 터지기 직전인 수아의 귀에 대고 말했다.


"한 번 넘어가면 남정네들보다 더 발정난다는 거 ♡"


순간, 수아의 눈빛이 흐릿해졌다. 


"이... 미친 년이..."


"어머, 아침에 드린 음료수가 드디어 효과를 발휘하네요. 그럼 잘 자요. 언니 ♡"


"이...ㅆ발..."


그 말을 끝으로 수아는 쓰러졌다.

쓰러진 수아를 본 윤설은 붉어진 얼굴로 서 있었다.


"자, 이제 이 년을 보건실로 옮기기만 하면..."


"そこまでだ(거기까지)."


불분명한, 그러나 그 의미는 상황에 적절한 목소리가 울렸다. 


용호였다.


"어이 어이...이거, 지독한 비처녀 냄새를 맡고 왔더니, 꽤나 재밌게 일을 저질러 주셨군. 걸레."


윤설은 예상치 못한 용호의 등장에 꽤나 당황한 듯 보였다.


"요, 용호야? 이, 이건 그러니까, 음...하... 씨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변명이라도 하려한 윤설은, 소용이 없다는 걸 알자 이내 태도가 바뀌었다.


"그래, 어디까지 봤는데? 멸치 찐따?"


"정확하게 처음부터 니년이 수아에게 개수작을 부리기 직전까지지."


"언제부터 이 년, 아니 수아를 노리고 있었다는 걸 알았지? 이 나에게 푹 빠진게 아니었나?"


"그런 걸 알 필요따윈 없었다."


"뭐?! 그럼 대체 어떻게..."


중지 손가락으로 광택이 나는 안경을 올리며, 용호는 말을 이어갔다.


"니 년에게서 참을 수 없는 비처녀의 냄새가 났기 때문이다. 눈치도 없이 자꾸 내 곁을 따라다녀서 코가 마비될 뻔했다고."


윤설은 순간 얼굴이 붉어지며 말했다.


"ㅁ 뭐?! 비처녀 냄새? 아니 이 새끼 대체 그딴 냄새는 어떻게 맡는거야?"


"그야... 나같이 심기체 처녀론 모두를 마스터한 wise man(현자)에겐 '체'의 처녀성을 분석하는 것 쯤이야. 일도 아니지."


윤설은 순간 너무나 당황해 아무말도 할 수 없었으나, 이내 여유를 되찾았다.


"그래서? 네가 이 사실을 안다고 달라지는 게 뭐지? 수아가 쓰러진 걸 신고라도 하게? 학급 찐따와 도내 초절정 미소녀, 사람들은 누구 말을 더 믿겠니?"


용호는 그런 윤설을 우습다는듯이 보며 말했다.


"신고? 누가 언제 신고를 한다고 했지? 이 세상을 등진 남자, 김.용.호.에게? 그런 어린애나 할 법한 짓은 이 내게 있어 모욕 그 자체다."


"그... 그럼 어떻게 할 생각인데?! 이 찐따새끼가!" 


"그거야 쉽지. 어이, 네녀석들. 이제 나와도 좋다."


그 순간, 복도에 숨어있던 수십명의 남성들이 뛰쳐나왔다. 


"이, 이새끼들 다 뭐야!!!"


"간단하다, 니 년이 재미삼아 먹다 버린 껌과 같은 놈들이지. 발정난듯이 교문에 서서 니 이름을 외치길래, 친히 불러들여줬다."


"주인님!"

"주인님! 왜 이 노예를 버리셨나요!"

"헥헥... 주인님! 충실한 주인님의 개가 되겠습니다!!!"


수십명의 노예들이 윤설에게 달려들었다.

마치 그 모습이 모닥불에 뛰어드는 불나방과도 같았다.



"오...오지마!!!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많... 꺅!!!"


윤설은 도망치려 했으나, 파도와도 같이 밀려오는 노예들의 포위망은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그 틈을 타 용호는 재빨리 기절한 수아를 들고 도망쳤다.


"야레 야레... 이걸로 또 한 건 해결(complete)인가..."




***




"으으윽... 이 미친년아!!! 헉...헉..."


수아가 깨어났다.

주변을 돌아보니, 보건실이었다.


"어이, 조금 더 안정을 취하라고. 많이 기절해있었으니."


옆에는 용호가 라노벨을 보며 앉아있었다. 표지의 여성은 과거 수아가 그에게 메신저로 보낸 코스프래의 원본같았다.


"이게 대체... 내가 왜 여기..."


"어느 미친 비처녀가 네게 약을 먹이고 보건실로 끌고 가려 했었다. 하마터면 비처녀가 두 명으로 늘어날 뻔 한 위기였지."


그제서야 수아는 기절하기 전의 일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윤설, 미약제, 그리고 기절...


"...마워..."


"음? 방금 뭐라고 했지? 잘 안들렸다. 다시 한 번 말해..."


그 순간, 용호는 수아에 의해 바닥으로 밀쳐졌다. 순식간이었다.


"고맙다고! 이 찐따야!"


"... 이거 큰일 났군."


"갑자기 왜? 내가 너무 무거워서?"


수아는 뾰루퉁한 얼굴로 답했다.


"그게 아니다."


"그럼 뭔데?"


"네가 체육시간에 먹은 음료수 안의 약, 사실 나도 조금 먹었다."


"... 그래서?"


용호는 심호흡하며 말했다.


"실례지만, 《발기》해버렸습니다."


"..."


그 날 학교에선, 방과후에 보건실에서 남녀의 신음소리가 울려퍼졌다는 전설이 생겼다.


경사일세. 경사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