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이대로 흘러갔으면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냥 이대로 멸망했으면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저주받은 아이'는 그런 사람들을 위한 술식이었다.


미움받을 수록 더 강해졌다.

자신에 대한 증오가 커질수록 더 강해졌다.


그리고, 결국은 수천의 인간들에게 불행을 안기며 죽었다.



사용법도 간단했다.


아이를 하나 납치한 다음

저주의 술식을 새기고


그 아이와 같은 복장을 하고, 비슷한 외모를 지닌 다른 사람들이 범죄를 실컷 저지르는 것.



비슷한 외모에 같은 복장을 한 범죄자 무리로 보이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은 그들을 증오하기 바빴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인 아이가 옆에 껴있더라도 상관없이.




이번의 제물은 여자아이였다.

부모 잃은 고아 여럿을 납치해서 정신교육을 시키고

그 중 제일 내재된 힘이 강한 아이에게 저주를 새겼다.


그리고

아이들이 크면 저주를 발동시키기 위해 온 마을에 범죄행각을 저지르려고 하다가


교회의 성기사들에게 잡혔다.



성기사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성노예로 팔려온 여자아이들이 불쌍하다고만 생각했다.


그 중 하나인 얀순이는 자기에게 저주가 새겨졌다는 사실을 숨겼다.




얀순이는 점점 성장하고

교회의 수녀로서, 다른 마을로 봉사활동을 떠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꼬마 얀붕이를 보았다.



듣기로는, 가족들이 이 아이를 팔아넘겼다고 했다. 돈이 없다고.


그리고 얀순이는 얀붕이를 데려다 키우겠다고 얘기했다.




처음엔 괜찮았다.

얀붕이는 얀순이를 성심성의껏 키우려고 했다.


나이차이는 몇 살 안 났어도, 어릴 때의 나이차이는 크게 나는 법이니까.



하지만

산적에게 습격당한 일이

그들의 운명을 바꾸어버렸다.




"이야, 아가씨. 이쁜데? 몸을 내놓을래, 돈을 내놓을래, 목숨을 내놓을래? 아가씨가 대처만 잘 하면, 옆의 꼬마는 풀어줄게."


은근 점잖은 척 하면서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는 산적 두목과

뒤에서 낄낄거리는 부하들을 보며


겁에 질린 얀붕이를 보며

얀순이는 자기에게 새겨진 저주를 떠올렸다.


"어이, 이봐. 말 못해? 벙어리 병신이야? 그럼... 내가 아가씨를 좀 이뻐해주더라도 아무도 모르겠네?"


부하들의 웃음소리는 점점 커져갔고

얀순이는 대차게 나서서 소리를 질렀다.


"씨발 꼬추도 존나 작게 생겨먹은 새끼들이 말은 존나게 많네! 야, 여자에게 쫄아서 말만 내뱉는 새끼들이 남자라고 할 수 있냐?"


순간

산적들의 표정이 굳어지고

점점 험악해지다가

웃음소리도 다시 섞이다가


다시 두목이 말했다.


"어이, 아가씨. 어디, 아가씨가 후회할지 안할지 볼까?"




자기가 자라면서

저주를 새긴 자들이 자신에게 뭘 가르쳤는지는 아직 기억했다.


칼로 남자들의 거시기를 노렸다.

눈을 노렸다.

흙먼지를 뿌리고 비웃었다.


서서히


산적들에겐 성욕보다 분노가 더 크게 자리잡았고


그것이 얀순이가 원하는 것이었다.


"이 썅년아. 넌 잡히면 뒈졌다. 어디, 이래도 버티나 보자!"


상대에게 분노가 자리잡을 수록

자신에게 증오를 향할 수록


얀순이의 발걸음은 더 가벼워졌고

얀순이의 칼은 더 묵직해졌다.



산적들을 모조리 죽여놓은 후

얀순이는 얀붕이에게 물었다.


"괜찮니? 어디, 다친 데는 없어?"


얀붕이는

처음 본 얀순이의 모습에

말을 잃었다.



얀순이는 서서히 깨달아갔다.

이대로 산다면, 여자 혼자의 몸으로는 자신을 지킬 수 없다는 것을.

얀붕이가 커서 자신을 지켜주면 좋겠지만, 아직 시간이 너무나 필요하다는 것을.



얀순이는 서서히 증오받을 행동을 했다.

수녀복을 입은 상태로, 술에 취해 교회에 오줌을 싸갈겼다.

산적이건 해적이건, 자신을 노리는 자들은 성대와 성기를 잘라서,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이 안 된다며 비웃었다.

마을 사람들에게 교회 재건 비용 및, 보호 비용이라며 돈을 뜯었다.


순조롭게 얀순이는 강해져 갔다.



그런 얀순이가

특히 잔인하게 구는 것은


얀붕이에게 접근하는 여자들이었다.


한 아주머니는 얀붕이에게 빵을 대접하려다가 뺨을 맞았다.

한 소녀는 얀붕이에게 꽃을 건네주었다가 꼬치가 될 뻔 했다.

한 아가씨는 얀붕이에게 영원히 같이하자고 했다가 영혼이 될 뻔 했다.



순조로웠다.

얀순이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졌고

얀순이는 점점 더 강해져가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얀붕이마저 얀순이를 피하기 시작하는 눈치에

얀순이는 깊은 좌절을 느끼고


얀붕이를 몰아붙였다.


"너 이상해! 왜 자꾸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는 거야!"


얀붕이의 분노에 찬 물음에 얀순이 역시 화가 나서 대답했다.


"왜 그래? 난 너와 나 모두 안전하길 바라서 이러는 건데!"


곧이어

얀순이는 홧김에 내뱉었다.


"남들이 날 미워해야 내가 강해진다고! 널 지켜주려고 어쩔 수 없이 이러는 건데 왜!"


얀붕이는

얀순이의 말이 거짓말이라 생각하며


다시 따졌다.


"그러면, 왜 웃고 있었어?"


......

얀순이는 순간 말을 잊었다.

내가 웃고 있었다고?


멍하니 있는 사이

얀붕이는 폭로하기 시작했다.


"내가 못 본 거 같아? 전에 나한테 꽃 주던 여자애를 짖밟으면서 미소짓던 거? 아니면, 저 쪽 아줌마의 빵을 던져버리면서 광적으로 웃던 거? 다 봤어! 너, 너는 미친 년이야. 난 너랑 더 이상 같이하기 싫어!"


그리고

얀붕이는 집을 나갔다.




얀순이는 충격에 휩싸여

아무 행동도 하지 못했다.


내가 웃고 있었다고?


곧이어

과거의 기억을 돌아보며


그 때, 미움받겠다고 한 행동들을 돌이켜보며

음습한 기쁨을 느낀 자신에게 혐오감을 느꼈다.



그 순간

마을 사람들이 얀순이를 찾아왔다.


"어이, 얀순 수녀님. 이제, 우리 당신 필요없으니까 나가주쇼."


"맞아. 마을에 민폐만 끼치는 것도 참기 힘들어요."


"산적들 상대해주는 건 고마웠는데, 저 새끼들보다 당신이 오히려 큰 피해를 입히는 것 같수."



얀순이는

다시 자신에게 새겨진 저주를 떠올렸다.


미움받을 수록, 더 강해진다.


그러면, 이 마을에서 제일 강한 것은 나 아냐?



마을 사람들을 모조리 두들겨 패고

얀붕이를 찾았다.


얀붕이는 멀리 도망치지 못했고

다시 얀순이에게 끌려왔다.



마을 사람들은 얀순이를 증오했다.

얀순이는 강해졌다.


얀붕이는 얀순이를 증오했다.

얀순이는 더욱 강해졌다.


자신이 얀붕이를 아끼고 사랑할수록

얀붕이는 더욱 자신을 증오했고


그럴 때마다 자신에게 더 큰 힘이 넘치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 얀순이는

힘에 취해서

사랑하는 얀붕이의 증오만을 받으며 살기 위해


서서히 악행을 저지르기 시작했다.




저주의 아이는 그렇게

다시 자기 주변에 불행을 뿌렸다.




p.s. 내 소설 리멬한 사람이

나보다 필력도 더 좋고 반응도 더 좋고 추천도 더 많이 받더라.

진짜 존나 잘썼더만.


NTR에서 남주가 여주 당하는 거 보면서 꼬추 세우는게 이런 기분인가 싶었다.


그래서 결심했음.

나는 '참신한 스토리'하고, '짧은 연재주기'로 승부 보자고.


그래서 3연속으로 글 써봄.


뭐, 누가 내 글 리멬해서 더 추천받더라도

그건 그 인간이 나보다 더 잘 써서겠지.


걍 나한테 리멬하겠다고 말해주고, 리멬하면 댓글로 알려주기만 하면 됨.




소재 제공 및 과거글 모음 : https://arca.live/b/yandere/83284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