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떠나면 후회할 것이라는 그녀의 말을 들었어야만 했다.

 

얀순이는 정말 착하고 순진한 아이였다. 적어도 연애 전에는 말이다. 

 

그러나 내가 얀순이에게 고백하고 난 후 얀순이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수많은 톡에 일일이 답장을 해줘야 했고, 어떤 시간대이든 연락을 받지 않는다면 수백 통을 한 후 내가 사는 자취방 앞에 찾아와 문을 두들겼다. 

 

친구들과 술자리를 가지려면 항상 얀순이를 데려가야 했고, 그마저도 여학우가 있다면 가지 못했다. 

 

주소록에는 점점 번호들이 사라지기 시작했고 친구들과의 관계가 끊겨갈수록 갑갑함이 내 목을 죄어오는 듯했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이제 그만하기로

 

이별을 통보하는 나에게 얀순이는 그 어떤 부정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나를 표독스럽게 노려보며 후회할 것이라 말했다.

 

그리고 다음 날 얀순이는 나를 성폭행으로 경찰서에 신고했다.

 

얀순이의 일관된 증언에 나는 결국 유죄처리가 되었고, 다만 피고의 진심 어린 사과로 민사만은 취하되었다.

 

그럼 뭐하는가. 난 이미 사회적으로 낙인 찍힌 성범죄잔데

 

학교는 이미 퇴학처리가 되었고 신상이 공개된 나는 조그마한 알바 자리 하나 구하지 못했다.

 

아무도 나를 원하지 않을 텐데 그럼 나는 왜 살아야 하는 걸까. 그냥 죽는 게 맞지 않을까?

 

안 그래 얀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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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난 이런 걸 바란 게 아니야….

 

난 다만 오빠가 나만 바라봐줬으면 했어….

 

오빠가 도망칠까 봐…. 불안해서…. 어쩔 수 없었던 거야….

 

다 오빠 잘못이야…. 오빠가 너무 잘났으니까 암캐 년들이 꼬일까 봐. 나를 신경 써주지 않을까 봐 그런 거야….

 

다 오빠 잘못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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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나왔어. 오늘 16학번 꼰대가 자꾸 술 먹자고 하는 거 거절하느라 조금 늦었다. 미안해.

 

뭐야. 오른손 결국 떨어져 나갔네. 방부제를 조금 더 바를 걸 그랬나.

 

아, 오빠 미안해 금방 붙여줄게.

 

뭐 괜찮아. 오른손 같은 거 없어도 관계할 수는 있잖아?

 

오늘도 오빠는 최고야.

 

오빠가 죽었을 때는 후회했는데 지금 와서는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

 

지금 오빠는 나만 바라보고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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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도 맵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