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프면 밥먹고, 졸리면 자고, 그러다 성욕이 들면 섹스하고..."

"그런거야. 내가 너를 좋아하고 사랑하는건."

"왜 이러는 거냐고? 아직도 이해를 못했어?"

"내가 너를 사랑하는 것에 이유가 있어야해? 뭐, 너가 나를 어린 시절에 구해준적이 있어야하고, 왕따인데 혼자 놀아줘야하고, 강간당할 위협에서 구해줬다거나, 그런거?"

"사랑에 이유가 있어? 외모가 맘에 든다, 가슴이 크다, 엉덩이가 크다, 몸매가 좋다, 예쁘다, 상대가 마조히스트다, 사디스트다, 나랑 키차이가 딱 좋다, 부자다, 가난하다, 의존할것같다, 의지할것같다, 그런거 아니라고. '너'가 마음에 든거야. 너가 내 마음에 들어왔고, 내가 너를 좋아하고, 내가 너를 사랑하는거야. '너'인게 중요한거지, 위에 말한 것들이 중요해?"

"욕구, 본능, 기원, 운명, 그런 거라고. 너는 어때? 너는 그렇지 않아? 너는 나에게 그런 것들을 느끼지 않아?"

"느끼지 않는구나. 응. 으음... 어떻게 해야할까."

"근데 그게 무슨 상관이야?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데. 아, 그럼 말해봐. 내가 너를 사랑하면 안되는 이유를. 설마 아직도 내가 너를 사랑하는 이유가 없다, 같은 헛소리를 하는거는 아니지? 아, 물론 나는 헛소리를 하는 남자친구도 좋아해."

"자, 말 못하겠지?"

"이제 넌 내 사랑이야. 내 거고. 축하해. 내 사랑을 얻었네. 좋은 일이지?"

"일등 신붓감을 얻은거야. 좀 더 기뻐해봐. 이렇게 예쁘고 몸매도 좋고 사지 멀쩡하고 이목구비 가지런히 멀쩡하면서 건강한데 성격도 좋고 부자이기까지 한 여자를 찾을 수 있겠어?"

"아, 여기서 '너에게 난 어울리지 않아.' 같은 말은 하지 않길 바래. 가치라는건 타인이 평가하는거고, 나에게 너는 너를 내 인생의 동반자로 둘만한 가치가 있는 존재거든. 그러니까, 그 말도 안통해."

"애초에 대화가 통하지 않는 대상이랑은 대화 시도조차 하는게 아니라는 말이지. 그러니까... 이제부터 평생, 잘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