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디폴트 값은 소꿉친구정도로 해보자. 

옛적이나 지금이나 라노벨에 ㅂㄹ친구는 정석이더라.

서로 가족끼리 친하고, 부모끼리 만나는 일이 잦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들을 듣는거지.

알아먹지도 못할 경제 상황, 팔불출 부모들의 자식 자랑.

그런 얘기들에 전혀 관심도 없이 서로 사이좋게 지내는 얀붕, 얀순이를 보면서 부모들이 우스갯소리로 얘기하는거야.

'나중에 커서 결혼시키면 참 좋겠다.' 정도로.

얀붕이는 결혼이고 뭐고 장난감이 더 중요하겠지만 얀순이는 은근히 그 소리에 귀기울이는거야.

[얀순이는 커서 얀붕이랑 결혼하는거야.]


초등학생이 된 얀붕, 얀순이. 어린애들은 은근히 유치해서, 서로 꼭 붙어다니는 둘을 보면서 놀릴거야.

'얀붕이랑 얀순이는 사귄대요!'

동성의 아이들과 어울려 다닐 나이대의 아이들은 [아니거든]이라며 부정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의 얀붕쿤은 의리를 지키겠지.

뭐? 아니라고? 대충 알아먹자.

되려 얀순이를 꼭 껴안으며 대변하는 얀붕쿤의 모습에 쉬운 여자인 얀순은 단숨에 사랑에 빠질거야.


집이 가까우니 아마 학교도 같은곳으로 가게 되겠지.

중학교를 지나, 학업을 위해서 여학교가 어떻겠냐는 부모의 권유를 뿌리치고 얀붕쿤과 같은 고등학교에 입학.


등교부터 하교까지 꼭 붙어다니는 얀붕, 얀순을 보며 주변에선 '부부'라면서 장난식으로 말하는거야.

얀붕쿤은 옛날부터 자주 들어온 말이라 신경도 쓰지 않고,

얀순은 이미 망상속에서 애가 셋이나 딸려 있는거야.

그리고 노력하겠지. 대학도 얀붕쿤과 같은 곳으로 찍을 수 있도록.


시간은 흘러 고등학교의 졸업식. 슬슬 이벤트를 만들어 줘야지.

엑스트라A양의 고백선언. 그걸 몰래 지켜보게 된 얀순.


나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안절부절하던 얀순은 거절하는 얀붕쿤의 모습에 안심하면서도, 불안감을 느낄거야.

[이러다간 얀붕쿤을 뺏기는게 아닐까?]

무심코 떠올린 생각은 마음 한켠에 심겨진채로 졸업식 이벤트가 끝나.


대학에 들어간 얀붕&얀순. 대학의 꽃은 OT라지?

'우연하게도' 같은 학과에 들어간 둘은 OT에서 술자리를 가질거야.

언제나 얀붕쿤만 바라보고 있는 얀순은 어느순간 깨닫게 돼.

두 볼과 귀가 빨개진채 멍하니 B양을 보고 있는 얀붕쿤을.


[나한테도 보여주지 않았던 얼굴인데.]


눈치는 ■나 줘버린 얀붕쿤은 '절친'인 얀순에게 상담하는거야.

[나 B양이 너무 좋아.]


얀순은 가슴 한구석이 따끔거리면서도 얀붕쿤을 도와줄거야.

[얀순은 얀붕쿤을 좋아하니까.]


얀순의 도움을 받아 B양에게 조금씩 다가가는 얀붕쿤을 보면서, 얀순은 점점 가슴 아파 할거야.

그래도 겉으로 드러내진 않아. 얀붕쿤이 싫어할지도 모르니까.

지금까지 고백하려 가슴만 졸여온 얀순이 관여할 일은 아니니까.


그러던 어느날, 얀순은 화장실 (요즘도 꽃따러간다는 구식적인 말을 쓰는걸까?)에서 우연히 듣게 되는거야.

B양은 이미 남자친구가 있고, 얀붕쿤은 갖고놀기 좋은 남자라고 떠드는걸.


조용히 듣고 있던 얀순은 분노하면서도 이런 생각을 하게돼.

[저런년에게 놀아날바엔, 차라리 내가 가지는게 낫지 않을까?]

[얀붕쿤은 아침에 약해. 언제나 내가 깨우러 가는걸.]

[얀붕쿤은 오이를 싫어해. 다 커서도 먹기 싫어하는걸 먹여주는걸.]

[얀붕쿤은...]

[얀붕쿤은...]

[얀ㅂ...]

[얀붕쿤은 내가 더 잘 알아. 내가 더 잘 해줄 수 있어.]


다음날, 얀순은 얀붕쿤에게 어제의 이야기를 해줄거야.

B양은 얀붕쿤을 갖고 놀 뿐이라고.

그와중에도 고백하지 못하는 얀순.

이미 눈이 멀어 얀순의 말을 믿지 않는 얀붕쿤.


[어째서 내 말을 믿어주지 않는거야?]

[20년을 함께해온 나보다, 말 한번 걸어보지 않은 저 년을 믿는거야?]

[...어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