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 때였다.


우리 가족은 공원을 산책하고 있었고 어떤 남자애가 벤치에 앉아 그런 우리 가족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나와 눈이 마주쳤는데, 이상하게 그는 눈을 돌리지 않았다.


나또한 어린 마음에 그에게서 눈을 돌리지 않았고, 한참이나 눈씨름을 한 끝에 그가 싱긋 웃었다.


"엄마, 저기 봐. 어떤 남자애가 우릴 보고 웃어."


이상하다 느낀 나는 부모님께 그 사실을 말하기 위해 고개를 돌렸고, 다시 한번 벤치에 시선을 향하자 그 짧은 사이에 그는 사라지고 없었다.


"얘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니. 여긴 너말고는 어린 아이가 안보이는데."


"아니야! 아까까지 여기 앉아있었어."


나는 그가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벤치로 달려갔지만, 그가 앉아 있었던 자리에는 희미한 온기만이 남아있었다.


이것이  그와의 첫 만남이였다.


두번째로 그를 만났을 때 그는 또다시 그 벤치에 앉아 있었다.


또다시 그와 긴 눈싸움을 한 끝에 이번에는 싱긋 웃으며 나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런 그가 신기해서 나는 그에게 다가가려고 했고, 그러자 그는 당황하더니 이내 도망쳐버렸다.


세번째 때에는 그를 만나기 위해 나는 부모님 몰래 공원에 갔다.


다행히 벤치에 앉아 있었던 그는 나를 발견하지 못했고, 나는 살금살금 뒤로 돌아가 그의 눈을 가렸다.


"누구게?"


어릴때라 수치심이 없었던 걸까. 지금 생각하면 굉장히 부끄럽고 민폐되는 짓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가 굉장히 당황해 하는 것이 느껴졌다.


"누..누구야?"


"땡! 나는 누구가 아닌데 말이지"


나는 그의 앞으로 돌아서며 그의 앞에 섰고, 내 얼굴을 보자 그는 안심했는지 얼굴을 풀었다.


"뭐야, 너였구나" 


그는 웃다가 갑자기 얼굴이 굳었다.


"나한테서 떨어져."


"응? 왜?"


"내 근처에 있으면 너도 불행해 질거야."


그는 굉장히 슬퍼보이는 얼굴로 말했다. 


"세상에 불행을 주는 사람은 없어."


나는 자신감 있게 말했다.


"아빠가 말했어.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에게 행복을 주고 있다고. 


설사 너가 그걸 느끼지 못해도 누군가는 너의 존재에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고.


우리 아빠가 한말이니 틀리지 않을거야."


"하지만 내 존재를 기뻐하는 사람은 없는 걸. 사람들은 모두 내가 다가갈 때마다 무서워 했어. 기분나쁘다고, 나만 오면 불행해진다고, 재앙이라면서."


그는 곧 울것만 갔았고, 어린 나는 그런 그를 보다가 꾀를 떠올렸다.


"내가 행복해줄께."


"어?"


"내가 너의 존재에 행복해 줄께. 아니 행복해. 이렇게 나와 대화를 나눠줘서 고마워"


지금 생각하면 문법에도 맞지 않고 이상한 말이다. 하지만 그때에 나는 정말로 좋은 생각이라고 여겼다.


그러자 그는 울었고, 어린 나는 그를 달래기 위해 횡설수설하며 부모님이 찾으러 오실 때가지 그의 옆에서 계속 이야기를 나눴다.


이때 들은 그의 이름은 마치 쥐가 연상되는 것 같아 내가 그에게 쥐라는 별명을 붙이는 계기가 된다.


그날 이후로 나는 매일매일 그에게 찾아가 그와 놀았다. 그가 좋았다. 소녀가 소년을 속이기 위해 했던 거짓말은 어느샌가 진심이 되어있었다.


그와 같은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었을 때 나는 뛸듯이 기뻤다.


다른 애들과 노는 것도 즐거웠지만 그래도 그와 노는 것이 제일 즐거웠다. 하루가 다르게 나는 점점 밝아져만 갔다.


하지만 그런 나와 다르게 그는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내가 이유를 물어도 그는 얼버무렸고, 심지어는 나를 밀어내려는 행동까지 보였다.


그때까지는 다른 친구가 생긴 줄만 알고 서운해 하고 있었다.


그러나 세달 뒤, 하굣길 도중에 나는 그가 남자애들에게 가방을 빼앗기며 놀림받는 걸 보게 된다.


"뭐하는 거야!"


내가 크게 소리치자 남자애들은 행동을 멈췄고, 나는 재빨리 남자애에게서 그의 가방을 뺏고 그와 함께 공원으로 갔다.


내가 벤치에 앉자 그도 우물쭈물하며 내 옆에 앉았다.


"왜 안말해줬어. 도와달라고 할 수 있었잖아!"


"너에게 피해를 주기 싫었어. 그리고 나 없어도 너는 행복할 수 있으니까"


"나 너가 있을 때 행복하다고 말했잖아."


"그래도 난 너가 나 없이도 행복하길 바랬어. 그래서 멀어지려고 했어. 난 너 옆에 있으면 안되니까"


"싫어! 어디 가지마. 내 옆에 있어줘. 난 너랑 같이 행복하고 싶어."


이때 나는 울었다. 저번에 상황과 달리 이번엔 그가 쩔쩔매며 나를 달래주고 있었다.


"울지마. 안 떠날께. 네 곁에 있을께."


"정말? 안 떠날꺼야?"


나는 울먹거리며 말했고, 그는 나를 향해 부드럽게 말했다.


"그래. 네가 나에게 떨어지라 하지 않는 이상 너의 곁에 있을께"


"그럼 커서 나랑 결혼해"


이때 그는 잠시 주춤거렸다. 내가 다시 울려고 하자 그제야 그는 말했다.


"알았어. 결혼할께. 그러니까 울지마."


"그럼, 약속해"


그와 약속을 한 후에야 나는 웃었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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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단편인데 너무 길어서 잘렸습니다.

아마 1~2편에서 끝날 것 같습니다.

내일이 수능인데 소설쓰는 미친놈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