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동생 얀순이와 오빠 얀붕이 남매

얀붕이가 막 중학교를 졸업했을 무렵 부모님이 사고로 돌아가시고

어린 두 남매는 갑작스럽게 사회에 내던져짐



얀붕이는 이제 막 중학교에 들어가는 얀순이를 위해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알바와 일용직을 시작하고

자신의 젊음을 불태워 얀순이를 애지중지 키워냈음



어느새 3년이 지나고

얀순이는 누굴 닮아서 이렇게 똑똑한건지

학원 한번 보내주지 못했음에도 명문고등학교에 진학해



공부도 잘하고 얼굴도 예쁘고 인기도 많은 얀순이의 아픈 손가락은

바로 자신의 오빠, 얀붕이었음



어느덧 20살이 넘어 성인이 되었지만

캠퍼스 라이프는 커녕 검정고시조차 치지 못한 오빠


자신에게 쓰는 돈은 1000원 한장조차 아까워하면서

얀순이에게는 항상 용돈 부족하지 않냐고 물어오는 오빠


수학여행 갈 때 10만원이나 손에 쥐여줬으면서

돌아와보니 한여름에 선풍기조차 틀지 않고

땀을 뻘뻘 흘리며 골아떨어져 있던 오빠


갓 성인이 되었다고는 믿을 수 없는

거칠고 물집 잡힌 손으로 언제나 자신을 쓰다듬어주는

더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이 습관이 되어버린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우리 오빠




그 날도 어김없이 저녁 늦게 일을 마치고 귀가한 얀붕이

얀붕이는 묘하게 빵빵한 주머니의 바지를 입고

화장실로 들어갔어


얀순이는 다 알고 있었지

얀붕이의 주머니 속에는 파스가 가득 들어있다는걸

파스 없이는 쉽게 잠들 수도 없는 주제에

약한 모습을 여동생에게 보여주기 싫어서

화장실에 몰래 붙이는 얀붕이의 모습을


두 사람은 좁은 반지하에서 밤 늦게 잠자리에 들고

어느새 골아 떨어진 얀붕이와

파스가 가득한 얀붕이의 등을 쓸어만지며

혹여나 오빠의 잠을 깨울까 소리 내서 울지 못하는

얀순이의 흐느낌만이 방 안을 맴돌았지


그 날 얀순이는 약속해

반드시 오빠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겠다고

좋은 옷도 입고

맛있는 것도 먹고

그렇게 평생을 단 둘이서

행복하게 살아가겠다고


비록 상대방이 없는 혼자만의 약속이었지만

얀순이는 분명 오빠 또한 자신과 같은 생각일거라 확신하며

잠든 오빠에게 키스를 해주고

자신 또한 오빠의 곁에서 천천히 잠에 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