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왕에 처음 입문하는 분들, 그리고 유희왕에 다시 복귀하는 분들은 아마 어떤 덱을 사용할지가 가장 큰 고민거리일 겁니다. 어떤 덱을 사용할지 잘 모른다면, 현 환경에서 사용되는 강한 덱(티어 덱)을 그대로 사용하면 반은 먹고 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만의 덱을 만들고 싶은 분도 분명 계실거고, 또 그것이 유희왕의 묘미이기도 합니다. 이 글은 그런 분들을 위해 만들어 졌습니다. 덱 그 자체를 추천해드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테마, 자신만의 덱을 만드는 것을 돕는 가이드지요.


안타깝게도 지금의 유희왕에서는 강한 덱과 약한 덱 차이의 격차가 매우 심합니다. 특히나 무슨 수를 써도 한계가 명확한 덱들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그 한계를 알고 도전하신다면 괜찮습니다. 그러나 얼핏 보기에는 잘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비싼 돈을 들여 카드를 샀는데, 나중에 한계가 명확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 기분이 좋지는 않겠지요.


그래서 이 글에서는 그런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덱을 만들 때 어떤 부분을 유념해서 봐야 하는지 알려드립니다.





첫째. 자신의 첫 턴에 일반 소환이 불가능해도 어느 정도 플레잉이 가능해야만 합니다. 꼭 일반 소환이 막히더라도 상급 몬스터를 필드 위에 늘어 놓을 정도의 수준이 아니더라도 상관 없습니다. 마법 함정이나 몬스터 효과로 상대 턴을 무난하게 버틸 수 있어도 괜찮습니다. 최소한 자신의 첫 턴에 일반 소환을 못한다고 공격도 수비도 아무것도 못하게 되어버리면 안 된다는 뜻이지요.


이게 지금의 유희왕에서 강덱들과 싸울 수 있는 최저의 기준치입니다. 위의 조건을 만족한다면 대회 상위권에 머무르는 강한 덱들을 만나더라도 손쓸 수 없게 밀리지는 않습니다. 실력에 따라 이겨볼 수도 있구요.


위와 같은 능력이 요구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현재 유희왕에는 '패 트랩'이라고 불리는 카드들이 필수 카드로 투입됩니다. 이 패 트랩들은 필드 위에 세트할 필요가 없이 바로 패에서 발동합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선공이 되더라도 플레잉을 방해받을 수 있다는 말이지요. 서치 카드를 사용했는데 '하루 우라라'가 날아와서 서치가 막히거나, 묘지에서 몬스터를 소환하려 하는데 '저택 와라시'가 날아와서 몬스터 소환이 막힐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너무 걱정하지는 마세요. 패 트랩은 보통 필드에 세트하는 함정보다 훨씬 약합니다. 성스러운 방어막 거울의 힘이나 격류장 같은 게 패에서 터지지는 않습니다.


아무튼간에 패 트랩이 필수 카드로 투입되는지라 선공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플레잉이 방해를 받는 상황을 고려해야만 합니다. 기껏 발동한 회심의 마법 카드가 무효가 되거나, 소환한 몬스터의 효과가 무력화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무력화를 감안한다면 첫 턴에 일반 소환이 불가능해도 어느 정도 플레잉이 가능해야 합니다.


또 다른 이유로는 바로 '집 짓기'입니다. 지금은 많이 완화되긴 했습니다만, 여전히 초심자 분들에게 최대의 진입 장벽이 되는 요소입니다. 이 집 짓기란 선공을 잡은 플레이어가 후공 플레이어가 뭔가를 할 수도 없을 정도로 필드에 몬스터를 늘어놓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GX 시절 듀얼을 해 보신 분이라면 호루스의 드래곤 LV 8과 왕궁 락이 한턴만에 깔리고 시작한다고 말씀을 드리면 이해하기 빠르실겁니다.


간단하게 예시를 들어보죠. 최근에 나온 덱들은 상황에 따라 한턴에 상급 싱크로 몬스터나 융합 몬스터를 3~4개나 필드 위에 늘어놓을 수도 있습니다. 진짜 한턴에 효과 발동을 수십번 하면서 소환에 소환하고, 소환에 또 소환하고, 소환에 또또또 소환을 해댑니다. '그러면 나도 소환을 여러번 해서 상급 몬스터를 불러내면 되지 않느냐' 생각을 하실 지도 모르겠네요. 근데 그게 또 그렇지도 않습니다.  보통 선공 플레이어가 이런 방식으로 불러내는 몬스터는 '효과를 무효로 할 수 있는 몬스터'거든요.


이게 유희왕이 선공이 유리하다는 소리가 나온 이유입니다. 단순히 강력한 몬스터를 필드에 여럿 늘어 놓는 것이라면, 후공 플레이어도 똑같이 강한 몬스터를 여럿 소환해서 부딪치면 됩니다. 그런데 보통은 공격력이 높은 몬스터가 아니라, 상대의 플레이를 방해하는 효과를 가진 몬스터를 줄줄이 비엔나마냥 늘어놓습니다. '1턴에 1번, 상대 몬스터의 효과가 발동했을 때 그 효과를 무효로 한다' '1턴에 1번, 상대의 마법, 함정, 몬스터 카드의 효과가 발동했을 경우, 그 카드와 같은 종류의 카드를 패에서 버리고 그 효과를 무효로 한다' 같은 효과를 지닌 몬스터들이죠. 선공 플레이어가 이런 몬스터들을 줄줄이 늘어놓으면 후공 플레이어는 뭘 할 수도 없이 패배해버리는 경우가 잦습니다.


그래서 최소한 첫 턴에 일반 소환을 할 수 없더라도 원활하게 플레이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지닌 덱이 필요합니다. 보통 저런 카드들은 1턴에 1번이라는 제약이 딸린 경우가 많거든요. 어느 정도의 능력만 있다면 막지 않으면 안 되는 카드를 던져서 무효화 횟수를 소멸시켜 뚫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런 조건이 요구되는 것이지요.


단! 너무 집짓기를 겁내지 마세요. 지속적인 밸런스 패치로 많이 완화되었습니다. 그저 머릿속에 꽃밭이었다가 저런 집짓기를 만나는 것보단, 미리 어느 정도 각오를 하는 편이 낫기 때문에 좀 겁을 드린 것을 뿐입니다. 특히나 집짓기 뚫기 카드가 많이 발매된 지금에 이르러서는 저런 집짓기를 쉽게 뚫을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집짓기 뚫기 카드로는 금지된 일적, 명왕결계파, 파괴수가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신의 통고도 사용할 수 있구요. 혹시 듀얼에서 집짓기에 고생하신다면 위 카드들을 사용해 보세요) 


저런 집짓기 위주의 덱들은 한번 지은 집이 뚫려버리면 그대로 지는 경우가 많으니, 너무 겁내지 마세요.





둘째. 특정 카드가 막혔을 때 무력해지는 덱은 안 쓰는 게 좋습니다.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패트랩 문제, 집짓기 문제로 현재 유희왕은 키 카드가 무력화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그래서 특정 카드가 막혔을 때 무력한 덱은 정말 정말 위험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덱이 바로 삼환마입니다. 일단 완성 되면 강합니다. 강하긴 진짜 강해요. 효과의 대상으로 지정할 수도 없는데다, 효과의 대상도 되지 않는 공수 4000의 몬스터. 거기에 매턴 2장씩 드로우 하는 기괴할 정도의 강력함을 자랑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암흑의 초래신' 암흑의 소환신' '혼돈의 소환신' 이 세 카드들이 무력화되어 버리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게 되어버립니다. 그래서 삼환마가 그 강력함에도 불구하고 한계가 명확하다 평가를 받습니다.


한가지 유의해야 할 점은, '특정 카드가 막히면 위험해지는 덱'과 '특정 카드 위주로 돌아가는 덱'은 다릅니다. 특정 카드 위주로 돌아가더라도, 그 카드가 웬만해서는 무력화되지 않는다면 괜찮습니다. 가령 강력한 덱 중 하나로 꼽히는 엘드리치를 살펴봅시다.


엘드리치 덱의 경우 '황금경 엘드리치'라는 몬스터 위주로 돌아갑니다. 얘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엘드리치 덱이 강한 이유는 엘드리치를 무력화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단 자체적인 소생 효과를 지니고 있기에, 효과나 전투로 파괴된다 할지라도 다시 묘지에서 불러낼 수 있습니다. 설령 제외해 버린다 해도 관련 마법, 함정으로 덱에서 2번째 엘드리치를 불러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엘드리치 위주로 돌아가는 덱이지만, 엘드리치를 무력화하기 쉽지 않기에 강한 것이지요.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특정 카드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강하더라도 그 카드를 무력화하기가 매우 까다롭다면 그 덱은 강합니다. 반면에 특정 카드에 매우 의존하면서, 그 카드가 손쉽게 막힐 수 있다면 결코 강한 덱이 되기 어렵습니다.





요약해서 말씀드리자면,


'자신의 첫 턴에 일반 소환을 할 수 없더라도 어느정도 듀얼을 풀어갈 수 있다'


'특정 카드가 무력화되더라도 무난하게 듀얼할 수 있거나, 그 카드가 웬만해서는 무력화되지 않는다' 


이 두 조건을 만족하는 덱을 짜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면 어떤 덱이건 어떻게든 상대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