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그 날은 포악한 용이 어느 마을을 덮쳐 날뛰던 날이었다.

용을 죽여 세상에 평화를 가져오는 것을 숙업으로 삼은 것도 오래 전의 일이 되어있었다.

오랜 전투, 그 수가 어느 정도인지 갈피조차 잡히지 않는 용들. 끝나지 않는 포악.

죽인 용들의 수가 어느 정도였는지 갈피도 잡히지 않건만, 세계에는 여전히 스스로의 잔인함을 숨기지 않는 용들이 넘쳐났다.

언제까지 싸워야하는 걸까? 하는 의문조차도 멈추고, 어느 새보니 기계같이 하루 하루 용을 베고, 베는 나날만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자신을 자각한 날이었다.


그래.

이제 슬슬 끝을 볼까.

그런 생각을 가지고서, 그래도 눈 앞에서 용에게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은 구해야지 하는 의무감으로 날뛰는 용을 상대했다.

평소였으면 순식간에 용을 베어넘기고, 자신의 목도 베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였는지 용을 바로 베지 못했다.

그 용은 자신의 둥지로 달아나버렸다.

잔악한 용이 살아있으면, 다시 이 마을을 공격하러 오겠지.

마지막으로 하는 일인데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그 용을 추적해 둥지까지 쫓았다.

그리고, 그 둥지에서 순백의 용을 보았다.

작은 용.

어둠에 물들지 않은, 작은 용이 있었다.

용이란, 자연발생하는 재앙이 아니었던 것인가?

옛날에 동료였던 마술사가 그리 주장했던 것이 기억났다.

멍청한 녀석. 그럼 저 작은 용은 뭐냐.


그래.

그 순백의 용은 사악에 물들지 않은 용이었다.

사악하지 않은 용이 있다고?

3개의 머리를 가진 용을 동료로 삼아 수 많은 전투를 치뤘다는 전설 속의 전사가 기억이 났다.

전사의 숙적인 용을 벗으로 삼아 타고 다녔다는 그 말도 안되는 이야기.

용이 어렸을 적부터 교감을 했고, 그 깊은 유대감으로 용기사의 전설이 시작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었지.

가능성이 보였다.

사악한 용을 베었다.

하얀 용을 품에 업었다.


그래.

너는 대단한 녀석이었다.

용이기 때문일까. 똑똑하고, 재빠르고, 힘이 있었지.

자신에게 해가 될 법한 상황에 슬며시 내 품으로 들어와 눈에 띄지 않게 숨는 재주가 있었다.

방심하고 있는 동안에 슬며시 다가오는 적들을 재빠르게 알아채는 재주가 있었다.

격전의 순간에 어느샌가 없어진 내 검을 찾아와 나에게 돌려주는 재주가 있었다.

자신보다 거대한 적에게도 굴하지 않고 대항하는 재주가 있었다.

그리고, 내 벗이 되어 내 마음을 여는 재주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알면서도 모르고 싶었다.

어느새인가 너에게서 보이기 시작한 어둠의 편린을.

잡상인에게서 용의 힘을 막을 수 있다는 항아리도 구매해봤다.

용을 탔던 전설의 주인공이 조상이라는 가문에도 찾아갔었지.

마력을 손쉽게 다룬다는 나라에도 찾아가봤다. 그 나라의 왕과도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 봤고, 수 많은 저명한 학자들도 만나 봤다.

세상을 떠돌며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많은 것을 보았다.

하지만, 마치 세상의 법칙이라는 듯 너는 어둠에 물들고 말았지.

전설은, 전설에 불과했던 것일까. 


그래.

너는 최선을 다했다.

자신을 잠식하는 어둠에 대항하려고 했지.

아무 것도 없는 허공을 응시하며 적의를 내비치거나,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건만 고개를 휘저어 뭔가를 떨쳐내려던 모습이

네가 그 날의 용과 닮아갈 수록 자주 보였다.

우리는 직감했지.

우리의 숙명을.


나보다는 네가 먼저 직감했겠지.

너에게 벌어지는 일이었으니까.

어느새 모았는 지 모를 너의 비늘을 네가 나에게 보여준 그 날은.

결국 네가 완전히 그 날의 용과 똑같이 성장해버린 날이었다.

그리고, 내가 처음으로 용에게 패배한 날이기도 했다.

벨 수 없는 용은 처음이었으니까.

너는 쓰러진 나를 보고서는 내 검을 물고 어디론가 사라졌지.


네가 비늘을 모아둔 그 곳에서 나는 내 검을 되찾았지.

수 많은 순백의 비늘과, 소중한 것을 지키려는 듯이 비늘에 감싸진 검을 보았을 때,

나는 각오를 다질 수 있었다.

나는 각오를 눈치챌 수 있었다.

손아귀에는 강인한 힘이 감돌았다.

손잡이에는 따스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네 모습을 한 체.


그래.

벴다.

너를.

너는 잘했다는 듯이, 나를 믿고 있었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고서는 쓰러졌지.

이어지고 있었던 격전의 순간, 그 마지막에 어째서인지 가슴을 열었던 너를 나는 벴다.

쓰러진 너의 모습에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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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면 되는 거 맞냐? 잘 쓴 거 같지는 않은데 너무 길게 쓰면 안 읽을 거 같아서 짧게 써봤음

대회 마감일이 내 생일 직후길래 야 버거 받으면 생일선물이다 ㅋㅋ 하고 글 써봤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