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서장



어려서부터 유희왕이 좋았다.




그 당시 아이들이 가지고 놀던 멋져보이는 그림이

어린 시절을 매료했던 걸까


그게 아니면 한창 보던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의

역전극에 가슴을 졸였던 탓인가.




" 너 공격이라고 했지? 함정 발동! 성스러운 방어막! "


" 아~ 야 이게 뭐야 아 진짜!!! 다 때리면 이기는데 "




그런 유희왕에 빠져있던건 나 뿐만이 아니었고


학교가 끝나면 용돈으로 스트럭쳐를 샀거나

뭐가 좋은지도 모르고 팩깡으로 대충 쌔보이는

카드를 전부 때려박아 고무줄로 묶어


나무 정자에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애들로

가득했다




" 어 야 잠시만 나 전투 안해. 손에서 싸이크론으로

함정 뿌수고 다시 할게 "


" 아니 당당하게 뭔 헛소리야 니꺼 빨리 다 부숴 "


" 에이씨 저거 금지시키고 다시 해 "




< 룰과 매너를 지켜 즐겁게 듀얼! >


실제로 세세하게 뜯어보면 

어렵다 못해 지랄맞은 규칙들이 많았지만


' 몬스터의 공격으로 4000을 깎으면 이긴다 '

' 마법, 함정의 조화로 상대를 방해한다 '


이런 간단한 사실에 금세 별과 공격력을 기준으로

몬스터간의 우열을 가리고


판세를 역전하는 마법 함정들은

그대로 공세로 이어지던지, 

무시무시한 탑드로우 싸움으로 번지던지


마치 서부의 총격전처럼 생각없이 자원을 써

죽빵 대전으로 이어진 게임은

지금 생각하면 그리운 추억이며 

가장 재밌던 때가 아닐까싶다




" 응~ 그딴거 없어~

빨리 창세신 가진거나 내놔 나 이제 태권도 가야해


" 가져가 보던가 너 그럼 강솔이 책에다 낙서한거

애들한테 다 말한다? "


" 뭔 헛소리야 그거 니가 한거잖아 "


" 매직은 니가 빌려줬잖아!!!!

아 몰라 이딴 사기카드 쓰지마 무효야 무효! "


" 아 미친놈아 성방에 매직을 왜 칠하고 다니는데 "


" 무횻 무횻 무효오오오옷 "




철없던 어린 아이들의 장난은 금새 추억거리가 되고


승부욕으로 차던 나는

누구보다 유희왕을 즐기던 아이였다


뭐 중학교 들어가고선 즐기던 아이들은

하나같이 유치하다며 남아있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집에 남겨질때면 애니메이션을 보고

친구들과 카드뭉치를 가져와

앉아놀던 기억은 깊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아직까지도 카드가 새로 나온다거나

설마 그 회사가 남아있다는 사실조차 몰랐지만


유튜브 광고나 들릐우는 말들로

휴대폰으로 앱에 유희왕이 새로 나온다는 사실을 접한 나는 


' 오랜만에 다시 해보기나 할까 ' 라며 가벼운 마음에


앱을 다운받고. 실행하고. 시작했다.




근데 왜 몬스터존이 2개나 늘어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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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발제발제발제발 좆같은 짱깨들아 흔들리는 진자 아래에서 아가리 닥치고 죽어라아아아아 "




' 수원시실명전사금태준25 '

그게 인게임 닉네임. 




생각보다 입맛에 맞았던 이 유희왕


어릴때도 승부보단 즐거움(인성질)을 즐기던 나는

시대가 흐른 이 게임의 환경이 마음에 들었다


더욱 전략적인 즐거움이 가능하다고 해야하나?




대학도 졸업하고 남는게 시간밖에 없던 나는

겸사겸사 바뀌어진 유희왕에 대해서도 배우고


새로운 소환법이나 패트랩이라는 요상한

메타를 받아들이는데 꽤 많은 시간을 낭비했다


물론 취업도 해야하고, 토익 점수도 맞춰야하고

어머님의 손은 그렇게 생각 안하는 것 같았지만


범인으론 이해할 수 없는 경지가 있다!


그렇게 열심히 배우던 결과

총 승률도 그럭저럭 나오니까 뭐

게임 플레이 성향도 어느정도 맞았나보다




그저 보석만 쥐어주는 정도로 알던 ' 페스티벌 ' 은


판수만 많다면 도레미코드로도 올라갈 수 있는

랭킹전과는 반대로

실제 등수가 있고, 메타에 진심인 사람이 많아

덩달아 의욕이 붙은 나도 이 페스티벌에 집중했다


다른 사람들도 그런가? 하고 보니까


' 이미 즐기던 고인물들만 이득인 페스를 왜 냄? '

' 페스전용 덱이라도 내던가 속보이는 상술아니냐 '

' 충격, 해외 탑yp 몽마경의 DC컵 점수 '

' 이 새끼 좆같으면 개추 '


....같은 부정쪽의 여론이 많이 비춰졌다

그래도 점차 뉴비들이 분쇄되고 실력겜이란 모습이

많이 비춰지자 조금씩 밝아지긴 했다


딱히 신경쓰는건 아니지만





.

..

...



슬슬 페스티벌 끝나기까지 4시간.

시계는 12시를 가리키고 벌써 창밖은 어둑어둑하다


" 아ㅋㅋ 거기에 증쥐를 던지네

어차피 전개 안되는 패였는데ㅋㅋ.. 시발...."


쩌적 깨지는 손패와 필드.

별 생각없이 또 DUEL버튼을 누른다




새벽까지 하다보니 이젠 머리도 멍- 하고


게임을 시작하고 내가 항복을 누르든 상대가 누르든


서로가 밥 쳐먹고 듀얼만 하는 듀얼기계라

정신을 빼놓고 무지성으로


탁 화악


띠링! 촤아악


" 서랜치고 나가 잦밥아~ "


하며 의미없이 화면에 주먹질을 갈긴다

이거라도 안하면 진짜 기절할 것 같거든




오전 4시를 넘어가는 시각.


터져버릴것같은 머리를 곧추세우고

다시 새 판을 돌린다


띠링!

슈우익 화아악


촤아악


" 후... 끈질기네 "

긴장이 풀려버린건지 나지막히 혼잣말했다.


" 방금 상대는 꽤 잘했지, 마지막에 실수만 안했으면 "


방금 상대는 랭킹 2위의 랑칭주웡

...사실 1등부터 5등까지 나 빼곤 다 중국인이라

대부분 이런 닉네임이다


지금까지 패트랩만 밟던 게임만 하다가

오랜만에 제대로 된 듀얼을 해본 기분이다


아니면 이 판을 마지막으로 패스가 끝나

기운이 돌아온 걸지도 모르지만


여차저차


그렇게 희대의 듀얼을 끝내고

마지막 한판 후 집계된 결과는




< DUELLIST CUP : 1608940P >

               전체 랭킹 3위!




" 와우 "


꽤 높았다.




' 보상은 몇잼 주려나? 다음은 또 낙인메타라는데

또 오프놈들 호들갑만 더럽게 떠는거 아냐? '


따위의 아무래도 좋은 생각을 하던 중

별 감흥 없이 페스티벌의 최종 보상을 확인하였다




" 젬에... 인장에... 뭐 이정도인가? "


더 뭘 바라겠냐만은


그래도 기껏 세계랭킹 3위나 한 만큼 메일이라도 한통 날라오거나 축하한다는 말이라도 있을 줄 알았는데


진짜 나온대로 보석만 주고 끝이네


쩝.




그대로 화면을 접고 페스티벌 미션 칸에

일일미션이라도 끝낸게 있는지 (1) 알람이 떠있다


별 감흥없이 눌렀지만 

< HIDEN MISSION COMPLETE ! >

라고 평소처럼 띠링! 하고 뜬 알람.


그래 3위한테 이정도 이벤트는 있어야지


라투디 말곤 이런쪽으로 참 인색하기 그지 없으니까

티끌만한 보람이여도 이 겜 붙잡고있는 흑우에겐

그것마저 감지덕지했다


받아보니 알람창에 뜬 왠 티켓 한장


"레전더리... 팩? 예네는 하나같이 이름이 왜 이러냐"




상점 칸으로 가보니 레거시 팩 아래 뜬 새 뽑기칸


< 레전더리 팩 >

- 수많은 역경을 뛰어넘은 듀얼리스트를 향한

희대의 도전! 지금 새로운 카드들로 세상을 누벼라! -


설명이야 대충 무시해주고


한가지 신기한것은 수록 카드들을 나타내는

화면엔 아무 정보도 기입되어있지 않다는 점


그리고 팩을 까서 뜯어보니

레거시마냥 팩마다 딱 1장씩만 나온다는 점이었다




" 심지어 슈레도 아니고 배경 보니까 N이냐... "


테두리와 배경에 금빛이 돌면 SR

무지개 빛이 돌면 UR

아무것도 안돌면 그냥 N이나 R등급이었다


까본 팩에는 역시나 별거 없는 잿빛만 횅히,


R등급일 수도 있지만 사실 가루 갈면 N이든 R이든

금방 만들어져서 정말 의미없었다


그래도 눌러보긴 해야지




쓱. 슈핑. 카아악


오 호프떳네




팩 위로 날라들어온 카드가 평소보다

좀 더 돌기 시작하면서 이윽고 카드명을 보인다




" 시오토메... 레이? "


뭔 이름이여 이거


카드속 일러스트는

로딩 덜 된 이미지마냥 잿빛으로 비어있고


기제 정보는 <empty> 라며

속성도, 종족도 공 수 조차 전혀 비어있다.


그나저나... 사오토메 레이?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이 게임 개발자 중 한명의 이름이던가




눈치첸 순간 폴라로이드 카메라가 점차 형상을

나타내듯 잿빛 화면엔 그림이 그려진다


이런 경우는 처음인데?

하면서 얼굴을 더 가까이 댄 순간ㅡ


" 뭐야 이거 "


빈 그림에 그려진것은 사오토메 레이가 아니었다.


수척한 얼굴에 듬성듬성 나있는 수염

입가에는 자다 깬 침을 미쳐 닦지못해

얼룩한 자국이 남아있는 한 청년.


나였다.




" 시발 뭐냐고 이거 "


코나미 새끼들이 드디어 미친건가?

파일 허용을 해줬더니 내 사진으로

이런걸 올려?




직후 비어있던 효과창에 글자들이 적혀온다


- 금태준, 25세. DC컵 순위 3위 신장 176CM, 무게 74kg, 사용 덱.....


비어있던 텍스트 칸에는 내 인생을 그려내듯

5줄이 넘어가도록 내 개인정보가 적혀저간다




나이

성별

거주지

주민번호

인간 관계

첫키스 

0회

...

..

.



온갖 정보가 가득 찬 글귀는 어느 순간 멈추더니

로딩중... 이라는 말을 끝으로 마침표만이 찍혀간다




미친. 


이라고 말하려 했지만

이젠 목구멍 넘어 소리가 나오지도 않는다


몸은 폰을 붙잡은 채로 굳어선

눈치채면 온 몸이 정지화면처럼 멈춰


오한이 들었다


으득. 

하고 목과 턱주가리에 힘줄을 돋군다


불길한 휴대폰을 던져버리려

팔근육과 어껫죽지 사이를 뜯어내도록 힘을 주지만

그래. 미동도 하지 않겠지


바보같은 표정으로 바라보며,

2분 3분인지 인지할 수 조차 없는 

찰나의 시간이 흘러

'로드 완료.' 라는 글자만 떠 있을 뿐이다




화아아아아아아아아악




이윽고 화면은 하얀 빛을 뿜는다


눈이 타는듯 하지만 

아직도 감을 순 없다.


시발 존나 따갑네


조금이라도 보이던 건너의 배경은

이미 빛무리 사이에 가려져 보이지 않고


정신을 잃었을때는 이제야 몸이 움직이는지

멀어버린 시야에서 짧은 소음이 들려왔다


쿵. 하고






=======================





" 뜨렇ㅎ그릋으 어헙!!! "


요란한 몸짓을 하며 넘어진 몸을 세운다.


그리고 동시에 기이한 이 광경에 넋이 나가

멍 하니 하얀 벽... 아니 끝없는 하얀 공간을 바라본다


그러고 보니 내가 마지막으로 하려던 말이 뭐더라?


" 미친 "


그래 그거




.

..

...




휘 휘 후


정신을 부여잡는 주문을 외우고 상황을 살폈다


아무래도 납치범이 최소한의 매너는 있는편인지

가진 소지품은 남김없이 남아있었다


니트, 팬티 차림의 볼폼없는 옷이나

데이터도 안터지는 낡은 휴대폰 같은거


그저 멍ㅡ 하고 앞만을 바라보던 사이

저벅 저벅 하고 누군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의 근원지를 바라보니


꽤 먼 곳이라 

언뜻 봤을땐 그저 검은 점처럼 보였지만


자세히 검정색 옷을 입었다기 보단

해진 남색의 누더기를 걸친 모습에 가까웠다


얼굴은 사슴 뼈 모양 해골의 모습을 하고있었다. 

아니 진짜 해골인가

로브 사이로 보이는건 육체가 아닌 갈비뼈였으니

응. 분명 해골이었을거다




조금 기다렸을까, 침을 꼴깍 삼키고

눈앞에 있는 이 거대한 괴물을 바라본다


이제 보니 2m를 조금 넘는 거구.

눈을 마주치려다 일단 고개를 떨군다

생각해보니 눈알은 없겠구나 싶어서


허나 이 괴물은 어색한 분위기를 깨듯 말했다


" 어...어 지금 많이 혼란스러우시죠?

아! 이 모습때문에 많이 놀라겠구나 자 잠시만요오.. "


말이 끝나자마저 거구의 해골빠가지는

바로 눈앞에서 인지하지도 못한 사이

180cm의 건장한 성인 남성으로 변해있었다


그것도 턱시도를 입고 올백의 회빛갈 머리색을 가진 조금 잘생긴 남성으로




" 크흠! 이정도면 그래도 부담스럽진 않으시죠? "


" ... 아! 네 네 물론이죠 "


" 다른 차원의 사람을 이동시키는건 영 어려웠어서...

혹시 새끼손가락 하나가 허벅지에 달려있다건가

그런 일은 없으셨죠? "


뭐라는거야 존나 무서워


" 네 하하... 다행히도 그런일은 없네요 "


" 후 다행이다. 서있는채로 말하는것도 뭐하니

일단 앉아서 이야기 하시죠 "


라며 가볍게 박수치니 

갈빛의 고풍스러운 식탁이

땅에서 피어오르듯 나타났다


물론 추호도 앉아서 이야기할 생각따윈 없었고

일방적인 사내의 말에 휘둘리고 있을 뿐이었지만


그 해골빠가지가 본체인걸 생각하면

뭔가 입 닥치고 따라가야만 할것같았다


내가 지금 무슨 꿈을 꾸는건지...




식탁에 앉은 그는 어느새 잔에 담긴 홍차를 홀짝대며

손짓으로 나 또한 찻잔이 준비된것을 알린 뒤

입을 땐다.


그는 자신의 이름은 다크니스이며

이벤트를 통해 실력있는 듀얼리스트를

찾아 이곳에 초대시켰다는 말을 했다


" 보니까 대단하시더라고요! 

랭크는 매 시즌 최고위에

각 패스티벌도 마지막 점수까지 달성하시고

이번 DC컵도 비주류 덱으로 3위나 하시니! "


비주류라니 말이 심하구만

나름 그 메타에 최적화된 덱을 고른건데


" 네... 아하하 칭찬 고맙습니다 "


" 플레이 영상도 봤는데 다른 분들은 아무래도 싹 다 전뇌계다보니 태준씨가 하는 플레이는 뭔가 특색있다고 하나 재미있다고 해야하나... 


아! 이런 제가 혼잣말이 너무 많았네요 

지금도 뭐가뭔지 잘 모르실탠데 죄송합니다 "


화색이 되어있던 사내는 이내 헛기침을 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고쳤다


쩝 듣기 좋았는데 조금만 더 하지




" 사실 태준씨를 부른건 다름이 아니라

자그마한 부탁을 하기 위함입니다 "


" 부탁이요? "


" 혹시 유희왕GX라는 애니를 보신적 있으신가요? "


그 이름을 듣자마자 반사적으로 눈이 커졌다


그야 어린 시절 내 추억을 함깨한 애니이자

개 쩌는 사이버 드레곤을 보여준게 아닌가


" 아 네 저희가 자주 봤죠 "


" 혹시 최종보스가 어떻게... "


그야 간단하지 않은가


지금 다시보는것도 아니고 그 당시 애니를 봤던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하다니


" 물론 크로노스죠! "


남자는 갑자기 얼굴이 존나게 구겨졌다


뭐지? 크야호를 외친게 잘못된건가?




조금 지나자 

분노에 가까웠던 얼굴이 실망으로 바뀌고 남자는 깊게 한숨을 쉬더니

이렇게 말했다


" 네... 크로노스 그것도 굉장히 좋은 듀얼이죠

근데 혹시 다른 빌런이라던가 좀 더 어둡다던가... "


모른다 그딴거

새어보기만 해도 10년 전 애니인데


어떤 에피소드는 보지못해 빼먹은 적도 있어

나도 전부를 알진 못했다


안다고 해도 아스카, 쥬다이의 태그듀얼 정도?


" 제가 전부를 챙겨본건 아니라 저도 그부분은 잘... "


" 하... 그런가요 태준씨 실례지만 혹시

이마 좀 여기 이쪽으로 가깝게 "


뭐야 왜 뭐하게


지금까지 남자에겐 딱히 적대감이라던가 위협하는 움직임은 없었지만


방금 표정은 누가봐도 실망한 얼굴이었으니까

갑자기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지금은 말쑥한 스윗슈트남이지만

그 속은 날 이곳으로 납치한 매직샌즈니까


아냐. 그럴 일 없어 행복회로나 존나 돌리자

별 일은 없겠지 또 뭐가 있겠어?




남자는 톡 하고 내 머리 위로 손가락을 올리더니

갑자기 이제껏 봤던 애니의 내용들이 전부 기억난다.


" 자. 이제 다크니스 하면 뭔가 떠오르시나요? "


쥬다이와 크로노스의 대결

이제 이딴건 필요없어

뇌속에 블루 스크린이라도 뜬거냐

인공위성 쫄쫄이 무녀 공룡

헬 카이저와 암흑사도 요한의 대결


" 아! 그 그.....그 !! "


다시 조금 밝아진 눈빛으로 날 바라보는 남자


이제보니 뭔가 기대하는가본데 미안해서 어쩌나


" 눈깔괴물! 갑자기 쳐나온

그 눈깔괴물 맞죠!!! "


아까보다 더 꾸겨진 얼굴로 땅바닥을 쳐다본다


방금은 뭐랄까 분노에 가까웠다면

이번껀 슬픔이나 회환쪽이라 해야하나


어째 본명보다 눈깔괴물이 더 먼저 떠오른걸까


조금 미안해지네




졸업듀얼 이전 '표면상' 유희왕 GX의 최종보스는

갖가지 사기효과와 흑막의 포지션으로 있던

일명 다크니스 라는 샌즈다


생각해보니 처음 자신을 소개했을때도 이 사내는

자신을 ' 다크니스 ' 라고 소개했었고

처음 만났던 거구의 해골빠가지 또한

기억속 다크니스와 완전히 똑같은 얼굴이었다


아 애니의 다크니스는 좀 더 씹게이같은 복장이다만


" 하... 맞습니다 제가 그 다크니스입니다

DM과 5D's 까지 이어지던 세계관에선 

파괴신 정도의 역할을 하고있죠 "


뭔가 쓸대없이 설정은 거대하다고 하려했지만

일단은 조용히 하기로 했다




" ...우선 저는 이 GX라는 애니에

 마음에 안드는게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사이오 그새끼는 원레 극장판에 나올 설정이었던거

빛의 교단으로 나와 대척점인 내 복선 다 쳐먹었고!


삼환신이나 흑막 떡밥은 전부 유벨이 가져가서

저는 그냥 가면쓰는 찐따남이 되버렸단 말입니다! "




뭔가 항변하듯 말하는 남성


토해내고 나면 다시 숨을 고르고 

뭔지 모를 소리를 해댄다




" 그야학원 성장물로썬 성공했다고 하지만


그저 쓸때 없이 어둡기만 한 설정 잡아선

주연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소시오패스로 만드니

남는건 결국 패왕 간-지밖에 없고


애초에 학기마다 신규 캐릭터 추가가 문제라

팔아먹을라고 신규캐에 분량 꾸역꾸역 나누다보니

스토리 완성도가 나락간거 아닙니까!


그래! 엑조디아 수도승은 몰라

근데 흑인 총알남이랑 리노 젝슨은 왜 추가하는건데

켄잔이랑 에드까지가 좋았다고오오오!!!! "


...슬슬 다른 카드게임 언급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아니 그보다 본인이 욕먹은건 성의없는

듀얼로그 때문이 아닌가?


라고 하면 또 얼굴을 구기겠지




숨을 헐떡거리며 빨개진 얼굴을 가라앉힌 남성은

잔 위의 홍차를 원샷때리고 입을 열었다.


"... 갑자기 이상한 소리 해서 죄송합니다 


아무튼 처음 말했던 부탁 이야기를 해보죠

단도직입적으로. 태준씨는 이 GX에서

저를 좋은 최종보스로 만들어줬음 합니다. "


?

내가 너를?

나 쫄라맨 그릴지도 모르는데


" 아하하... 무슨 소리세요?

제가 무슨 방송작가도 아니고 "


" 태준씨는 제가 준 티켓을 받고 이곳에 왔죠? "


물론 알고는 있다

날 이곳으로 날려버린 그 황갈색의 팩


" 태준씨가 이곳에 온 것처럼 

저는 차원을 이동할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그러나 타인의 이동은 정신만이 한계라

사실 이 육체도 이 공간이기에 만든것일 뿐이죠


그래서!


태준씨가 직접 GX 애니의 케릭터의 육체속에 들어가

그 이야기를 더욱 재미있게 만들어줬으면 합니다 


아! 원레 세계는 걱정하지 마세요

그곳에서 10년을 보내도 현세는 1초도 안지나니 "


차근차근 설명하는 다크니스의 말을 들어보니

어느순간 빙의물 왭소설에 자주 나오던 설정이란걸

금방 눈치쳈다


" 그렇다면 제가 GX세계의 케릭터로 빙의하라는 말인가요?"


" 그쪽 표현으로 하면 그쯤 되겠네요 "


" 혹시 그 육체가 팩에 뜬 케릭터 인가요? "


" 아 네 정확합니다 "


" 저기... 알고 게실진 모르겠는데

제가 뜬 캐릭터가 하필 ' 사오토메 레이 ' 거든요 "


" 그런데요? "


뭐가 ' 그런데요? ' 야 미친놈아


처음 누구인가 했더니 

저놈이 머리를 건드린 순간부터 모든것이 떠올랐다


사오토메 레이. 초등학교 5학년 그러니까 12세

성별 여성 (남장함)


이녀석의 원작 스토리는 헬카이저 보고 좋다고

따라다니다 주다이한테 개같이 쳐발리고

그 뒤론 어엉 주다이님 하면서 쫄래쫄래 따라댕기는

금사빠 잼민이다


문제는 듀얼 아카데미의 여기숙사는

오시리스 블루밖에 없는 터라


남장이 들키면 바로 퇴학이라는 리스크와

만약 빙의되더라도 남자 화장실 밖에 없는

오시리스 레드에서 씻고 싸고 해야한다


아니 이건 좋은건가?


아무튼 그러니까 저 샌즈는 

레귤러 케릭터 중 쥬다이도, 만죠메도 아닌

나보고 액체괴물 쫀득이는

여초딩 몸에 들어가서 자기좀 꾸며달라는 거다


다시 조금 고민을 해보고

잠깐의 시간이 지난 뒤 말했다


" 혹시 케릭터를 바꾸는건 안되나요 "


" 그건 어려울것 같습니다

정신을 바꾸도록 연결하는것도 어려운지라 "



후 그렇다는거지



" 저기... 죄송합니다만 저는 못할것같아요

아무리 그래도 어린 초등학생은 좀ㅡ "



" 단 한가지!!!!! 


제 부탁을 들어주시면 저도 태준씨의 소원을

단 한가지 들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뭔가 막힌듯 절박하게 말하는 회색빛의 남성



" 억만 장자도 좋고 연인을 만드는것도 좋습니다


아 그래도 세계 정복은 조금...

아무튼!


갑자기 데려와놓고 이런 말은 굉장히 실례지만

이제 돌아가는것 자체는 언제든지 가능하시고


또 툭까놓고 손해볼것 없는 장사 아닌가... 아 방금은 그냥 한말인거고 그게 그러니까 "



흐음


갑자기 다크니스의 말이 급해졌다



" 이렇게 연결하는것 자체도 몇년간 모아왔던

힘 적금깨듯이 한거라 마구잡이로 돌릴 수 있는게

아닙니다...


이번에 거절하시면 다신 안올 기회인데

다시 생각해주시면 안될까요? 네? "



이제 보니 약간 윤곽이 잡히네


그니까 난 유희왕 보스 전체중 

가장 능력있는 설정 붙이고 찐따인 놈 상대로


' 갑 '

이라는거 아니야?


" 흐음 "


" 저기 그러니까 참가 하시는거죠? 맞죠? "


" 글쎄요 들어갈까 말까요

사실 조금 시간낭비같은데 "


" 히익! "


이녀석 리엑션이 찰진데?


머리속으로 대강 손익계산이 끝난 나는

보이지 않도록 입을 가리며 작게 웃음지었다


" 좋아요. 재미있어 보이네요 까짓거 한번 해보죠 "


" 아 정말요? 헤헤 가시기 원하시면 언제든지

준비되어 있으니 말만 하면 "


" 그 전에


레이라는 초등학생 하나론 아무래도

이야기를 ' 즐겁게 ' 하긴 힘들것 같거든요 


애초에 원작 스토리 대로면 레이는 3기부터

참여하는 케릭터라 많이 불리합니다 "


실제로 [ 사오토메 레이 ] 는 여장 컨셉이 카이저에게

시작하자마자 까발려져서

입학 연령 미달로 입학 첫날 돌아간다


스토리에도 끼지 못하고 잠깐씩 나오던 조연이기에

사실상 개그케릭터에 걸맞는 비중



" 네? 아 그러고보니 "


" 그래서 GX세계로 들어올때는 몇가지 기능을

추가해줬으면 합니다 "


" .

  .

  .

 네? "


뭘 벙찐 표정으로 앉아있나


자기가 빙의물을 찍을꺼라는데


그런 장르라면 당연히

특전같은것도 몇개 얹어줘야하는게 기본 아닌가?


아주 푸짐한 거로다가



.

..

...


대충 조율을 마친 나와 다크니스는

바닥에 수상한 마법진을 검은 분필로 대충 그렸다


" 네! 완성했습니다

이제 이 중앙쪽으로 올라가시면 무사히 이동

가능하실 겁니다 "


다크니스 이놈에게 톡톡히 뜯어내긴 했지만

막상 갈 생각을 하니 가슴이 두근거린다


가면 우선 뭐부터 할까?

듀얼 빵부터 먹어볼까? 아니 지하듀얼의 왕을 노려서

밑에있는 놈들도 전부 벗겨먹을까


이미 도착하기 전부터 잔뜩 망상을 부풀린체 마법진의 중앙에서 신호를 기다렸다


이윽고 요구사항대로 그다지 눈부시지 않은

검은 빛이 마법진의 불을 밝히며

몸의 움직임도 점차 굳어져간다


" 도착하셔서 궁금하거나 필요한게 있다면

가면 쓰고있는 애한테 부탁하시면

아마 대부분 해결 될꺼에요~ "


놀이기구 전 몇가지 안전수칙을 알리는 이처럼

그 또한 맑아진 목소리로 말한다


저녀석도 들뜬건가?

아까 이야기 할때는 꺼질듯이 한숨 쉬더만


" 욕망의 항아리같은 금지카드의 금제는 2004년을 따르니까 그점 유의하시면 됩니다! "


그래 이제 진짜 시작인가 보네


들어온 '레이' 의 몸으로 학교 졸업까지 4년

먹고 자고 듀얼만 돌리는 생활


그때 그 시절 즐겼던 게임처럼

낭만과 열정이 가득한 시절로

아무 걱정없이 편안한 듀얼을! 


" 아! 그리고 한번이라도 패배하면 게임 오버니까

그점 참고해주시고 "


뭐?


' 아니 잠시만 '


" 한번이라도 지면 뭐ㅡ "


" 즐거운 듀얼 되세요~ "


라는 말을 끝으로 이젠 검은 장막이 시야를 가렸다

그래 실실 쪼개던건 이것때문이었구나


아무튼 그렇게 시작됬다


원코인 원데스, 들키면 퇴학, 기본덱 최약의

오시리스 레드 입학 소녀


사오토메 레이로써의 듀얼 생활이









........


" 후! 진짜 이번 참가자도 만만치 않네 


그래도 역시 영업의 신 다크니스

참가자 3명 모두 별 문제 없이 전이 성공! "


그는 맞지않는 정장과 넥타이를 벗어던지고

가죽 제킷에 남색 머플러를 크게 휘감은

씹게이같은 복장으로 갈아입었다


" 그래도 설마 그런 소원을 빌다니


나머지는 전부 자기 욕망에 맞춘 것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는데


역시 이번 참가자가 가장 가능성이 높으려나

열정만큼은 그들중 가장 넘쳤으니까 "


그는 손바닥에서 와인잔을 피어내고

파여있는 홈에서 선홍빛의 와인을 채워나간다


그리고 생각치도 못한 그 '소원' 의 내용에

키득거리며 혼잣말을 주절거렸다


" 그렇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어이가 없어


설마 히어로 신 지원을 매년 내달라니

그런 소원은 어떤 생각으로 내는거야? "











이런 소설 처음써봄

다음화 안씀 듀얼로그 구상만 함

반응 좋으면 쓸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