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개인 소감인데 예상치 못한 갈드컵 오픈 될 수 있으니 사전에 몇 가지 당부하고 감. 

1. 나도 티아라 싫음. 하루 빨리 이 메타가 없어지거나 그냥 마듀 섭종했으면 좋겠음 진심임.
2. 순전히 본인의 경험에만 의거한 소감임. 반박시 네 말이 맞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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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스터병 말기 환자라서 평상시엔 매번 딕을 굴렸음.
항상 티어덱은 만들어만 놓고 쓰질 않았고 정말 나한테 안 맞는다 싶으면 갈았음. 대표적으로 후완, 참기토커.


근데 이번 메타는 이런 고집이 안 먹히는, 절대 강자가 지배하는 메타잖아?
내 딕, 덕은 티아라를 잡기엔 역부족이고 카운터 테마인 후완은 다시는 하고 싶지 않고 
하지만 이기기는 해야하니 나도 티아라를 든다 말고는 선택지가 없었음.
 

그래서 ㅈ같지만 결국 티아라 만들었고 
미러전일 땐 머리가 뒤지게 아픈 테마라길래 관전 리플레이도 집중해서 보고,
유투브도 계속 찾아봤고, 이를 토대로 실전에서도 티아라를 꽤 굴렸음.


솔직히 모두가 느낀 거랑 크게 다르지 않음.
진짜 개미친 덱이라는 거, 이런 상황에서도 뚫을 수 있다는 거, 덱에 대한 혐오, 증오, 카타오카를 향한 저주,
그러면서 나도 똑같이 티아라를 쓸 수 밖에 없는 죄책감, 그런 와중에 내 메이루는 라도리인 것 등등
다들 느꼈던 거 나도 느꼈음.


만일 100% 이런 감정 뿐이었다면 난 마듀를 잠시 쉬었을 거임. 티아라 제재 먹을 때까지.
하지만 이 안에서도 긍정적인 결과가 있었기 때문에 계속 해볼 생각임.


많이 이겨서 랭크를 쉽게 땄다? 아 그것도 있긴 함. 티아라 카운터가 아닌 덱 상대하기 너무 쉽긴 하더라.
그러나 내가 말하고픈 것은 '내가 게임을 바라보는 자세'가 달라졌다는 것임.


의외로 난 티아라 '미러전'이 재미가 있었음.
아 이땐 이렇게 했어야 했구나. 아 이땐 덱을 갈지 말고 멈췄어야 했네.
결과적이긴 하지만 저점을 이렇게 세웠으면 더 좋았겠네.
아...이거 일단 턴을 줘야... 어? 잠깐 킬각이네? 하면서 스스로 놀라고.

하면서 분?석의 재미를 느끼게 된 거임.


단순히 좋아하는 딕, 덕을 분석하고 티어덱을 돌파하기 위해 아락바락 한 것과 달랐음.
서로 동등한 입장에서만 볼 수 있는, 약간의 커스텀 차이가 승패를 가르고,
한 순간의 판단 미스로 판세가 기울기도 하고, 상대의 방심을 캐치해 역전을 하고,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마냥 나쁘지 않았음. 이건 이것 나름대로 재밌다는 거지.
더군다나 덤핑에 따라서 변수도 다르다보니 항상 예측이 가능한 것도 아님. (물론 이건 운빨 요소라서 빡친 적이 더 많긴 했다)


이런 경험을 하고 나니 게임을 보는 시각에 변화가 생겼음.

예전에 다른 티어덱들을 상대할 땐 대체로, 
체급 차이에 밀려 일말의 저항의 여지도 없이 서렌을 치거나 ( 상검, 낙인, 하리파 등 )
크게 머리를 굴리지 않고 일괄적인 행동만 해도 된다거나 ( 드트, 후완, 용사 등 )
선후공에 지나치게 구애를 받아 행동이 제한된다거나 ( 아다마시아, 캐리어 등 )
해서 '아 이 덱이 강하다' 라는 인식만 있고 분석을 철저히 하거나 덱을 보완하거나 하는 의지가 그닥 없었는데


티아라 미러전을 겪고 나서는 단순히 체급 차이를 분석해서 카운터와 돌파법을 숙지하는 게 아닌,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고, 좀 더 넓은 의미로서의 게임판을 볼 수 있어야 한다라는...
그저 겜안분이며 씹뉴?비였던 내게 이런 영역도 '일단은' 있다는 것, 더 깊게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는 것을
티아라 미러전을 통해서 체감한 거지.


뭐, 카드겜 좀 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염두하는 부분이긴 한데 난 카드겜 좀 하는 사람이 아닌 걸?


물론 티아라 미러전이 재밌는 부분도 있으니 티아라 메타는 좋은거다! 라고 말하고 싶은 건 당연히 아님.
너도나도 티아라 혹은 티아라 죽인다라 일단 덱이 다양하지 않아서 지겹기도 하고,
한판한판의 피로도가 상당하고, 앞서 내가 길게 얘기하긴 했지만 이런 재미보다는 아무래도 ㅈ같음을 더 자주 느꼈지.
다만, 비린내만 풍기는 100% 폐기물 겜이 아니라, 이 안에서도 나름 괜찮았던 지점이 있긴 했다라는 것.


오늘도 티아라 몇 판 굴렸고
ㅈ같았고

지겨워서 할 것만 하고 바로 껐지만
그 사이에서도 나 스스로도 놀란 킬각을 찾아냈고
상대의 플레이 미스를 반면교사 삼았고
실수 조온나 많이 했고
색다른 방식으로 티아라를 돌파하는 비티어 덱을 봤음.






한 줄 요약 :
게임을 넓게 볼 수 있게 된 건 좋지만 이 물고기들 다 꺼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