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광고 보고 마침 예전에 겪은 일 생각나서 옴

혹시 이전에 나처럼 따라갔던 사람이라면 이미 아는 내용일 수 있음

글을 주저리 주저리 쓰는데, 썰을 많이 풀어본적이 없어서 읽는데 불편할수 있음

아래 3줄 요약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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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방대를 다녀서 기숙사에서 살았거든?

그래서 고속버스를 탄 후에 시내버스를 타러 가는중이었어

근데 가는 길에 어떤 여자 한분이 말을 걸더라고

"혹시 oo소방서를 가려고 하는데 어디로 가면 되나요?" 하면서 물어봤지

그래서 나는 "제가 여기 살지를 않아서 잘 모르겠네요" 했는데

휴대폰으로 검색해보라 하는거

뭐지? 귀찮은데 걍 빨리하고 가야지 하는 마음으로 지도켜서 봤더니 3분정도 가면 있는 건물임.

그래서 알려주니까 "와 진짜 착하시다. 인상도 훤하시고~" 하면서

흔히 아는 도를 아세요? 가 시전이 되어버리더라고?

속으로 직감했지.. '아 나도 올게 왔구나.'

조상님의 덕을 보고있다~ 가족중에 ~한 사람이 있지 않냐는 등등 두루뭉술한 말들만 늘어놓더라

대충 맞장구 쳐주니 "이렇게 서서 이야기하지말고~ 저기 kfc가서 햄버거 하나만 사주세요~" 하는거

오... 당시 학생이라 돈도 없고 심지어 밥도 먹고왔기에 "제가 배가 불러서 카페는 안될까요?" 하니까 

나름 양심은 있는지 '알겠다' 하고 카페에 감


거기서 아까하던 이야기를 하더니

"조상님이 이제 이승에 머물지 않으시도록 제사(? 정확한 이름이 기억안나서 이후에도 제사 라고 함)를 지내야 한다고 함

그래서 나는 "아 제사를 지내면 제가 좀 괜찮아 질까요?" 하면서 받아쳤고

그쪽은 옳다꺼니! 하고 덥석 물었음 "아 그런데 이게 제사에 들어가는 비용도 있고, 조상님에게 정성을 보여야해요~" 하길레

내가 "얼마가 필요할까요?" 물어봤음

그 여자가 "이건 정성의 영역이라서 값을 부를수가 없어요~" 하는데 

바로 지갑을 열면서 "아 제가 이것밖에 없는데..." 하면서 우물쭈물 하는데 지갑엔 5000원짜리 1장, 1000원 한장 달랑 있었음.

진짜 그지였지. 알바비도 들어오기 전이었고.....

여자가 "아.. 카드에도 돈이 없나요..?" 떫은 표정으로 바뀌고 '이놈은 뜯어먹을게 없겠는데?' 하는 뉘앙스의 어투가 되어버림.

교통카드에 얼마있냐고 까지 물어보더라;

그래도 내가 아쉬운듯이 행동하니까 장기고객 만든다 생각했는지. 꾸준히 올려야 하는 제사 라는식으로 말을 바꿔버림

내가 그래도 되는거냐? 하니까 "네 정성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죠~" 하면서 갑자기 "지금 갈까요?"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더라.

솔직히 따라가도 될까? 싶은 마음도 들기도 했지만 내가 또 호기심이 넘치는 놈이라.

기숙사 친구한테 '오늘 내가 점호시간 전까지 안들어가면 경찰에 신고좀 해주라' 라고 카톡남기고 따라감

그리고 혹시 이사람들이 감금하고 안보내면 안되도록 "이따가 친구랑 약속있는데 그 전까지 될까요?" 라고 밑밥도 깔아둠.


이제 그 여자를 따라가다 보니, 아까 물어봤던 oo소방서가 보이네

"어? 여기 oo소방서 아니에요?" 하니까 "아 그러네요" 이러고 끝. 애초에 관심이 없었으니까.

좀 걷다가 보니까 점점 골목 안쪽길로 들어갔어.

그러다 백반집같은 건물이 나왔는데 2층으로 올라가니까 종교시설같은게 있었는데,

정확하게는 그냥 가정집에 제사상 크게 열어둔 정도?

거기엔 나랑 그 여자를 빼고 3~4명 정도가 더 있었음

사실 이때 진짜 불안했던게 '아- 안하겠다 하면 이 사람들한테 드레곤볼 당하는거 아닌가?' 싶었다.


여튼 방으로 안내되었고 거기서 가족 번호랑 가족 주민번호를 물어봤어

나는 구라까면 바로 전화했을때 걸리니까 전화번호만 동일하게 하고

나머지는 대충 있어보이게끔 조작해버림

다 적어두고 나니까 제사비용을 뜯기는데, 아까 있었던 6000원을 건내줌

잠시 기다리라 하더니 흰 삼배옷을 들고 나한테 입으라고 주더라.

"이거 입으시고, 다 입으시면 옆방으로 와주세요~" 함

위에 걸쳐입고 말대로 옆방으로 가니까 제사상을 차려놓고 기다리는 중이었음

그리고 절 하는 방법을 알려주는데

손으로 기를 모아서 기를 땅으로... 어쩌고 하는데 이건 좀 길어서 생략.


어찌저찌 제사를 마무리하고

음복이라고 하지? 제사를 지냈던 음식을 먹었어

올렸던 정종도 마시고 아까 걸어오면서 배가 고파졌는데 덕분에 배 빵빵하게 채움

배를 채우고 나니까 이 사람들이 착하게 보이기 시작하더라?

'어? 이렇게 대가리가 깨지는 건가?' 싶다.


그때는 긴장해서 시간이 가는 줄 몰랐는데 보니까 3시간이 지났더라.

뭔가 더 전파를 하려고 책을 슬금슬금 챙기는데

슬슬 가야한다고, 친구랑 약속시간 다 되어간다고 했음.

아까 밑밥 깔아두길 잘한거 같아.

처음 날 꼬드겨서 데려온 여자가 "아 맞다" 하면서 나를 친절하게 버스 정류장까지 데려다 준다고

짐을 챙겨서 같이 나가자고 안내를 해주기 시작함

가면서 내 번호가 맞는지 아까 적었던 전화번호를 보고 전화를 걸어보더라? 

"이 번호가 제 번호에요. 다음에 제사 할 때 연락 드릴게요~" 하면서 슥 내폰을 보더라. 

내 휴대폰에서 진동이 여러번 울리는걸 확인하고 나서야 다시 앞을 보며 걷기 시작함.

진짜 식은땀 났다.


버스가 왔고, 나는 버스를 타고 여자에게 인사를 건낸뒤 생환했다는 안도감이 들음

기숙사 친구한테 '살아돌아왔다' 라는 카톡을 보냄.


그때 잃어버린 커피값(3500x2)+제사비용(6000) 해서 13000원...

솔직히 '경험을 샀다' 라고 하면 '전혀 아깝지 않은 돈이었다.' 생각한다.

글 쓰면서 다시보니까 그때 먹은 백화수복+과일+약과 합하면 진짜 손해가 아니긴 하네


<3줄요약>

대학교 기숙사 가려다 도를 아십니까를 만났다.

따라가서 돈을 뜯기고 제사(?)를 지냈다.

이후 무사히 돌려보내줬다.


6~7년 지난 이야기인데 아직까지 생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