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 아카보 지른 기념으로 어제 전쟁기념관 모시고 갔을 때 들었던 교수님 소련군 복무 썰 몇 개 더 풀어봄.


1956년생인 교수님은 74~76년 경 아무르 주의 중소국경지역에서 복무를 하심.


시대가 시대다 보니 중국을 경계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강조되던 시기였음.


1.경계근무는 항상 개떡같이

존나 추운 동네다보니 경계근무를 나갈 때 짤에 보이는 것처럼 옷을 몇 겹으로 껴입고 나갔다고 함. 전투복을 입고, 누비방한바지를 입고, 장화를 신고, 그 위에 펠트 덧신을 2겹이나 신고, 위에도 코트를 입고 저 두꺼운 코트를 입고 나가야 안 얼어 죽는다고 함.

그렇게 경계 근무를 서러 나갈 때면 보초 교육으로 '절대 졸지 마라' 고 했다고 함.

보초보고 졸지 말라고 하는 게 뭐 신기할 게 있냐, 할 수 있는데, 대충 아래와 같음.

1.아무르 강은 겨울에 얼어붙는다.

2.중국놈들이 야음을 틈타 소련으로 넘어온다

3.그 놈들이 소련 보초의 목을 따서 사라진다.

4.뒤지기 싫으면 졸지 마라

대충 이런 소리였음.

근데 뭐 얄짤 있나. 다 쳐 잤다고 함. 근무 루틴이 대충 이랬다고 함.

1. 2시간 동안 부대 및 인근 통신소 순찰

2. 2시간 동안 초소 안에 짱박혀 있기

3. 2시간 동안 수면

놀랍게도 얼어죽진 않았다고 함. 역시 쏘련 옷이 따뜻하긴 한 듯.

아무튼, 이렇게 근무를 개떡같이 서고 있더라도 '참모부의 스파이'들이 있어서 장교가 순찰 돌 때 따로 연락을 넣어줬다고 함. 그쪽으로 적이 가니 경계하라 라는 식으로.


2.그때 그 놈

교수님이 있던 부대 맞은편에는 중국의 헤이허 시가 있었고, 그 뒤에는 산이 있고, 그 너머에 군 공항이 있었다고 함. 만주 평원에서 평지에 비행장 만들어놨다가는 비행기 뜨는 것이 그대로 다 노출이 되니, 짱깨들 나름대로 짱구를 굴린 것이었음.

근데 소련은 이미 레이더 갖다 놓고 500km 이내를 손바닥 들여다보듯 다 보고 있었음. 말인즉슨, 아무르 지역의 소련군의 주적은 미국이라기보다는 중국이었다는 것이고, 실제로 교육도 짱깨들은 박살내야할 주적으로 배웠다고 하심.

여튼, 중소간 전면전이 벌어지면 당시 기준으로 짱깨들은 그냥 눈 뜨고 일방적으로 소련군한테 두들겨 맞는다는 이야기였음.

2005년도인가, 교수님이 장춘의 대학에 출강을 가셨을 때 비슷한 연배의 거기 대학 도서관 사서를 만났는데, 그 사람도 같은 시기에 군 복무를 했다고 함. 그 사람 왈, '우리들도 소련군이 주적이라 배웠다.'

대충 2차대전 끝나고 나이 든 전투기 조종사들이 서로 만나서 내가 그때 너 죽이려 했다 이런 소리 하는 것이 대충 저런거였구나 생각함.


3.로큰롤

일요일에는 보통 장교들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통신병들은 파라다이스를 만끽할 수 있었다고 함.

라디오를 틀면, 하도 멀어서 모스크바 방송은 잘 안잡히고, 중국 방송은 잘 잡히는데 맨날 마오 주석이 어쩌고저쩌고 하는 노잼 방송이었다고 함. 그리고 의외로 미국 방송이 짱짱하게 잘 잡혔는데, 이게 다 주한미군 덕분이었음. 거기서 로큰롤을 틀어주는데 그게 소련군 병사들이 가장 사랑하는 것이었다고 함.


4.벨렌코 망명

1975년, 미그25 타고 일본으로 망명한 빅토르 벨렌코 사건은 당시 세계를 시끄럽게 만들었는데, 이 교수님이 방공부대에 복무하던 바로 그 해에 일어났음. 당시 극동 소련군 전반에 비상걸렸다고 함. 그리고 별들이 무수히 떨어졌다고 하고, 방공부대에도 이상 낌새 보이면 족치라고 했다 함.


5.DshK 기관총

방공부대다보니까 별의 별 무기가 다 있었다는데, DshK 기관총이 있었다고 함. 전쟁기념관에서 그거 보고는 바로 PTSD 도지심.

'저거 누구도 건드리고 싶지 않아해서 그냥 어디 구석에 쳐 박아 놓고 전역할 때 까지 손도 안 댔다'

라고 당시를 회고하심.


6.2차대전 소련군 인식표

2차대전 소련군도 당연히 인식표가 있었음. 근데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금속재질이 아니라, 그냥 종이쪼가리에 이름, 주소를 적은 것이었음. 그걸 총알 탄피 안에 말아 넣어가지고 목에 거는 식이었는데, 당시 병사들은 자기 이름을 안 적었다고 함. 거기다 이름 적으면 죽는다는 미신이 있었기 때문이라는데, 그게 전사자 신원 파악을 어렵게 하는 주 요인 중 하나가 되었다고 함.


경계근무 초소에 여자 들어온 썰도 있는데 다음에 썰 더 풀어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