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2번 정도 풀었는데, 이어서 3번째 썰 풀어봄.


1번 썰. https://arca.live/b/airsoft2077/26331430

2번 썰.https://arca.live/b/airsoft2077/28312990



1.위병소의 여인

이 이야기는 교수님이 러시아 귀국하시기 전에 전쟁기념관 가서 학예사 선생님이랑 같이 있을 때  풀어주신 썰임.

소련군도 당연히 군대다보니 위병소가 있고, 초병들 대기 공간이 있었음. 근데 그냥 거기서 쳐 자고 보드카만 까면 되는데 인근 동네 여자를 불러들이는 용자들이 있었다고 함. 당연히 그렇게 여자를 불러온 놈들은 열심히 방아를 찧었다고 함.

물론 그 와중에도 망 보는 애들은 당연히 있었고, 어디 중사 상사 동지나 중위 대위 동지가 오면 바로 조기경보를 때렸음.

여자를 어떻게 했느냐, 천장에 다락 같은 공간이 있는데, 거기다 여자를 숨겼다고 함. 옷 입을 새가 없으니 당연히 옷은 안 입은 채였다고 함.

솔직히 이건 좀 신박하다 못해 쇼킹했음. 어째 여자 불러다가 재미 볼 생각을 했는지 참...


2.탈영

탈영 역시 당연히 있었는데, 여기서 말하는 탈영이라는 건 뭐 엄청난 스케일의 그런 것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그냥 부대 옆 동네 디스코텍 놀러 가는 정도의 탈영이었음. 근데 이게 꽤 빈번했던 듯 함. 그리고 이런 탈영은 병사들이 일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동네 주민들이 어느 정도 종용했던 것도 있었다고 하심.

철책으로 동네 젊은 애들이 와서 싸제 옷을 몰래 넣어주면 병사들이 그걸로 갈아입고 빠져나가서 디스코텍 가서 신나게 흔들었다고.

당연히 부대도 바보등신은 아니라서 헌병대가 이런 탈영병들 잡으러 다녔는데, 당연히 탈영병 식별 수단은 머리가 짧냐 아니냐..

한번은 진짜 걸릴 뻔 했는데, 그런 상황에서 되려 동네 젊은 애들이 카바를 쳐주고, 배째라 하니 의심은 가는데 어째 확인하긴 뭣하고.. 해서 무사히 넘겼다고 함.


3.술을 사고 싶은데

소련군에도 당연히 PX가 있었음. 근데 쏘오련 답게 물건이 없는 경우도 자주 있고, 또 샷다도 일찍 내리다 보니까 원하는 물건을 손에 넣기가 힘들었음.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외출을 해서 싸제 상점에서 물건을 사오건 했다고 하심. 

여기 챈럼들도 알겠지만, 운전병들 부식 수령 이런 거 하러 한번씩 나가면 들어올 때 쐬주 한두병 사서 숨겨서 들어오듯이(공군 모 비행단에서 실제 증언 채록했음.) 소련군에도 그런 미풍양속이 있었음. 물론 모든 병사들이 우루루 나가지는 못 하고, 대표로 한두명 나갔다 오는 정도였는데, 교수님이 나갈 때 당연히 동료 병사들이 돈을 주면서 술 좀 사오라고 했고, ㅇㅋ 하고 신나게 영외로 나갔음.

근데 상점을 가니까 거기 대위동지가 있었던 거임. 

대위 동지가 너 여기 왜 왔냐 이러길래 먹을거 좀 사러 왔습니다 하고 ㅂㄷㅂㄷ하면서 사탕이나 과자나 좀 사서 들어갔다고 하심. 당연히 쿠사리먹었다고.


4.대학 보내주는 군대

사회주의 국가들에서 으레 군이 출세 지름길이 되듯, 소련도 마찬가지였음. 루덴이라고, 러시아 민족우호대학이라는 학교의 홍보 포스터를 보고 풀어주신 썰임.

이 학교는 일찍이 세계 여러 나라, 특히 제3세계에 쏘오련 사회주의 이념을 선전하기 위해 해당 지역 출신 학생들을 싼 값에 쏘련 유학시켜주는 학교였고, 거기 쏘련인 학생들은 이런 학생들과 교류하면서 언어 습득 뿐 아니라 비즈니스, 외교 방면으로 진출했음. 물론 외교는 므기모라고, 모스크바 국립국제관계대학이 사관학교이긴 한데 여튼 각설하고 쉽게 말해 제3세계로 스파이 보내는 학교라고 당시 쏘련 내에서도 그렇고 그런 이야기가 돌았던 것임. 그래도 국가 차원에서 팍팍 밀어주는 학교였던 만큼, 잘 졸업하면 쏘련 사회에서 꽤나 괜찮은 지위를 얻을 수 있는 학교였다고 함. 

쏘련군대에서는 근무평정 우수한 병사 골라서 대학을 보내주는 제도가 있었다고 함. 일단 쏘련군에서 대학 나온 병은 없기 때문에..

근데 이 교수님은 자기는 이미 인문학 전공할거라고 마음을 먹고 있었기 때문에 장교 동지가 오퍼를 할 때 '싫은데요' 했다고.

아마 그때 민족우호대학 갔으면 대충 어디 라틴아메리카나 중동쪽 사업해서 돈 좀 만지지 않았을까 하고 농담하시더라.


5.이슬람의 전사들

당시 쏘련군엔 엄청나게 다양한 민족들이 들어왔는데, 당연히 중앙아시아나 캅카스의 무슬림들도 많이 들어왔음. 근데 얘들은 교육 수준이 러시아인이나 발트쪽 민족들에 비해서 떨어지다보니 기술병과보다는 몸 쓰는 공병이나 알보병으로 많이 갔다고 함.

문제는 얘들이 문화적으로 차이 날 뿐 아니라 러시아어도 못 알아먹는다는 것이었음.

그도 그럴게, 그냥 그루지야 산골짜기에서 양 치고 있던 놈을 군대 갈 때 됐다고 잡아다가 훈련소 집어넣어놨으니 얘가 러시아어를 제대로 구사할 수 있을 리가 없음.

교수님 말씀에 의하면 좌향 좌 우향 우도 못 알아먹었다고 함. 그랬기 때문에 소련 사회에서 군대는 다양한 민족의 러시아화, 소비에트화를 책임지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다고 함. 얼마 전에 소련군이 다민족 소련 사회에서 러시아어 보급에 어떠한 역할을 했는가 하는 논문 있어서 한번 훑어봤는데 꽤 흥미로웠음.

다시 각설하고, 이렇게 무슬림 애들이 많이 가다 보니까, 이쪽 애들이 많이 있는 보병부대는 지휘관들이나 옆에서 구경하는 쪽에서나 자조적으로 '이슬람의 전사들'이라고 비꼬았다고 함.

아무튼 입대할 때 러시아어 한 마디도 못 알아먹던 애들도 전역할 때 되면 러시아어 잘 했다고 함. 잘 하게 만들었다고 하니까.


6.휴가계산법

쏘련은 땅이 너무 넓다보니 한국에서 하는 것처럼 휴가 계산하면 왔다갔다 하는 사이에 휴가를 다 날리게 됨. 당연히 그런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한 시스템이 존재했음.

휴가 시작을 출영부터 세는 것이 아니라, 휴가지 도착부터 세는 거였음. 그러니까, 아무르 강의 벨로모르스크에서 복무하는 병사가 일주일짜리 휴가를 받아서 1976년 3월 1일에 출영을 하게 되면, 우리 식으로 생각하면 이 병사는 3월 8일에 복귀를 해야 함.

근데 이 병사의 집이 저어기 레닌그라드라던가, 그보다 멀리 있는 리가, 탈린 이런 곳이면 이 병사는 집으로 가다가 휴가가 끝나게 됨. 적당히 어디 우랄 산맥 언저리에서 하루이틀 자다가 복귀해야하는 그런 끔찍한 사태가 벌어지기 때문에, 3월 1일에 출영을 해서 대충 레닌그라드나 리가에 3월 8일, 3월 10일에 도착을 하면 그 때부터 휴가를 시작하게 하는 거였음. 그렇게 일주일 있다가 다시 복귀를 하는데, 그렇게 되면 한 병사가 휴가를 나가게 되면 이 병사는 대충 1달을 비우게 되는 셈이었음.

소련군에서 병사들한테 휴가를 많이 주지 않은 데는 이런 이유도 있었다고.

그리고 자대 배치를 할 때도 민족우호 뭐 이딴 이유를 들어서 의도적으로 원 거주지랑 먼 곳에 보내는 전통이 있었다고 함. 이를테면 블라디보스톡 출신자면 저어기 키르기즈스탄이나 동독같은데로 보내버리거나, 키르기즈나 우즈벡 이런 쪽 출신이면 모스크바 보내버리거나 하는 식이었음.

그래서 지금도 중앙아시아 스탄 나라에 나이 좀 먹은 아저씨들 중에 소련군 복무한 양반들은 군 생활을 오늘날 러시아나 우크라이나 이런 곳에서 했다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심.


7.군대 꿈

지금도 군대 꿈을 꾸신다고 함. 나이 60 넘게 먹고도 군대 가야된다고 영장 날아오는 꿈이라고. 소름돋아서 그때마다 깬다고 그러심.


8.짱깨 AK는 구지다

전쟁기념관에서 학예사 선생님이랑 같이 전시관 둘러보던 중에 전시된 AK를 보시고는 이거 쏘련제 아니지? 그러시길래 중국제라고 말씀드림.

그걸 듣더니 쏘련군에서 흔히 알려진, 중국제 AK, 56식에 대한 평판을 들려주심. 말인즉슨 쓰레기, 1회용 총알분무기라는거임.

요즘에야 어떨지 몰라도 그 당시만 해도 중국의 제철 기술이나 기계 제작 수준이 떨어졌기 때문에 중국제 AK는 한 탄창 쏘면 버려야 될 정도로 쓰레기였다는 거임. 그리고 상부 리시버라던가 이런 데 있는 요철은 부속의 강도를 강화하기 위함인데, 중국제 AK는 저질 철을 썼기 때문에 이런 요철이 없으면 총이 쉽게 망가지기 때문에 반드시 요철이 들어가야 했다 라고 이야기하심.

물론 짱깨들이 우리 쏘련으로부터 AK를 도둑질해가서 팔아먹는다고 러시아인이라면 누구나 하는 비판도 하심.


*DP-28, 흔히 데그챠례프 경기관총이라고 불리는 물건의 정확한 발음을 알려주심. '직찌료프'임. 이북애들 교본 보면 직제료프 기관총 이런 식으로 적어놓은게 있는데, 뭐가 맞냐 할 때 원어민 발음으로 재확인해주심. 건들건들 영상에서 저렇게 지칭하실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