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소 들어가고 첫 주 토요일에 일어났던 일임



평소처럼 아침점호 준비를 하고 나가려는데 행정반에서 다음과 같이 전파하는거임



"전날 내린 비가 얼어서 많이 미끄러우니 아침점호 장소로 나갈 때 주의할 것"



그런데 하필 그날따라 대부분 애들 준비가 늦어졌음



그러니 행정반에서 내린 전파사항은 뒷전이 됐지. "막 달리진 않더라도 종종걸음이면 괜찮겠지"라고 생각하기도 했고



그런데, 괜찮을거란 생각과는 반대로, 종종걸음으로 걷다가 보도 경계석을 밟는 순간 그대로 미끄러져 넘어짐






다행히도 날이 추워 방상외피에 내피까지 입고있어서 허리에 가벼운 타박상만 입었음



바로 일어나서 내 위치에 가서 섰고, 분대장이 인원파악을 위해 "뒤로번호"를 외쳤지



그런데, 평소라면 "아홉 번호 끝"이라 외쳤을 마지막 분대원이




"여덟 번호 끝!"



라고 외친거임



궁금했지만, 아침점호 도중에 물어볼 수는 없으니까, 점호 끝나고 아침 먹을 때 우리 분대 애들한테 물어봤지



나: 야, 우리 한 명 어디감?



분대원 A: 아, D가 나오다가 넘어져서 의무대 갔다던데




나도 나오다가 넘어졌으니까 "그냥 좀 심하게 넘어졌나보다"하고 그러려니 했지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애가 오질 않는거임



연병장에서 전장순환운동에 대해 배우는데 한 2시간정도 지났을까



저 멀리서 목발 짚고 다리에 깁스한 녀석이 나타나서 스탠드?에 앉아있는거임



"아 D가 좀 많이 다쳤나보다" 그러고는 말았지



근데 연병장에서의 활동이 다 끝나고, 그 깁스한 친구한테 가보니까 D가 아님



그리고 D는 우리가 생활관에 복귀하고 점심식사하러 갈 준비를 하는데도 안오는거임



또 분대원한테 물어봤지




나: 야 D 의무대 갔다면서? 저 정도로 다친 애도 왔는데 걔는 어디감?



분대원 B: D 지금 외진갔다던데?



???



D가 돌아온건 우리가 점심을 먹고 생활관으로 복귀했을 즈음으로 기억함




나: 어 왔네? 의사가 뭐래?



D: 발목이 부러져서 수술해야한대.



나: (1초 뇌정지) 너 훈련은?



D: 간부님들 회의하시고 말씀해주신대



나: 허어.. 근데 어쩌다 넘어진거야?



D: 나도 모름 ㅋ. 니가 앞에서 넘어지는거 보고 "어?" 하더만 나도 넘어져 있던데 ㅋㅋ



나: 허 참. 너도 경계석 밟았어?



D: 아니? 그냥 보도블럭에서 미끄러짐. 어두워서 잘 안보였는데 얼음이 껴있었나봐




결국, D는 그날부로 훈련을 중단하고 퇴소함... 다행히도 지금은 수술이 잘 끝나서 문제없이 다니긴 하는데 그 때 생각하면 아찔하지



그때 이후로 "길이 얼었다"는 내용을 전파받을 때마다 경계석은 밟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녹은 얼음도 다시보는(?) 습관을 들이게 되었음..ㅋ



(근데 그러고도 훈련장 이동할 때 길가에 얼음낀걸 내가 보고도 전파하지 않아서 또다른 분대원이 무릎을 다침.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