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다와 콜로서스

하이든이 편저한 <아이다와 콜로서스>는 헤븐즈 밸리에 널리 전해지는 유명한 동화이자 아이테르의 계몽 도서다. 이 책은 아이다라는 아이테르 소녀가 나약한 콜로서스 윈드러너 호와 교류하며 협곡을 떠나 세상을 탐험하는 이야기로 둘의 모험을 통해 아이올리아, 백야와 극야, 오로리안과 암귀 등의 개념을 보편화했다.


1. 나약한 콜로서스

그날, 소녀 아이다는 나약한 콜로서스 「윈드러너 호」와 바람을 타고 별과 함께 날아오르며 살아왔던 헤븐즈 밸리를 떠났다. 바깥 세상의 모든 것은 그림처럼 서서히 펼쳐졌고 하늘의 오로라는 마치 꿈처럼 모험의 첫 획을 그어주었다.


아이다는 꿈을 자주 꿨다. 꿈을 뒤덮은 비단을 살며시 걷으면 가느다란 두 그림자를 볼 수 있었다. 그들은 품 안의 아이를 조심히 요람에 눕혔다. 바람이 창으로 들어와 그들의 그림자를 흔들었다. 그리곤 짧은 한마디만이 남았다. 「아빠와 엄마는 떠날 거란다. 바깥세상으로 말이야.」 아이다가 자라날수록 꿈은 점점 더 명확해졌다. 그녀는 엄마의 부드러운 갈색 머릿결과 푸른빛을 띄는 아빠의 턱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은 매번 그렇게 매정하게 떠났다. 떠날 때 그들의 모습은 기묘한 빛 속으로 녹아들었는데, 아이다는 그 빛이 익숙했다.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보면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오로라의 색이었다. 「바깥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나도 부모님처럼 콜로서스를 다룰 수 있으면 헤븐즈 밸리를 떠날 수 있을까?」 아이다는 기대했다. 어느 날, 그녀는 소원에 대한 답을 얻었다. 그녀는 헤븐즈 밸리 깊숙한 곳에서 어떤 음성을 들었다. 「콜로서스는 하늘을 위해 태어난 거야. 육지형도, 해양형도 있지만, 하늘만이 콜로서스의 고향인 거지!」 「몸집만 큰 그 콜로서스들은 멍청해. 날개만 휘두르면 높이 날아오를 수 있는데, 늘 헤븐즈 밸리 주변만을 배회하고 아무런 야심도 없어. 나라면, 나라면 오로라의 끝까지 날아오를 텐데! 부...... 부럽다는 거 아니야......」 「좋겠다...... 조종사가 있다는 건 대체 어떤 기분일까......」 「조종사가 있다는 건, 친구가 생긴 기분일 거야」 아이다가 살며시 대답했다. 「깜짝이야! 누구야?! 어떻게 나랑 대화할 수 있는 거지......」 협곡 깊숙이 세워져 있는 조그마한 콜로서스는 깜짝 놀라며 지시등을 깜빡거렸다. 「설마 유령이야?! 헤븐즈 밸리의 괴담?! 아이테르가 이런 낡아빠진 콜로서스한테 올 리가 없어. 너무 이상하잖아.」 「그치만 네 앞에 있는 건 아이테르인걸.」 아이다는 가볍게 꼬마 용처럼 생긴 콜로서스의 머리 위로 뛰어올랐다. 발밑에 전해지는 그 신기한 감촉에 그녀는 발밑을 밟고 또 밟았다. 「이이이, 아이테르면 남의 말을 몰래 엿듣고 초면부터 막 남의 머리를 짓밟아도 되는 거야? 내 아름다운 머리는 아무나 만져도 되는 게 아니라고.」 「응, 정말 예뻐. 꼭 귀여운 꽃 같아.」 「...... 그야 내가 원래 귀여우니까...... 그래서 아이테르, 갑자기 나한테 말을 건 이유가 뭐야? 장난치는 거라면 난 마지막 숨까지 다 뽑아내서 널 하늘로 날려버릴 거야.」 「너도 하늘로 날아오르고 싶은 거지?」 아이다는 눈앞의 콜로서스에게 요청을 보냈다. 「난 항상 헤븐즈 밸리 밖으로 나가고 싶었어. 나랑 같이 갈래?」 하지만 콜로서스는 그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뒤로 웅크릴 뿐이었다. 「가고는 싶지만, 난 몸집도 작고, 저장 공간도 작고, 날개도 작아서...... 날아오를 능력이 없어...... 난 안 될 거야......」 「하지만 가고 싶잖아.」 아이다는 콜로서스에게 손을 뻗었다. 그 순간 어떤 신비로운 감각이 아이다와 콜로서스를 하나로 연결했다. 그것은 「감응」이었다. 콜로서스는 자신의 날개가 움직이며 높이 날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마치 수면을 뛰쳐 오른 돌고래가 마침내 해수면 위의 세상을 본 것처럼, 그들은 바람을 타고 하늘 높이 올라 별과 오로라에 닿았다. 광활한 세계가 그들 앞에 서서히 펼쳐졌다. 「음, 내 이름은 아이다야. 넌 이름이 뭐야?」 「하늘로 올라 바람을 타고 난다는 뜻에서 윈드러너야.」


2. 콜로서스와 보송이

자신을 「아인」이라 부르는 신기한 꼬마 동물은 온몸이 보송보송한 털로 뒤덮여 너무 부드러웠다. 제아무리 콜로서스라도 이런 귀여운 공세에 저항할 순 없을 테지! 따스한 햇볕을 맞으며 이 보송보송한 녀석을 품고 있노라면 온종일 맘 편히 누워있을 수 있다.


낡디 낡은 윈드러너와 초보 조종사 아이다는 정처 없이 하늘에서 표류했다. 상승기류에 뒤집어지고 에너지까지 소진되어 결국 긴급착륙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아, 아무런 준비도 없이 여행을 시작한 결과는 역시 이건가. 완전히 흙에 파묻혔네...... 난 역시 비행에 능력이 없어!! 아니...... 잠깐만, 너도 조종 완전 못하잖아!」 윈드러너는 의식의 연결을 통해 아이다에게 말했다. 아이다는 머리에 난 혹을 매만졌다. 방금 뒤집어질 때 조종대에 부딪힌 것이다. 그녀는 머리 오른쪽이 아직도 지끈거렸지만 개의치 않는 표정이었다. 「나 원래 이런 거 못 해. 콜로서스 감응 수업은 하나도 못 들었거든. 보호자가 없어서.」 「뭐, 뭐라고? 그럼 대체 무슨 용기로 나랑 감응한 건데!」 「음...... 느낌으로」 그녀는 가볍게 일어서며 말했다. 「하지만 날 믿어. 왠지 나 이거 잘할 수 있을 거 같아.」 「나보다 나르시시즘이 더 심한 녀석이 있을 줄이야. 매력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나 이제 안 날아. 차라리 흙 안에 파묻혀 있지 더는 공중에서 그 난리는 안 칠 거야. 그냥 콜로서스 정거장에 얌전히 있는 거였는데, 어쩌자고 이런 요상한 곳에 와서는...... 여긴 뭔가 음습해! 이상한 버섯도 있고......」 「게다가 불청객도 있는 거 같아」 사방팔방에서 무기를 든 「동물」들이 아이다를 향해 달려왔다. 윈드러너는 눈을 꽉 감았다. 싸울 수 없는 아이테르란 말린 새우처럼 나약하니, 아이다는 이 무시무시한 생물에게 갈기갈기 찢길 것이다! 몸속 「루미나」가 움찔거렸다. 문제는 마치 거품처럼 기계 통로에서 퍼져나갔다. 윈드러너는 겁쟁이였다. 제대로 날지도, 자신의 조종사를 돕지도, 심지어 조종사가 위험에 처했는데도 두 눈을 뜨지 못했다. 울고 싶었다. 하지만 콜로서스라는 기계도 눈물을 흘릴 수 있을까? 그런데 아이다의 목소리가 전해져왔다. 「두려워하지 마, 윈드러너, 문제는 해결됐어. 우린 누구도 다치지 않아.」 윈드러너가 눈을 떴을 때, 어떤 광경이 그 앞에 펼쳐졌다. 아이다는 품 안에 고양이를 품고 있었고, 그녀의 발 주변엔 다양한 꼬마 동물들이 누워있었다. 「아이테르는 싸움을 못한다지만, 난 싸움 엄청 잘해. 녀석들이 달려들 때 내가 때려 눕히고 하얀 배를 어루만졌거든. 역시 꼬마 동물들은 이런 거에 약하다니까」 그러자 아이다 품 안의 고양이가 말했다. 「무례하군. 우린 꼬마 동물이 아니라 아인이다! 너희는 좀 전에 이곳에서 가장 진귀한 진주 버섯을 짓밟았으니 이론상으론 1000만 골드는 배상해야 하지만, 안마 기술이 나쁘지 않으니...... 노동으로 갚는 걸 허락해 주지!」 「아인?」 아이다는 의혹스런 눈빛으로 품 안의 고양이를 바라봤다. 「냐옹, 세상 물정 모르는 것. 빛의 통로를 볼 수 있는 건 아이테르고, 빛의 통로를 보진 못해도 빛의 힘을 쓸 수 있는 건 오로리안이다.」 고양이는 기지개를 켰다. 「그럼 아인은?」 「아인은 언어로 소통하고 강력한 신체를 지녔지. 빛이랑은 별 인연이 없지만...... 그래, 거기 좀 더 긁어 봐. 응, 우리의 가장 큰 장점은......」 「귀여운 거다냥」


3. 콜로서스가 매장된 폐허

꽃으로 뒤덮인 콜로서스는 생명의 종점에 다다랐다. 그는 헤븐즈 밸리를 너무 오래 떠나있었다. 그와 함께했던 조종사는 아이다와 윈드러너처럼 호기심과 희망을 품고 바깥세상에 뛰어들었지만, 바깥세상을 보는 게 정말 옳은 일이었을까? 가끔은 너무 멀리 와버려서, 집으로 돌아가는 방향도 찾지 못하게 된다.


목표 없는 여행은 마치 민들레 풀씨처럼 바람이 부는 대로 날아가 뿌리를 내린다. 아이다와 윈드러너가 이번에 발을 내딘 곳은 황무지였다. 그곳에서 헤븐즈 밸리의 동포, 꽃으로 뒤덮인 콜로서스를 만났다. 「숨이 곧 끊어질 것 같아. 에너지도 곧 소진될 것 같고.」 아이다는 오래된 콜로서스를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콜로서스는 가볍게 떨며 마치 아이테르처럼 숨을 내쉬었다. 「어, 어쩌다 이렇게 된 거야? 왜 날아가지 않았어? 헤븐즈 밸리로 돌아가면 분명 회복할 방법이 있었을 텐데.」 윈드러너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건, 내가 헤븐즈 밸리로 돌아가는 길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란다. 지도도 위성도 나를 미망 속에서 구해낼 수 없었지......」 꽃으로 가득한 콜로서스는 천천히 눈을 떴다. 「이야기를 들려줘도 되겠니?」 거대한 콜로서스는 고개를 들었다. 「난 내 조종사와 함께 이 숲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우리는 아이테르와는 다른 종족, 오로리안을 만나게 됐지.」 「아, 그 빛의 힘을 사용하는 종족! 머리를 움직이면 손바닥에서 물을 뿜을 수 있다던데.」 「흥, 그게 뭐라고. 걔들이 날 수나 있대? 놀라려면 콜로서스의 위대함에 먼저 놀라야지.」 윈드러너는 뾰로통하게 오로리안을 무시했다. 「나의 조종사는 오로리안과 함께 생활했단다. 그들은 그를 받아들였지만, 그럼에도 그는 외로웠지. 오로리안과 아이테르는 달랐고, 여긴 그의 집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가 이곳을 떠나려 할 때, 암귀가 오로리안의 마을을 습격했다.」 「암귀!」 아이다의 마음이 흔들렸다. 순간 그녀의 눈에서 서늘한 그림자가 비쳤다. 시커먼 괴물들은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 이빨과 발톱을 휘두르며 온몸에 피칠갑을 한 채 아이다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 날카로운 발톱이 그녀의 목을 가르는 순간 영상은 중단됐다. 「내 조종사는 이곳의 오로리안을 돕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쳤다. 그들은 끝내 비참한 승리를 거둬냈지만, 암귀에 의해 오염된 이곳은 더는 살 수 없는 곳이 되었단다. 모든 것이 끝난 후 조종사가 보호했던 오로리안이 이곳에 돌아와 나의 조종사에게 꽃을 바쳤다. 그 꽃들은 내 몸에 뿌리를 내려 조금씩 자라났지.」 아이다와 윈드러너는 침묵했다. 죽어가는 콜로서스를 위로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괴로워하지 말거라, 아이들아. 난 이 꽃들을 싫어한 적이 없다. 이곳에서 에너지가 소진될 날을 기다리는 것도 후회하지 않는다. 내 안에서 무한한 생명이 깨어나는 걸 느낄 수 있기 때문이란다. 이 찬란한 꽃의 바다는 그들이 나의 조종사에게 보내는 감사 인사이자 제전이니까.」 콜로서스는 결국 눈을 감고 아이다와의 감응을 끊었다. 폐허 속에 오직 꽃의 바다만이 흔들거렸다. 아이다는 부모님과 헤븐즈 밸리를 떠올렸다. 그녀는 중얼거렸다. 「바깥세상으로 나갔던 게 정말 옳은 일일까? 바깥세상으로 나서는 건 정말...... 잘못된 걸까?」


4. 별의 여단

사막을 달리는 선박이 아이다와 윈드러너 앞에 섰다. 그곳에서 신비로운 오로리안 여단이 등장했다. 바람이 지면의 모래를 일으켰다. 선박은 모래 위를 달리는 게 아니었다. 은하수의 궤적을 따라 전진하는 것이었다.


「모래, 온통 모래뿐이야. 여기에 정박했다간 내 껍데기가 다 모래로 뒤덮일 거야...... 씁, 모래가 뜨겁기까지 해.」 아이다와 윈드러너는 어느 사막으로 날아와 그곳에 정박했다. 「고생했어, 윈드러너. 저 앞을 봐. 다 네 덕분이야!」 뜨거운 태양이 하늘에 걸려 공기를 태우고 있다. 모래 언덕은 울퉁불퉁하게 멀리 펼쳐졌다. 아무리 콜로서스라도 사막에선 그저 작은 흰색 돌에 불과했다. 만약 헤븐즈 밸리를 떠나지 않았다면 이런 광경은 평생 볼 수 없었으리라. 「나 덕분에...... 그, 그렇지! 난 정말 대단한 콜로서스라니까! 사막은 이렇게 생겼구나! 근데 주변에 사람 한 명 없네.」 「근데 저 멀리 뭐가 있는데?」 조용하던 사막이 들썩거렸다. 「어...... 선박인가? 우릴 향해 달려오고 있어! 부딪힌다!」 불쌍한 윈드러너는 여정을 시작한 뒤로 평안한 날이 없었다. 오늘도 역시나 사막을 달리는 선박과 부딪히고 말았다. 「아파!!!!」 윈드러너는 소리쳤다. 배는 묵직하게 그녀의 날개에 부딪혔다. 선박의 주인은 머리를 감싸며 비틀비틀 배에서 걸어 나왔다. 「안녕하세요. 아이고, 좀 전에 충돌은 정말이지... 전 별의 여단 단장입니다. 잘 부탁해요. 우리는 유랑 오로리안으로 배를 타고 도처를 돌아다니며 세상의 비밀을 탐색하고 있죠.」 「자료에서 배는 다 바다에서 다닌다고 했는데...... 사막에도 배가 있네요?」 아이다는 의혹을 품은 눈으로 함장을 봤다. 「사막엔 당연히 배가 없지만 여기엔 있습니다. 보세요.」 아이다는 단장의 손끝을 따라 고개를 숙였다. 그녀의 발밑 모래가 바람에 날아가자 완벽한 「하늘」이 나타났다. 더 신기한 것은 그 하늘에서 기묘한 천체를 봤다는 것이다. 「이곳이 바로 우리의 세계, 아이올리아입니다.」 별의 여단의 단장은 말했다. 「마치 물에 불어 흩어진 과자 같아.」 윈드러너가 조용히 말했다. 「그렇죠? 그 과자는 바로 여러분의 아스트라입니다. 이 기묘한 세계는 한쪽은 영원한 백야이고, 다른 한쪽은 끝없는 극야죠. 우리는 그 얇은 틈에서 살아가고 있죠.」 「세상의 비밀을 탐색하기엔 배가 너무 낡지 않았나요?」 여단장은 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겉은 낡았어도 안은 상당히 호화롭습니다. 게다가 저희 선원들은 아주 우수하죠. 이 수리공을 보세요.」 배에서 오로리안이 망치를 휘둘렀다. 뭔가를 보여주려는 거 같았는데 되려 구멍 하나를 만들고 말았다. 다른 오로리안은 멋지게 배에서 뛰어내리고 싶었던 거 같은데, 그만 머리를 모래 속에 파묻고 말았다. 「아우, 창피해.」 단장은 절망적으로 고개를 들었지만, 빠르게 감정을 가다듬었다.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미지를 탐색하는 게 저희가 하는 일입니다.」 「오로리안은 원래 다 이렇게 이상한가요?」 「머리가 정상적으로 박혔다면 모래에서 배를 몰진 않겠죠.」 「모래?」 아이다는 고개를 숙였다. 발밑의 은하수는 어느새 다시 모래에 파묻혀 있었고,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땐 그 배조차 사라지고 없었다. 과연 별의 여단은 꿈이었을까 현실이었을까?


5. 다시 헤븐즈 밸리로

아이다와 윈드러너의 족적은 세계 각지에 남겨졌다. 하지만 유일하게 한 곳에는 공백으로 남았으니, 그곳은 헤븐즈 밸리였다. 어쩌면, 최초의 장소로 돌아갈 때일지도 모르겠다......


아이다는 아주라이트의 가장자리에 앉았고 윈드러너는 구름 안에 몸을 숨겼다. 어느새 시간은 흘러 헤븐즈 밸리를 떠난 지도 한참이 되었다. 하루, 한 달, 일 년, 어쩌면 몇 년일지도 모른다. 헤븐즈 밸리의 모습은 아이다의 기억에서 점점 흐려져 갔다. 「윈드러너, 헤븐즈 밸리의 모습 아직 기억해?」 「난 콜로서스니까 당연히 뭐든 기억하지. 어디 보자...... 어라, 이상하네...... 헤븐즈 밸리의 자료가 전부 없어졌어? 설마 저장 공간에 새로운 정보가 너무 많아서 전부 덮어 씌워진 건가? 말도 안 돼...... 내 저장 공간이 그렇게 작을 리가 없는데......」 「거기에 높은 흰색 탑이 있었는데, 아주라이트에도 흰색 높은 건물이 있지만 느낌은 달랐어. 헤븐즈 밸리의 흰색 탑 위에는 항상 새들이 앉아 있었고 그 아래는 숲이었어. 지면에는 민들레가 흩날렸지.」 「...... 아이다, 그때 왜 나랑 감응해서 헤븐즈 밸리를 떠나려고 한 거야?」 윈드러너는 아이다의 시선을 따라 먼 곳을 바라봤다. 사막, 평원, 설원, 화산, 심지어는 바다까지. 이곳에서 희미하게나마 전부 보이는 것 같았다. 만약 헤븐즈 밸리를 떠나지 않았다면 볼 수 없었던 것들. 하지만 헤븐즈 밸리를 떠나서인지 머릿속엔 그것들만 남았다. 「그땐 꿈속의 두 사람을 찾고만 싶었어...... 내 부모님 말이야. 난...... 보기엔 소탈해 보이지만, 사실 헤븐즈 밸리에서의 생활에 질려있었어. 어딜 가도 그곳에 있는 것보단 나을 것 같았거든. 부모님도 날 버리고 밸리를 떠났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도 못하고 매일 혼자만 있다보니 질려버린 거지.」 「...... 나도 그랬어. 깨어났을 때부터 난 불완전한 콜로서스였으니까. 내가 실패작이랬어. 영원히 날지 못하는. 내 마지막은 콜로서스의 쓰레기장에서 에너지가 소진될 날을 기다리는 거였지. 하지만 이상해. 나 지금 그 엉망진창인 곳이 엄청 그리워......」 「나도 그래...... 언제부턴진 모르겠는데, 부모님을 더 찾지 않았던 거 같아. 자기 생활을 살고 계실 테니까, 나도 내 생활을 가지려고. 너랑 같이 하늘을 나는 게 그 허무맹랑한 걸 찾는 것보다 훨씬 재밌으니까.」 「너, 너너너 지금 고백하는 거야? 나 마음의 준비가 안 됐는데...... 근데 난 콜로서슨데? 콜로서스가 아이테르의 고백을 받아도 되는 건가? 와, 내 자료 중에 이런 정보는 없었는데!!」 「고백이란 표현도 너무 얕아. 우린 영혼이 연결된 파트너잖아. 뭔가 더 깊은 관계라고 생각해.」 아이다는 눈을 감고 자신의 감응을 조종했다. 「느껴져?」 「...... 느, 느껴져. 네 생각도 느껴져, 아이다. 너는......」 「헤븐즈 밸리. 내 생각엔, 우리가 만났던 곳으로 되돌아갈 때가 온 거 같아......」 그 기억들이 떠나가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