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벌이' 모브: 뭐야 뭐야? 로어 NC의 떠오르는 샛별이잖아? 꽤 일찍 왔네요.

'떠벌이' 모브: 관중들도 아직 안 왔고 첫 경기까지는 두 시간이나 남았는데, 사전 준비라도 하는건가요?

플라스틱 나이트: 이런 곳에서 시합을 치뤄본지도 꽤 오랜만이군... 옛 생각이 나.

'떠벌이' 모브: 그렇죠 그렇죠, 저도 궁금했다니까요. 뭐 기사 칭호가 플라스틱'이긴 한데 그것도 세일즈 포인트이니...

'떠벌이' 모브: 저번 달 동안 쌓은 점수면 기사단에서도 상위권일텐데, 이렇게 열심히 할 필요가 있나요?

플라스틱 나이트: ...돈줄이 시키니까 해야지, 어쩔 수 없어. 덕분에 휴가도 취소했다고.

'떠벌이' 모브: 아, 목적은 역시 그건가요?

플라스틱 나이트: 알면서 물어보기는.

'떠벌이' 모브: 오호, 역시나군요? 그럼 오늘 경기는 볼만하겠는데요...




???: 그야 볼만하겠지...하지만 그 전에, '플라스틱' 슈젝 경과 단 둘이 얘기를 하고 싶은데.

플라스틱 나이트: 당신은...?

???: 저는 리그 측의 직원입니다. 여기, 제 명함입니다.

플라스틱 나이트: ...'직원'이라, 무슨 일입니까?

???: 알려드릴 사항이 있어서 왔습니다.

???: 로어 나이트클럽에선 당신과 마리아 니어의 일대일 종합 토너먼트, 속칭 '결투'에서 최신형 갑주 Jack2를 장비하고 최대한 시간을 끌어주기를 바랍니다.

플라스틱 나이트: 무슨? 신형 갑주의 재질은 기사 토너먼트에 적합하지 않을 텐데──

???: 상관 없습니다. '니어의 복귀'는 시선을 끌기 좋은 소재죠, 최고의 기회입니다.

???: 무역 조합의 장기계약을 따내느라 돈을 꽤나 썻다고들 하네요. 그들이 필요로 하는건 적당한 시합입니다, 테스트이자 홍보용으로요.

???: 로어 나이트클럽의 홍보부처에서 지급하기로 약속한 계약금은... 슈젝 경 작년 총 수입의 세배입니다.

???: 이 시합 한 판이면 고향에 마을 하나를 사고도 충분한 돈이죠.

플라스틱 나이트: ...이렇게까지 해야 합니까?

???: 언론 노출률과 제품 홍보는 사실 부차적인 이유입니다. 화제성과 메이저리그 수익이야 말로 로어 나이트클럽이 상업 연합에서 더 많은....음, 발언권을 가지게 하는 원동력이죠.

???: 발언권은 중요하죠, 그렇지 않습니까?

플라스틱 나이트: 스폰서의 요구라면... 게다가 돈도 준다니, 안 할 이유가 없죠.

???: 협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슈젝 경의 '특별한' 요구에 대해서는 언제나 인지하고 있습니다...

???: 그나저나, 니어 가문의 아가씨는 만나 보셨는지요?

플라스틱 나이트: 데뷔전을 보긴 했습니다. 나쁘지는 않지만, '빛의 기사'와 비교하자면 실망스럽더군요.

플라스틱 나이트: ...제가 질 것 같습니까?

???: ...딱히 그런 뜻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실례를 저질렀군요. 신형 갑주에 관한 주의사항은 물건과 함께 숙소에 보내놨으니 부디...

플라스틱 나이트: ...





나이 든 기사: ...꼭 지금 이렇게 만났어야만 했나?

나이 든 장인: 무슨 말을 그렇게 하나! 한 시간 반이면 가시나가 출전하는데! 열심히 훈련하고 난 다음의 첫 경기이니, 당연히 같이 응원해야지!

'대머리' 마틴: 하하하, 맞는 말이야. 그러니 오늘은 내가 쏘지.

나이 든 기사: 쯧, 시끄럽기는...

나이 든 기사: ...

'대머리' 마틴: 자, "가시 눈물". 이런 쎈 놈을 마시다니, 드문 일인걸. 걱정되나?

나이 든 기사: 조피아가 나한테 검술을 배워서 첫 경기에 나가기까지 사 년이라는 시간을 쏟았네... 하지만 마리아는 겨우 사 주야.

나이 든 기사: 우리가 더더욱 신경써야 하네. 무슨 일이라도 있으면 바로 그만두게 해야지, 혈기에 맡길 수는 없어.

'대머리' 마틴: 하하하... 피가 끓어오르는 젊은 기사라, 마가렛이 토너먼트에 참가하겠다는 말을 하던 때가 생각나는군.

나이 든 기사: 하지만 마가렛이랑은 또 다르지 않나.

'대머리' 마틴: 뭐, 한 번 믿어 보자고.

'대머리' 마틴: 영악하게 점수를 쌓아 올리다 보면 메이저리그에 입성하는 것도 크게 어렵진 않아.

나이 든 기사: 평범한 선수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마리아는... 모르겠네.

나이 든 기사: 왠지... 안 좋은 일이 꼬일 것만 같아.

나이 든 장인: 이번엔 또 뭔가, 발터? 왜 자꾸 찬물을 끼얹는 건가? 설마 질투하나? 나이 먹고 추하게 그러긴가?

나이 든 기사: 뭐 임마?!




(환호 소리)

'떠벌이' 모브: LADIES─AND─GENTLEMEN! 토너먼트에──오신──것을──환영합니다!

'떠벌이' 모브: 먼저 축하드립니다, 바로 오늘, 이 시간에 로어 나이트클럽의 로어 스타디움에 오신 것을! "로어 NC. 폭풍마저도 굴복시키리!"

'떠벌이' 모브: 여러분들이 지갑을 열만한 자유기사를 찾으셨을련지 모르겠네요! 만약 아직 못 찾았다면, 지금 제가 다시 한 번 소개드립니다──

'떠벌이' 모브: 한 달 전에 바람처럼 나타났다가 모습을 감췄던, 데뷔전부터 화제의 중심이 된 그녀가 정비를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떠벌이' 모브: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로어 스타디움의 홍일점! 전설의 자매, 니어 가문의 가장 어린 토너먼트 기사!

'떠벌이' 모브: 마──리──아, 니──어──!!


(환호 소리)


관객: 너한테 전 재산을 꼬라박았다고, 니어!

관객: (휘파람 소리) 빛의 기사! 빛의 기사!



조피아: 분위기 한번 참 요란하네... 저기요! 앞이 안 보이잖아요!

조피아: (...관중석에서 경기를 마지막으로 본게 언제였더라.)

조피아: (마리아... 부디 긴장하지 마렴.)



마리아: (심호흡... 심호흡.)

마리아: (으... 사, 사람들이 다 나를 보고있어...!)

마리아: (신경쓰지 말자, 신경쓰지 말자! 심호흡, 심호흡...!)




'떠벌이' 모브: 여러분! 여러분들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지금은 잠깐 자제 부탁드립니다!

'떠벌이' 모브: 우리 귀여운 아가씨한테 마음을 가라앉힐 여유는 줘야죠! 이러다 놀라서 항복해버려도 티켓 환불은 없습니다?

'떠벌이' 모브: 그렇습니다! 환호성 보다는, 지갑을 열어서 성의를 표현해주세요! 여러분들이 사랑하는 기사 아가씨가 승리하는 것 만큼 기분 좋은 일은 없죠!



'대머리' 마틴: 모브 저놈, 로어 NC쪽에 고용됐었군.

나이 든 기사: 속물이란, 퉤.

나이 든 장인: 하, 로어 NC라. 사실상 폐기물 제조업체지. 레이시온한테 도전장을 내밀기는 무슨, 지들 깜냥이 얼마나 되는지도 모르면서.

나이 든 장인: 내가 소싯적에 만지던 흙쪼가리도 저놈들 갑옷보단 단단하겠다.

나이 든 기사: 그러면 자네는 왜 대기업에 안 가고 여기서 이러나?

나이 든 장인: 이 몸이 가기 싫다는데 어쩔거야! 기사 장비같은건 다시는 안 만진다고 맹세했다!

나이 든 기사: 그러니까 그게 작년 내내 단 한 번도 술값을 안 낸 이유라는거지? 그렇게 잘난 척 하다가 결국엔 어떻게 되었나?

나이 든 장인: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지 않나! 그것만 아니었어도 내가 배관 수리같은걸 할 리가 없지!

'대머리' 마틴: 하하... 그러고 보니, 라일라 부인이 말을 전해주라던데, 부인 집 아들내미 도와서 전구좀 고쳐달라고...

나이 든 기사: 하, 어쩔 텐가?

나이 든 장인: 그... 흠흠, 마리아의 상대는 누군가?



'떠벌이' 모브: 좋습니다──! 여러분들이 이렇게 기대하니, 로어 나이트클럽에서 전액 후원하는 로어 스타디움 또한 여러분들을 실망시킬 수 없죠!

'떠벌이' 모브: 로어 NC가 후원하는, 저번 메이저리그에서 백강에 입선한 로어 기사단-- 그들의 첫 주자가 빛의 기사의 동생과 치르는 승부입니다!

'떠벌이' 모브: 거기! 욕 하는거 다 들립니다! 광고 멘트도 토너먼트의 일환이라고요! 그러니──

'떠벌이' 모브: 그렇게 재촉하지 않아도, 우리의 아리따운 아가씨가 이제 곧 폭풍의 심판과 마주합니다!

'떠벌이' 모브: 값 싸보이는 칭호와 반대로 무시무시한 실력을 지닌 기사, "플라스틱"의 슈젝 경입니다──!


팬: 슈젝! 슈젝!

팬: 때려 눕혀버려 슈젝! 너한테 건 돈이 얼만데,실망시키지 말라고!


'떠벌이' 모브: "플라스틱" 슈젝, 로어 나이트클럽의 신소재 갑주가 불빛을 받아 반짝입니다. 콜롬비아산 신세대 방호 기술이 과연 이번 시합의 승패를 가를 수 있을련지요?!

'떠벌이' 모브: 그렇습니다, 로어 나이트클럽은 기사분들을 위해 최적의 장비 서비스를 제공합니다──유지관리, 업그레이드, 그리고 폭풍과도 같은 개조!

'떠벌이' 모브: 잊지 마세요, "로어 나이트클럽, 폭풍 마저도 굴복시키리!"



플라스틱 나이트: 허, 여기서 자네를 보게 될 줄은 몰랐군...더군다나 이런 구도로 말이야.

조피아: ──슈젝.

플라스틱 나이트: "위슬래시" 조피아, 메이저리그에서 다치고 난 뒤 이런 자리에 와서 치욕을 곱씹는 성격은 아닌 줄 알았는데.

조피아: 하하, 너희들은 항상 입만 살아있단 말이지, 혓바닥으로는 누구 상처를 못 후벼 파겠어.

조피아: 예선전에서 처음 만났을 때 나한테 몇 점을 뜯겼는지는 기억이 안 나나 봐? 장난감 씨?

플라스틱 나이트: 만약 그 때 네가 조금만 더 똑똑하게 행동했더라면... 됐다, 지금의 너랑 얘기 해봤자 무슨 소용이겠나.

플라스틱 나이트: 그나저나, 니어 가문의 아가씨를 훈련시킨건 자네인가? 겨우 한 달 동안...?

조피아: 관객이랑 수다는 그만 두고 경기에 집중이나 하라고, 그러다 큰 코 다칠 테니.

플라스틱 나이트: 흠, 뭐 볼 거리는 준비했다 이 말인가.

조피아: 조심하라고, 장난감씨.

플라스틱 나이트: 하, 참고하도록 하지.



'떠벌이' 모브: 오? 오옷? 슈젝 경이 관객석의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눕니다, '위슬래시' 조피아입니다! 서로 뜨거운 눈빛을 교환하는데요?!

조피아: 퉷.

'떠벌이' 모브: 지금, 두 기사가 입장하고 있습니다!

'떠벌이' 모브: 여러분! 지금 슈젝 경이 입은 번쩍이는 갑주가 보이십니까? 마리아의 아름다운 금발이 보이십니까?

'떠벌이' 모브: 이 모든 것이 곧 있으면 피범벅이 됩니다, 상대가 쓰러질 때 까지 벌어지는 대결! 규칙은──따로 설명이 필요합니까? 여기가 바로 기사 토너먼트입니다!


(환호 소리)


'떠벌이' 모브: 우리의 게으른 심판들이 판정을 내리기 전 까지는 각자의 방법으로 선수를 응원해줄 수 있습니다! 물론, 응원하는 정도에 따라서 승부에도 영향이 생기겠죠!

'떠벌이' 모브: 시끄러운 고함이나 비명 같은 돈 안 드는 응원은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자위행위입니다! 진심으로 응원해주고 싶다면 지갑을 벌려 지원물자를 구매해줘야 하겠죠!

'떠벌이' 모브: 좋습니다, 아유 소리가 들리네요! 하지만 기억해둬야 할 점! 올 해 로어 스타디움의 매출 기록 갱신을 기념하여, 주최측의 공제 비율이 무려 50%까지 낮아졌습니다!

'떠벌이' 모브: 토큰 열 개를 쓰면, 그 중 다섯 개가 경기를 치르는 선수를 위해 사용된다는 얘기죠!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수는 없는 법!

'떠벌이' 모브: 물론! 로어 스타디움도 맨 입으로 돈을 떼가지는 않죠! 관객 여러분들이 응원하는 선수가 어떤 '방식'으로 이기든지 간에 로또에 당첨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떠벌이' 모브: 배당률 같은건 집어 치우세요! 이기는 쪽을 응원해서 이기게 만들면 그만입니다! 망설이지 말고 당신만의 기사를 아낌없이 응원하십시오!


(환호 소리)


'떠벌이' 모브: 더이상 질질 끌지 않겠습니다, 양 선수, 위치로───!!!


마리아: ...할아버지, 언니, 지켜봐줘.

마리아: 마리아 니어, 가훈은 '어둠에 굴하지 않으리!'






'떠벌이' 모브: 여러분! 여러분! 여러분!!


'떠벌이' 모브: 경기가 시작하기 전에 과연 누가 이런 결과를 상상이라도 했을까요──그 유명한 니어 가문과 플라스틱 나이트의 대결이, 이렇게 될 줄이야!


'떠벌이' 모브: 마리아 니어! 니어의 이름을 이은 이 아가씨가! 놀랍게도──!


'떠벌이' 모브: 슈젝 경에게 완전히 압도당하고 있습니다! 반격조차 하지 못하고 있어요──!


'떠벌이' 모브: 이래선 안 되죠, 니어! 그 이름에 얼마나 많은 관객분들이 거금을 걸었는지 알기나 하세요?!


'떠벌이' 모브: 에, 뭐라고요? 배당률을 보건대 별로 안 건 것 같다고요? 이보세요, 믿음을 가지라고요 믿음을! 저 얼굴 정도면 돈 걸 만 하죠!



(싸우는 소리)



마리아: 읏──!


플라스틱 나이트: 조피아니, 빛의 기사니 뭐니 하더만. 결국 이 정도 밖에 안 되었나...?


플라스틱 나이트: 실망스럽군.



(싸우는 소리)



'떠벌이' 모브: 역시 로어 기사단의 베테랑입니다! 경기장의 인조 지형과 속도 우세를 이용해 우리의 불쌍한 망아지 양을 몰아붙이는 솜씨가 아주 노련해요!


'떠벌이' 모브: 다시 멈추고, 사격합니다! 다시 움직입니다! 이게 바로 '플라스틱'의 리듬입니다!


마리아: (도... 도저히 보이지가 않아! 왜지? 분명 조피아 언니만큼 빠르지는 않을텐데──)


마리아: (멈췄다! 막아내야──!)


플라스틱 나이트: 느려!


조피아: ──마리아! 왼쪽!


마리아: 무슨──윽!



'떠벌이' 모브: 슈젝 경이 벽을 밟고 달리며 완벽한 연속 사격을 선보입니다! 이런, 혹여나 즉사 해버린다면 생방송은 무리라고요! 아슬아슬 했어요!


'떠벌이' 모브: 경기 시작부터 수차례 가격당했음에도 전혀 손상이 없는 저 갑주가 이렇게까지 가벼운 움직임을 보여줄 줄은 몰랐습니다! 놀라울 따름입니다!


'떠벌이' 모브: 이게 바로 로어 나이트클럽의 작품입니다! Jack2 특수 고성능 플라스틱 젤!


'떠벌이' 모브: 그 누구라도 눈독을 들일 상품입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경기장 프론트에서 5% 할인권을 배부하고 있으니까요! 다시 오지 않는 기회입니다!




???(1): 저게... 그 니어?



???(2): 잠깐, 저게 진짜 그 빛의 기사의 동생이 맞아?


???(1): ...왜, 실망했어?


???(2): 아니... 이런 걸로 실망을 할 리가. 너는?


???(1): 나? 어머... 뭐 그냥 보는거지, 티켓도 사버렸는데.


???(2): 난 여기가 맘에 안 들어... 모브는 여전히 짜증나고.


???(2): 바람 좀 넣어주면 다들 미쳐 날뛰는 꼴이라니... 게다가 저 광고, 저런 광고를 보고 누가 돈을 쓴 단 말이야?


???(1): 살 사람이야 있겠지.


???(1): 생각을 그만둔 채로 분위기 따라 휩쓸리게 하는 것, 그거야 말로 '기사 토너먼트'가 가장 잘 하는 일인걸.


???(1): 저기, 저 쪽에, 경기장에서 가장 가까운 관중석. '위슬래시' 조피아야.


???(2): 그 뿐만이 아니네. 몇 명이 더 있는데... 다들 나름 이름 있는 기사야.



플라스틱 나이트: ...아직 십분 쯤 남았군.


플라스틱 나이트: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라. 시간을 끌 필요가 없었다면──진작에 바닥을 구르며 목숨을 구걸했을 테니.


마리아: ──읏!


플라스틱 나이트: 기권해라, 니어 가문의 아가씨.


플라스틱 나이트: 넌 이 곳의 규칙을 모른다, 네 사지가 볼트에 꿰뚫리더라도 심판은 시합을 중지시키지 않을 거다.


플라스틱 나이트: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어, 포기해라.


마리아: 안 돼, 이렇게 포기할 수는...!


플라스틱 나이트: 좋게 끝내주려고 했더니... 눈빛이 그녀를 닮았다는 것만 빼면 모든게 실망스럽군.


플라스틱 나이트: 그럼 어쩔 수 없지... 얼마나 버틸 수 있나 보자고.


마리아: ──!










조피아: 실전과 훈련은 달라.


조피아: 이렇게 밋밋한 지형에서 다소곳하게 너와 정면으로 대결해줄 사람은 없다고.


조피아: 게다가 각 선수의 장비, 무기, 스타일, 매번 달라지는 지형, 함정, 장외 서포트 아이템... 이 모든게 승부에 영향을 주지.


마리아: 그럼, 정보 수집이 중요한게 맞지...?


조피아: 그래, 하지만 그게 바로 문제야. 이 짧은 시간 안에 모든 카시미어 기사의 약점을 외우기란 불가능한데, 모든 이들이 너를 주시하고 있단 말이야.


마리아: 으아...


조피아: 기사 토너먼트에서 언제나 통용되는 해결책이란 존재하지 않아, 하지만 굳이 따져보자면...


조피아: 네 장점을 살리고, 단점은 메꿔야겠지. 다시 말해, 네 모든 것을 쏟아부으라는 말이야.


마리아: 에... 그러니까, 사실상 답이 없다는 거잖아.



마리아: 아얏!


조피아: 관찰하고, 생각해. 문제에 직면하지 않고서는 해결책도 없어.


조피아: 눈 깜빡 할 순간에 상황을 분석하고 적절한 판단 및 반응을 하는게, 네 눈에는 간단해 보여?





마리아: ──왼쪽!


플라스틱 나이트: ...운이 좋았군.


'떠벌이' 모브: 오옷?! 니어 아가씨가 선보인 첫 반격입니다──아니, 슈젝 경의 공격을 막아냈을 뿐이니 아직 반격이라기엔 이르죠!


'떠벌이' 모브: 득표 수에는 아직 변화가 없습니다! 여전히 슈젝 경의──압도적인 우세입니다!





관찰하고, 생각해.


마리아──


너는 페가수스의 눈을 지녔단다.





마리아: (기사 갑주──Jack2?)


마리아: (로어 나이트클럽의 상품 13가지 중에 이런 건 없었어──)


플라스틱 나이트: ...반격을 노리는건가? 멍청하긴!



(화살 소리)



볼트는 소량의 연기를 끌고 날아가며, 마리아의 머리카락 사이를 스친다.


마리아: (동력 강화, 아니, 더 강한 종류인가... 하지만 이런 양식은...)


마리아: ...어디 한 번 시험해 보자.




'떠벌이' 모브:  돌진입니다! '플라스틱' 슈젝 경에게 마치 허수아비처럼 농락당하기만 하던 꼬마 니어가 드디어 앞으로 뛰쳐나갔습니다!


'떠벌이' 모브: 갈라진 틈새에서 새어나오는 불길과 인조 서리를 피해냅니다, 민첩해요, 아주 민첩해요──하지만 슈젝 경은 그대로 가만히 서 있는데요! 정면 승부라도 할 작정인가요?


플라스틱 나이트: 검방 기사랑 정면 승부를 하는 석궁수가 어디에 있다고──


마리아: 도망갈 생각 하지 마──!


플라스틱 나이트: 누가 도망간다고 그러냐!



바람을 가르는 볼트, 얼굴에서 느껴지는 아픔. 교차하는 순간, 마리아는 검을 휘두르지 않는다.


대신, 그녀는 상대의 견갑을 짚고 하늘로 뛰어오른다. 슈젝은 이렇게나 '평화적인' 격돌은 예상치 못했다.


손바닥에 느껴지는 열기, 낮게 울리는 진동, 하얗게 피어오르는 김──




'떠벌이' 모브: 무슨? 어쩐 일인가요! 기사 토너먼트에서 서커스를 보게 될 줄이야!


'떠벌이' 모브: 기껏 슈젝 경에게 접근해 놓고서, 검을 휘두르지 않는다니?! 꼬마 니어의 도발이라 봐야 하나요?!



(환호 소리)



조피아: ...안 휘두른게 아니라, 못 휘두른거지. 피하지 않았다면 왼 팔은 끝장났어.


조피아: 저 장난감 자식은 일부러 시간을 끌고 있나, 분명 스폰서랑 관련된 일이겠지... 쯧.


조피아: 마리아...



플라스틱 나이트: 방금... 뭘 한거지?


마리아: 뜨겁네요... 슈젝 씨.


마리아: 로어 나이트클럽에서 신형 갑주의 방열 문제는 해결 안 해줬나 봐요?


플라스틱 나이트: ...그건 기술자들이 해결할 문제지, 경기중인 두 기사가 나눌 주제는 아닌 것 같군.


마리아: (고성능에 민첩하기까지 해... 빅토리아의 하이테크 기술의 모방에다가, 콜롬비아식 오리지늄 강화골격 안감 기술까지...)


마리아: (어떠한 기술적 난제 때문에... 아니, 어쩌면 그냥 미관상의 이유로 방열구를 없앴을 수도 있겠어.)


마리아: (그렇다면, 한계가 오기 까지는──얼마나 남은거지?)


마리아: (이동──사격──이동──사격, 대강의 루틴을 알아도 속도를 따라잡을 수가 없어,)


마리아: (잠깐, 그게 아니라 이동, 정지, 사격이야... 설마?!)



'떠벌이' 모브: 약간의 잡음이 있었지만 양측 모두 태세를 가다듬었습니다! 거리를 벌리고, 원래의 리듬을 되찾으려──잠깐!


'떠벌이' 모브: 마리아, 망설이지 않습니다! 바로 움직이며 슈젝 경의 움직임을 따라잡으려 하고 있어요! 하지만! 속도는 여전히 부족합니다!


플라스틱 나이트: 속도로 열세인 상황에서 무작정 꼬리를 쫓는다니. '위슬래시'가 교육을 제대로 안 해줬나?



경쾌하게 멈추는 스텝. 슈젝은 몸을 돌리고, 한 순간에 석궁의 시위를 매긴다.



마리아: (지금이야!)


'떠벌이' 모브: 빛입니다! 갑작스런 빛이 경기장을 메우고 있습니다──혹시 눈이 부신 여러분들을 위해 소개합니다, 레이시온 '파이오니어' 시리즈의 신상 선글라스!


'떠벌이' 모브: (경쟁사 상품이든 뭐든 알 게 뭐야! 돈만 주면 됐지!)



플라스틱 나이트: 읏──!


플라스틱 나이트: 공격을 안 하다니──무슨──


마리아: 흐압!


플라스틱 나이트: ──


'떠벌이' 모브: 막아냈습니다! 석궁수 슈젝 경이 마리아의 혼신의 일격을 가볍게 막아냅니다!


'떠벌이' 모브: 꼬마 니어, 마리아! 이젠 방법이 없어요!


마리아: (역시!)


플라스틱 나이트: 아츠로 겨우 눈속임이라니... 무슨 소용이지? 그게 마지막 기회였을 텐데.


마리아: 슈젝 씨, 경기 중에도 강제 냉각 시스템이 잘 작동하나요?


플라스틱 나이트: 이렇게 빨리 눈치채다니 놀랍군... 어쩌면 기사보단 기술자 쪽이 더욱 적합했을지 모르겠어.


마리아: ──슈젝 씨. 당신은 분명 강력한 기사에요. 속도, 기술 모두 흠 잡을 데가 없죠.


마리아: 하지만 안타깝게도, 기업 시제품의 테스트 요원이 되기를 선택한 것 같으시네요.


플라스틱 나이트: ...너랑 무슨 상관이냐, 로어 나이트클럽의 기술력을 무시하지 마라.


마리아: ──그런가요.



'떠벌이' 모브: 오옷?! 마리아가 갑자기 거리를 벌립니다, 왜죠?! 방금 둘이 무슨 얘기를 한 건가요?


'떠벌이' 모브: 여러분들도 궁금하실 겁니다! 제가 말했죠, 기사들한테도 마이크를 지급해야 한다고──서로 주고받는 도발을 엿듣는 것 또한 재미라고요!



???(1): 오우, 난장판인걸.


???(2): ...마리아 니어가 뭘 발견한 것 같은데.


???(1): 그래 보이네. 나쁘지 않아, 우리 기사들도 무식한 힘 싸움 보다는 머리를 좀 굴려야지. 



플라스틱 나이트: 잘난 척 하기는...!



'떠벌이' 모브: 멈추고! 사격합니다! 슈젝이 다시 사냥을 시작합니다──잠깐! 경기장의 장애물을 우회한 마리아가 다시 한 번 슈젝 경을 향해 돌진합니다──!


플라스틱 나이트: 엇?!


'떠벌이' 모브: 슈젝 경! 움직이지 않습니다! 방금처럼 정면으로 맞부딫힐 생각인건가요?!


플라스틱 나이트: *경고음* 쯧! 이 망할 냉각 설계가──!


마리아: 좀 아플 거에요!


플라스틱 나이트: 기고만장해 하기는!



(칼 소리)



플라스틱 나이트: 윽?!


마리아: 방금 말했죠──방검기사와 맞대결하는 석궁수가 어디 있냐고!



(싸우는 소리)



플라스틱 나이트: (아직 냉각이 끝나지 않았어, 먼저 거리를 벌려야...!)


플라스틱 나이트: 비켜!



'떠벌이' 모브:  슈젝 경──! 놀라운 움직임입니다! 석궁에 부착된 대검만으로 이렇게 완벽하게 공격을 막아내다니!



마리아가 두 눈을 감았다.


지난 날, 무수히 많이 지켜봐온 동작이다. 그녀는 그동안 단지 이를 따라해왔을 뿐.


아주, 오랜 시간동안.




조피아: 아... 기억이 나는군...


조피아: 저 역수검... 마가렛이 우승할 때의 그...



플라스틱 나이트: 너...


플라스틱 나이트: 마... 말도 안 돼....



마리아: 후아──


마리아: 앗, 아야...



(환호 소리)



'떠벌이' 모브: ──미, 믿을 수 없는 결과입니다!


'떠벌이' 모브: 방금까지 우세를 점하던 슈젝 경이, 단 한 칼에── 한 번의 공격만으로 완전히 의식을 잃었습니다! 의심할 여지 없이, 마리아의 승리입니다!


'떠벌이' 모브: 하지만 어떻게 된 일인가요! 설마 그 때 있었던 기적같은 결승전처럼! 마리아 니어, 본 실력을 숨겨왔나요?!



???(1): 후후후, 꽤 잘 해냈잖아?


???(2): ...갈래.


???(1): 벌써 간다고?


???(2): 더 볼게 뭐가 있다고. 가서 자기 무기나 제대로 점검하지 그래, 괜히 쪽팔릴 일 만들지 말고.


???(1): 하하하, 그도 그렇네! 나도 기다려줘!




조피아: 마리아... 해냈구나.


조피아: ...이게 과연 잘 된 일일까...?





???: 모브 씨.


'떠벌이' 모브: (이봐요! 여긴 해설대라고요, 빨리 내려가요!)


???: 쉿, 조용히, 관객이 들을라... 관객들이 볼 수 없는 위치니 안심하시죠.


???: 그저 파벨 씨의 의견을 전하려 왔을 뿐입니다...


'떠벌이' 모브: 파... 당신, 회장님의 이름을 그대로 부르다니... 뭘 원하시는 겁니까?


???: 보아하니 슈젝 경이 실력 부족으로 인해 경기에서 패배한 모양이군요. 로어 나이트클럽의 기대를 저버렸네요, 아쉬운 일입니다.


'떠벌이' 모브: 그 말씀은...


???: 쉿, 입 밖으로 낼 일이 있고, 아닌 일이 있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 가시죠, 관객 분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떠벌이' 모브: 신사 숙녀 여러분──!


'떠벌이' 모브: 배당률과 득표수를 보아하니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결과임이 분명하군요! 며칠간 온통 이 경기 얘기일 것이 눈에 훤합니다!


'떠벌이' 모브: 칭호가 없는 자유기사가 로어 기사단의 선봉장을 물리치다! 마리아 니어가 숨겨두었던 아츠를 꺼내, 실력으로 '플라스틱'의 슈젝 경에게서 승리를 거뒀습니다!


'떠벌이' 모브: 슈젝 경이 신인을 만나 방심한걸까요? 아니면 경기장에서 둘이 속삭인 대화가 승부를 결정지은 건가요? 아아, 내가 분명 기사들에게도 마이크를 달아주라고 했을텐데──!


'떠벌이' 모브: 하지만──! 무슨 변명을 대든 이미 늦었습니다! 오늘 첫 승부의 결과를 말씀드립니다!


'떠벌이' 모브: 승자는── 마리아 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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