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첸]

-아미야.

-......

-다 끝났다.


[아미야]

-……




[첸]

-사람이 하는 일은 종종 예측을 뛰어넘곤 하지.

-그런데 감염자는 그 이상이다.

-힘은 사람을 미치게 하고, 욕망은 사람을 타락하게 해.

-마치 암세포처럼, 모든 아름다운 것들을 조금씩 갉아 먹는다.


[아미야]

-……


[첸]

-네게 그 가면은 아무 의미 없어.


[아미야]

-저는……


[첸]

-만약 가지고 가고 싶다면, 그렇게 해라.

-언젠가 그런 가면이 네 방을 가득 채우겠지.

-모든 사람은 자신의 선택이 가져온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해. 그건 감염자든 비감염자든 모두 마찬가지다.



[아미야]

-......

-……죄송합니다……

-첸 팀장님…… 전……


[첸]

-아미야, 잘 들어라.

-리유니온… 그들이 만약 네 말에 귀를 기울인다면, 그들을 도와주면 되는 거다.

-그러나 만약 그들이 네 말을 듣지 않고, 남은 삶을 광기에 바치겠다고 하면… 그때는 망설이지 마라.


-......

-그녀가 나쁜 짓을 한 건 아니다. 그렇다고 무슨 죄를 지어서 벌을 받는 것도 아니지.

-그냥, 그녀가 그런 결과를 선택했을 뿐이야.

-누구도 그녀를 막을 자격도, 그녀를 탓할 자격도 없어.


[아미야]

-하지만 저는……

-전 잘 모르겠어요… 지금까지 저희는 모든 사람을 도울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걸까요. 왜, 그녀 혼자서 이런 결말을 감당해야만 하는 거죠…?

-로도스 아일랜드가 하는 일이 정말 옳은 일인 걸까요?


[첸]

-......

-이 세상에서, 광석병에 걸린 사람들의 운명은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다. 운명은 사람이 어떻게 해볼 수 있는 게 아니야.

-로도스 아일랜드는 그들이 그저 발을 헛디뎠을 뿐이고, 아직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리고 근위국의 입장에서 보기에는 전혀 그렇지 않다. 필요하다고 생각될 때는 반드시……


[아미야]

-......

-저는 그저 이렇게 변하지 않는 상황을 바꾸고 싶은 것뿐이에요…

-조금이라도, 아주 조금만이라도……

-하지만… 만약 이 모든 게 결국 이런 결말을 맞게 된다면, 제가 할 수 있는 건……


[첸]

-아미야.

-......

-동요하고 있는 건가?


[아미야]

-전……

-모르겠어요……

-지금 감염자들은 적의에 빠져 있거나, 자멸하는 길을 택할 뿐이에요.

-비극은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죠.

-이 고통과 증오의 굴레 속에서, 광석병을 근절시키는 것 외에 감염자에게 다시 희망을 줄 수 있는 방법은 하나 더 있어요.

-…그건, 바로 이 고난의 사슬에 감겨 있는 증오를 없애는 거예요.


[첸]

-…아미야.

-자비를 베풀 때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해.

-로도스 아일랜드가 근위국처럼 바뀔 날은 영원히 오지 않겠지. 근위국처럼 할 수도 없을 테고.

-너희 로도스 아일랜드는 무모하게도, 자진해서 감염자들을 받아들이고, 거칠지 않은 방법으로 그들을 구하고자 하고 있어. 그건 로도스 아일랜드만이 할 수 있는, 어쩌면…

-로도스 아일랜드만이 하려 하는 일이겠지.


-하지만 난 너희처럼 행동할 수는 없다.

-근위국은… 말할 필요도 없이 불가능할 테고.


[아미야]

-.......


[첸]

-…그들의 동포가 아닌 네가, 그들의 가면을 줍는다.

-…그런 가면은 분명 네 방을 가득 채우게 될 거야. 그래도 좋다면, 가져가도 좋겠지.

-기억해 둬. 이건 너 자신의 일이다. 다른 사람 이야기가 아니야.


[아미야]

-……


[첸]

-…로도스 아일랜드의 작은 '리더'.

-만약 네가 지도자의 책무를 감당해낼 각오가 되어 있다면,

-넌 너만의 선택을 하고, 그 결과에 책임을 지면 되는 거다.


[아미야]

-......

-감사합니다……

-첸 팀장님.


[첸]

-……

-근위국은 현장을 정리하고 복구 작업에 들어간다.그 다음엔 내가 그 의사한테 연락하도록 하지.




[아미야]

-박사님, 가요.




[W]

-흐음… 역시 사람의 운명이란 서로 뒤엉키기 마련인가 봐.

-서로 이어지고… 서로 방해하고… 아무리 뛰어난 승부사라도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체크메이트를 당할 수 있다 이건가.

-뭐, 괜찮아. 이런 것도 나쁘지 않지.

-적어도 앞으로 벌어질 일은… 기대해볼만 하겠어. 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