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맨 지휘관 단편 모음집 : https://arca.live/b/azurlane/59362616  


퀸엘의 집무실

 

"다음에 저희가 갈때 사시미를 먹고 싶은데 말이죠"

"사시미?"

"설마 로열의 여왕께서 사시미를 모르는건 아닐거라고 믿습니다"

".... 물론 알다마다, 다음에 올때 사시미를 대접하도록 하지! 기대해도 좋다!"

오늘도 허세 작렬하는 퀸엘이었다




딸깍


수화기를 손으로 내려놓는 퀸엘

'망했다망했다망했다망했다망했다망했다망했다망했다망했다망했다'

 

"폐하?"

"워스파이트, 'SA-SEA-MI'가 뭔지 알아?"

"사시미 말입니까? 중앵 음식인가요?"

"이름에 바다(sea)가 들어가는거 보니 생선으로 만든거같은데"


찍기실력 하나는 끝내주는 여왕님


"청어나 정어리 같은거 말인가요?"

고기는 좋아하지만 생선요리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워스파이트 


"생선으로 만들었다고 하면 청어나 정어리의 중앵식 이름이 아닐까?"

"여기와서 그걸 먹고싶다고 굳이 전화를 했단 말입니까?"

"로열에 와서 로열 생선을 찾는게 이상할건 없잖아?"

"폐하께서 그렇게 말씀하신다면야"

"그러면 훈제 청어를 많이 준비해놔라고 해야겠어"


'사시미가 뭔지 모르겠지만 이건 아닌거 같은데'

찍기실력 하나는 끝내주는 여왕의 호위


'중앵 옆에서 온 지휘관이면 사시미가 뭔지 알지 않을까?'

"한번 알아보고 오겠습니다"



중앵 회의실


"로열에서 제대로 된 사시미를 내놓을리가 없는데 무슨 생각인지 이해할 수 없구나"

"혹시 모르지 않습니까 만에 하나 제대로 내어오기라도 하면 좋은게 아닐까요, 엉터리로 내오면 그걸로 조금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고요.. 후후.."

로열에 기싸움을 한번 걸어보는 중앵의 혐성대표 아카기


"zzz...."

아무생각없는 시나노


"로열이면 훈제 청어나 정어리를 썰어서 사시미라고 내놓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의외로 정답에 가까운 카가


"설마 로열이 그 정도로 음식을 못하지는 않을 것 같구나"

설마가 사람잡습니다, 무사시


"기대해보겠어요, 로열...의 지휘관"



30분 뒤 로열 모항 지휘관 집무실



"... 라고 해서 사시미를 저녁에 대접한다고 했는데 사시미가 훈제 청어하고 정어리로 만든게 아닌가 싶어서 물어보려 왔습니다"


'씨발 너는 트리위키라도 켜라, 아니지 여기는 위키피디아인가?'

인쇄본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은... 서비스 종료다..


"아니야"

"네?"

"중앵에서 사시미(sashimi) 달라고 한거는 날생선을 메인으로 하는 원-플레이트 코스요리 같은걸 달라고 하는거야"

"네?? 날생선 말입니까?"

"언제온대? 횟감 골라서 사와야하니까 나중에 자리 비운다고 말해놔"

"네? 다음주에 온다고 했습니다"


2주도 안남았네? 씨발?


잠시 후 식당


"연어는 냉동한거 사서 해동해서 썰면 되고, 중앵이면 활어보다는 선어(숙성회)를 먹을텐데..."

칼날이 왜이래? 칼갈이 할때가 된건가?


로열 본청


"다이도! 다이도 있냐?"


도도도도


급하게 뛰어오는 다이도


"무슨 일인가요? 주인님?"

"너를 찾고 있었어, 중요한 일이야"


"주인님이... 중요한 일에 저를... 헤에...."


그런 행복한 다이도의 기대와는 무색하게


"혹시 숫돌 있냐?"

"네? 숫돌 말인가요?"

"칼 가는 도구 말야, 칼 좀 곱게 갈아야 해서"

"그걸 왜 저에게...?"

"칼 들고 다니잖아?"

"중요한 일이라는거는..."

"중앵에서 손님오는거, 저녁에 사시미를 대접받고 싶대"

"그럼 저는 필요없는게... "

울 것같은 얼굴을 하는 다이도

"숫돌만 가지고 가신 다음 주인님은 저를 버리시는게... "


"이게 뭐라카노! 너 칼질 잘하냐?"

"칼 말인가요..? ..... 해보겠습니다"


(잠시 후)


"이걸로 칼을 간다고?"

"그렇습니다"


'아 맞다 얘네들 인간이 아니고 함순이지'

보통 인간이 아니니까 의장에 있는 칼날도 공업용 그라인더로 세우는건지는 몰?루


"이건 숫돌이 아니야"

"네?"

"240방 야스리하고 1000방, 3000방짜리 하나씩 사서 갈면 되겠다" 


(정육점에 있는 240방짜리 칼가는거, 통칭 야스리)


"내일 오후에 식당으로 와라"

"네? 알겠습니다"


다음날 오후


회칼과 숫돌을 사온 지휘관이 다이도와 열심히 칼을 갈고 있다


"주인님?"

"왜?"

"굳이 이렇게 숫돌을 여러개 사서 칼을 가는 이유가 있나요?"

"처음에는 녹제거 한다고 거친걸로 가는거야, 식당에서 대충 썰거면 240방 막대기로 몇번 긁어주는걸로 충분해"

"네"

"사시미를 가늘게 썰려면 최대한 곱게 갈아야 하니까, 너 이따가 3천짜리에 칼 간 다음에 토마토나 양상추 썰어봐, 그럼 이해갈꺼다"


(잠시 후)

(6천방 짜리 숫돌로 칼 간 다음에 토마토 써는 영상)



'무슨 토마토가 이렇게 쉽게...!'


"숫자 큰걸로 갈면 곱게 썰리는 대신에 금방 날 상하니까 1000 짜리면 충분해, 6000 짜리는 관리하기 힘들어"

"알겠습니다"


칼갈이가 끝난 후


"그런데 사시미?가 뭔가요?"

"생선 얇게 썬거, 이런걸 얇게 써는거야"


냉동실 문을 열고 냉동된 횟감용 생선들을 보는 지휘관과 다이도


"이걸 썬다고요? 얼었는데요?"

"이걸 어떻게 바로 써냐, 해동해서 썰어먹어야지"

"생선은 익히면 부드러워서 안썰어도 되는거 아닌가요?"


지휘관의 설명에 의문을 가지는 다이도


"왜 익혀? 안익히고 먹을건데?"

"예? 생선을 익히지도 않고 바로 먹는단 말입니까?"

"사시미가 원래 그런 요리인데?"

"예??"


놀라움의 연속


"이런느낌으로 한상 차려 내는거야"


들고있던 폰으로 사진을 꺼내주면서 보여주는 지휘관

(AI 그림으로 만든 참고자료)


"사시미만 달라고 했지만 분명히 그것만 달라는 소리는 아니고 세트메뉴를 달라는거야, 1인분씩"
"세트메뉴 말입니까?"

"너 로열 아침 식사에 토스트만 나오냐, 아니면 달걀 후라이, 베이크드 빈즈, 베이컨 다 나와?"

"다 나옵니다"

"그렇지? 생선만 먹으면 심심하니까 새우튀김 몇개 올리고... 이건 체셔 불렀으니까 체셔 시키자"


> 지휘관은 튀김담당으로 체셔를 소환했다


"샐러드도 레몬이나 파인애플같이 신맛나는 드레싱에 양상추 찢은걸 홍차 잔에 들어갈 정도로만 적당히 해서"


한국식 횟집을 참고해서 세트메뉴를 만들려는 지휘관


"내일 저녁에 시간 되지? 횟감 사올테니 한번 만들어서 먹어보자"

"중앵분들은 다음주에 온다고 했는데요?"

"니들 젓가락 쓸줄은 알아? 어떻게 먹을지 몰라서 중앵 애들한테 개쪽당할려고? 그럴 수는 없으니까 미리 한번 차려서 먹어봐야지"

"얼마나 해야할까요?"

"조리는 너, 나, 체셔 이렇게 하고 맛볼사람이... 워스파이트, 퀸엘, 벨파스트 3명이니까 최소 6인분"


잠시 후


"어 체셔 왔냐?"

"뭘 시킬려고 하냐 서방님?"

"덴뿌라" "덴뿌라?"

"너 지난번에 치킨 튀겼지? 그거 새우로 비슷하게 하는건데 중앵식이라서 겉이 바삭한 느낌이 조금 달라, 10인분 정도?"

'나도 못하는데 체셔가 일식집 덴뿌라 제대로 하는건 기대하기 힘들고..'

체셔에게 빵가루를 입히지 않은 새우튀김을 시키려고 하는 지휘관

"빵가루는 안쓸꺼니까 넣어두고 찬물로 반죽해"

"알았다냐"


새로운 음식을 얻어먹을 생각에 즐겁게 새우튀김을 준비하는 체셔


회는 잘되가고 있나...?


"나보다 잘 써는데?"

"감사합니다 주인님"

의외로 회 써는데 재능이 있는 다이도, 정육점 육절기마냥 한점씩 빠르게 썰어내는데...

"연어는 다른 생선보다 조금만 두껍게 썰어"

"알겠습니다"

"이름만 다르지 건강식품 코너에서 천사채도 팔더라고? 이걸 생선 밑에 깔고 사시미 썬거 올려" (1)

'남은건 육수든 소스든 섞어서 포미 주면 잘먹겠지'

"네"


양배추와 양상추를 적당히 잘라 그릇에 담고 레몬 드레싱을 올린 지휘관은 새우튀김용 소스(폰즈)를 만든다


(잠시 후)


완성


"서방님, 이거 생선 안익힌거 같은데 이대로 먹는거 맞느냐"

"맞는데? 옆에 검은 소스에 찍어먹어, 초록색 페이스트는 와사비라고 아주 매운거니까 조금만 풀어서"

"매워...! 물! 물"

"조금만 풀라니까"

"이 덴뿌라라는거 정말 맛있구나 하인! 그런데 젓가락질은 왜이리 힘든것이냐"

"체셔가 튀긴겁니다, 젓가락질 힘드면 포크 쓰시던지요"

"배우면 되지않는가 배우면!"


"그러고보니 포미더블님이 안오셨네요?"

지휘관이 음식만드는데 포미더블이 안오니까 신기해하는 벨파스트


"오늘은 중앵 대접용으로 문어먹는다고 하니까 도망치던데?"

"문어라고 하면 지난번에 그거 말인가요?"

"어 그거"

"이게 그 썰은 문어인가요? 검은종이?"

"어, 타코와사비를 김에 싼거야, 속에 매우니까 조심해"

"..... 맛있네요?"

"그럼 다행이고"

"이대로 내실건가요?"

"날씨 좀 쌀쌀하면 컵에 미소시루도 조금 풀어서 내면 문제없어"


준비 완료


다음 주 접대 당일, 로열 응접실


"사시미 숙성이 조금 모자란건 양해 바랍니다"

"이정도로도 충분합니다, 배려에 감사해요"


'멀쩡한데요?' '멀쩡하구나'

의외로 멀쩡한 생선회와 새우튀김, 미소시루(된장국)가 나와서 당황한 아카기와 무사시


"접시에 이렇게 예쁘게 내놓을 줄은 몰랐네요"

"저희 메이드가 간만에 실력 발휘를 했습니다"

다이도한테 횟집 모듬회 플레이팅 대충 가르쳐 주니까 알아서 응용 잘해서 나도 놀랐다


"구운 정어리를 썰어서 내올 줄 알았는데 말이죠 로열의 지휘관님"

"하하하하하... 농담도 참"

'그러게 씨발 하마터면 진짜 그럴뻔 했어'


바사삭

콰직


"맛있구나...에비텐은" "맛있네요"

새우튀김의 바삭함에 놀라는 시나노와 카가


'역시 로열의 지휘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군요'

접시에 올라간 타코와사비 군함말이를 집어먹는 아카기


'반드시 우리 중앵의 손에 넣어야 해'

지휘관에 대한 확신이 집착이 되기 시작하는 아카기



"......"

'그래도 덴뿌라는 맛있구나'


결국 젓가락질은 실패하고 포크를 쓰게 된 퀸엘이었다



1) kelp noodle, 회 시키면 밑에 깔려나오는 불투명하고 꼬불꼬불한 그거, 다시마 추출물로 만든 다이어트 식품이지만 값이 싸서 회 밑에 까는 용도로 자주 쓰인다


참고) 런던에서도 스시는 팝니다, 가장 싼 메뉴인 연어초밥이 한접시도 아니고 한개에 2천원 넘어가서 그렇지


다음은 콘치즈를 쓸까 생각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