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모음집 : https://arca.live/b/azurlane/59362616


어느 날 오후


"세이렌의 기술이 접목된 음성이에요, 노이즈가 심하지만 다른 음악과 같이 틀면 자연스럽게 지휘관에게 노출될거에요, 1시간 정도 가까이서 틀어고 재운 다음에 귀에다 틀어주면 끝납니다"

"알겠구나"

"다만 강한 자극이 들어오면 최면이 깨지기 때문에 조심해야합니다"

"명심하겠느니라, 아카기"

"지휘관의 고향 음식은 준비되었나요?"

"히퍼에게 부탁해서 오늘 갖고 왔단다"

"좋아요, 작전을 시작하지요"


4시간 뒤, 철혈의 식당 응접실


"철혈의 식사 초대에 응해줘서 고맙단다 아가야"

"누가 아가입니까, 제 나이가 몇인데... 아줌마라고 불러드릴까요?"

"마마한테 그런 농담을 하면 못써요"

"저희 어머니는 고향에 살아계십니다, 누가 마마입니까"


초면에 생판 타인에게 자신을 엄마라고 칭하는 정신나간 존재가 어디있단 말인가? 게임 캐릭터도 그러진 않겠다


'여기 있네?'


"그렇구나... 어서 들어오려무나"

'메모... 로열의 지휘관은 어머니가 살아계신다...'


음?


"아니 다른분들은 어디가고 저희 둘만 있는건가요?"

"슈피는 의장을 수리하러 가서 1시간 내로 올 예정이고, 론은 잠시 나갔고... 히퍼는 블뤼허하고 같이 치킨이라는걸 먹으러 외출했어, 부어스트는 안먹고 바깥 음식만 먹으러 돌아다니니 요즘 아가들이 걱정되는구나"

"그래요?"

'집밥먹으라는 엄마같이 구네'


'♬ - ♪  -♩'


"...... 이건 무슨 음악인가요?"

"교향곡 제9번이지"

"좋은 노래네요...."

"그렇지, 수프를 내올테니 잠시 기다리거라, 아가야"

"네......"

'음성이 효과가 있는것은 확인된거 같고...'


최면음악의 약빨이 듣는건지 '아가'라는 호칭에 저항이 줄어든 지휘관


"호밀빵하고 부어스트(소시지)란다, 여기 카르토펠주페(감자수프)는 직접 만들었지"

".... 맛있네요"

"부어스트는 여기 자우어크라우트(양배추로 만든 짠지)하고 같이 먹으려무나"

"괜찮네요... 이것도 직접 하신건가요?"

"그럼, 부어스트도 직접 만들었지"


그로세 마망은 뭐든지 잘만들어요


"철혈은 소시지 잘 만드네요... 짭조름하고 육즙이 넘쳐요...."

조리하다가 폭발하는 로열 소시지(1)를 보다가 철혈 소시지를 보니 만족하는 지휘관


"마음에 드니? 철혈에 온다면 매일 이렇게 밥을 먹여줄 수 있을텐데 말이야"

"철혈에 오면 매일..."

"그럼, 매일, 음식 맛 없는 로열보다는 철혈로 오는게 좋지 않겠느냐?"

"로열... 맛없어... 맛있는... 철혈..."


먹는걸로 최면 효과가 제대로 들어간 지휘관


"그럼, 맛있는 식사가 있단다, 그리고 아가의 고향음식도"

"고향... 음식...."

"여기 특별히 구해온 파오차이라도 먹으려무나"

이스트글램산 배추김치를 한접시 담아서 지휘관 앞에 내준 그로세


"감사합ㄴ.. 네?"


몽롱한 분위기에서 갑자기 목소리가 올라가는 지휘관을 보고 놀라는 그로세

'고향의 음식을 철혈에서 보게되어 잠깐 놀란건가...'

"지휘관의 '고향 음식'인 파오차이니라 아가야, 아가의 '고향 음식'을 특별히 구해왔단다"

고향음식을 강조하는 그로세


"고향 음식이라... 좋지요..."

"그럼, 고향 음식이란다 아가야, 어때 철혈에 오지 않으련?"

눈이 조금씩 감기는 지휘관


"고향의 음식... 파오차이.... 파오차이...? 가..."

"가?"


"갈!!!!"


"아가야..?"

"마! 도랏나!!"


벌떡


"에?"

"어디서 감히 한국인 앞에서 김치를 파오차이라고 해! 니미 씹쌔끼...!"

'갑자기 Z23은 왜 욕한단 말인가'

지휘관의 급발진에 정신을 못차리는 그로세


"진정하려무나... 아가야..."

'최면이... 풀렸나?'


"파오차이가 무슨 내 고향 음식이냔 말이다! 난 씨발 짱깨가 아니라고! 이 아줌마야!!"

고향을 바꿔주는 노인(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덕분에 먹을것 앞에서 삿대질도 하고 괴성도 지르고 난리도 아닌 지휘관


> 김치맨 앞에서 김치 국적을 바꾼 효과는 강렬했다!



"미안하다 아가야.. 내가 이름을 잘못 알고 있었던 모양이구나, 김치.. 김치..."

"아.......죄송합니다"


손님주제에 외국인(?) 앞에서 김치 명칭으로 급발진한게 순간 부끄러워진 지휘관


"내가 철혈 밖 음식에 대해서 잘 몰랐던거는 사과하마.."

'왜 갑자기 최면이 깨진거지? 김치가 뭐길래?'


"아... 아닙니다.. 잘 모르실수도 있지요.. 맥아도 들어가지 않은 발포주를 철혈 맥주라고 하는것만큼 무례한 일이라고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분위기 전환으로 설명을 시도하는 지휘관


"아니 그게 무슨 맥... 그렇구나..."

'기껏 김치를 구해놓고 무슨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

"......"


분위기가 싸해진 철혈 식당이었다


(잠시 후 식당 현관)


"죄송합니다.. 그로세 씨"

"마마란다"

"........."

"마.마."

"네... 마마"


"다음에도 밥먹으러 오려무나, 바이스부어스트(삶아먹는 독일 소시지)를 만들어 줄테니까"

"바이스부어스트 말인가요?"

"먹어본적이 있느냐?"

"고향에서도 배달받아서 먹어본 적 있습니다, 맛있어요" (2)
"그러면 다음에 옥토버페스트 할때 부를테니 꼭 오려무나 아가야"

"...네"


끼익


최면세뇌에 실패하고 밥만 잘먹여서 보낸 그로세였다


(잠시 후)


뚜루루루루


"어떻게 되었나요"

"미안하구나 아카기, 작전은 실패로구나, 로열의 지휘관이 스스로 세뇌에서 풀릴줄은 예상 못했단다"

"아니에요, 로열의 지휘관님을 그렇게 쉽게 확보하면 그게 더 이상하지요"

"다른 계획이 있는것이냐"

"다음엔 저희가 접촉해보도록 할께요, 지금 연구 중인게 있는데 기대해도 좋답니다?"



"과연 로열의 지휘관님, 쉽게는 넘어오지 않는군요"

'하지만 언젠가는 우리 중앵의 품에 들어올것을 믿고 있어요'


오늘도 지휘관에 대한 집착이 강해지는 아카기였다


(5분 뒤)


"어딜 가시나요, 로열의 지휘관님? 그로세의 대접이 맘에 들지 않았나요?"

"아니 씨발 넌 또 뭐야, 여기도 칼들고 설치는 년이 있어?"

'칼들고 정신이 살짝 맛이 간거는 다이도 한명으로 충분한데'

"엣취!"


"철혈의 론이라고 해요, 들어가서 같이 쉬지 않을래요?"

"아니!!!"


손님주제에 대판 싸우고 나온 지휘관이 다시 들어가긴 뻘쭘하니 역돌격을 시작한다


"아하하하하하하, 도망치시는건가요?"

"꺼져!!"

"도망치려고 해도 소용없답니다?"

"꺼져!" 


살아남기위한 질주를 하는 지휘관과 추격하는 론 


'씨발 따라잡히겠다'

인간 지휘관이 어떻게 함순이를 피지컬로 이긴단 말인가?

'어떡하지 어떡하지 어떡하지 어떡하지 어떡하지 어떡하지 아!'


"앗! 저기 물 탄 발포주를 철혈의 맥주라고 사기치는 중앵의 아카시다!"

"뭐? 용서 못 해!"

철혈 드리프트로 90도 꺾어서 달려가는 론


'미안하다 아카시'


가을이었다


다음 달


"나를 철혈의 샤미센으로 만들 작정이었냥!!!"

"미안하다..."

"미안하면 양념치킨 10마리로 사죄하라냥"

".... 알았어"


'목숨값보단 치킨 10마리가 싸지'


지휘관이 사과한 것은 나중의 일이었다


1) https://en.wikipedia.org/wiki/Bangers_and_mash 영국산 소시지 수분함량이 높아서 조리중에 Bang!(뻥!) 하고 터진다고 해서 붙은 이름

2) 성베네딕도 왜관 수도원의 분도푸드에서 독일식 소시지를 팔고 있다, 택배 배송 가능



로열 함순이가 지휘관에게 '지휘관 어머님의 김치가 중국산 파오차이보다 맛이 없어요...' 하면 지휘관은 가혹행위까지 몇초나 참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