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2편



지휘관! 뭐해!”

 

뭐 안 해.”


어둑어둑한 새벽, 지휘관의 방에 뉴저지가 난입했다. 시간이 시간인 만큼 조금 자중하는 게 옳았으나, 지휘관과 뉴저지 둘 다 딱히 신경 쓰는 모양새는 아니었다.

 

그럼 뭐 하러 가자! 빨리!”

 

그 뭐가 뭔데.”

 

난데없는 발언에 지휘관이 질문을 던졌지만, 그녀는 대답 대신 지휘관의 팔을 잡아당기는 걸로 화답했다. 그녀의 페이스에 이끌려 어느샌가 문밖으로 나온 지휘관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자, 뉴저지는 그제야 방긋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별 보러 가자!”

 

 

 


***


 

 

 

새벽 3시에 다짜고짜 끌고 가도 군말 없이 따라주는 사람은 나밖에 없을 거야.”

 

새벽 3시에 예쁜 풍경을 보여주기 위해 친히 이끌어주는 사람도 나밖에 없을걸?”

 

늘 하던 대로, 둘은 비슷한 수준의 대화를 나누며 언덕을 오르고 있었다. 물론 신장 차이로 인해 지휘관이 그녀의 보폭을 맞춰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근데, 만약 내가 자고 있으면 어쩌려 했어. 새벽인데.”

 

? 지휘관 이 시간에 안 자잖아. 사관학교 때도 그랬으니까. 내가 모를 리가 없지.”

 

…….”

 

지휘관은 무심코 웃음을 내비쳤다. 사관학교 시절부터 이어져 온 인연이, 지금까지 끊기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람과 동시에 또 감사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그때는 네가 나보다 더 크지 않았냐? 거의 엇비슷하긴 했는데.”

 

히히 맞아. 그때 지휘관 귀여웠는데.”

 

뉴저지는 떠올렸다. 그 시절 풋풋했던 지휘관의 모습을.

 

지금보다 체구는 조금 작아도 늘 한결같은 그의 모습을 그려내니, 그녀는 절로 미소를 그렸다. 마음 한쪽에 남아있는 소중한 추억들은 덤이고.

 

맞아. 그때 지휘관 술 밀반입하다 퇴학당할 뻔하지 않았나?”

 

흑역사야. 잊어 둬.”

 

잊을 수가 있겠어? 그렇게 당황한 지휘관은 난생처음이었는데.”

 

제발.”

 

히히히.”

 

즐거웠다. 그때나 지금이나, 이 남자와 함께하는 시간이 너무나 즐거워, 투명한 유리병에 넣어놓고 매일매일 돌아보고 싶었다.

 

슬쩍 고개를 돌려 그의 얼굴을 마주한다. 곤란하다는 듯이 콧잔등을 매만지지만, 입가에 드리운 미소는 숨길 수 없다.

 

부디, 이 남자 또한 나와 같은 생각을 하길 하늘에 빌며, 우리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

 

 

 

다 왔어!”

 

기어코 날 여기까지 끌고 왔구나.”

 

불만이 가득한 말투였지만, 지휘관은 분명 웃고 있었다. 뉴저지 또한 그 사실을 자각하고 있었기에, 여전히 싱글벙글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래도예쁘잖아저기!”

 

손을 뻗어 하늘을 가리킨다무슨 말을 전하고 싶은지 모를 리가 없는 지휘관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녀의 손끝이 향한 자리를 바라봤다.

 

밤하늘을 수놓은 별이 보여주는 그 아름다운 모습은 가히 절경이라 할 수 있었다맑게 갠 하늘의 별들은 그 누가 보아도 감탄사를 내뱉지 않고서는 못 배길 지경이었으니까.

 

그래예쁘네.”

 

물론 지휘관 또한 마찬가지였다이런 광경을 보여준 뉴저지에게 마음속으로 짧은 감사를 표하고지휘관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

 

후후그래도 이 뉴저지님의 미모보단 못할걸?”

 

그러면 그냥 방에서 네 얼굴 보라 하지왜 끌고 온 거야.”

 

그런 방법이!”

 

……내가 잘못했다부디 용서해다오.”

 

응응알면 됐어.”

 

그리 말하며뉴저지는 조용히 풀밭에 누워 하늘을 바라봤다딱히 이어지는 말은 없었지만지휘관 또한 어느새 그녀의 옆에 누운 지 오래였다.

 

확실히옛날 생각나긴 한다.”

 

어떤 거?”

 

너랑 처음 만났을 때.”

 

그래내 첫인상은 어땠어?”

 

그는 조용히 눈을 감아 기억의 파편을 더듬었다하고 싶은 말은 참 많았지만역시 딱 한 마디만 하고자 한다면 이 말밖에 없을 것 같았다.

 

되게 시끄러웠어.”


…….”

 

농담이야.”

 

눈을 동그랗게 뜨고 노려보는 그녀를 보고 피식 웃으며 내뱉은 말이었다어떻게 사람 눈이 저렇게 되지순간 의문이 들었지만즐겁다는 사실은 분명했다.

 

재밌었어되게 말 잘 통하는 친구 하나 생기겠다 생각했지.”

 

히히역시 그렇지?”

 

실제로 재밌는 일 많았잖아네가 아까 언급한 밀반입 사건도 그렇고.”

 

엄청 재밌었지!”

 

그리고는 짧은 정적징조조차 없던 침묵에 그가 고개를 돌리니답지 않게 살짝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가 눈에 들어왔다.

 

……그때 정말 재밌었는데참 아쉽네.”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는 시절에 약간의 씁쓸함을 느낀 모양일까이따금 있는 상황이었다추억이라는 이름의 늪에 잠겨 우울함을 느끼는 상황.

 

그렇기에지휘관은 나지막이 읊조렸다.

 

……난 지금이 더 재밌는데.”

 

그 순간뉴저지의 눈이 번쩍 뜨였다마찬가지로 슬쩍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니이번에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그리고 있는 지휘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기에뉴저지 또한 나지막이 읊조렸다.

 

……사실 나도 그래.”

 

그리고는 다시금 침묵다만이번 침묵은 어째선지 포근하고 따듯하게만 느껴져둘 모두 침묵에 몸을 맡기며 밤하늘을 바라봤다.

 

그렇게 하염없이, 밤은 깊어져만 갈 따름이었다.








다른 건 안 그런데 이건 이상하게 술술 써진당.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