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닌 경우가 없는 건 아니지만, 대체로 중요한 요직에 있을수록 바쁘기 마련이다. 신경 쓸 것이 한두 개가 아닌 까닭이다.
그 사실은 당연히 이 큰 모항의 지휘관인 나에게도 적용되는 사항이었다. 기초적인 업무는 기본이요, 이따금은 함선 소녀들의 컨디션을 관리해 주는 일도 병행한다. 600명이 넘는 인원을.
하기 싫은 일은 아니지만, 같은 일만 반복한다면 누구나 지치기 마련, 번아웃을 예방하기 위해서 몇 안 되는 휴식을 만끽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시간이다. 딱 지금이 그랬다.
가만히 멍때리는 시간도 소중하다. 아무런 생각도 없이, 아무런 행동 없이, 그저 흘러가는 시간에 몸을 맡긴 채 천장을 바라본다. 즐거웠다.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허나 그 때, 반쯤 휘발된 의식을 다시금 현실로 돌려놓는 소리가 울렸다.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키는 건 일종의 직업병이었다.
“……씨.”
욕지거리가 나오기 직전이었다. 얼마 안 되는 휴식 시간인데 이런 식으로 훼방을 놓는다니, 절로 기분이 잡쳤다. 표정도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저 멀리 떨어진 휴대폰으로 기어가며 다짐했다. 만약 별거 아닌 일이라면 내 달콤한 시간을 방해한 엄벌을 내놓겠다고, 반드시, 반드시.
상기하며, 휴대폰을 주워 든다. 수신인에는 크론슈타트라 적혀 있었고, 글자 한 자 없이 오로지 사진 한 장만이 담겨 있었다. 망설임 없이 사진의 정체를 확인했다.
“…….”
즉시 문을 열고 뛰쳐나갔다.
***
“야 이년아!!!”
문을 박살 낼 듯 거칠게 열어젖히며 화려하게 등장한다. 눈에 들어오는 것은 자기가 옷이라고 믿고 있는 웬 천 쪼가리 하나를 걸치고 있는 크론슈타트, 그 외는 없었다.
이렇게나 다짜고짜 침공할 줄은 예상하지 못한 걸까. 그녀는 당황의 감정을 얼굴로 표현하며 한 걸음 물러서는 게 고작이었다. 침착하게 시선을 옷으로 내렸다.
사진으로만 봐도 놀라웠는데, 직접 보니 더했다. 허벅지와 팔, 그리고 가슴만 아슬아슬하게 가렸지, 사실상 맨살이 드러난 부분이 훨씬 많았다. 옷의 기능을 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따라올 정도였다.
특히나 골반부터 허리부터 이어지는 라인에는 실오라기 하나 잡혀있지 않았다. 정확히는 팬티 대신 고작 붉은 끈으로 가려놓은 게 고작이었다.
아찔한 여체의 매력은 나로 하여금 절로 마른침을 삼키게 만들었다. 다른 말 필요 없이, 그저 아름다웠다.
“읏……!”
그런 뻔뻔한 사진을 보내놓고 꼴에 부끄럽다는 걸까. 나와 눈을 마주하기 무섭게 크론슈타트의 얼굴이 붉어졌다.
손으로 가슴께를 가린 것은 덤, 물론 전혀 효과 없었다.
“내 소중한 휴가 시간에 이런 사진을 보낸 의도가 뭘까.”
“그……그건…….”
한 걸음, 그녀에게 다가가 묻는다. 귀 끝까지 빨개진 크론슈타트는 쉽사리 말을 잇지 못했다.
때문에 다시 또 한 걸음, 그녀에게 다가간다. 문은 잠가놓은 지 오래였다.
“선물…….”
“더 크게 말해, 잘 안 들리니까.”
마지막으로 한 걸음, 그녀의 바로 앞에 도달한다. 부끄러움에 몸 둘 바를 모르는 그녀가 조심스레 고개를 올려 나를 마주한다.
푸른 눈의 여인은 평소보다 수줍었으며, 또 아름다웠다. 곧 튀어나올 목소리 마저도.
“올해도 고생했으니까……마지막으로 선물 하나 주려고 했지…….”
말하며, 크론슈타트는 하복부의 리본을 가리켰다. 팬티라기도 하기 부끄러운, 그녀의 꽃잎을 가리고 있는 그곳을.
군살 하나 없이 매끈한 복부 아래 수줍게 자리 잡은 그녀의 포장끈을 바라본다. 이쯤 되니 나 역시 눈가가 흔들리는 것은 필연이었다.
다시금 고개를 들어 크론슈타트의 눈을 마주한다. 슬쩍 눈을 피하고 있었지만, 허리를 감싼 내 손은 피하지 않았다.
그리고 한 걸음, 이번에는 그녀가 내게 다가온다. 손을 붙잡는다. 슬쩍 자신의 아랫배로 옮겨 문지른다.
“포장은……직접 풀어봐…….”
요즘 너무 크롱이만 쓴 거 같아서 다른 애 좀 쓸라 했는데 짤 보고 눈깔 뒤집혀서 호다닥 써옮……. 존나 꼴린다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