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미아 섬의 생존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드리는 개발팀의 편지입니다.
오늘은 조금 긴 이야기를 드릴까 합니다.

[오래된 계획표]

얼마 전 영원회귀의 '앞서해보기'를 시작 전에 세운 계획표를 오랫만에 다시 열어보았습니다.
시작 목표로 잡았던 동접이 2500명이라고 쓰여있더군요.

2021년에 5천 명,
2022년에 1만 명,
2023년에 2만 명,

이렇게 매년 성장하는 게임을 만들겠다고 쓰여 있었습니다.

시작은 작아도 2배씩 성장할 수 있다면
2029년에는 128만명,
2030년 256만 명이나 될테니깐요.

앞서해보기를 시작하는 날 3000명이 넘는 동접에 저희 팀 모두 환호하며 기뻐했습니다.
그 이후는... 하루하루가 믿어지지 않는 순간들의 연속이었습니다.
생각지 못한 관심과 순위에 얼떨떨하긴 했지만, 단 한 순간도 저희가 잘한 결과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실제 저희가 가진 역량 보다 너무 큰 관심을 받아서 언젠가는 와르르 무너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함이 컸습니다.

[첫 번째 절벽, 진입장벽]

영원회귀를 플레이하는 유저는 세번의 절벽을 만나게 되는데요.
처음 만나는 절벽은 진입장벽입니다.

영원회귀의 첫번째 절벽은 시작부터 거칩니다.
튜토리얼에서 세번이나 설명을 들어도, 상자에서 노란 세모를 보면, 줍는다는 게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게임에서 가방이 꽉 찼으니 노란 세모가 없는 아이템을 버리라고, 이 지역엔 더 이상 주울게 없으니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라고 안내하지만
설명은 너무 적으면 이해하기 어렵고, 설명을 반복하면 지루하고 숙제처럼 느껴집니다.

상자에서 노란 템을 주울 때, 뾰로롱 하며 인벤토리로 들어가거나
인벤토리가 가득 찼는데 또 아이템을 가지려고 하면, 버려도 될 아이템을 붉게 표시해주고 인벤토리를 거칠게 흔든다거나
오른쪽에 찾아야 할 아이템들의 위치를 좀 더 눈에 잘 띄게 해준다거나
그저 말로 설명하는 게 아니라, 이런 섬세한 UX가 한 땀 한 땀 모이면, 진입 장벽이라는 첫번째 절벽을 조금씩 덜 가파르게 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힘든 첫 진입장벽을 넘어서는데 성공하면, 그때부터는 영원회귀의 마법의 시간이 시작됩니다.
막 아이템 조합의 재미를 익혀가는 것 부터 시작해서, 한동안 푹 빠져 정신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이 시점에 플레이어 분들이 남긴 피드백을 보다 보면,
저희 팀원들은 정말로 게임 개발자 인생 최고의 행복과 보람을 느낍니다.

[두 번째 절벽, 새로움이 사라질 때]

하지만 하나의 캐릭터를 200시간 쯤 열심히 플레이하다 보면, 어느 순간 정형화된 플레이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루미아 섬에 떨어진 플레이어의 삶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 쭉 조명해볼까요.

1단계 : 2~3 루트 파밍을 하면서 무기와 일부 장비를 제작해 초반 교전을 준비합니다.
2단계 : 남은 루트를 돌아다니며 게임 시작 전 원했던 모든 장비를 갖춘 뒤
3단계 : 야생동물을 사냥하고, 음식을 만들고, 트랩을 제작하고, 운석과 포스코어, 미스릴 등의 랜덤 드랍 아이템을 찾아 다니며 마지막 싸움을 준비해서
4단계: 마지막 금지구역에서 최후의 교전을 펼칩니다.

 이런 정형화 된 틀 안에서 플레이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새로움을 느끼지 못하게 되고 그것이 두번째 절벽임을 알게 됩니다.

안타깝게도 현재  3 단계에서는 주로 곰-늑대 사냥 위주로 플레이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음식이나 트랩, 랜덤 드랍 아이템의 변수들이 있지만, 음식을 만들기 위해, 트랩을 만들기 위해, 랜덤 드랍 아이템도 사냥과 연결되기 때문에 전략의 다채로움이 부족합니다.
하지만 곧 운석 출현으로 포스 코어를 이용한 운영 전략이 늘어나고,
만드는 것 만으로도 설레는, 다양한 전설 아이템들이 늘어서 장비에 대한 선택지가 늘어나고,
단순한 능력치가 아닌, 특별한 스킬을 제공해 주는 아이템이 생기면

게임 종반을 준비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과 변수들이 늘어나고 컨트롤의 묘미도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요.
3단계가 아닌, 1~2단계에서 새로움을 느끼기 위해, 캐릭터나 무기를 바꿔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플레이어 입장에서 지금은 캐릭터를 전환하는 게 너무 힘듭니다.
새로운 캐릭터를 플레이한다는 건, 새로운 파밍 루트를 배워야 한다는 것이고, 파밍 루트 중, 그리고 파밍 루트가 끝난 뒤의 운영 전략을 새로 배워야 한다는 뜻이니까요.

이렇게 새로운 배움이 필요해진 플레이어에게, 현재의 루트 시스템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먼저, 좋은 루트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정확히는 루트의 변별력을 구분하는 시스템이 좋지 못합니다. 많은 플레이어들이 건의하신 것처럼, 추천/비추천으로 추천점수 시스템을 만들어 좋은 루트를 전달하는 과정이 시급히 필요합니다.

또 하나, 현재 플레이어들이 볼 수 있는 루트는 담겨야 할 많은 것들이 담기지 않았습니다. 스킬 마스터 순서같은 간단한 사안 조차도 작성자의 의도를 루트에 담아낼 수 없습니다.

 목표 아이템이랑 루트만 보여주고 있기에, 운영 전략에 대한 파악도 어렵습니다. 언제쯤 적극적으로 교전해야할지, 혹은 교전을 피해야 할지, 핵심 아이템이 무엇인지, 조심해야할 캐릭터는 누군지 등의 운영 전략을 배울 수 없습니다. 루트에 작성자가 이러한 부분들을 직접 간단한 설명을 적어 담을 수 있는 시스템도 필요합니다.

게임 시작 시 추천 루트에 대한 접근성도 좋지 못합니다. 새로운 캐릭터를 플레이해보고 싶어도, 먼저 루트부터 세팅해야 합니다. 정작 나는 아직 캐릭터 스킬도 이해하지 못했고, 얼굴 한번 마주치지 못한 초면인데 말이에요. 추천 점수로 걸러진 좋은 루트가 그냥 게임 시작하면 자동으로 나오게 된다면, 새로운 캐릭터와의 첫 만남이 훨씬 쉬워지지 않을까요?
캐릭터를 바꾸지 않아도 새로움을 찾는 방법이 또 하나 있습니다. 솔로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게임성을 제공하는, 듀오와 스쿼드 모드입니다.
하지만 이를 원활히 즐기기 위한 친구 시스템은 있지만... 사실은 없습니다.
디스코드와 카카오톡이 없으면, 친구와 같이 게임을 하기가 힘듭니다.

현실의 친구가 아니라면 게임에서 만난 사람들과 친구를 맺기는 특히나 더욱 어렵고, 따로 연락처가 없으면 함께 고난을 이겨낸 동료 생존자에게, 행운을 비는 메시지 조차 보낼 수 없습니다.

개발팀 중 시스템 구축 팀은 대규모 공사가 필요해서 부득이 한 번에 하나씩 만들어어야 하지만,  스킨 시스템을 계획보다 당긴만큼, 바로 다음 차례로 자체 친구 시스템 구축에 전력을 다할 생각입니다.

[세 번째 절벽, 마지막 금지구역]

어려운 두 개의 절벽을 넘어 선 플레이어들은 최후의 절벽인 마지막 금지구역 문제에 부딪힙니다.

향우회 등의 티밍 문제는 현 시스템의 미완성의 단면으로 어떤 형태로든 게임을 졌을 때 플레이어가 패배를 납득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그래서 마지막 금지구역 시스템은 크게 변경할 예정입니다.

3명이 남았을 때 어떤 보조장치를 해도 1:1:1의 구도가 깨지지 않으면 티밍과 향우회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기본적인 뼈대는, 마지막 금지구역에 여러 군데의  안전지대를 두어 전투가 분산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이 억지스럽지 않게 안전지대 시스템을 만드는 게 현재 목표이며, 이 부분은 따로 정리해서 로드맵으로 올릴 예정입니다. 밸런스적인 영향이 크다보니 별도의 베타 환경을 거쳐서, 플레이어들이 만족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다듬으려 합니다.
굵직한 것들만 절벽으로 표현했지만, 사실 냉정히 이야기하면, 어느 하나가 문제가 아니라 게임의 처음, 중간, 끝 모두가 다 문제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이 세 가지 절벽 외에도 곳곳에 커다란 크레바스, 깊은 구덩이가 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지적되어온 스타팅 포인트의 불균형 같은 경우도, 게임에 대한 불공평함을 느끼게 만들었습니다. 이번 업데이트가 이 문제에 대한 근본적 개선이 되길 바라며 준비했지만, 미흡한 부분을 계속 주시하면서 개선하겠습니다.

초반 전략은 분명 재미 요소지만, 마주치면 죽어야 하는, 내 손으로 대응할 수 없는 "날빌" 또한 즐겁지 않은 경험이며, 이 또한 일방적인 학살이 아닌, 긴장감 있는 수싸움이 되도록 할 예정입니다.

게임 시작 버튼을 누르고 실제 게임을 시작할 때 까지의 매칭 실패나 긴 로딩 시간, 즉시시전 사거리 표시 기능, 시체가 겹쳐서 선택이 안되는 문제, 생존자 우선 타겟팅 등등 필요한 편의 기능들도 하나씩 하나씩 개발해 가야 할 것입니다.

여기에 글로 다 쓰지 못한 문제들도 많이 남아 있겠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적은 문제들은 저희가 지금 당장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절반 이상은 봄이 오기 전에 해결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절반도 너무 더워 지기 전에 해결하구요.)

물론, 그 때쯤이 되면 새로운 피드백들이 쌓이고 쌓여, 다시 한번 오늘의 이 글과 비슷한 양의 새로운 할일 리스트가 생길 것 같기도 하지만요.

[게임다운 게임, 점점 더 나아지는 게임]

사실, 이런 부족한 게임에 여전히 이만큼의 사람들이 찾아주시는 건 여전히 기적적인 일이고 가슴 깊이 감사한 일입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찾아와주셨지만, 아직은 저희 역량이 그만큼이 못 됩니다.
어떻게 보면, 지금은 가슴 아프지만 단지 제자리를 찾아가는 중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문제가 많다는건 그만큼 개선을 통해 나아질 수 있는 부분도 많다는 점입니다.
많은 분들이 찾아와주신 덕분에, 그래도 저희에게 기회가 생겼습니다.
무엇보다 팀 규모를 이전보다 늘려가고 있어서 점점 더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업계에서 오랜 경력을 가진 분, 대기업을 박차고 나온 분, 프로게이머 출신, 인플루언서 출신 등 다양한 분들이 새로 합류했는데, 이들이 합류한 이유는 단 하나 입니다.

게임다운 게임을 제대로 만들어 보자.
이게 무너지는 순간 제일 먼저 플레이어들이 떠날 것이고, 이 꿈 하나 보고 합류한 많은 팀원들이 떠날 것입니다.
앞으로 저희가 진행할 게임 업데이트도 수많은 도전을 하고 시행착오를 겪겠지만 그건 저희 팀의 능력이 부족해서이지, 결코 게임 외적인 이유는 아닐 것입니다.

영원회귀는 인디 게임으로 시작했고, 여전히 인디게임을 만드는 정신으로 만들어가는 게임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실력으로는 인디 게임 너머를 꿈꾸고 싶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기 위해서 모든 면에서 보강되고 프로페셔널 해져야 합니다.

게임을 정말 좋아하고, 특히 그 중에서도 영원회귀를 사랑하는 팀원들이,
지금까지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절벽을 무너뜨리고 구덩이를 메꾸어서,
그래서 게임의 가치가 점점 커져서 언젠가는 영원회귀가 더 게임다운 게임이 되고,
동시접속자 수가 과분한 게 아니라 합당하다고 할만한 역량을 쌓고 싶습니다.

그래서 그 때부터는 오래된 계획표처럼,
다시 천천히 동시접속자 수가 늘어나고 더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게 되기를 꿈꿉니다.
게이머 분들이 영원회귀를 플레이 하길 잘했다고 하는 마음이 드실만한 게임,
그래서 영원회귀의 최고의 플레이어들이 상암, 라스베이거스, 파리 같은 도시에서 세계 대회를 치르고 다같이 즐겁게 응원할 수 있는 그런 게임이 되기를 꿈꿉니다.

늘 초심 잃지 않도록 채찍질 해 주시고, 응원과 격려 아끼지 않고 성원을 보내 주시는 여러분,
저희가 가장 사랑하는 영원회귀의 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리면서,
저희가 가고자 하는 험한 길 함께 지켜봐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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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 업데이트 리스트 -

[최초 진입장벽]

- 상자에서 아이템을 주울 때 인벤토리로 들어가는 느낌의 인지 강화
- 인벤토리 가득 찼을 때 인지 강화 + 버려도 될 아이템에 대한 인지 강화
- 우측 목표 아이템 UX 개선

[정형화된 플레이 개선]

- 운석 출현 - 포스코어 운영 전략
- 전설 아이템 추가 및 아이템 스킬 추가

[새 캐릭터/무기 루트 학습 개선]

- 루트 추천점수(추천/비추천) 시스템
- 루트 스킬 마스터 순서 표시
- 루트 작성자의 설명란
- 게임 시작 시 추천점수 순 루트 자동 추천

[친구 및 메시지 시스템 개선]

- 스팀과 독립적인 자체 친구 시스템 및 메시지 시스템

[코어 플레이어 - 마지막 금지구역 개선]

- 마지막 금지구역 변경 (복수 안전지대)

[그 외]

- 퍼블릭 베타 환경
- 스타팅 포인트 불균형 개선 (지속)
- 대항할 수 없는 “날빌” 방지
- 게임 시작 버튼 누른 후 매칭 수락/거절 - 로딩 프로세스 개선
- 즉시시전 사거리 표시
- 시체가 겹쳐서 선택 안 되는 문제
- 생존자 우선 타겟팅

위 내용들과 그 외 진행되고 있는 개발 사항들은 로드맵을 통해 지속적으로 공유드리겠습니다.

로드맵: https://www.playeternalreturn.com/ko/roadmap

(단, 개발 일정은 사전 추산이 쉽지 않고 변동 가능성이 매우 높아서 세부 일정은 바뀔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