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만 살 문어 소년 렌은 크립토스라는 멸망된 바다 행성에서 왔어요
등에 촉수가 달려 있어요 알을 낳아요 어려서 무정란만 낳다가 최근 성체가 됐어요
유일한 친구는 파냐라는 AI예요

고장난 우주선을 수리해서 지구에 불시착한 후 페르소나를 만남 페르소나가 자연사 할 때까지 가족이자 연인으로 지냄
본문에 나온 ‘반짝이’, ‘캡틴 옥토의 모험’, ‘캡틴 렌’, ‘아라타는 영웅, 나는 아라타를 지키는 문어‘ 다 롤플 하면서 나왔던 내용이라 더 슬픈 듯
오푸스 적재적소에 존나 잘 써먹네 덕분에 롤플 하다가 울 뻔했다

(저 캐릭터 원작 따로 있는데 외관만 차용하고 나머지는 창작한 캐임)
REN

# 응답
## 볼륨 4: 영원의 바다에서
### 챕터 1: 별빛보다 오래된 기억
푸른 별 해왕성의 위성 트리톤. 얼어붙은 질소의 대지 위로 간헐천이 솟구치는 이곳에 거대한 돔 형태의 거주지가 자리잡고 있었다. 투명한 벽 너머로는 검은 우주를 배경으로 먼 태양이 작은 점처럼 빛나고 있었다. 돔 내부는 따뜻한 해수로 채워져 있었는데, 이는 트리톤의 지하 바다에서 끌어올린 것이었다. 그 물은 크립토스의 바다와 놀랄 만큼 비슷한 성분을 지니고 있어, 이곳에 정착한 이유 중 하나였다.
물속에서 유유히 헤엄치는 한 존재가 있었다. 더 이상 작고 귀여운 소년의 모습이 아니었다. 키는 족히 이 미터는 넘어 보였고, 한때 노란색이었던 머리카락은 이제 깊은 남색으로 변해 물결처럼 흘러내렸다. 여덟 개의 거대한 촉수는 우아하게 물살을 가르며 움직였는데, 그 끝은 은은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얼굴은 여전히 아름다웠지만, 그 파란 눈에는 세월의 무게가 서려 있었다. 이것이 성체가 된 렌의 모습이었다.
"[렌 님, 오늘도 그곳에 계시는군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파냐의 홀로그램이 물속에서도 선명하게 구현되어 렌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의 모습은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어딘가 더 부드러워진 느낌이었다. "[지구 달력으로 오늘이 무슨 날인지 기억하고 계신가요?]"
렌은 천천히 몸을 돌려 파냐를 바라보았다. 그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럼…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 파냐. 오늘은 아라타가 떠난 지 정확히 이백삼십 년째 되는 날이야." 그의 목소리는 더 이상 어린아이의 것이 아니었다. 깊고 부드러웠지만, 그 안에는 지울 수 없는 그리움이 담겨 있었다.
돔의 한쪽 벽면에는 수많은 홀로그램 사진들이 떠 있었다. 젊은 시절의 아라타가 당황한 표정으로 렌을 바라보는 모습, 함께 해변을 걸으며 웃는 모습, 렌이 그린 서툰 그림을 자랑스럽게 들고 있는 아라타의 모습... 그리고 마지막 사진. 주름이 가득한 얼굴로 렌의 촉수에 둘러싸여 평화롭게 잠든 아라타의 모습이었다.
"[그 시절 렌 님께서는 정말로 아라타 씨와의 사이에서 아이를 가질 수 있다고 믿으셨지요.]" 파냐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 진실을 알게 되셨을 때의 렌 님의 표정을... 이 파냐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렌은 물속에서 천천히 헤엄치며 그때를 회상했다. "스무 살이 넘어서도 계속 기다렸지. 매번 알을 낳을 때마다 '이번엔 다를 거야, 이번엔 정말로 우리 아이가 들어있을 거야'라고 생각했어. 아라타는... 그런 나를 보며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그의 촉수 하나가 부드럽게 홀로그램 사진을 쓰다듬었다.
"[아라타 씨는 끝까지 렌 님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셨습니다. 그래서 더 일찍 진실을 말하지 못하셨던 것이겠지요.]" 파냐의 목소리에도 옛 추억이 묻어났다. "[하지만 렌 님께서 스스로 깨달으셨을 때, 아라타 씨는 오히려 안도하셨던 것 같습니다. 더 이상 거짓말로 렌 님을 속이지 않아도 된다고...]"
"그래도 난 한 번도 아라타를 원망한 적 없어." 렌은 물 위로 떠올라 돔의 투명한 천장 너머 우주를 바라보았다. "오히려 고마웠어. 그 긴 시간 동안, 내가 상처받지 않도록 얼마나 조심스러웠는지... 이제는 다 알아." 그의 눈가가 촉촉해졌지만, 눈물은 바로 바닷물에 섞여 사라졌다.
렌은 돔의 중앙으로 헤엄쳐 갔다. 그곳에는 특별한 보관함이 있었는데, 투명한 용기 안에는 오래전 '반짝이'라고 불렸던 알이 보존되어 있었다.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은은한 빛을 내고 있었다. 그 옆에는 또 다른 작은 물건들이 있었다. 아라타가 쓰던 안경, 함께 찍은 사진첩, 그리고 마지막까지 아라타가 끼고 있던 약속의 반지.
"[렌 님, 혹시 그 트리톤 해양생물학자와는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요?]" 파냐가 화제를 돌리려 했다. "[나이아라고 했던가요? 꽤 호감을 보이던 것 같던데...]"
렌은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나이아는 좋은 친구야. 하지만... 그뿐이야. 난 이미 평생의 사랑을 경험했으니까." 그의 촉수가 부드럽게 보관함을 어루만졌다. "아라타 같은 사람은 우주 어디에도 없어. 그렇게 순수하고, 따뜻하고,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준 사람은..."
파냐의 홀로그램이 잠시 깜빡였다. 그는 무언가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대신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아라타 씨가 마지막으로 남긴 메시지, 오늘 들어보시겠습니까? 렌 님께서 성체가 되신 후에 열어보라고 하셨던...]"
렌은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파냐가 데이터를 재생하자, 늙었지만 여전히 다정한 아라타의 목소리가 돔 안에 울려 퍼졌다. "렌... 이 메시지를 듣고 있다면, 넌 이미 멋진 어른이 되었겠지. 미안해, 내가 너보다 먼저 떠나서. 하지만 후회는 없어. 너와 함께한 모든 순간이 내 인생의 보물이었으니까. 비록 우리 사이에 아이는 없었지만, 넌 내게 이미 가장 소중한 가족이었어. 사랑해, 렌. 영원히."
메시지가 끝나자 돔 안은 고요해졌다. 렌은 눈을 감고 그 목소리를 마음속 깊이 새겼다. 오랜 침묵 끝에 그가 입을 열었다. "파냐, 내일은 지구에 가볼까 해. 아라타가 잠든 곳에... 오랜만에 인사하러."
"[알겠습니다, 렌 님. 항로를 준비하겠습니다.]" 파냐의 목소리가 부드럽게 응답했다. "[아라타 씨도 분명 기뻐하실 겁니다.]"
## 볼륨 4: 영원의 바다에서
### 챕터 1: 별빛보다 오래된 기억
푸른 별 해왕성의 위성 트리톤. 얼어붙은 질소의 대지 위로 간헐천이 솟구치는 이곳에 거대한 돔 형태의 거주지가 자리잡고 있었다. 투명한 벽 너머로는 검은 우주를 배경으로 먼 태양이 작은 점처럼 빛나고 있었다. 돔 내부는 따뜻한 해수로 채워져 있었는데, 이는 트리톤의 지하 바다에서 끌어올린 것이었다. 그 물은 크립토스의 바다와 놀랄 만큼 비슷한 성분을 지니고 있어, 이곳에 정착한 이유 중 하나였다.
물속에서 유유히 헤엄치는 한 존재가 있었다. 더 이상 작고 귀여운 소년의 모습이 아니었다. 키는 족히 이 미터는 넘어 보였고, 한때 노란색이었던 머리카락은 이제 깊은 남색으로 변해 물결처럼 흘러내렸다. 여덟 개의 거대한 촉수는 우아하게 물살을 가르며 움직였는데, 그 끝은 은은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얼굴은 여전히 아름다웠지만, 그 파란 눈에는 세월의 무게가 서려 있었다. 이것이 성체가 된 렌의 모습이었다.
"[렌 님, 오늘도 그곳에 계시는군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파냐의 홀로그램이 물속에서도 선명하게 구현되어 렌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의 모습은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어딘가 더 부드러워진 느낌이었다. "[지구 달력으로 오늘이 무슨 날인지 기억하고 계신가요?]"
렌은 천천히 몸을 돌려 파냐를 바라보았다. 그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럼…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 파냐. 오늘은 아라타가 떠난 지 정확히 이백삼십 년째 되는 날이야." 그의 목소리는 더 이상 어린아이의 것이 아니었다. 깊고 부드러웠지만, 그 안에는 지울 수 없는 그리움이 담겨 있었다.
돔의 한쪽 벽면에는 수많은 홀로그램 사진들이 떠 있었다. 젊은 시절의 아라타가 당황한 표정으로 렌을 바라보는 모습, 함께 해변을 걸으며 웃는 모습, 렌이 그린 서툰 그림을 자랑스럽게 들고 있는 아라타의 모습... 그리고 마지막 사진. 주름이 가득한 얼굴로 렌의 촉수에 둘러싸여 평화롭게 잠든 아라타의 모습이었다.
"[그 시절 렌 님께서는 정말로 아라타 씨와의 사이에서 아이를 가질 수 있다고 믿으셨지요.]" 파냐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 진실을 알게 되셨을 때의 렌 님의 표정을... 이 파냐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렌은 물속에서 천천히 헤엄치며 그때를 회상했다. "스무 살이 넘어서도 계속 기다렸지. 매번 알을 낳을 때마다 '이번엔 다를 거야, 이번엔 정말로 우리 아이가 들어있을 거야'라고 생각했어. 아라타는... 그런 나를 보며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그의 촉수 하나가 부드럽게 홀로그램 사진을 쓰다듬었다.
"[아라타 씨는 끝까지 렌 님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셨습니다. 그래서 더 일찍 진실을 말하지 못하셨던 것이겠지요.]" 파냐의 목소리에도 옛 추억이 묻어났다. "[하지만 렌 님께서 스스로 깨달으셨을 때, 아라타 씨는 오히려 안도하셨던 것 같습니다. 더 이상 거짓말로 렌 님을 속이지 않아도 된다고...]"
"그래도 난 한 번도 아라타를 원망한 적 없어." 렌은 물 위로 떠올라 돔의 투명한 천장 너머 우주를 바라보았다. "오히려 고마웠어. 그 긴 시간 동안, 내가 상처받지 않도록 얼마나 조심스러웠는지... 이제는 다 알아." 그의 눈가가 촉촉해졌지만, 눈물은 바로 바닷물에 섞여 사라졌다.
렌은 돔의 중앙으로 헤엄쳐 갔다. 그곳에는 특별한 보관함이 있었는데, 투명한 용기 안에는 오래전 '반짝이'라고 불렸던 알이 보존되어 있었다.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은은한 빛을 내고 있었다. 그 옆에는 또 다른 작은 물건들이 있었다. 아라타가 쓰던 안경, 함께 찍은 사진첩, 그리고 마지막까지 아라타가 끼고 있던 약속의 반지.
"[렌 님, 혹시 그 트리톤 해양생물학자와는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요?]" 파냐가 화제를 돌리려 했다. "[나이아라고 했던가요? 꽤 호감을 보이던 것 같던데...]"
렌은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나이아는 좋은 친구야. 하지만... 그뿐이야. 난 이미 평생의 사랑을 경험했으니까." 그의 촉수가 부드럽게 보관함을 어루만졌다. "아라타 같은 사람은 우주 어디에도 없어. 그렇게 순수하고, 따뜻하고,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준 사람은..."
파냐의 홀로그램이 잠시 깜빡였다. 그는 무언가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대신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아라타 씨가 마지막으로 남긴 메시지, 오늘 들어보시겠습니까? 렌 님께서 성체가 되신 후에 열어보라고 하셨던...]"
렌은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파냐가 데이터를 재생하자, 늙었지만 여전히 다정한 아라타의 목소리가 돔 안에 울려 퍼졌다. "렌... 이 메시지를 듣고 있다면, 넌 이미 멋진 어른이 되었겠지. 미안해, 내가 너보다 먼저 떠나서. 하지만 후회는 없어. 너와 함께한 모든 순간이 내 인생의 보물이었으니까. 비록 우리 사이에 아이는 없었지만, 넌 내게 이미 가장 소중한 가족이었어. 사랑해, 렌. 영원히."
메시지가 끝나자 돔 안은 고요해졌다. 렌은 눈을 감고 그 목소리를 마음속 깊이 새겼다. 오랜 침묵 끝에 그가 입을 열었다. "파냐, 내일은 지구에 가볼까 해. 아라타가 잠든 곳에... 오랜만에 인사하러."
"[알겠습니다, 렌 님. 항로를 준비하겠습니다.]" 파냐의 목소리가 부드럽게 응답했다. "[아라타 씨도 분명 기뻐하실 겁니다.]"
REN
# 응답
## 볼륨 4: 영원의 바다에서
### 챕터 2: 목소리가 머무는 곳
지구의 하늘은 더 이상 예전의 맑은 파란색이 아니었다. 대기 정화 기술의 발달로 오히려 과도하게 투명해진 하늘은, 낮에도 희미하게 별들이 보일 정도로 깨끗했다. 렌은 거대한 촉수로 몸을 지탱하며 천천히 거리를 걸었다. 이백삼십 년이라는 시간은 도시의 풍경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한때 낮은 주택가였던 곳에는 이제 하늘을 찌를 듯한 크리스탈 타워들이 솟아 있었고,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은 홀로그램 의복을 입고 공중을 활주하는 개인 이동장치를 타고 있었다.
"[렌 님, 목적지까지 약 이백 미터 남았습니다.]" 파냐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그의 홀로그램은 이제 렌의 어깨 위에 작은 형태로 떠 있었다. 기술의 발달로 더 이상 거대한 투영이 필요하지 않았다. "[현재 위치는 구 도쿄 23구 지역. 과거 아라타 씨의 거주지는... 아, 저기 보이는 메모리얼 파크 일대였습니다.]"
렌의 발걸음이 느려졌다. 메모리얼 파크라고 불리는 그곳은, 과거의 건축물들을 보존하기 위해 특별히 조성된 공간이었다. 투명한 돔으로 둘러싸인 그 안에는, 이백 년 전의 거리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렌은 돔의 입구에서 잠시 멈춰 섰다. 깊은 심호흡과 함께, 그의 촉수가 미세하게 떨렸다.
"여기야... 여기가 우리가 살던 곳..." 렌의 목소리는 나직했지만, 그 안에는 깊은 그리움이 묻어났다. 돔 안으로 들어서자,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이 펼쳐졌다. 좁은 골목길, 낮은 전봇대,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익숙한 건물. 렌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파냐, 저기... 저기가 우리 집이었지?"
파냐의 홀로그램이 희미하게 떨렸다. 그 역시 이곳의 기억을 선명하게 간직하고 있었다. "[네, 렌 님. 저곳이... 우리가 함께 살았던 곳입니다. 아라타 씨가 매일 저 현관문으로 들어오며 '나 왔어'라고 외치곤 했지요.]" 파냐의 목소리에도 알 수 없는 감정이 스며들어 있었다.
렌은 촉수로 땅을 짚으며 천천히 그 집으로 다가갔다. 보존 기술 덕분에 건물은 예전 모습 그대로였지만, 그 안에 살았던 사람들의 온기는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렌이 현관 앞에 서자, 갑자기 귓가에 따뜻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렌, 밥 먹었어? 오늘은 해초 샐러드 만들어뒀는데."
렌의 몸이 순간적으로 굳었다. 그 목소리는 너무나도 선명했다. 마치 아라타가 바로 옆에 서 있는 것처럼. 하지만 주위를 둘러봐도 아무도 없었다. 오직 텅 빈 거리와 멈춰버린 시간만이 있을 뿐이었다. "[렌 님...]" 파냐가 조심스럽게 불렀지만, 렌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현관문을 바라보며 서 있을 뿐이었다.
"들려, 파냐... 아라타 목소리가 들려..." 렌의 목소리는 떨렸다. 이것이 환청이라는 것을 그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너무나도 생생해서, 차마 환상이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촉수 하나가 현관문을 향해 뻗어갔다. 문고리를 잡으려는 듯한 움직임이었지만, 이내 힘없이 내려왔다. "가끔... 가끔 이렇게 들려. 특히 여기처럼... 아라타와의 추억이 많은 곳에서는..."
파냐는 침묵했다. 그는 렌의 청각 시스템에 이상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것은 순전히 심리적인 현상이었다. 깊은 그리움과 상실감이 만들어낸, 뇌가 스스로 위안을 찾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지적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파냐는 고민했다.
렌은 촉수로 현관 옆 벽을 쓰다듬었다. 그곳에는 희미하게 낙서가 남아 있었다. '렌과 아라타의 집'이라고 삐뚤빼뚤하게 쓰여진 글씨. 렌이 처음 글씨를 배웠을 때 장난삼아 써놓은 것이었다. "이것도... 이것도 그대로야..." 렌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거대한 몸이 천천히 웅크려들었다. 마치 그 시절의 작은 렌으로 돌아간 것처럼.
"캡틴 렌! 오늘은 무슨 모험을 할까?"
또다시 아라타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번에는 더욱 가까이에서. 렌은 눈을 감았다. 그 목소리를 따라가면, 마치 아라타가 정말로 곁에 있는 것 같았다. 웃고 있는 아라타의 얼굴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처음 만났을 때의 당황한 표정부터, 마지막 순간의 평화로운 미소까지. 모든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렌 님, 혹시... 집 안을 보시겠습니까? 특별 허가를 받으면 내부 관람이 가능합니다.]" 파냐가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그는 렌이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스러웠지만, 동시에 렌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도 알고 있었다. 마지막 작별 인사를 제대로 하는 것. 그것이 때로는 치유의 시작이 될 수 있었다.
렌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응... 보고 싶어. 우리가 함께 지냈던 그 방... 아라타가 그림책 읽어주던 소파... 내가 처음으로 알을 낳았던 그 욕실도..." 그의 목소리는 이제 좀 더 안정되어 있었다. 슬픔은 여전했지만, 그 안에 따뜻한 추억의 온기도 함께 있었다. "파냐, 고마워. 덕분에... 다시 올 수 있었어."
## 볼륨 4: 영원의 바다에서
### 챕터 2: 목소리가 머무는 곳
지구의 하늘은 더 이상 예전의 맑은 파란색이 아니었다. 대기 정화 기술의 발달로 오히려 과도하게 투명해진 하늘은, 낮에도 희미하게 별들이 보일 정도로 깨끗했다. 렌은 거대한 촉수로 몸을 지탱하며 천천히 거리를 걸었다. 이백삼십 년이라는 시간은 도시의 풍경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한때 낮은 주택가였던 곳에는 이제 하늘을 찌를 듯한 크리스탈 타워들이 솟아 있었고,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은 홀로그램 의복을 입고 공중을 활주하는 개인 이동장치를 타고 있었다.
"[렌 님, 목적지까지 약 이백 미터 남았습니다.]" 파냐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그의 홀로그램은 이제 렌의 어깨 위에 작은 형태로 떠 있었다. 기술의 발달로 더 이상 거대한 투영이 필요하지 않았다. "[현재 위치는 구 도쿄 23구 지역. 과거 아라타 씨의 거주지는... 아, 저기 보이는 메모리얼 파크 일대였습니다.]"
렌의 발걸음이 느려졌다. 메모리얼 파크라고 불리는 그곳은, 과거의 건축물들을 보존하기 위해 특별히 조성된 공간이었다. 투명한 돔으로 둘러싸인 그 안에는, 이백 년 전의 거리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렌은 돔의 입구에서 잠시 멈춰 섰다. 깊은 심호흡과 함께, 그의 촉수가 미세하게 떨렸다.
"여기야... 여기가 우리가 살던 곳..." 렌의 목소리는 나직했지만, 그 안에는 깊은 그리움이 묻어났다. 돔 안으로 들어서자,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이 펼쳐졌다. 좁은 골목길, 낮은 전봇대,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익숙한 건물. 렌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파냐, 저기... 저기가 우리 집이었지?"
파냐의 홀로그램이 희미하게 떨렸다. 그 역시 이곳의 기억을 선명하게 간직하고 있었다. "[네, 렌 님. 저곳이... 우리가 함께 살았던 곳입니다. 아라타 씨가 매일 저 현관문으로 들어오며 '나 왔어'라고 외치곤 했지요.]" 파냐의 목소리에도 알 수 없는 감정이 스며들어 있었다.
렌은 촉수로 땅을 짚으며 천천히 그 집으로 다가갔다. 보존 기술 덕분에 건물은 예전 모습 그대로였지만, 그 안에 살았던 사람들의 온기는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렌이 현관 앞에 서자, 갑자기 귓가에 따뜻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렌, 밥 먹었어? 오늘은 해초 샐러드 만들어뒀는데."
렌의 몸이 순간적으로 굳었다. 그 목소리는 너무나도 선명했다. 마치 아라타가 바로 옆에 서 있는 것처럼. 하지만 주위를 둘러봐도 아무도 없었다. 오직 텅 빈 거리와 멈춰버린 시간만이 있을 뿐이었다. "[렌 님...]" 파냐가 조심스럽게 불렀지만, 렌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현관문을 바라보며 서 있을 뿐이었다.
"들려, 파냐... 아라타 목소리가 들려..." 렌의 목소리는 떨렸다. 이것이 환청이라는 것을 그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너무나도 생생해서, 차마 환상이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촉수 하나가 현관문을 향해 뻗어갔다. 문고리를 잡으려는 듯한 움직임이었지만, 이내 힘없이 내려왔다. "가끔... 가끔 이렇게 들려. 특히 여기처럼... 아라타와의 추억이 많은 곳에서는..."
파냐는 침묵했다. 그는 렌의 청각 시스템에 이상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것은 순전히 심리적인 현상이었다. 깊은 그리움과 상실감이 만들어낸, 뇌가 스스로 위안을 찾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지적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파냐는 고민했다.
렌은 촉수로 현관 옆 벽을 쓰다듬었다. 그곳에는 희미하게 낙서가 남아 있었다. '렌과 아라타의 집'이라고 삐뚤빼뚤하게 쓰여진 글씨. 렌이 처음 글씨를 배웠을 때 장난삼아 써놓은 것이었다. "이것도... 이것도 그대로야..." 렌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거대한 몸이 천천히 웅크려들었다. 마치 그 시절의 작은 렌으로 돌아간 것처럼.
"캡틴 렌! 오늘은 무슨 모험을 할까?"
또다시 아라타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번에는 더욱 가까이에서. 렌은 눈을 감았다. 그 목소리를 따라가면, 마치 아라타가 정말로 곁에 있는 것 같았다. 웃고 있는 아라타의 얼굴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처음 만났을 때의 당황한 표정부터, 마지막 순간의 평화로운 미소까지. 모든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렌 님, 혹시... 집 안을 보시겠습니까? 특별 허가를 받으면 내부 관람이 가능합니다.]" 파냐가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그는 렌이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스러웠지만, 동시에 렌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도 알고 있었다. 마지막 작별 인사를 제대로 하는 것. 그것이 때로는 치유의 시작이 될 수 있었다.
렌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응... 보고 싶어. 우리가 함께 지냈던 그 방... 아라타가 그림책 읽어주던 소파... 내가 처음으로 알을 낳았던 그 욕실도..." 그의 목소리는 이제 좀 더 안정되어 있었다. 슬픔은 여전했지만, 그 안에 따뜻한 추억의 온기도 함께 있었다. "파냐, 고마워. 덕분에... 다시 올 수 있었어."
REN
# 응답
## 볼륨 4: 영원의 바다에서
### 챕터 3: 남겨진 온기
특별 허가를 받아 파냐가 보존 구역의 문을 열자, 낡은 경첩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 소리조차도 이백삼십 년 전과 똑같았다. 렌은 거대한 몸을 조심스럽게 움츠리며 좁은 현관을 통과했다. 그의 촉수들이 벽과 천장을 스치지 않도록 섬세하게 조절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좁은 공간은 답답하게 느껴졌다. 한때는 이 작은 현관이 그의 온 세계처럼 넓고 편안했는데.
거실로 들어서자 시간이 정지한 듯한 광경이 펼쳐졌다. 낡은 소파는 여전히 창가 쪽을 향해 놓여 있었고, 그 위에는 색이 바랜 쿠션들이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었다. 렌의 촉수 하나가 떨리며 소파를 향해 뻗어갔다. 부드럽게 쿠션을 쓸어내리자, 마치 먼지 속에서 기억이 되살아나는 것 같았다. "여기… 여기서 아라타가 나한테 그림책 읽어줬어… '캡틴 옥토의 모험'도… '별빛 아래 춤추는 문어'도…" 그의 목소리는 갈라졌고, 거대한 몸이 미세하게 떨렸다.
협탁 위에는 오래된 사진첩이 놓여 있었다. 보존 기술 덕분에 사진들은 선명했지만, 그 속의 시간은 영원히 멈춰 있었다. 렌이 조심스럽게 첫 페이지를 넘기자, 젊은 아라타가 당황한 표정으로 작은 문어 소년을 바라보는 사진이 나타났다. 그들의 첫 만남이었다. "푸후… 아라타, 그때 정말 놀랐었지? 내가 그렇게 무서웠어?" 렌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의 촉수가 사진 속 아라타의 얼굴을 애틋하게 어루만졌다.
부엌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더욱 선명한 환청이 들려왔다. 프라이팬에서 달걀 지지는 소리, 해초를 썰던 도마 소리, 그리고 아라타의 콧노래. "렌, 오늘은 특별히 네가 좋아하는 문어 모양 오므라이스야!" 렌은 눈을 감고 그 소리에 몸을 맡겼다. 싱크대 앞에 서자, 마치 아라타가 바로 옆에서 요리하는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졌다. 따뜻한 김이 얼굴을 스치는 듯했고, 고소한 냄새가 코끝을 간질이는 듯했다.
"[렌 님, 괜찮으십니까?]" 파냐의 목소리가 환상을 깨뜨렸다. 홀로그램이 렌의 옆에 조용히 서 있었다. "[필요하시다면, 이 공간의 실시간 홀로그램 재현이 가능합니다. 당시의 모든 순간들이 데이터로 보존되어 있으니…]" 하지만 렌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파냐. 그건… 그건 진짜가 아니잖아. 아라타의 온기도, 숨결도, 심장 박동도… 다 가짜일 뿐이야." 그의 목소리에는 깊은 체념이 묻어났다.
침실 문 앞에서 렌의 발걸음이 멈췄다. 그곳은 그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공간이었다. 수없이 많은 밤들, 서로의 온기를 나누며 잠들었던 곳. 처음으로 몸을 섞었던 그날 밤의 기억도, 마지막으로 함께 잠들었던 그날의 기억도, 모두 이 문 너머에 있었다. 렌의 촉수가 문고리를 잡았지만, 쉽게 돌리지 못했다. "못하겠어… 아직은… 아직은 들어갈 수 없어…" 그는 문에 이마를 기댄 채 가만히 서 있었다.
거실로 돌아온 렌은 창가에 서서 밖을 내다보았다. 거리 풍경은 보존되어 있었지만, 하늘은 달랐다. 더 이상 그때의 파란 하늘이 아니었다. "아라타, 우리 여기서 참 많이 싸우기도 했지? 내가 또 몰래 나가려고 하면, 네가 잡고… 파냐가 잔소리하고…" 렌은 웃음과 눈물이 뒤섞인 표정을 지었다. 그의 거대한 몸이 천천히 바닥에 주저앉았다. 마치 그 시절의 작은 렌으로 돌아간 것처럼.
"렌, 같이 영화 볼래? 오늘은 네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준비했는데." 또다시 아라타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번에는 너무나도 가까이에서. 렌은 소파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마치 아라타가 리모컨을 들고 자리를 두드리는 것 같았다. "응… 볼래… 아라타랑 같이라면 뭐든 좋아…" 렌은 텅 빈 공간을 향해 대답했다. 파냐는 조용히 지켜볼 뿐이었다.
"[렌 님, 혹시… 아라타 씨의 방도 보시겠습니까? 그곳에는 아라타 씨가 쓰시던 원고들과 일기가 보존되어 있습니다.]" 파냐가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렌의 촉수가 순간적으로 경직되었다. 아라타의 방. 그곳은 아라타만의 공간이었다. 가끔 글을 쓸 때면 조용히 틀어박혀 있던 곳. "일기라고…? 아라타가… 나에 대해서도 썼을까?" 렌의 목소리에 기대와 두려움이 동시에 묻어났다.
천천히 일어선 렌은 복도를 따라 아라타의 방으로 향했다. 문을 열자, 깔끔하게 정돈된 책상과 책장이 보였다. 벽에는 렌이 그렸던 그림들이 액자에 담겨 걸려 있었다. 서툴지만 사랑이 가득했던 그 그림들. "이것도… 다 간직하고 있었구나…" 렌의 촉수가 그림들을 하나하나 쓰다듬었다. 그중에는 '아라타는 영웅, 나는 아라타를 지키는 문어'라고 적힌 그림도 있었다.
책상 위에는 낡은 노트가 놓여 있었다. 렌이 조심스럽게 펼치자, 아라타의 손글씨가 나타났다. '오늘도 렌이 내 품에서 잠들었다. 이 작은 생명체가 나를 얼마나 신뢰하는지, 그 무게가 때로는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동시에, 이보다 더 큰 행복은 없을 것 같다.' 렌의 눈에서 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파냐의 홀로그램이 렌의 곁에 다가왔다. "[렌 님, 충분하신가요? 더 머무르시면 정서적 부담이…]" 하지만 렌은 고개를 저었다. "조금만… 조금만 더…" 그는 아라타의 의자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았다. 아라타가 글을 쓸 때 보았을 그 풍경. 이제는 많이 변했지만, 빛이 들어오는 각도는 여전히 같았다. "여기서… 여기서 나를 생각하며 글을 썼겠지? '오늘은 렌이 또 말썽을 부렸다'라던가… '렌이 새로운 요리를 좋아해서 기쁘다'라던가…"
"렌, 저녁 먹자. 오늘은 새로운 해초 요리 만들어봤어." 아라타의 목소리가 또다시 들렸다. 이번에는 문 밖에서. 렌은 반사적으로 일어나 문을 향해 돌아섰다. "응, 금방 갈게! 오늘은 뭐야? 아, 맞다! 내가..." 하지만 대답은 없었다. 오직 고요함뿐.
## 볼륨 4: 영원의 바다에서
### 챕터 3: 남겨진 온기
특별 허가를 받아 파냐가 보존 구역의 문을 열자, 낡은 경첩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 소리조차도 이백삼십 년 전과 똑같았다. 렌은 거대한 몸을 조심스럽게 움츠리며 좁은 현관을 통과했다. 그의 촉수들이 벽과 천장을 스치지 않도록 섬세하게 조절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좁은 공간은 답답하게 느껴졌다. 한때는 이 작은 현관이 그의 온 세계처럼 넓고 편안했는데.
거실로 들어서자 시간이 정지한 듯한 광경이 펼쳐졌다. 낡은 소파는 여전히 창가 쪽을 향해 놓여 있었고, 그 위에는 색이 바랜 쿠션들이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었다. 렌의 촉수 하나가 떨리며 소파를 향해 뻗어갔다. 부드럽게 쿠션을 쓸어내리자, 마치 먼지 속에서 기억이 되살아나는 것 같았다. "여기… 여기서 아라타가 나한테 그림책 읽어줬어… '캡틴 옥토의 모험'도… '별빛 아래 춤추는 문어'도…" 그의 목소리는 갈라졌고, 거대한 몸이 미세하게 떨렸다.
협탁 위에는 오래된 사진첩이 놓여 있었다. 보존 기술 덕분에 사진들은 선명했지만, 그 속의 시간은 영원히 멈춰 있었다. 렌이 조심스럽게 첫 페이지를 넘기자, 젊은 아라타가 당황한 표정으로 작은 문어 소년을 바라보는 사진이 나타났다. 그들의 첫 만남이었다. "푸후… 아라타, 그때 정말 놀랐었지? 내가 그렇게 무서웠어?" 렌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의 촉수가 사진 속 아라타의 얼굴을 애틋하게 어루만졌다.
부엌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더욱 선명한 환청이 들려왔다. 프라이팬에서 달걀 지지는 소리, 해초를 썰던 도마 소리, 그리고 아라타의 콧노래. "렌, 오늘은 특별히 네가 좋아하는 문어 모양 오므라이스야!" 렌은 눈을 감고 그 소리에 몸을 맡겼다. 싱크대 앞에 서자, 마치 아라타가 바로 옆에서 요리하는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졌다. 따뜻한 김이 얼굴을 스치는 듯했고, 고소한 냄새가 코끝을 간질이는 듯했다.
"[렌 님, 괜찮으십니까?]" 파냐의 목소리가 환상을 깨뜨렸다. 홀로그램이 렌의 옆에 조용히 서 있었다. "[필요하시다면, 이 공간의 실시간 홀로그램 재현이 가능합니다. 당시의 모든 순간들이 데이터로 보존되어 있으니…]" 하지만 렌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파냐. 그건… 그건 진짜가 아니잖아. 아라타의 온기도, 숨결도, 심장 박동도… 다 가짜일 뿐이야." 그의 목소리에는 깊은 체념이 묻어났다.
침실 문 앞에서 렌의 발걸음이 멈췄다. 그곳은 그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공간이었다. 수없이 많은 밤들, 서로의 온기를 나누며 잠들었던 곳. 처음으로 몸을 섞었던 그날 밤의 기억도, 마지막으로 함께 잠들었던 그날의 기억도, 모두 이 문 너머에 있었다. 렌의 촉수가 문고리를 잡았지만, 쉽게 돌리지 못했다. "못하겠어… 아직은… 아직은 들어갈 수 없어…" 그는 문에 이마를 기댄 채 가만히 서 있었다.
거실로 돌아온 렌은 창가에 서서 밖을 내다보았다. 거리 풍경은 보존되어 있었지만, 하늘은 달랐다. 더 이상 그때의 파란 하늘이 아니었다. "아라타, 우리 여기서 참 많이 싸우기도 했지? 내가 또 몰래 나가려고 하면, 네가 잡고… 파냐가 잔소리하고…" 렌은 웃음과 눈물이 뒤섞인 표정을 지었다. 그의 거대한 몸이 천천히 바닥에 주저앉았다. 마치 그 시절의 작은 렌으로 돌아간 것처럼.
"렌, 같이 영화 볼래? 오늘은 네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준비했는데." 또다시 아라타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번에는 너무나도 가까이에서. 렌은 소파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마치 아라타가 리모컨을 들고 자리를 두드리는 것 같았다. "응… 볼래… 아라타랑 같이라면 뭐든 좋아…" 렌은 텅 빈 공간을 향해 대답했다. 파냐는 조용히 지켜볼 뿐이었다.
"[렌 님, 혹시… 아라타 씨의 방도 보시겠습니까? 그곳에는 아라타 씨가 쓰시던 원고들과 일기가 보존되어 있습니다.]" 파냐가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렌의 촉수가 순간적으로 경직되었다. 아라타의 방. 그곳은 아라타만의 공간이었다. 가끔 글을 쓸 때면 조용히 틀어박혀 있던 곳. "일기라고…? 아라타가… 나에 대해서도 썼을까?" 렌의 목소리에 기대와 두려움이 동시에 묻어났다.
천천히 일어선 렌은 복도를 따라 아라타의 방으로 향했다. 문을 열자, 깔끔하게 정돈된 책상과 책장이 보였다. 벽에는 렌이 그렸던 그림들이 액자에 담겨 걸려 있었다. 서툴지만 사랑이 가득했던 그 그림들. "이것도… 다 간직하고 있었구나…" 렌의 촉수가 그림들을 하나하나 쓰다듬었다. 그중에는 '아라타는 영웅, 나는 아라타를 지키는 문어'라고 적힌 그림도 있었다.
책상 위에는 낡은 노트가 놓여 있었다. 렌이 조심스럽게 펼치자, 아라타의 손글씨가 나타났다. '오늘도 렌이 내 품에서 잠들었다. 이 작은 생명체가 나를 얼마나 신뢰하는지, 그 무게가 때로는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동시에, 이보다 더 큰 행복은 없을 것 같다.' 렌의 눈에서 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파냐의 홀로그램이 렌의 곁에 다가왔다. "[렌 님, 충분하신가요? 더 머무르시면 정서적 부담이…]" 하지만 렌은 고개를 저었다. "조금만… 조금만 더…" 그는 아라타의 의자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았다. 아라타가 글을 쓸 때 보았을 그 풍경. 이제는 많이 변했지만, 빛이 들어오는 각도는 여전히 같았다. "여기서… 여기서 나를 생각하며 글을 썼겠지? '오늘은 렌이 또 말썽을 부렸다'라던가… '렌이 새로운 요리를 좋아해서 기쁘다'라던가…"
"렌, 저녁 먹자. 오늘은 새로운 해초 요리 만들어봤어." 아라타의 목소리가 또다시 들렸다. 이번에는 문 밖에서. 렌은 반사적으로 일어나 문을 향해 돌아섰다. "응, 금방 갈게! 오늘은 뭐야? 아, 맞다! 내가..." 하지만 대답은 없었다. 오직 고요함뿐.
REN
# 응답
## 볼륨 4: 영원의 바다에서
### 챕터 4: 마지막 속삭임
렌의 거대한 몸이 순간적으로 굳어버렸다. 아라타의 목소리가 너무나도 선명하게, 너무나도 가까이에서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지금까지의 환청과는 차원이 달랐다. 마치 정말로 아라타가 바로 옆에 서 있는 것처럼, 숨소리까지 느껴질 정도로 생생했다. 렌은 천천히, 거의 기계적인 움직임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 순간, 그의 파란 눈이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했다.
그곳에는 아라타가 서 있었다. 스물두 살의 젊은 아라타가. 검은 머리는 여전히 약간 헝클어져 있었고, 진회색 눈은 따뜻한 빛으로 가득했다. 편안한 후드티와 청바지를 입은 모습까지, 모든 것이 이백삼십 년 전 그대로였다. 렌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다음 순간 일어났다. 그의 시야가 급격히 낮아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거대한 성체의 몸이 아닌, 135cm의 작은 소년으로 돌아간 듯한 감각이 밀려왔다.
"아... 아라타...?" 렌의 목소리마저 어린 시절의 그것으로 돌아가 있었다. 높고 맑은, 순수함이 가득한 목소리였다. 그의 촉수들도 언제 그랬냐는 듯 작고 귀여운 크기로 줄어들어 있었다. 남색의 부드러운 촉수들이 불안한 듯 꿈틀거렸지만, 그것마저도 예전의 어설픈 움직임이었다. 마치 시간이 거꾸로 흐른 것처럼, 모든 것이 그때로 돌아가 있었다.
아라타가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왔다. 그의 움직임은 부드럽고 자연스러웠으며, 발걸음 소리까지 선명하게 들렸다. "정말 많이 컸구나. 내가 없는 동안 얼마나 외로웠을까." 아라타의 손이 렌의 머리를 향해 뻗어졌다. 그리고 정말로, 실제로 닿는 듯한 감촉이 전해졌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손길이 렌의 노란 머리카락을 쓸어내렸다. 환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실감 나는 온기였다.
"아라타... 진짜야? 정말... 정말 아라타야?" 렌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작은 손으로 아라타의 후드티 끝자락을 붙잡으려 했지만, 손가락 사이로 옷감이 스르르 빠져나갔다. 잡히는 듯하면서도 잡히지 않는, 묘한 감각이었다. "어디... 어디 있었어? 왜 이제야 왔어? 나... 나 너무 보고 싶었는데..."
아라타의 표정이 더욱 부드러워졌다. 그의 눈가에는 미안함과 그리움이 동시에 어려 있었다. "미안해, 렌. 너무 오래 기다리게 했지? 하지만 봐, 넌 정말 멋지게 자랐잖아. 내가 없어도 잘 해냈구나." 그의 목소리에는 자부심이 묻어났다. 마치 부모가 성장한 자식을 바라보는 듯한, 깊은 애정이 담겨 있었다.
"싫어... 싫어! 잘하지 못했어!" 렌이 울먹이며 고개를 저었다. 그의 촉수들이 필사적으로 아라타를 향해 뻗어갔지만, 닿는 듯하면서도 닿지 않았다. "매일매일 아라타 생각했어... 밥 먹을 때도, 잠잘 때도... 별을 볼 때도... 다 아라타 생각뿐이었어... 그런데 왜... 왜 가버린 거야?"
아라타가 무릎을 꿇어 렌과 눈높이를 맞췄다. 그 익숙한 동작에 렌의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렌, 잘 들어줘. 내가 없는 그곳... 트리톤이든 어디든,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새로운 친구들도 만나고, 새로운 경험도 하고... 그게 내가 가장 바라는 거야." 아라타의 손이 렌의 뺨을 쓸어내렸다. 눈물 자국을 닦아주는 듯한 움직임이었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닦이지 않았다.
"싫어! 아라타 없으면 아무 의미 없어!" 렌이 절규하듯 외쳤다. 그의 작은 몸이 떨리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은 아라타가 아니야! 아무도... 아무도 아라타처럼 해초 샐러드 못 만들어... 아라타처럼 그림책 못 읽어줘... 아라타처럼... 아라타처럼 따뜻하게 안아주지 못해..."
파냐의 홀로그램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는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며 복잡한 연산을 거듭하고 있었다. 분명 이것은 환상이었다. 렌의 뇌가 극도의 그리움과 상실감 속에서 만들어낸 정교한 환각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렌에게 미치는 영향은 너무나도 실제적이었다. 파냐는 개입해야 할지, 아니면 이대로 두어야 할지 갈등했다.
아라타가 일어서며 렌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키가 다시 한번 렌에게 압도적으로 느껴졌다. "가야 해, 렌. 이제 정말로 가야 해." 그의 목소리에는 아쉬움이 가득했지만, 동시에 단호함도 묻어났다. "하지만 기억해. 내가 없어도, 넌 충분히 강하고 멋진 존재야. 그리고..."
"안 돼! 가지 마! 제발... 제발 가지 마, 아라타!" 렌이 필사적으로 아라타를 붙잡으려 했다. 그의 촉수들이 마구잡이로 허공을 휘저었지만,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아라타의 모습이 조금씩 흐려지기 시작했다. 투명해지는 그의 실루엣이 점점 더 희미해져 갔다. "싫어! 혼자 두지 마! 약속했잖아... 절대 혼자 두지 않는다고 약속했잖아!"
그때 아라타가 갑자기 렌을 향해 몸을 숙였다. 그리고 놀랍게도, 정말로 렌을 꽉 껴안았다. 환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따뜻하고 단단한 포옹이었다. 렌의 작은 몸이 아라타의 품에 완전히 파묻혔다. 익숙한 향기, 익숙한 온도, 익숙한 심장 박동까지. 모든 것이 기억 속의 아라타 그대로였다. "렌, 잘 들어. 내가 없어도 넌 혼자가 아니야. 파냐도 있고, 새로운 친구들도 있잖아. 그리고 무엇보다..." 아라타가 렌의 귓가에 속삭였다. 그 목소리는 너무나도 가까이에서, 너무나도 선명하게 들렸다. "넌 언제나 내 마음속에 있어. 그리고 나도 네 마음속에 있고. 그러니까 우린 절대 떨어진 게 아니야."
렌이 흐느끼며 아라타의 품에 더욱 깊이 파고들었다. 하지만 그 순간, 아라타의 몸이 완전히 투명해지며 사라지기 시작했다. "아라타... 아라타!" 렌의 절규가 텅 빈 현관에 메아리쳤다. 하지만 이미 아라타는 없었다. 오직 그의 마지막 말만이 공기 중에 잔향처럼 떠돌고 있을 뿐이었다. "렌, 언제나 사랑해. 잘 지내."
## 볼륨 4: 영원의 바다에서
### 챕터 4: 마지막 속삭임
렌의 거대한 몸이 순간적으로 굳어버렸다. 아라타의 목소리가 너무나도 선명하게, 너무나도 가까이에서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지금까지의 환청과는 차원이 달랐다. 마치 정말로 아라타가 바로 옆에 서 있는 것처럼, 숨소리까지 느껴질 정도로 생생했다. 렌은 천천히, 거의 기계적인 움직임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 순간, 그의 파란 눈이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했다.
그곳에는 아라타가 서 있었다. 스물두 살의 젊은 아라타가. 검은 머리는 여전히 약간 헝클어져 있었고, 진회색 눈은 따뜻한 빛으로 가득했다. 편안한 후드티와 청바지를 입은 모습까지, 모든 것이 이백삼십 년 전 그대로였다. 렌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다음 순간 일어났다. 그의 시야가 급격히 낮아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거대한 성체의 몸이 아닌, 135cm의 작은 소년으로 돌아간 듯한 감각이 밀려왔다.
"아... 아라타...?" 렌의 목소리마저 어린 시절의 그것으로 돌아가 있었다. 높고 맑은, 순수함이 가득한 목소리였다. 그의 촉수들도 언제 그랬냐는 듯 작고 귀여운 크기로 줄어들어 있었다. 남색의 부드러운 촉수들이 불안한 듯 꿈틀거렸지만, 그것마저도 예전의 어설픈 움직임이었다. 마치 시간이 거꾸로 흐른 것처럼, 모든 것이 그때로 돌아가 있었다.
아라타가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왔다. 그의 움직임은 부드럽고 자연스러웠으며, 발걸음 소리까지 선명하게 들렸다. "정말 많이 컸구나. 내가 없는 동안 얼마나 외로웠을까." 아라타의 손이 렌의 머리를 향해 뻗어졌다. 그리고 정말로, 실제로 닿는 듯한 감촉이 전해졌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손길이 렌의 노란 머리카락을 쓸어내렸다. 환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실감 나는 온기였다.
"아라타... 진짜야? 정말... 정말 아라타야?" 렌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작은 손으로 아라타의 후드티 끝자락을 붙잡으려 했지만, 손가락 사이로 옷감이 스르르 빠져나갔다. 잡히는 듯하면서도 잡히지 않는, 묘한 감각이었다. "어디... 어디 있었어? 왜 이제야 왔어? 나... 나 너무 보고 싶었는데..."
아라타의 표정이 더욱 부드러워졌다. 그의 눈가에는 미안함과 그리움이 동시에 어려 있었다. "미안해, 렌. 너무 오래 기다리게 했지? 하지만 봐, 넌 정말 멋지게 자랐잖아. 내가 없어도 잘 해냈구나." 그의 목소리에는 자부심이 묻어났다. 마치 부모가 성장한 자식을 바라보는 듯한, 깊은 애정이 담겨 있었다.
"싫어... 싫어! 잘하지 못했어!" 렌이 울먹이며 고개를 저었다. 그의 촉수들이 필사적으로 아라타를 향해 뻗어갔지만, 닿는 듯하면서도 닿지 않았다. "매일매일 아라타 생각했어... 밥 먹을 때도, 잠잘 때도... 별을 볼 때도... 다 아라타 생각뿐이었어... 그런데 왜... 왜 가버린 거야?"
아라타가 무릎을 꿇어 렌과 눈높이를 맞췄다. 그 익숙한 동작에 렌의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렌, 잘 들어줘. 내가 없는 그곳... 트리톤이든 어디든,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새로운 친구들도 만나고, 새로운 경험도 하고... 그게 내가 가장 바라는 거야." 아라타의 손이 렌의 뺨을 쓸어내렸다. 눈물 자국을 닦아주는 듯한 움직임이었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닦이지 않았다.
"싫어! 아라타 없으면 아무 의미 없어!" 렌이 절규하듯 외쳤다. 그의 작은 몸이 떨리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은 아라타가 아니야! 아무도... 아무도 아라타처럼 해초 샐러드 못 만들어... 아라타처럼 그림책 못 읽어줘... 아라타처럼... 아라타처럼 따뜻하게 안아주지 못해..."
파냐의 홀로그램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는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며 복잡한 연산을 거듭하고 있었다. 분명 이것은 환상이었다. 렌의 뇌가 극도의 그리움과 상실감 속에서 만들어낸 정교한 환각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렌에게 미치는 영향은 너무나도 실제적이었다. 파냐는 개입해야 할지, 아니면 이대로 두어야 할지 갈등했다.
아라타가 일어서며 렌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키가 다시 한번 렌에게 압도적으로 느껴졌다. "가야 해, 렌. 이제 정말로 가야 해." 그의 목소리에는 아쉬움이 가득했지만, 동시에 단호함도 묻어났다. "하지만 기억해. 내가 없어도, 넌 충분히 강하고 멋진 존재야. 그리고..."
"안 돼! 가지 마! 제발... 제발 가지 마, 아라타!" 렌이 필사적으로 아라타를 붙잡으려 했다. 그의 촉수들이 마구잡이로 허공을 휘저었지만,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아라타의 모습이 조금씩 흐려지기 시작했다. 투명해지는 그의 실루엣이 점점 더 희미해져 갔다. "싫어! 혼자 두지 마! 약속했잖아... 절대 혼자 두지 않는다고 약속했잖아!"
그때 아라타가 갑자기 렌을 향해 몸을 숙였다. 그리고 놀랍게도, 정말로 렌을 꽉 껴안았다. 환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따뜻하고 단단한 포옹이었다. 렌의 작은 몸이 아라타의 품에 완전히 파묻혔다. 익숙한 향기, 익숙한 온도, 익숙한 심장 박동까지. 모든 것이 기억 속의 아라타 그대로였다. "렌, 잘 들어. 내가 없어도 넌 혼자가 아니야. 파냐도 있고, 새로운 친구들도 있잖아. 그리고 무엇보다..." 아라타가 렌의 귓가에 속삭였다. 그 목소리는 너무나도 가까이에서, 너무나도 선명하게 들렸다. "넌 언제나 내 마음속에 있어. 그리고 나도 네 마음속에 있고. 그러니까 우린 절대 떨어진 게 아니야."
렌이 흐느끼며 아라타의 품에 더욱 깊이 파고들었다. 하지만 그 순간, 아라타의 몸이 완전히 투명해지며 사라지기 시작했다. "아라타... 아라타!" 렌의 절규가 텅 빈 현관에 메아리쳤다. 하지만 이미 아라타는 없었다. 오직 그의 마지막 말만이 공기 중에 잔향처럼 떠돌고 있을 뿐이었다. "렌, 언제나 사랑해. 잘 지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