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채널

졸업을 앞두고 글을 쓴다.

난 지난 3년이 많은 걸 배우도록 해준 시간이라고 생각해.

프로그래머 지망생이, 시나리오 라이터 지망생이 좀 더 많은 것을 알게 해 주고 조금 더 도약해줄 수 있는 발판이 됐다고 생각해.

그리고 그건 훌륭한 선생님들이 있기 때문이지.

정말 훌륭한 선생님들이 있어서.


요즘 흥하고 있고, 내가 다녔던 소프트웨어 마이스터고에대해서 톺아보자.

난 대구소프트웨어고등학교 2기로 입학했었어.

음...

정확한 제도 이름은 잘 모르겠지만 우리 학생들은 산학협력교사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는데, 정식으로 임용고시를 치지 않은 현직 재직자에게 돈을 주고 교생 비슷하게 수업을 맡기는 거야.

물론 모든 사람들이 다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정말 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온다는 느낌이 팍팍 드는 선생들이 있어.

프로그래머로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도 못하고 점점 후배들에게 밀리면서 2선으로 내려갈 날만 기다리는 사람들이나 이미 2선으로 떨어졌고, 은퇴까지 한 사람들이 주로 오지.

이 제도 자체가 나쁘다는 말은 아니야.

업계에서 뛰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 듣는 말들은 큰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숨기는데 급급한 사람들이 너무 많아.


나는 소프트웨어 공학 전공, 더 정확히는 2D 게임 개발 전공이야.

게임 업계에서 가장 만연한 문제점이라고 한다면 임금 체불 문제와 과로 문제가 있겠지.

이쪽 업게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게임을 좋아하고, 또 즐긴다면 몇 번쯤은 들어봤을 거야.

어디 회사에서 며칠 동안 야근하던 사람이 자살했다, 병원에 실려갔다 이런 이야기들.

우리는 이런걸 합당화하고 당연한 일로서 받아들이도록 교육받아.

취직처를 고를 때 급료 관련되서 합의를 할 때 소기업들은 보통 4대보험비 월급 공제를 조건으로 거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도 사실 따지고 보면 위법이야.

4대보험비는 사측이랑 노동자가 나눠서 내는 게 맞거든.

이런건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업계에 만연한 일이야. 

당연히 초등학교 6년에 중학교 3년 동안 살아온 세상에서 그런 일은 벌어질 수 없는 일이니까 우리는 반발하지.

그에 대해서 천천히, 느긋하게 선생들은 회유를 시도해.

원래 그런거야 모두가 다 그래 너만 특별히 대우할 순 없잖아 같은 말들로.

물론 안 믿으면 그만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걸 안 믿긴 힘들거야.


비단 소프트웨어 마이스터고 뿐만 아니라 다른 몇몇 마이스터고에서도 나오는 문제점인데 학교측에서 취업률에 너무 목을 맨다는 거야.

이게 극단적으로까지 나가면 병으로 자원입대한 사람을 취업으로 처리하는 건 당연하고 편의점이나 고깃집 알바로 들어간 것도 취업으로 처리하게 되지.

이런 상황에서 마이스터 고등학생들이 취업을 나가기 시작하는 9월 이후에까지 취업이 확정되지 못한 학생들은 선생들로부터 수많은 무언의 압박을 받게 되.

상당히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다가와.

한 가지 꼽자면 진짜 농담이 아니라 하루에 하나 수준으로 취업관련 특강을 잡아서 여러분 프로그래머에게 최저시급을 줄 수 있는 회사가 어디에 있겠습니까? 계약서에 그렇게 적고 다들 원래 적게 줍니다. 그에 반해서 저희는 이렇게 투명하게 까고 들어가지 않습니까? 그렇죠?

이런 소리를 매일매일 듣게 해.

그런 소용돌이 속에서 살다 보며너 선생들을 말에 나도 모르게 귀를 기울이게 되고 그러다 보면 열정페이를 뻔뻔히 제시하는 회사에도 순순히 들어가게 돼.

그런 학생들이 나쁘다는 건 아냐. 그것도 하나의 방식이고 그런식으로 커리어를 쌓아서 더 좋은 회사로 이직할 수 있는 확률도 아주 적지만 없다고 할 수는 없으니까.

내가 비판하고 싶은 건 그렇게 학생들을 유도하는 선생들의 악랄한 학사일정 편집이야.

제대로 된 정식 루트(수능-대학 IT 관련학과 입학-(군머)-취직)을 탄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마이스터고를 졸업한 고졸자의 입장에서 쓰는 거니까 조금 알던 사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더라도 양해해 줘.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