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채널

마이스터고는 교장의 힘이 너무 강해.

정확히 말하자면 마이스터고의 특성 때문일지도 모르겠는데 아까 말했던 산학협력을 제외하고 정식 선생님들조차 국어나 수학같은 필수과목을 가르치는 일종의 교양 선생님을 제외한 전공 선생들은 이미 업계에서 굴려지다가 퇴물이 되어 쫒겨나고 어떻게든 밥벌이를 해야겠다는 마인드로 임용고시를 친 사람, 아니면 대학을 갓 졸업하고 취업할 곳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임용고시를 친 사람을 데려다 놓아.

반면 교장같은 경우에는 실무 경력이 긴 사람들 중에서 몇몇을 뽑아 교원 자격증을 부여해서 데려다 놓는데, 큰 사회에 소속된 적 없는/큰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은 그렇게 빠삭한 교장을 이겨낼 수 없어.

교장이 뭐라뭐라 말하면 선생들조차 아 그런가보다 하고 따라가게 된단 말이야.

그 속에서 일개 학생일 뿐인 우리가 어떻게 대항하고 반박할 수 있겠어?

그리고 그렇게 선생이된 전공자들의 실력이 얼마나 안좋겠어?

솔직하게 말하고 들어갈게.

나는 중학교 때부터 미연시 같은 야겜에 푹 빠져서 살았고 개발자를 꿈꾼 이후로 그런 2D 게임 개발 이외에 어떤 분야에도 관심을 쏟지 않은 채 살아왔어.

어쩔 수 없이 중학교에서 배우는 수학, 과학, 영어 같은 기초적인 학문들만 배웠을 뿐  파이썬만 조금 하고 C언어도 제대로 못 땐 채 학교에 들어갔다고.

그런 상황에서 내게 배움을 주고 이끌어줄 사람을 간절히 원하고 학교에 들어갔는데도 선생들은 내게 어떤 대답도 못해줬어.

수업시간에 배우는 내용들은 굳이 전공 시간에 할당할 필요도 없이 인터넷에 게임 개발자가 되려면 뭘 해야하나요?

라고 검색한 다음에 무료 강좌를 찾아 봐도 될 정도의 별 볼일 없는 내용이었어.

내 잘난척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아니야.

만약에 코딩과 전혀 상관없는 길을 걷고 있는 이 글을 읽고 있는 네가 약 한 달동안 구글링을 통해 프로그래밍을 전심전력으로 공부한다면

우리 선생들보다 잘 하게 될거라고 난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어. 


마이스터는 인권 문제를 무시해.

이건 좀 민감한 이야기니까 적당히 빼가면서 이야기 할께.

만약에 선넘었다 싶으면 글삭해줘.

대구시교육청은 교육감이 있고 그 밑에 각 부서가 있어.

마이스터부는 교육감 직속이고 다른 어떤 부서와도 독립되 있지.

그리고 이명박 박근혜 두 명의 대통령 재임 시절을 지나면서 상당히 고였지.

학생이 감사 요청을 넣어도, 인권단체에서 감사 요청을 넣어도 전부 무시할 수 있고.

1년 동안 마이스터부에 할당된 예산을 어떻게 사용했는지에 대한 서류는 공개하지만 위조 여부를 대조하기 위해서 원본 파일을 요청하면

상큼하게 무시할 수 있는게 대구의 마이스터부야.

지역 비하발언이 될 수도 있겠지만 대구는 전통적으로 보수 지지층이 많고, 자기 자신이 우익 운동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도 많아.

그리고 2008년부터 2016년까지는 말 그대로 보수의 신전성기였어. 당연하게도 대구 시의회라던가 교육청 같은 높으신 분들(?)이 있는 곳에도 그런 사람들이 진출했어.

그렇다보니까 아무리 감사 요청을 보내도 학생들은 두들겨 패야 말을 듣는다라는 마인드로 응답을 안 해.

선생들은 지능적이게 되었으니까 애들을 몽둥이로 패는게 아니라 말과 상황으로 두드려.

부모님들은 이 모든게 10대 학생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성급한 결론짓기로 판단하고 들어주지 않아.

큰 회사의 기자들은 이런 것보다 훨씬 많은 관심을 끌 수 있는 기삿거리가 있는데 쓸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작은 지역지들은 제보해봤자 막혀서 튕겨나가. 그 사람들 머릿속도 똑같으니까.

인권단체에 부탁해 보아도 할 수 있는건 없어.

학생 총궐기? 꿈도 꾸지 마.

학교 내에서도 학교 측에 최대한 붙어먹으면서 빼낼 꺼 빼먹는 애들이 있고 온갖 고고한 척 다 해대면서 끝까지 뻗대는 선비들로 나뉘어서 백날천날 싸우기만 하니까.
마이스터고라는 제도가 원래부터 실패할 제도였던건 아니라고 생각해.

하지만 (우리는 3세대라고 부르는) 새로운 형태의 마이스터고가 출범하고 실무자를 교장에 앉히는 정책이 생기면서

점진적으로 학교는 전근대화 되기 시작했어.

학교는 작은 사회라고 하지만 그건 비유일 뿐이라고 생각했어.

정치질과 줄타기가 꼭 필요한 말 그대로 규모가 작은 사회가 아니었으면 했어.

하지만 지금의 마이스터고는 상사가 선생들로 바뀌었을 뿐 직작생활가 다를 바가 없어.

아니, 어쩌면 더 심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