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좀 무린거같아요

사챈 줄타기성이네 뭐라 말하기도 힘들다

노무현 정부의 "행정수도 이전" 운운은 전적으로 거짓말이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지요.

노무현 정부는 수도 이전과 같은 중대한 문제를 국민투표 없이 밀어붙여서는 안된다는 비판에 대해 "수도를 이전하는 게 아니라 행정수도를 옮기는 것 뿐" 이라면서 "서울은 경제적 위상에 변화가 없을 것이고 행정수도의 인구는 10~30만에 불과할 것이다" 라는 이유로 국민투표와 같은 절차는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수도이전 지지자들은 그 이야기를 그대로 받아들였지요. 아니, 받아들인 것처럼 행동했습니다.

하지만 서울의 인구와 경제력을 분산시키는 것은 수도이전의 목적 그 자체입니다. 경제력도 인구도 변함이 없다면 수도를 이전할 이유가 근본적으로 부정되는 겁니다. 상식적으로 말해서, 수도이전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수도 이전이 아무 효과가 없다고 진심으로 믿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요?

실제 수도이전 지지자들도 행정수도 이전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받아들이는 동시에 부정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상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헌재의 판결에 대해서 "국민 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수도 이전이 아니고 단지 행정수도의 이전일 뿐인데, 헌재가 이런 간단한 사실조차 이해하지 못해서 국토의 균형 발전을 이루고 더 나아가 국토 전체를 활용할 방법을 바꿀 귀중한 기회를 잃었다" 고 비난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앞뒤 안 맞는 소리란 말입니까. 행정수도 이전 운운은 단지 전술적인 주장이었을 뿐 수도이전을 찬성하는 사람들이 진심으로 믿은 주장이 아니었던 겁니다.

당연하게도 수도이전이 실패한 이후에는 수도이전 찬성론자들은 누구나 "국토의 균형 발전"을 거론했을 뿐 아무도 행정수도 이전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반복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제와서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소리를 다시 꺼내는 정치인들이 있다니, 뻔뻔하기 짝이 없군요. 수도 이전을 원한다면 그대로 솔직하게 수도 이전을 주장할 일이지, 자기들 스스로도 믿지 않는 전술적 주장을 왜 다시 들고나온단 말입니까.

사챈의 물타기로 보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