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있었던 페루 대선을 보면서 우리가 흥분한 이유는 무엇일까? 왜 우리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소국의 선거에 열광한 것인가? 바로 이 선거의 주체들이 우리가 보기에는 매우 막장이기 때문이다(그리고 실제로도 그렇다). 이번 페루 대선은 과거에 수만명을 죽인 극좌 단체와 커넥션이 있는것으로 의심되는 사회주의 정당에서 나온 언론 규제를 주장하는 개량주의자와 20만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강제로 불임 시술을 하는 등의 폭정을 펼친 잔악한 독재자의 딸이자 부패한 신자유주의자의 대결이었다. 한국에서는 거의 상상도 못할 라인업이다.


재미있게도 이러한 대선은 중남미에서는 그전부터 존재해왔다. 최대 후보들이 모두 비정상의 길을 향해 나아가는 그런 종류 말이다. 중남미인들에게 있어서 이번 페루 대선은 유난히 그 정도가 심했을 뿐 비슷한 사례들은 넘쳐나는 경우였다.


그렇다면 중남미의 정치 지형과 문화는 대체적으로 어떨까? 왜 그런 방향으로 진화했을까?


중남미 정치의 대표적인 특징과 문화들은 다음과 같다.








▪먼저, 정치의 양극화가 끔찍한 수준이다. 중남미에서는 버락 오바마나 존 메케인, 이낙연과 원희룡 같이 상대적으로 중도적이고 온건한 유명 정치인을 찾아보기 상대적으로 힘들다. 트럼프와 샌더스보다 더 과격한 후보들이 매번 날뛴다.



▪정치의 폭력성과 험악성 또한 무시 못한다. 정치인들간의 독설, 폭언과 지지자들간의 충돌이 흔하다. 툭하면 조직적인 시위와 이에 대항한 과잉진압이 발생한다. 범죄 조직들이 자발적으로 혹은 누군가의 사주를 받아 정치인들과 공무원들을 협박하거나 암살하는 일이 빈번하다. 몇몇 정당들은 말로 해결이 안될 것 같으면 피켓과 뱃지 대신 폭탄과 기관총을 들고 무장 투쟁을 시작한다. 과거에는 군부의 쿠데타와 역쿠데타도 심심하면 일어났다.


▪수많은 정당들이 난립하는 경우가 흔하다. 에콰도르 의회에는 16개의 정당이 있고, 브라질 정부는 13개나 되는 각양각색의 정당들로 구성되어있다. 각양각색의 파벌들간의 조용한 암투가 일상적이다



▪어느 성향의 어떤 정당이 집권하느냐에 따라 나라의 성격이 완전히 뒤바뀐다. 차베스 이전의 베네수엘라는 끝내주는 신자유주의 국가였으나 10년만에 남아메리카 최대의 사회주의 국가로 변신했다. 룰라와 호세프 시절 사민주의에 가까웠던 브라질은 보우소나루 집권 이후에 신자유주의적 성향이 커졌다. 아르헨티나는 국가적 성향이 하도 뒤바뀐 나머지 한때 프랑스보다 잘 살던 국가에서 중국보다 못 사는 나라로 추락했다.


이러한 극단적이고 후진적인 정치 문화는 중남미 지역이 아직도 가난을 탈출하지 못한 원인들 중 하나다. 그렇다면 이러한 정치 문화는 왜 생겨나게 된건가?


이게 다 지리와 관련이 있다.












중남미의 지리적 여건은 매우 혹독하다.


광대한 밀림 지역들은 덥고 습하며 온갖 질병이 들끓는 지대기 때문에 문명을 구축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지역이다. 심지어 토양조차 안 좋아 나무를 베며 개간을 해도 오랫동안 쓰지 못한다. 그러나 범죄 조직들이나 게릴라 반군 세력이 숨어들기에는 충분하기 때문에 중남미 정부들은 밀림을 순찰하느라 빠듯한 재원을 낭비하고 있다.


중남미 대륙의 생김새도 한 몫을 한다. 이 지역은 하나의 거대한 매끈한 땅덩어리다. 따라서 면적에 비해 해안선이 적은 편이다. 바다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경우에는 역내에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어려워진다. 해안과 내륙의 격치도 클 수 밖에 없다.


거기서 다가 아니다. 중남미의 지형은 매우 험준하다. 중남미 멕시코의 시에라 마드레스 산맥은 멕시코 전역을 가르고 중앙아메리카의 코르딜레라스 산맥으로 이어져 파나마 운하 근처에서 잠시 그 모습을 감춘다. 그러다가 산맥 지형은 얼마 떨어지지 않은 베네수엘라 서부에서 다시 만년설이 가득한 안데스 산맥으로 이어져 그대로 칠레 남부까지 뻗는다.



사실상 서로 연결되어있는 이 세 산맥들을 합치면 러시아 서쪽 끝에서 동쪽 끝까지의 길이보다 더 긴 산악지대가 형성된다. 거기에 베네수엘라 남부와 브라질 영토의 절반이 험준한 고원 지대다. 개발하기에 끔찍한 지역이다.











이런 지형들은 남미의 문명들을 오랫동안 괴롭혀왔다. 멕시코의 아즈텍 제국과 페루의 잉카 문명은 서로가 존재하는지조차 몰랐고, 매우 탈중앙화 되어있었다. 또한 주변의 다른 부족들을 완벽히 제압하거나 말살시키지도 못했다. 이는 스페인 제국의 정복기에도 다름없었다.
스페인 사람들이 구 아즈텍과 잉카의 영토에서도 여러 원주민들의 산발적인 저항을 진압하는데 수십년이 걸렸는데, 그조차도 구대륙 최악의 전염병인 천연두의 확산이 없었다면 훨씬 더 걸렸을 것이다. 중남미 국가들의 지리적 분열은 오늘날에도 여전하다.


지리적 난관들은 남미 국가들에 빈부 격차를 선물했다. 지리적 요인 때문에 개발이 힘들고 정치적-경제적 통합이 어렵다면 부유한 사람들이 성공한다. 이들은 압도적인 자본력으로 그들이 원하는 인프라 프로젝트를 밀어붙이고 신규 광산을 개발하고 농업을 촉진시킨다. 그러나 이런 사업들은 대부분 저임금으로 굴러가며 교육 수준이 높고 숙련된 노동자가 거의 필요 없다. 그리고 이런 사업들의 특성상 가난한 사람이 부자가 되는게 어렵다.


당연하지만 이 부유층에 고용되는 사람들은 정부의 지원이 없다면 쉽사리 가난을 탈출하지 못한다. 그들은 단순한 노동을 하는 그 이상의 기회를 얻기 힘들다.  부유층은 배운 노동자가 아니라 힘이 좋은 노동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1차 산업 위주의 경제 특성상 잦은 인플레이션 때문에 숙련된 노동자들이 만들어져도 금새 다시 사라진다.




결과적으로 중남미는 빈부 격차가 가장 큰 지역들 중 하나가 되어버렸다. 사회 계층의 상승이 거의 불가능하고 다른 직장을 찾기도 힘든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들은 대부분 그들의 고용주들에 반감을 가지게 마련이다. 이는 정치의 계급화에 큰 영향을 주면서 정치 극단주의가 힘을 얻게 해줬다.




거기에 인종 문제까지 겹쳐진다. 현재 남미에는 크게 보면 4가지 인종들이 뒤섞여 살고 있다. 과거에 지배자였던 백인들은 주로 상류층이고 보수적이며 도시에 살고 있다. 백인과 원주민 사이의 혼혈인 메스티소들은 주로 중산층을 형성한다. 원주민들과 흑인들은 도시 빈민층으로 살아가거나 가난한 농촌에 많다. 인종 간의 빈부 격차와 차별, 그리고 그로 인한 갈등은 오랫동안 이어져왔고, 이는 아직도 남미 정치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 결과, 중남미는 오랫동안 분열을 맛보았다.












▪오늘날의 북미 지역의 스페인 식민지들을 지칭하던 누에바 에스파냐는 오랫동안 겉으로는 스페인 왕의 깃발 아래에 하나로 통합된 식민지였지만 내부적으로는 고도의 자치를 누리는 수많은 (툭하면 서로 싸우던) 원주민들의 연합체 성격도 지녔었다. 이 누에바에스파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현대 멕시코의 중앙정부는 국토에 대한 통제력이 매우 약하며 지방 정부들과 카르텔들의 견제에 맥을 못 추고 있다.


▪옛 마야 문명이 세워진 유카탄 반도과 그 아래에 있는 오늘날의 과타멜라,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같은 중미 지역은 1700년대 초에야 비로소 완전히 함락되었다. 밀림과 산맥들이 이 지역을 사실상 여러 도시국가들과 그 사이의 농촌 지역으로 잘게 쪼개고 있어서 국가 통합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독립 이후에 이 지역의 국가들은 툭하면 상호 간의 전쟁과 군사반란, 군벌과 지방 세력들에 시달렸고, 냉전 시기에는 미소간의 대리전의 주 현장이 되었다. 현재 이 국가들은 세계 최고의 살인률에 시달리고 있으며 조직범죄의 온상이다.


▪베네수엘라 원주민들은 스페인인들을 상대로 수십년동안 버텼는데, 해안가 근처의 험준한 산악 지대와 밀림은 이들이 오랫동안 항전을 할 역량을 선사했다. 그러나 이후 베네수엘라가 국가로 작용할때 이런 옛 이점들은 해악으로 변했다. 오늘날 해안가에서 10마일 정도 떨어진 카라카스에서 항구로 가려면 몇시간이 걸리는데, 전적으로 산악 지형 탓이다. 또한 이 나라의 남부는 아마존 밀림 지대에 속하는데, 그 때문에 붙어있는 브라질과 거의 교류가 없다. 베네수엘라의 이러한 지형은 결과적으로 석유를 제외한 다른 먹거리 산업을 개발하는데 지장을 줬고, 결국 국가의 몰락을 초래했다.









▪이번 대선의 주인공이자 잉카 문명의 중심지였던 페루는 크게 3 부분으로 나뉜다. 해안가는 덥고 가늘며 건조한, 그리고 유럽계 비율이 높은 사막 지역인데, 바다로의 접근성 덕분에 대체적으로 부유하다. 그 해안가의 경계를 규정하는 안데스 산맥 지역은 광물이 많지만 가난하다. 이 산악 지대는 대부분 원주민들이 거주하는 곳이다. 거기서 오른쪽에는 정글 지대가 연출되는데, 이 지역은 개발하기 매우 힘들다. 이 세 지역은 서로 왕래가 드물고 반목한다. 덕분에 페루는 스페인 식민 통치부터 지금까지 국가적 통합이 힘들었고 내부적 분열이 심각하다. 이반 대선도 사실상 해안가와 산맥 지역, 이주민과 원주민, 수도권과 지방의 대결이었고, 결국 카스티요가 근소한 차이로 승리했다.





▪공용어가 37개에 달하는 볼리비아는 크게 보면 서부의 산악지대와 동부의 평원 지대로 나눠진다. 독립 이후에 평균적으로 9달에 한번 꼴로 쿠데타가 성공한 이 나라는 오늘날 남미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에 속한다. 원주민들의 문화와 세력은 주로 가난한 서부에서 강하고, 반대로 부유한 동쪽은 스페인계 이주민들의 흔적이 크다. 이 두 지역은 경제적, 문화적, 민족적 요인으로 분열되어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이 국가의 정치 지형은 좌파 여당이 서부 지역의 표를 긁어모으면서 안정적으로 연속 집권을 하는 형국인데, 최근에는 그게 점점 독재로 변질되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





▪브라질 국토의 약 40%는 아미존 밀림 지대다. 덥고 습한 열대 기후에 토양은 영양분이 희박한 진흙이다. 이런 환경 때문에 개발이 거의 불가능한 지역이고, 덕분에 깊숙히에는 아직도 문명화되지 않은 원주민 부족들이 살고 있을 정도다. 거기에 남아있는 영토의 대부분은 거대한 고원 지대가 차지하고, 이 고원은 해안가까지 이어진다. 덕분에 브라질의 대도시들은 좁은 해안선 하나만을 따라 연결되어 있고, 도시들 간의 이동에 큰 제약이 생긴다. 경제적 통합이 어려워 지역마다 각자도생하는 형국이다. 이 각자도생하는 지역 간의 충돌이 브라질의 정치판의 주요 원동력 중 하나다.











이렇게 중남미의 지리는 중남미 국가들의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갈등을 만들어냈고, 그 결과 정치극단주의가 만연한 정치판을 탄생시켰다. 그러나 이런 정치극단주의는 결코 중남미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결국 국가들은 장기적인 정책을 실행하는데 문제를 겪고 내부적 갈등을 완화하기 어려우며 투자자들의 신뢰를 저버리게 된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아르헨티나인데, 극단주의자들의 득세 덕분에 이 국가는 어마어마한 잠재력에 비해서 해외 투자가 적기로 유명하다.




그렇다면 정치 극단주의가 배척된다면 남미 국가들의 문제는 해결될 수 있는가? 이는 답하기 어려운 문제다. 결국 중남미의 지리적 여건은 정해져있고 이러한 지리적 불이익을 극복하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지리적 여건은 중도 성향의 정부가 정권을 잡더라도 결국 특정 지역이나 특정 인종, 특정 계층이나 특정 직종이 상대적으로 더 혜택을 입게 만든다. 그리고 그런 상황이 온다면 상대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은 극단주의자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결론을 내리자면, 중남미는 지리적 여견 때문에 온갖 분야에서 분열되어있다. 정치 극단주의는 이런 환경을 통해서 번성하게 되지만, 이런 세력들은 대부분 그 나라의 문제점들을 해결하는데 실패한다. 중도 성향의 정부들을 괴롭혀온 지정학적 요소들은 사라지기 않기 때문이다. 결국 중남미 국가들은 지리적 모순 때문에 제대로 된 발전이 거의 불가능하고, 따라서 중남미는 근미래 안에 이런 정치적 극단주의와 빈곤의 덫을 탈출하기 어려워보인다.




라고 합니다

이사람 말이 정확한지 아니지는 잘 모르겠음;;;

내용이 흥미로워서 가져와본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