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은 유명 정치인들한테 편지를 즐겨쓰는데, 편지 자체를 보내는 것보다도, 혹시나 답장을 해주신다면 그것만큼 기쁜 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떠한 실무에 있어서 높으신 분들한테 편지 직접 쓰면 아래서 일하는 공무원들이 고려하는 척이라도 해주거든ㅇㅇ


지금까지 편지를 써서 어떤 형식으로든 답이 온 분들은 다음과 같다:


1.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첫번째 편지는 2015년, 본인이 초등학교 6학년이였던 시절에 손편지가 아니고 메일을 보냈고, 두 가지를 크게 건의했다

1. 위례신도시와 판교신도시를 직접 잇는 버스노선 2. 둔촌대로-돌마로 구간에 BRT 도입. 근데 BRT는 지금 생각했을 때 좀 무리수였던 것 같은데...그 당시에는 그게 나름대로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나 보지

얼마 후에 엄마한테 시청에서 전화가 왔는데...그거 여사님 초등학생 아드님이 쓰신 게 맞냐는 전화였다. 엄마는 내가 그런 메일을 보냈는지 몰랐는데, 전화받고 알았다고. 시청 도시교통과 공무원분이 나한테  BRT가 현실성없는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해 주셨는데, 판교에서 위례 잇는 노선은 긍정적으로 검토해보시겠다고 하셨다. 얼마 후에 실제로 331번이 생겼는데, 그게 내 영향인지, 아니면 우연의 일치인지는 알 길이 없다. 


2. 할트마긴 바트톨가 당시 몽골 대통령

음악에 관심이 많던 나는 중2때 몽골 국가를 듣고서 외마디 탄성을 지르고 한예종에서 음악을 전공하던 지인의 지인에게 의뢰를 넣어 피아노곡으로 몽골 국가를 재편곡했고, 팬심이 가득 담긴 편지와 악보를 몽골 대통령실 앞으로 보냈다. 얼마 뒤에 몽골에서 국제전화가 와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받았는데, 유창한 한국어로 본인이 몽골 대통령실 직원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대통령님께서 님이 보낸 편지를 읽으셨다면서 바쁘셔서 직접 답장은 못하시지만 고맙다고 연락이 왔다. 


3. 알렉세이 츠데노프 현 러시아 부랴티야공화국 수반

중3때 러시아어와 부랴트인의 문화에 대해 관심이 많던 나는 면도기와 한국산 생필품같은 것들은 넣어 당시 부랴티아공화국 수반에게 편지와 함께 넣어 보냈다. 대략 여섯달쯤 뒤에 비서실장 이름으로 현지 신문들과 부랴트어 시집, 그리고 답장이 왔다. 내용은 꼭 꿈을 이루길 바라며 부랴티아에서의 새로운 삶을 응원하겠다는 내용.


4. 류태호 현 태백시장

고1때 혼자 태백을 가보고 있어서 태백시 70년대 레트로 감성으로 꾸미면 멋질것ㅇ...ㅣ라는 생각이 들어 태백시장님 앞으로 관련 정책을 제안하는 편지를 썼는데, 태백시장님이 직접! 답신을 보내셨음. 내용은 대략 우리 시에 이미 이러한 계획이 있으니, 추진력 있게 실행하겠으며, 마찬가지로 꿈을 잘 이루길 바란다는 내용이였음.



5. 달라이 라마 성하 _()_


8월 5일에 뉴노멀한 시주를 바쳤음. 비대면 시주ㅋㅋ 택배상자에 마스크 50장과 조언을 구하는 글을 써서 보냈다. 


그렇게 어제, 드디어 메일 하나가 왔다.



텐진 체팍. 달라이 라마의 공식 통역사시다. 달라이 라마께서 직접 하신 짧은 조언과, 통역사분의 긴 조언이 담겨있다. 나에게 있어서 이것만큼 영광스럽고 행복한 경험이 또 있을까 싶다. 책상 위에 프린트해서 붙여놓고, 이 가르침의 인생의 나침반 삼아 나아갈 생각이다. 


티베트에 자유를, 옴 마니 반메 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