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https://arca.live/b/city/70768403 

1화:   https://arca.live/b/city/71139467 

2화: https://arca.live/b/city/71334875

3화: https://arca.live/b/city/72594621


3박이나 머물렀던 트빌리시를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함.

이제 가는 곳은 캅카스 산맥에 위치한 작은 마을인 스테판츠민다. 

아마 카즈베기라는 이전 지명이 더 유명한 동네일듯.



(이날 너무 정신없다보니 사진을 못 찍어서 전날 찍은 사진으로 대체)


데이터를 거의 다 써서 아침에 유심을 새로 사니 어쩌니 삽질하다가 포기하고 트빌리시 디두베 역으로 마슈르카를 타러 옴.

어디로 타러 가야 하는지 굳이 찾을 필요 없이 배낭 매고 어슬렁거리니까 누가 다가와서 '카즈베기?'라고 물어보고 그렇다고 하니까 태워줌.

요금은 15라리였는지 20라리였는지 기억이 잘 나질 않네.


대충 마슈르카에 탑승했는데 옆자리에 앉아계신 분이 한국인이셔서 이것저것 대화함.

그 분은 아르메니아에 갔다가 조지아로 돌아온 뒤 카즈베기에서 한달 정도 머무를 계획이라고 하시더라고.

이곳저곳 여행을 많이 다니신 분이셔서 여러 나라들에 대한 조언들을 많이 들은듯.


그렇게 한 시간 정도 얘기하다가 멀미가 너무 심해져서 수면모드에 들어감.

안 그래도 산길도 험한데 운전도 거칠게 하다 보니 멀미가 안 날 수가 없음.


그렇게 3시간 정도 간 끝에 카즈베기에 도착.

조금 쌀쌀한 정도였던 트빌리시와 달리 카즈베기의 공기는 굉장히 차가웠음.

그래봤자 영하 2도 정도로 기억하지만.


완전히 새파란 하늘부터 눈덮인 바위산까지, 살면서 전혀 본 적 없는 풍경이라 색다르게 느껴졌음.


숙소는 일종의 하숙? 비슷한 느낌으로 가정집의 1층 방을 빌려주는 느낌이었음.

체크인을 하려고 했는데 집주인이 잠깐 외출 중이어서 10분 정도 기다림.

이때까지 아무것도 못 먹었다 보니 배낭에서 볶음고추장을 꺼내 먹음.


들개가 아련하게 쳐다봤지만 아마 나눠줬으면 맵다고 물었을 듯.


이런 방이 1박에 20라리(약 9800원 정도).

주방은 공용이지만 화장실과 샤워실은 각 방마다 있어서 좋았음.

침대도 더블침대라 여유로웠고.


집주인께서 내주신 다과.

30대 정도 되어보이는 부인이셨는데 유창한 영어로 숙소 시설이나 이 동네에 대해 이것저것 친절하게 설명해주셔서 좋았음.


대충 옷부터 빨고 밖으로 나와보니까 날씨가 좀 흐려져 있음.

내가 좀 늦게 도착한 것도 있고 그래서 원래는 1박만 머무를 예정이었는데 하루 더 머무르기로 함.


산지라 그런지 해가 일찍 지는듯.

그냥 숙소 들어가서 한국vs가나 월드컵 경기나 보려고 했는데 네이버 중계가 막혀서 친구들이 단톡방에 얘기하는 걸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음.


다음 날 일어나 보니 날씨가 ㄹㅇ 미쳤음

미세먼지 따위는 전혀 없는 새파란 하늘 그 자체


대충 휴대폰이랑 카메라 정도만 챙긴 뒤 게르게티 츠민다 사메바 교회(게르게티는 마을 이름, 츠민다 사메바는 성 삼위일체라는 뜻)까지 트레킹을 시작함.

해발 2200m에 위치한 교회이지만 마을이 해발 1800m에 있어서 2시간 정도면 여유롭게 올라갈 수 있다고 함.

포장도로가 뚫려서 택시를 타면 금방 간다는데 그건 낭만이 없는 것 같고.


그렇게 올라가고 있었는데 뭔가 잊어먹은 게 있는 것 같아서 생각해봤는데 물을 가져오는 걸 까먹음.

그래도 교회에 올라가면 매점이나 하다못해 약수터 정도는 있을 것 같아서 그냥 올라가기로 함.

물 하나 사러 다시 마을까지 내려가는 건 여러모로 비효율적인 것 같아서.


등산로는 딱히 정비가 되어있지 않았음. 당연히 구글지도에도 표시가 안 되어 있었고.

나 말고도 등산하는 사람들이 계속 있길래 따라갔는데 중간에 나한테 와서 이 길이 맞냐고 물어보심.

'???전 여러분들 따라가고 있었는데요?' 라고 할 수밖에 없었고.


왜 왕이 미치면 캅카스로 달리는지 알 수 있었던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올라가다 보니 교회 건물이 보임. 

휴식도 하고 하늘이나 구경할 겸 그냥 풀밭에 누워버림.


무서울 정도로 푸른 하늘.


미러리스로 찍은 카즈베기 산(5,047m)의 전경.

프로메테우스가 이곳에 묶여 독수리에게 간을 뜯어먹힌다는 전설이 있는 명산임.

여기도 트레킹했으면 좋았겠지만 시간도 장비도 없다 보니...


어쨌든 도착한 게르게티 츠민다 사메바 교회.


드레스 코드도 정해져 있고 내부 사진 촬영도 금지인 듯.

내부는 엄숙하고 진지한 분위기의 교회였음.


교회에서 내려다본 스테판츠민다 마을과 샤니 산(4,451m)의 전경.

저 산 너머에는 러시아가 있음.


예전에는 비포장도로라 차로 올라오는 것도 불편하고 위험했다고 하는데 요즘은 포장도로가 생겨서 올라오기 편하다고 함.

낭만은 조금 사라진 느낌이지만.

여기가 더 편할 것 같아서 포장도로를 따라 내려가기로 함.

사실 택시를 타려고 했는데 요금이 너무 비싸서...


내려가기 전에 찍은 게르게티 츠민다 사메바 교회의 풍경.

사실 이 사진 찍으려고 조지아에 온 거나 다름없음.

나무위키에서 우연히 이 사진 보고 꽂혀서 바로 트빌리시행 비행기를 예약한 거라...


내려가는 길은 눈과 블랙아이스로 굉장히 미끄러웠음.

거기에 경사까지 급해서 여러 번 미끄러질 뻔 했는데, 중간에 어떤 가족이 친절하게도 마을까지 태워다 주심. 

조지아 사람들이 겉으로는 마초적이고 거친 면이 있지만 다들 친절한듯.


마을에 내려온 뒤 슈퍼마트를 갔더니 보이는 익숙한 브랜드들.

오리온만 먹기 때문에 초코파이는 안 삼.


숙소로 돌아와서 끓여먹은 다쉬락.

솔직히 도시락 라면은 먹어본 적이 많이 없어서 한국이랑 어떤 점이 다른지는 잘 모르겠음.


등산 후에 먹어서 그런지 굉장히 맛있긴 했다.


카즈베기의 맑은 밤하늘 사진으로 이번 편도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