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섬에 두 개의 국가가 있는 건 꽤 많다. 카리브의 히스파니올라, 프랑스와 네덜란드가 국경을 맞대는 신트마르턴 섬, 발트 해의 수많은 자잘한 섬들, 파푸아뉴기니, 동티모르 등. 예전에는 당연히 더 많았음... 

하지만 한 섬에 세 개의 국가가 있는 경우도 있다.


그것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보르네오.


보르네오 섬의 국가인 브루나이, 말레이시아의 사라왁과 사바, 그리고 인도네시아의 칼리만탄이 있다.

아주 오래 전에는 이 섬 전체가 브루나이였지만 계속 열강에 떨어져 나가서 이렇게 된 것.

예전에는 백인 왕국인 사라왁 왕국도 있었으니 나라 개수는 4개였을 수도...

(브루나이 입장에서는 자기 영토를 다 빼앗아 가고 심지어 나라 반갈죽까지 시켰으니 억울해 미칠 것이다.)

결국 이렇게 된 건 절대 자발적인 게 아니라 식민 열강 때문.


사실 실질적으로는 4개도 있다.


그것은 바로 키프로스(Κυπριακή Δημοκρατία). 


키프로스 공화국과 북키프로스 터키 공화국, 영국, UN이 각각 주체이다.

키프로스는 원래 영국의 식민지였다. 영국이 냉전 당시 이 두 군사 기지는 가지는 것은 충분히 이해 가능하다. (이 군사기지를 포기하는 것은 미국부터 반대했다.) 나머지는 키프로스로 독립하는데, 당시 키프로스는 그리스계 80% 터키계 20% 정도였다. 

영국 정부는 키프로스에 최대한의 민주주의를 장착하고 민족 분쟁을 막으려는 조치를 취했다. 계속 분쟁이 이어지다가 결국 일이 터졌다. 1974년 그리스의 군사 독재 정부(military junta)가 키프로스에 쿠데타를 일으켰다. (그 전부터 그리스 왕이라는 사람이 계속 키프로스는 '어머니 조국'의 품에 돌아오라며 부채질하긴 했다.) 그리고 터키 정부가 키프로스 헌법의 수호(...)를 위해 5일 뒤에 섬을 침공한다. (물론 이 정당화는 당연히 국제 사회와 UN에 만장일치로 기각되었다. 어느 국가도 다른 국가를 이딴 이유로 침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제 사회의 압력으로 3일 만에 휴전이 이루어지기는 했지만 터키는 이 섬의 36%를 차지하고 그리스계 키프로스인 18만 명이 그 지역에서 추방당했다. (그리스-터키 인구교환 데자뷰) 그리고 북키프로스는 터키의 사실상 괴뢰국이 되었다. 다만, 지금은 오히려 괴뢰국이라 보기 어려운 게, 터키의 집권여당은 이슬람주의 정당인 정의개발당인 반면 북키프로스의 집권여당은 세속주의, 케말주의 정당이다. 북키프로스의 시민 절반 이상이 키프로스 공화국과의 통일을 지지하며, 아직도 통일 협상 중인 걸로 알고 있다.


결론) 키프로스인들은 이 분단을 원하지 않았다. 오직 그리스인과 터키인의 탐욕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다.


+) 


키프로스 독립 당시 영국의 자료에 따라 만들어진 지도이다. 

애초에 터키의 키프로스 영유권 및 간섭권 주장은 무리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