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조사원 700만명 동원

전 세계 인구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숫자다. 막대한 인구 덕분에 중국은 한동안 ‘인구홍리(人口紅利·인구보너스)’ 효과를 누렸다. 풍부한 노동력과 세계 최대 소비시장이라는 이점은 경제 발전의 원동력으로 작용해 왔다.

하지만 중국의 인구구조에도 변화가 감지됐다. 당시 저출산·고령화 추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는데, 이는 생산가능 인구의 감소로 이어지고 결국 경제 성장도 저해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올해 진행되는 중국 인구조사에 다시 한번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 9월20일 통계개방일에 맞춰 전국인구조사 홍보활동 발대식을 열었다. 닝지저(寧吉喆) 국가통계국장은 “인구조사를 잘 진행하면 인구 총량과 구조, 분포 등을 확인해 인구 변화의 추세와 특징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고, 과학적 국가발전 전략과 인구발전 정책을 마련해 질 높은 발전을 촉진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인구조사를 통해 확보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상세하고 정확한 데이터는 사회 인프라와 공공서비스, 사회보장체계를 보완하는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인구조사는 11월1일 시작된다. 인구조사는 조사원들이 4억여 가구를 돌며 방문조사를 진행하고 재조사 등을 거치는 방식으로 한달 동안 진행된다. 각 가구의 가구원 성별과 연령, 민족, 문화수준, 직업, 사회보장, 주택 등에 관한 사항을 조사하게 된다. 700만명의 조사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다만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 등을 감안해 올해 조사에서 휴대전화 등을 이용한 조사를 권유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휴대전화 등 이동식 단말기를 이용해 개인과 가족 정보를 자진 신고할 것을 권장한다”고 밝혔다. 올해 조사의 최종 결과는 내년 4월쯤 나온다.



세계 주요국 인구 변화 현황과 전망. 자료:LG경제연구원·UN세계인구전망

■‘인구홍리’ 저무나

중국의 전국인구조사가 더 관심을 받는 이유는 중국에 저출산·고령화와 급속한 도시화, 핵가족화 흐름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30년전만해도 2.63명을 나타내던 합계출산율이 급격히 낮아진 것이다. 저출산의 영향으로 생산가능인구(15∼64세) 증가율은 점차 둔화되고 있으며, 곧 하락세로 전환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그러다보니 당시 중국의 인구홍리가 저물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생산가능인구 비율이 줄어들면 값싼 노동력 공급이 어려워지고, 노인 인구 비중이 늘어남에 따라 부양비 부담도 증가하며 자본 흐름이 무뎌지는 등 전반적으로 경제 활력이 떨어지게 된다. LG경제연구원은 2011년 낸 ‘중국 인구구조 변화의 경제적 시사점’이란 보고서에서 “노동력 감소와 인구고령화에 따라 중국의 인구홍리는 2010∼2015년 사라지기 시작해 2030년쯤 완전히 소멸될 전망”이라며 “그동안 중국 경제의 고속성장에 큰 공헌을 한 인구구조가 머지 않아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정반대 방향으로 바뀔 것이라는 점이 분명히 드러났다”고 했다.

올해 조사에선 인구변화에 대한 이런 비관적 전망이 사실인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인구구조 변화 추세와 방향이 노쇠한 선진국들이 거쳐간 길을 따라가기 시작했다는 것은 중국과 세계 경제의 앞날에 암운을 드리우는 뉴스”라고 했다. 중국이 ‘부유해지기 전에 늙어가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과거 선진국들이 1인당 국내총생산(GDP) 5000달러∼1만달러 시대에 고령화 문제에 부딪힌 데 비해 중국은 4000달러 수준에서 이미 인구고령화에 대한 우려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올해 인구 조사를 중국은 물론 세계가 주목하게 되는 이유들이 여기에 있다.



인도 인구 증가 추이. 자료:포스코경영연구원·인도 인구조사위원회

■인도에 따라 잡힐까

올해 진행되는 중국의 제7차 전국인구조사를 세계 각국이 관심 있게 보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세계 1·2위를 다투는 인구 대국 간 역전 현상이 점쳐지고 있어서다. 국제연합(UN)은 2010년 내놓은 세계 인구전망에서 2025년을 중국과 인도 인구가 역전되는 시기로 봤다. 이번 조사는 이 같은 예측의 실현 여부를 가늠케 할 전망이다.

중국에 비해 1억명 이상 적지만 연평균 인구 증가율에서는 1.76%로 중국 보다 3배 이상 높았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중국은 2025년쯤 인구가 감소세로 전환되고, 인도는 적어도 향후 20∼30년 이상 인구 증가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올해 중국 인구조사 결과는 그 가늠자가 될 수 있다. 이에 대적할 인도도 인구조사를 진행해야 할 판이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인구조사가 가능한지 불분명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