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대양의 진주 (예고편): 싱가포르

두 대양의 진주 (예고편): 도망가지 말레이

두 대양의 진주 (예고편): 동방의 진주 (진)

두 대양의 진주 (1): 두 대양 사이로 가는 길


현재진행형인, 장장 1개월과 2개 이상의 국가에 걸친 여행/생활에 대한 답사기를 쓰는 게 생각보다 힘들었습니다. 덕분에 의도치 않게 한국에 돌아온 지 한참 뒤인 3월 및 그 이후까지 계속 답사기를 쓰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군요. 나름 돌이켜 보는 심정으로 하나씩 되짚어 넘어갈 수 있겠습니다. 


아무튼 첫날부터 싱가포르 절망편과 희망편을 모두 맛보고 시작했는데, 2일차는 어딜 갈까 하다가 우선 가장 먼저 싱가포르에 오게 된 핵심적 이유 + 여기에 친구가 현시점에 재학 중 + 습관적으로 어딘가 여행을 가면 그곳에서 가장 유명한 대학 하나는 찍고 시작하는 풍습에서 착안하여, 싱가포르 국립대학 (이하 NUS)로 향하기로 했습니다. 이 다음날부터 일하게 될 곳이 NUS 바로 앞이라 미리 주변도 둘러본다는 의의도 가지고 말이죠. NUS라 하면 또 '아시아 최고 싱대'라며, 아시아 대학 중에서는 늘 대학랭킹 최고 순위에 드는 경우가 많아 기대감이 꽤 컸습니다. 



페라나칸 양식의 2-3층 건물들이 거리변에 줄지어 있는 대로를 따라 걸어가면 MRT 역이 나옵니다. 




NUS와 기타 시설들이 있는 켄트 리지역이 (이름은 순환선이지만 순환선이 아닌) 서클선인지라 센토사 섬 길목의 하버프런트에서 환승하게 되었는데... 이런! 실제로 순환선이 아닌 순환선을 진짜 순환선으로 만들기 위한 공사 + 톰슨-이스트코스트 선 연장을 위한 공사 작업 때문에 한쪽 선로를 폐쇄하고 저렇게 셔틀을 운영하다는군요. 올해 5월까지 저런 식으로 운영한다니 그때까지 싱가포르에 방문하는 도지챈러 여러분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아무튼 목적지인 켄트 리지 역까지 환승이 한 번 추가되고 길게는 5분씩이나 더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지만 그래도 다음날부터 출근까지 걸리는 시간을 재야 하니 넘어가고 지하철을 타러 갑니다. 



잔뜩 열받은 채로 (평면) 환승을 한번 더 하면 켄트 리지 역에 도착합니다. 싱가포르의 지하철역은 거의 모두 섬식 승강장인 게 좋군요. 대신 승강장에서 반대방향으로 잘못 타는 것에 주의해야 합니다. 



켄트 리지 역 주변에도 이것저것 많은 시설들이 있지만 가장 대표적으로 NUS와 NUS 부속 대학병원이 있죠. 마침 이날 NUS 다니고 있던 친구가 마중을 나와준 덕택에 같이 얼추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이날 돌면서도 느낀 것이지만 NUS 캠퍼스는 면적 대비 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5 km2의 부지면적을 자랑하는데, 이 정도면 관악산 쪽 부지 버프를 먹은 서울대의 1/3 정도지만 알차게 부지를 쓰고 있달까요...



출구를 잘못 골라 나가니 NUS 부속 대학병원인 NUH의 건물 (중 하나)이 길 건너편에 있습니다. 뭔가 잘못 들어온 듯해서 반대로 가 보면



그제서야 뭔가 그럴듯하게 나옵니다. 알고보니 여기서 우측으로 쭉 가면 본관이더군요. 

지하철역을 낀 많은 대학병원들이 그러하듯 지하철역 출구를 통해 병원이 바로 연결되게 되어 있습니다. 병원이 지나치게 커서 그렇지...



지하철역 출구를 그대로 따라가지 않고 잠시 언덕 올라갔는데, 이게 메인 입구도 아닌 암센터 쪽 입구인 걸 보면 확실히 웅장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NUS의 구조상 병원 구역을 통과하면 Yong Yoo Lin School of Medicine (YYLSOM), 즉 NUS 의대가 나옵니다. 싱가포르에는 여기 외에도 난양공대 산하에 의대 (aka LKC 의대)가 하나 더 있고, NUS와 듀크 대학교가 힘을 합쳐 만든 Duke-NUS 의전원, 이상 세 개의 의대가 있다더군요. 



건물을 들어가니 의대 건물 하나가 15층짜리임을 보고 충격받고 시작합니다. 놀라운 점은 의대 산하 건물이 이거 말고도 10개가 넘는다는 점... 그만큼 투자를 한다는 증거겠지요. 



병원의 설립자인 Dr. Yong Loo Lin의 초상화가 본관 1층에 걸려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백인제 선생의 이름을 딴 의과대학이 있듯, 여기도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미국에서는 많은 경우에 '여기를 설립하는 데 가장 많은 돈을 낸 사람'을 기준으로 이름을 붙이는데 말이죠. (예시: UCLA의 David Geffen School of Medicine - 음반사업 크게 한 David Geffen의 이름이 붙은)




처음 도착했을 때도, 체류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도느끼는 것이지만, 싱가포르가 전반적으로 미관, 특히 녹지에 관해서는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쓴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NUS도 결코 예외는 아닙니다. 어느 구조물 하나가 허투루 배치된 게 없네요. 



마찬가지로 홍보관(?) 이었던 곳을 지나면



NUS의 여러 기숙사들 중 한 곳을 지납니다. 저기 House별로 깃발이 걸려있는 걸 보면 호그와트가 생각나는군요. 



대학이면이런 운동장 하나쯤은 어디 있어야죠. 일요일이고 하니까 운동하러 나온 사람들이 꽤 됩니다. 



University Town 쪽으로 넘어가기 전 대학에 딸린 자연사 박물관을 지나갔지만, 저날 하필이면 또 열지 않아서... 그냥 지나갑니다. 



NUS 캠퍼스 나머지와 University Town (이하 U-Town) 쪽은 아래처럼 고속도로로 분리되어 있죠. 그래서 고속도로 위로 놓여진 다리를 통해 넘어가야 합니다. 



걸어서 오자마자 바로 옆에서 NUS 내부 무료셔틀이 멈추더니 학생들과 방문객들을 하차시키는 걸 보고 망연자실을 금치 못했죠. 



이쪽 U-Town은 뭔가 대학 부지에 포함된 대학가 느낌이었습니다. 기숙사도 있고, 푸드코트 여러 개도 있고 정확한 정체는 모르겠지만 부지가 원체 알차다 보니 나름 대학가의 기능을 여기서 하는 것 같더군요. 



그래서 이야기가 나온 김에 점심도 여기서 먹기로 했습니다. 건물 중 푸드코트 (를 가장한 호커 센터)가 있어서, 거기서 빠르게 점심을 해결합니다. 



유난히 시선을 강탈하던 #NUS 구조물을 뒤로 하고 NUS를 벗어납니다. NUS 캠퍼스는 죄다 횡단했기 때문이죠. 

빠진 단과대도 많았던 것 같은데, 사실 저 모든 지역을 쭉 걸어가기에는 조금 그래서... 점심도 먹었겠다, 다음 목적지로 이동하기로 했습니다.



U-Town은 MRT 역에서 원체 먼지라 이번에는 버스로 다시 싱가포르 도심으로 가기로 합니다. 



10분쯤 기다리고 버스를 타니 거짓말같이 싱가포르 특유의 스콜 같은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더군요. 



아까 처음 봤던 NUH 건물을 뒤로 하며, 이날의 NUS는 뒤로 하고 다음 목적지로 이동합니다. 

확실히 지나가면서 보니 병원 건물 하나하나가 서울의 대형병원들 하나에 맞먹는 게 보이고, 달리 이야기하면 (국립이다 보니) 그만큼 싱가포르 정부의 투자 의지가 대단하다는 뜻이겠지요. 



2층 버스 맨 앞 자리에 앉은지라 상당히 좋은 뷰와 함께 이동했습니다. 앞에 특이한 건물이 보이는데요...



가까이서 보니 The Interlace라 해서, 저렇게 도합 34개의 직육면체 동들을 불규칙해 보이면서도 규칙적으로 쌓아 올린 모습을 하는 아파트 단지입니다. 사진으로 봤을 때도 미관이 독특해서 꼭 가봐야지 생각했는데, 이렇게 의도치 않게 차창 너머로 보이는군요. 



이런 길을 따라 가다보면




뭔가 고풍스러우면서도 흉물스러운 곳이 보이는데, 여기가 Old Tanjong Pagar Railway Station이라는 곳입니다. 

현재 싱가포르와 외부를 연결하는 철도는 우드랜즈 기차역 (MRT역과 완전히 다른 곳)과 국경 건너편 JB 센트럴 역을 연결하는 국제열차 선로밖에 없는데, 과거에는 싱가포르 도심 서쪽인 탄종 파가인 이곳까지 국제열차가 들어왔다고 합니다. 2011년까지 말레이시아에서 국제열차가 여기까지 내려왔다고 하는데, 여기가 Cantonment라는 구역 근처다 보니까 MRT 서클선 역이 이 자리에 그대로 생긴다고 합니다. 2주라는 시간 안에 말레이시아에 두 번 올라오면서 든 감상으로는... 후... 한 13년 정도만 더 국제열차 운영하면 안됐나....



그리고 싱가포르 도심으로 들어오면서 이번 답사기의 핵심이었던 NUS 여정은 완전히 막을 내리게 됩니다. 


사실 여기까지가 이날 여정의 절반 정도인데, 내용 연계성을 감안해서 이후 일정은 다른 편으로 분리할까 합니다. 

다음 답사기로 찾아오기 전에 이 자리를 빌려 답사기를 봐 주시는 도지챈러 여러분의 의견을 구하자면, 사실 단순 날짜순으로 나열하자면 답사기 일관성이 떨어지기도 하고, 지금 말레이시아도 꽤 가는지라 뭔가 답사기의 환기를 위해서 순서를 조금 바꿀까 고민중입니다. 그래서 향후 답사기 방향을 위해서 투표로 의견을 구하겠습니다. 


오늘도 답사기 찾아와 주셔서 감사하고, 다음 답사기로 다시 제대로 찾아오도록 하죠. 


다음 답사기 예고편: "이것"을 만끽하는 101가지 방법 또는 'Straight Outta Singap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