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아~"

 비류세가의 여검객, 비류소소는 평소대로의 일상을 마치고 세가로 돌아가고 있었다.

 "이번 마두들도 아주 기분 좋았어..."

 ...일상이 무엇인지에 관해서는 노코멘트하겠다.

 어쨌든, 세가로 돌아가는 길인 비류소소는 주변의 풍경을 둘러보았다.

 떠들썩한 시장, 열심히 목소리를 높여 홍보하는 상인, 뛰어노는 어린 아이들, 그런 아이들을 지켜보는 부모. 그리고 뒷골목으로 남자 둘을 질질 끌고 가는 짙은 보랏빛 머리칼의 괴한.

 참으로 평화롭고 평범한 일상적인 풍경...

 "─이 아니지!"

 비류소소는 황급히 내력을 끌어올려 괴한이 사라진 뒷골목으로 향했다. 아무리 평소에 문란한 사생활을 보내는 그녀라지만, 그런 그녀도 무림인. 위험에 빠진이를 모른 척하지는 않는다.

 "흠?"

 골목에 들어온 비류소소는 의아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분명히 이곳으로 들어오는 것을 두 눈으로 봤고 그녀의 기감 또한 이곳에 누군가가 있다고 말하고 있었건만 이곳엔 사람은 커녕 쥐새끼 하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비류소소는 자신의 기감을 믿고 귀와 눈에 내력을 담아 몇배로 증폭시켜 다시 한 번 골목 일대를 살펴보았다.

 "어...지..."

 "정...몰...진..."

 그러자 언뜻언뜻 겁에 질린 남성의 목소리와 무덤덤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너무나도 희미하여 비류소소정도나 되는 고수가 청력을 강화해야만 들려올 정도로 희미했고 여전히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결곈가.'

 답은 하나, 결계였다. 답이 나왔다면 해결 방법 또한 간단했다.

 '뚫고 들어간다.'

 허리춤에 매단 두자루의 검중, 영도(影刀)를 발도하고 내력을 담아 휘둘렀다. 그러자 흑광(黑光)의 검기가 쏘아졌다.

 파지직!

 흑광의 검기가 쇄도해오자, 결계가 그에 저항하듯이 허공에 스파크가 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내 쩌적-하고 갈라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들리며 결계가 무너졌다.

 동시에 결계 너머의 모습이 드러나, 괴한의 맨얼굴 또한 드러났다.

 "...이런 곳에 이걸 깰 수 있는 자가 있을 줄은 몰랐네
는데."

 목 근처에서 찰랑이는 검은색에 가까운 보랏빛의 묶음 머리, 날카로운 눈매에 붉은 눈, 보랏빛에 무복에 가슴쪽에 달린 U자 모양의 브로치, 허리춤에 있는 푸른 검집의 검까지.

 그냥 보기에는 평범한 무림인이었지만, 비류소소는 그녀가 다른 무인과는 '차원'이 다르단 걸 알 수 있었다.

 '미친. 이게 고작 한 사람이 내뿜는 기세라고?'

 그녀가 흘리는 기세는 자연스레 비류소소를 긴장시켰다. 이 골목을, 아니 이 마을 전체를 덮을 정도로 거대한 존재감이 비류소소를 눌러왔다.

 그런 사이, 보랏빛 머리칼의 여인이 의미를 모를 미소를 짓고는 손짓했다. 그러자 몰래 도망치려 땅을 기고 있던 남자들의 몸에 보랏빛의 전류가 스쳐 지나가더니 금세 축 늘어져 버렸다.

 가슴이 부풀었다 줄었다 하는 걸 보면 숨은 붙어있었다.

 이득고 여인은 완전히 몸을 돌려 비류소소와 마주섰다. 비류소소는 여차하면 바로 검기를 날리기 위해 내력을 끌어올렸지만, 여인의 입에서 나온 건 예상 외의 발언이었다.

 "자전뇌공(紫電雷功) 37대째 계승자, 뇌제(雷帝) 시즈."

 "...?"

 "한 명의 무인(武人)으로서, 그대에게 간단한 생결(生決)을 신청하는 바이다."

===========================

가슴뜨거워지는 멋진 글을 써주신 enter1작가님 감사합니다!!!

박터지게 생사결한다면 정말 즐겁겠네요! 허나 누구의 세계관에 가더라도 소소의 별호는 투신!
 이제 겨우 방년의 나이인 소녀가 그 아름다운 외형도 아니고 눈에 띄는 특출난 두 자루의 신병이기도 아닌 투신이라 경외받는 이유가 있는법이죠 조심하세요! 투신의 무공은 아주 매섭고 날카로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