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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미숀 (클릭하세오)

내가 태어나고 자랐을 무렵부터, 나의 나라에선 늘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거리는 늘 무엇인지 모를 불안과 공포가 자리잡았고 어른들은 어느 먼 도시에서 반란이 일어났다느니, 천자께서 암살당하셨다느니, 양인이 새로운 천자가 되었다느니 천자님을 위해 하나로 뭉쳐서 양인들을 몰아내야 한다느니 등의 당시엔 이해할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매일같이 늘어놓았다. 

 

다 자라고 나서 알게된 것은 나라가 여러 열강들에게 나뉘어져 나라의 구실을 하지 못한다는것과 각 열강이 이득을 취하기위해 나의 나라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 나라가 군벌세력에 의해 쪼개어졌다는 것 정도였을까? 하지만 나와 무슨상관이랴, 이런 혼란스러운 시기일수록 변화해야하는 법이고, 변화 속에서 자신이 가진 재산을 지키고자 하는 수 많은 졸부들과 군벌들 덕분에 내가가진 힘과 능력을 통해 나는 더욱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으니 나로써는 목숨이 노려진다는 불편함만 뺀다면 이보다 더 좋은 상황이 없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멍하니 대합실에 있다보니 멀리서 말끔히 차려입은 한 무리의 사람들이 역으로 들어오고있었다. 그들의 중심에 있는 사람이 이번의 암살목표로써, 아마 군벌들간의 싸움인 듯 하였지만 돈만받으면 되는 입장에서 그게 무슨 상관일까 나는 그저 내 일을 끝낼 뿐이다.

 

의뢰측에서 원했던 것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살해 해달라는 것이었기 때문에 내가 목표가 되지 않기 위해선 그림자를 꺼내어 살해하는 것 뿐이었다. 확실하게 하기 위해 둘의 그림자를 꺼내었다. 또 특정되지 않기 위해 남장을 시키고 기존에 사용하지 않던 무기를 준비했다. 작고, 멀리서도 특정인을 암살하기 좋은 서양에서 건너왔다는 피스톨이라 불리는 물건을 쥐어주고, 행동에 임한다.

 

오전 10시 45분, 목표가 개찰구에서 기차표를 내미는 순간 목표를 정확하게 맞춘 후 그림자를 불러들였다. 이 후 목표가 바로 “맞았다!!!”하는 소리를 지르며 복부를 부여잡았다. 나는 다른 그림자를 불러내어 목표의 수행원에게 사격을 가하고 그림자를 멀리 물리어 시선을 분산시켰다.

여러 발의 총성이 들리자 역은 아비규환에 빠졌으며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해 냈다는 듯한 소란을 등 뒤로하고 역을 빠져나오니 한 대의 차량이 그녀 앞에 멈춰섰고 그녀는 차량에 올라탔다.

 

“일은 제대로 마친 것 같군.” 차에 올라타자마자 목소리를 내리깐 노인이 입을열었다.

“뭐... 어려운 일은 아니었으니까.. 그보다 내가 부탁한 건 어떻게됐어?”

“붉은 눈의 여왕 께선 성격도 참 급하군, 고작 소문 하나 때문에 사람도 죽이고 말야...”

“내가 그 별명은 좋아하지 않는다고 얘기했던거 같은데? 이렇게 계속 말 돌리면 당신들 목숨도 부지하기 힘들다는거 알거아냐?”

말을 끝내자마자 두어개의 그림자가 노인과 운전수를 위협한다. 운전수는 꽤나 겁에질린 듯 하였으나, 노인은 이런 그녀의 행동이 익숙한것인양 괘념치않고 자신의 말을 이어간다.

“소문이라... 참 뜬구름 잡는 이야기지, 내용은 모호하고 진실은 불확실한 이야기야... 그런데 양인이 말하길 네년 말대로 서역의 오스트리아라는 나라의 그라츠 지방에서 이전에 말했던 그 문이 나타났다더군, 그리고 어째선지 그런 뜬소문을 듣고 힘을 찾아 나선 사람들이 그곳을 간 뒤로 더 이상 안보인다고 했고.”

“흐음......" 하고 그녀가 잠시 생각에 잠긴다 우수에 찬 눈이 한층 그녀를 돋보이게 할 만큼 아름답다. 만일 만인이 본다면 다시금 돌아보리라.

"뭐, 좋아 그게 진짜인지 아닌지는 내가 가서 확인해보면 되는 일이니까. 이번만은 무례를 용서 해 주지. 다음에 돌아왔을 때 내가 직접 없애줄테니 그 전 까지 죽지말라고 영감.”

그녀는 그림자를 거두며 어느새 멈춰있는 차 문을 열고 내렸다. 고혹적인 몸매가 뭇 주변 남성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하, 네년이야말로 목숨간수 잘 하도록, 여행하다가 죽어버릴 팔자로 보이니까.”

노인이 빈정대는 듯이 말하였지만 이런 대화가 익숙한 듯이 그녀는 대수롭지않게 받아넘겼다.

“지금 누굴 걱정하는거야? 나는 대륙 최강이야.”

“세계 최강은 아니지. 이상한 놈들이 넘쳐나기 시작한 지금은 더욱 그럴거고. 이대로 상해로 가면 배가 준비되어 있을게다, 그 뒤는 알아서 하도록.”

말을 마치자 마자 그녀를 홀로 내버려두고 차가 출발한다.

'귀엽지 않긴....'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곤 인파속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소문을 따라 서쪽으로... 서쪽으로... 무엇이 기다릴지 모를 서역을 향해 이전에 없던 본능과 충동이 이끄는대로 나아가고 있다.




중국 서부, 투르판 시 동남쪽 어딘가.

투르판은 서유기에서 손오공이 파초선을 빌려 불을 껐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화염산이 있는 곳이다.

화염산에서 머지 않은 지역답게, 황량함을 가진 바위산은 한낮의 강렬한 태양과 하나가 된 것처럼 녹아내릴 듯이 타오른다.

그래서인지 이 곳을 찾는 사람들도 잘 없고, 있더라도 최대한 빨리 벗어나려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척박한 곳에 그림자 하나가 드리워졌다.

발 끝까지 내려오는 밤하늘처럼 검은 머리의 끝 부분은 마치 여명이 타오르는 듯 불그스름한 색을 하고 있고, 노을녘의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태양처럼 붉은 눈을 가진 소녀가 끝 부분이 나풀나풀 흩날리는 검은색 차이나드레스를 입은 채로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그녀의 호기심을 돋운 것은 며칠 전, 중원 저잣거리에서 떠돌던 뜬소문이었다.

서역 사막 한가운데에 수상한 물건을 만드는 장돌뱅이들의 비밀기지가 있고, 그곳에는 온갖 기이한 마검과 물건들이 존재한다는 소문이었다.

실제로도 중원에 들르는 장돌뱅이들은 온갖 신묘한 물건을 쏟아내는 경우가 많았으며, 그 숫자가 상당함에도 물건을 도난당한 적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 수준이었다. 무림인들도 종종 물건을 도둑맞는 현실임에도 한낱 상인들이 무사하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수상한 것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호기심도 해결할 겸, 끓어오르는 피를 진정시키고자 즉시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 뜬소문을 잡던 상인과 무림인들을 추궁해 그 소문에 대해 캐내기 시작했고, 결국 그 소문을 퍼트린 것으로 추정되는 한 보부상을 찾았다.

보부상은 처음에는 돈을 달라며 거절했으나, 그와의 진중한 대화 끝에 어느 정도의 실마리를 얻었다.

그 기지는 투르판의 지하에 있다는 말이었다.

막고굴에 대한 소문도 진실로 밝혀진 마당에, 지하 기지라고 해도 딱히 이상할 것은 없었기에 그 보부상의 말을 믿고 서역으로 출발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을까...

드넓은 타클라마칸 사막의 황량한 바위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무턱대고 찾을 수는 없을 터.

양월은 동네의 객잔에 짐을 풀고 돌아다니는 소문의 흐름을 듣기로 결정했다.

약 세 식경(한시간 반)후. 해가 조금 기울어질 무렵.

한 무리의 서역 상인들이 객잔에 들어오면서 왁자지껄하게 떠들기 시작했다.


그들이 떠든 지 얼마나 지났을까.

서역 상인들은 술에 거나하게 취한 듯 얼굴이 새빨개져 있었고, 양월이 잠자코 술을 들이킬 때 쯤이었다.

"참. 기지는 어떻게 됐는가?"

"칠칠맞지 못한 녀석들 때문에 위험하게 됐지 뭔가. 저~쪽에 버섯...읍읍...."

상인들 중 누군가가 취해서 떠드는 자의 입을 막았고, 그는 입을 막은 손바닥을 떼어낸다고 발버둥을 쳤다.


버섯? 이 메마른 사막에 버섯이 자랄 리는 만무하다.

게다가 버섯은 크지도 않고, 날씨가 바뀌면 죽을 수도 있는 생물이었다.

설마...

투르판으로 오는 길에 봤던 중간이 깎인 바위.

마치 장사꾼들이 어깨에 이고 다니는 봇짐처럼 생긴 바위였지만, 이걸 다르게 보면 버섯으로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해가 뜨고 난 뒤, 어제 봤던 버섯 바위를 찾으러 왔다.

하지만 바위와 흙 조금이 있을 뿐, 어딜 찾아봐도 문으로 보이는 물체는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버섯바위 옆에서 잠시 쉬고 있으니, 햇빛이 반짝이며 구두코에 반사되었다.

반사된 햇빛은 버섯바위로 튕겨져 나갔고, 버섯바위에서 잠시 반짝이는 것이 보이나 싶더니 굉음과 함께 어디론가 떨어지는 느낌이 났다.


***

그렇게 잠깐의 자유낙하를 끝마치고, 짚을 쌓아둔 곳으로 떨어졌다.

눈 앞에는 어둠만이 가득했다.

다만 자세히 보니 저 끝부분에 무언가 일렁이는 불빛이 보였다.

본능적으로 그 불빛을 향해 천천히 다가가기 시작했다.


한참을 걸어간 것 같았지만 그 불빛은 그 자리에 가만히 고정되어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도착한 일렁이는 작은 초 앞에는 작은 상자 하나가 있었고, 그 뒤에는 발목높이보다 조금 높은 정도로 보이는 작은 굴이 있었다.

양월이 상자를 곰곰히 살펴보자, 양월이 지나왔던 어두운 굴의 천장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양월은 당황해하다가 상자를 열었고,

그곳에는 초록색 약 한 알과 함께 알약을 드세요! 라는 손편지가 있었다.

***

꿀꺽.

알약이 목을 넘어가는 느낌이 들었고,  잠시 후...

갑자기 심박수가 빨라지는 느낌이 들었고, 몸이 무거워짐과 동시에 아래로 강하게 잡아당기는 느낌이 들었다.

뒤이어 정수리 양 옆부분과 엉덩이가 간질간질하더니 뭔가 자라나는 느낌이 들었다.

몸의 통증이 사라지자, 아까보다 몸 전체가 가벼워진 느낌이 들었지만 상자가 조금 크고 무겁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착각일까?


우르릉...

주변 벽이 또 무너지려는 느낌이 들었다.

퇴로가 차단당한 지금, 살아나려면 상자 뒷편의 굴로 들어가는 방법밖에 없다.

아까는 발목을 조금 넘는 수준의 굴이었지만, 어찌저찌 포복자세를 취하면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으읏..."

포복자세를 취하고, 작은 동굴에 들어가니 가슴이 쓸려서 자극이 오기 시작했다.

몸은 가벼워졌지만, 자극 때문에 앞으로 쉬이 나아가지 못 하고 있다...


그렇게 가슴과 사투를 벌이기를 한 식경(30분).

드디어 태양과 다시 조우할 수 있게 되었다.

아무래도 마검의 소문은 소문이었나 보다.

***

그렇게 터덜터덜 걸어서 석양이 하늘을 빨갛게 물들 무렵에 객잔으로 들어간 순간, 모든 사람의 시선이 양월을 향했다.

일부는 놀라고, 일부는 쑥덕거리고.

그리고 그녀가 객잔의 거울을 맞이한 순간, 양월 자신 또한 깜짝 놀라게 되었다.

머리 위에는 하얗고 까만 백호의 귀가 쫑긋거리고 있었고, 음부 밑으로는 차이나드레스를 삐져나온 백호의 꼬리가 살랑거리고 있었으니까.



@Elchoa#32977900 님 감사합니다! 컴미 넣을 때 쓸게오!


#1

 어른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에 긍지를 가지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비록 지금은 나 같은 목동들이 말등 위에 올라 한가로이 풀을 뜯는 양떼를 굽어보며 화살로 늑대나 매 따위를 쫓아내는 보잘 것 없는 땅이지만, 불과 백 년 전만 해도 지금은 소비에트로 바뀐 러시아 제국과 그 경쟁자인 대영제국 사이에서 이른바 ‘위대한 게임’이 펼쳐지곤 했던 장소이며,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말 위에서 나고 자란 우리 긍지높은 전사들의 칼부림과 정복전쟁이 벌어지곤 했던 땅, 그리고 머나먼 동쪽 키타이의 땅에서 천명의 부푼 꿈을 안은 채로 찾아온 모험가들이 활주하곤 했던 땅이었기에, 지금의 보잘 것 없는 한가로움이란 그저 오랜만에 찾아온 고요와 평화라고 생각하고, 먼 옛날 말발굽으로 천지를 뒤흔들던 조상의 기백을 자랑스레 여기라는 것이 어른들의 말이었습니다.

 

 물론, 내가 살아가는 이 트란스옥시아나 땅이 역사의 무대에서 퇴장한지 백 년도 더 되었기에, 그런 말을 하는 어른들 역시 스스로의 생각에 확연함은 없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나고 자란 이 땅이 싫은 것은 아닙니다. 흑빛찬란한 말갈기가 흩날리는 말등 위에서 이 끝없는 초원을 바라보고, 이따금씩 불어오는 바람이 구렛나룻을 간지리면, 나는 무언가 기분 좋은 일이, 혹은 재미있는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생각에 빠지곤 합니다. 거기에 만일 까마귀까지 까악까악 울어대면-

 

 그래요, 아마 천 년 전 사막에 잠겨버린 실크로드를 뒤쫓는 손님이 오나봅니다.

 

 

#2

 중국 여자는 지친 기색이긴 했으나, 그렇다고 혼자 사막을 건너온 사람마냥 죽기 직전의 몰골인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마 일행이 있는데 낙오되었거나, 사막을 건널 채비를 단단히 했다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뭔가 있는거겠죠. 어쩌면 혼자서 양떼를 모느라 지루할대로 지루해진 나에게 들려줄 무언가 즐거운 이야기라던지요. 나는 그녀에게 넌지시 물었습니다.

 

“일행과 떨어지셨소.” 최대한 조심스런 말투였습니다.

 

“으음.” 그녀는 내가 건네어준 마유주를 천천히 음미하며 내 눈치를 살폈습니다. “보통은 혼자 다니지요. 이번 여행도 그렇고.” 

 

“여행이라.” 그 멋들어진 단어에, 나는 눈을 감고 단어를 천천히 곱씹었습니다. “그럼 아가씨는 내가 찾는 부류의 사람이 맞군요.”

 

 자뭇 진지한 나의 표정에서, 그녀는 무언가 당혹감을 느낀 듯 하였습니다. 내 눈빛이 반짝이자, 그녀는 방어적인 말투로 대답했습니다. “당신이 찾는 부류의 사람이라고.”

 

 “그래요.” 나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했습니다. “당신도 알다시피, 요 근방에 있는 양떼와 염소 몇 마리, 그리고 내 가장 친한 벗인 숫말 아이샤를 비롯하여 산천초목에게 말주변이란 없지 않소. 그래서 난 이따금씩 손님들이 찾아오길 늘 고대한다오. 그러니 여행자여, 부디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시오.”

 

 내 장난이 통했는지, 그녀는 생글거리며 답했습니다. “마유주가 맛이 좋으니, 보답을 해야겠군요. 무슨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미안하지만 내가 여기까지 오면서 겪은 일이랄 것은 당신에게는 별 재미가 없을 것 같은데.” 그녀는 마유주를 홀짝였습니다.

 

“그건 괜찮소, 아가씨.” 나는 이윽고 펼쳐질 이야기를 기대하며 마유주를 조금 더 챙겨오며 답했습니다. “나는 이민족과 이교도의 신화와 옛 이야기를 무척이나 좋아한다오. 특히 당신네 겨레의 이야기는 더더욱이요. 그 거대한 땅을 호령한 영웅들의 이야기를 싫어하는 남자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니 아가씨, 당신의 전설을 들려주시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마유주에 조금 취해 기분이 좋은지 웃음기를 띈 말투로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습니다. 머나먼 엣날 중국인들이 아직 산과 들에서 토끼와 사슴을 잡아먹으며 살 때 천상에서 내려와 문명을 전해준 황제들의 이야기, 그리고 천명이 분열되어 민생이 도탄에 빠졌을 때 거병한 영웅과 호걸의 이야기. 아, 그 난폭한 영웅 항우의 마지막은 왜이리 슬펐던 것일까요. 아직도 나는 항우와 우희가 서로를 껴안은 채 사방에서 들려오는 자기 나라의 노래에 취해 밤을 지새우는 모습을 생생하게도 떠올리곤 합니다.

 

 물론 오는 이야기가 있다면 가는 이야기도 있어야 하는 법, 나는 그녀에게 우리 민족이 간직한 오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별들이 간직하고, 바람이 들려주는 이야기 말입니다. 먼 옛날 이 땅을 지배했던 화레즘 왕조가 몰살당하고, 화레즘의 마지막 왕자가 서쪽으로 도망쳤던 이야기. 아라비아의 왕자가 복수를 위해 머나먼 동쪽 알-실라로 도망치고, 알-실라를 지배하는 샤한샤의 사위가 되어 금의환향하는 이야기. 그리고 그 먼 옛날 서쪽 끝에서 동쪽 끝까지 말을 몰았던 이스칸다르 샤의 이야기. 그녀는 특히 이스칸다르 샤의 이야기를 좋아하였습니다. 화레즘이나 알-실라의 이야기는 중국 땅에서도 흔하게 들을 수 있는 이야기였지만, 머나먼 서쪽 그리스 땅에서 ‘세상의 끝을 보겠다’는 일념 하나로 군대를 몰고 전쟁을 벌인 영웅의 이야기는 들어본 바가 없었기 때문이겠지요.

 

 이처럼 들려줄 전설이 많았습니다. 들어야 할 전설도 많았고요. 하지만 이야기를 잠시 멈추고 숨을 고르자, 그녀는 영웅과 신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대신 내게 서쪽으로 가는 길을 물었습니다.

 

“서쪽이오.” 나는 의아해하며 말했지요. “중국에서 서쪽으로 가려면 차라리 배를 타는게 나았을텐데, 이미 실크로드는 사막에 반쯤 잠긴 전설이 되어버렸으니.”

 

“처음에는 배를 탔지요.” 그녀는 마유주가 썩 마음에 들었는지, 그걸 계속 홀짝이며 말했습니다. “근데 뭐, 항상 원하는대로 되는 건 아니잖아요. 어쩌다보니 배를 더 이상 탈 수 없게 되어버리고 말았으니.”

 

“으음.” 나는 잠시 생각했습니다. “마침 내가 있는 곳이 우리 사람들의 야영지에서 동쪽이니, 서쪽으로 조금만 가면 우리 가족과 부족이 야영하는 곳이 있긴 하지요, 아가씨.” 그렇게 말하고, 나는 그녀의 눈치를 살폈습니다. “나야 말 위에서 나고 자랐고, 평생동안 이 초원에서만 살았기에 초원의 사정은 잘 압니다만, 아가씨가 가려는 서쪽이 얼마나 서쪽인지는 잘 모르겠군요. 초원의 서쪽 끝이라면 우리 야영지에서 길잡이를 구할 수는 있을거요.”

 

“아뇨.” 그녀는 딱 잘라 말했습니다. “일단 요 근방이 아닌건 확실합니다. 아마 서쪽 땅끝 정도 되는걸까요.” 

 

 참 어마어마한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는 생각에, 나는 그만 너털웃음을 짓고 말았습니다. “그럼 러시아 사람들을 조심하시오. 당신도 알다시피, 최근에 혁명이다 뭐다 해서 난리가 났으니 말이오. 러시아 본토 쪽만 그런 것도 아니고, 요 근방도 그것 때문에 시끄럽소.” 그 말을 들은 그녀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렇게 밤이 깊어지자, 나는 그녀에게 초원이 간직한 가장 아름다운 선물을 보여주기로 마음먹고 천막을 나섰습니다. 그녀가 밤바람이 흔들리는 초원의 풀들은 제법 봐줄만하긴 한 것 같다고 말하자, 나는 싱긋 웃으며 그녀에게 하늘 위를 바라보라 했습니다. 그녀는 고래를 들어 무수히 많은 별들이 수놓여진 밤하늘을 올려보았고, 이내 ‘와아!’ 하는 소녀같은 탄성을 내질렀습니다. 그렇지요. 초원의 별을 처음 보는 인간이란 그런 탄성을 내질러야만 하지요. 우리 초원 사람들이 어머니의 뱃속에서 날 때 누구보다 우렁차게 우는 이유란 지상의 어느 카페트보다 아름답게 수놓인 별의 연쇄 때문이니 말입니다.

 

 이윽고 그 찬란함에 취한 그녀가 뒤돌아보며 내게 감사를 전할 때, 물론 내 고향에서 기다리고 있는 아리따운 처녀가 이미 있습니다만, 난 머나먼 중국에서 온 여인의 미소가 어여쁘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습니다.

 



#3

 다음날 아침에 일어났을 때 천막 안을 확인하자, 천막 속에 그녀의 흔적이라곤 빌려준 침대 위에 놓여있는 은화 한 닢 뿐이었습니다. 아마 마유주 값이겠지, 생각하며 나는 그 은화를 집어들어 살짝 깨물어보았습니다. 은화에서는 미묘하게 단맛이 났습니다.

 

 초원의 인연이란 그렇습니다. 고작 몇 시간의 인연과 몇 시간의 대화, 그리고 각자 자신이 살아온 땅의 옛 이야기와 자기 겨레의 영웅들에 대한 이야기를 교환하고, 집주인이 손님에게 잠자리와 마유주를 제공한 뒤, 다음날 아침에 되면 서로의 길을 찾아갑니다. 내가 살아온 땅에서 인연이란 그런 것입니다. 아마 그 중국 여자 역시 그런 인연에 익숙한가봅니다.


ㅇㅇ#56565725 님이 쓰심 정갈하고 좋은 글 곰마와요!





당신이 눈에 든 것은, 종일 이어지는 목동일에 지쳐있던 내가 문득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고 다시 지평선 너머로 시야를 향했을 때였습니다. 여과되지 않는 빛이 고루 퍼지는 초원 아래서 당신은 살결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외지인의 복장을 하고 멀뚱히 하늘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런 당신에게는 위기감은 고사하며 당황의 눈치조차 일체 없었습니다. 나는 당신의 그런 얼굴을 보았지만 평원의 조난자를 대하는 것처럼 다가가 말을 걸었습니다. 별 이유는 아닙니다. 때때로 목동도 자신의 일에 지쳐해 같은 처지일 말동무를 탐색하곤 했으니까요. 그리고 그런 말동무를 얻을것이라면 비범하여 이야기보따리가 많은 쪽이 만족스럽지요. 


 외지인이냐는 물음에 당신은 고개만 살짝 까닥였습니다. 이런 땡볕 아래서 훤히 드러내는 옷을 입고있으면 살이 틀 것이란 말엔 윤기나는 어깨며 허벅지가 전부 드러나있는 자신의 피부를 흘깃 본 뒤 입 안에서 약간 웅얼거리는 신음을 냈지요. 아무렴, 무언가 말은 했겠습니다만 그 때만큼은 양들의 울음소리에 목소리가 파묻혀 듣지 못했습니다.


 어디로 가십니까. 그 말에 당신은 “서역으로” 라는 말만 짧달막하고 정없게 했습니다. 무슨 연유로 가십니까. 그 물음에는 대답이 없었습니다.


 가는 길도 적적한데 말동무나 하시렵니까. 그 때만큼은 당신도 나와 마찬가지였는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저 양들이 풀을 뜯느라 조금 밍기적거릴 때도 있을 겁니다. 그래도 딱히 상관은 없어. 말이 처음으로 온전함을 내보였지요.


 동행하게 된 우리는 나란히 걸었습니다. 시야 저편으로 가지런히 나아갔습니다. 이 평원 위는 매우 드넓기에 걸어도 나아갊이 쉽사리 티가 나지 않습니다. 마치 지나고 있는 시간처럼 변화는 미약하고, 그러나 꾸준하게 이루어지지요. 사람은 어느 분기에 들어서야 그 변화를 눈치챕니다. 그런 까닭에 내가 저녁임을 눈치챈 것은 당신의 머리 끝자락의, 석양을 품은듯한 색색의 불꽃들이 바람에 흩날려 하늘과 윤무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나서였고. 나는 그런 당신을 보며 잠시 하늘에 홀린 듯한 기분 또한 느꼈습니다.   

 

 당신은 내가 하늘을 보고 있다 착각했던 것 같습니다. 약간 치켜올려진 내 얼굴을 흘깃 보던 당신이 눈돌려 막 떠오른 석양을 유심히도 따라 보았으니까요. 시장하진 않습니까. 당신도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양이 풀을 뜯고 있으니 저희도 잠깐 쉬어가지요. 바람을 등지고 있어 휘날리는 머리를 귓머리로 살포시 넘긴 당신은 허리춤의 보따리에서 자신의 몫을 묵묵히 꺼냈습니다.


 방랑은 익숙하지만. 약간 솟아있는 땅에 앉은 당신은 약밥을 둥글게 뭉친 것을 한 입 베어물으며 말했습니다. 어느 곳으로 가겠다 정하고 움직이게 된 건 거의 처음이야. 낯서네.


 자유의 방랑을 포기하면서까지 외지에 나선 것은 뭐 때문입니까. 이런 내 말에 곰곰히 고민하며 삼키는 것조차 건성이던 당신은 잘못 삼킨 탓인지 켈록거리는 기침소리를 몇 번 내더니. 잘 모르겠어 하고만 말했습니다.


 정말 잘 모르겠어. 호흡을 고른 당신은 이어서 얘기합니다. 그저 어느 소문을 들었지. 그 소문을 듣고 나니 왠지 모를 동질감이 느껴져서 한 번 낯짝이나 봐야겠다ㅡ 같은 느낌일 거야.


 동질감 치고는 날서있군요. 나의 반문엔, 아무렴 평범한 동질감은 아니니.


 그 때였습니다. 풀을 뜯느라 조용하던 양들이 일제히 울어대기 시작한 것은. 그건 다른 주인이 있는 양들이 저의 양들과 섞여들어가고 있는 탓이었습니다. 나는 당황하지 않고 주변을 살폈습니다. 저 쪽에서 섞여들어온 양의 주인이 너털웃음을 지으며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당연 초면인 관계이나 우리는 또 당연하게 서로에 대해 이해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둘 다 고개만 까닥거리고 인사하는 것만으로도 이해관계를 마쳤지요. 섞여들어갔는데 괜찮나?  당신은 염려하며 말했으나 나로서는 웃어보일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두 배로 수가 늘은 양의 울음은 적잖이 시끄러웠지요. 거의 공해였고, 듣다보면 기분이 퍽 나빠집니다. 나는 봉을 들고 바닥을 쳤습니다. 휘파람을 불었습니다. 음역에 익숙한 양들은 소리를 듣고 일제히 저를 바라보았습니다. 저는 막대기로 바닥이며 큰 돌덩이를 치며 양들을 이끌었습니다. 제 양들은 그렇게 혼합된 무리에서 빠져나왔습니다.


 당신은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양이 있을까 염려를 표했습니다. 저는 당신의 친절함이 배긴 표정을 보며 아까의 남자처럼 웃어주었습니다.


 괜찮습니다. 하지만 당신도 이렇게 피치 못할 이유로 섞이고 부딪히는 일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겠지. 제 말을 들은 당신은 이번엔 퍽 진중히 고심하는 듯 보였습니다. 이제까지와 같이 당차지가 못했지요.


 동질감이나 평범하지는 않다고 하셨지요. 조금은 걱정이 됩니다.


 그래도 가봐야만 한다. 그래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드니까.


 말리지는 않습니다. 제가 어떤 자격이 있다고 그러겠습니까? 다만……. 잠시 입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당신은 친절하게도 내 말을 정리하는 동안 기다려 주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말할 수 있었습니다.


 아까의 남자처럼. 한 번쯤은 생긋 웃어주며 다가가는 것은 어떻습니까? 그렇게 평범하지 않을 대면에 긍정을 표한다면. 그렇다면 그 어느 이와의 인연보다도, 특별한 인연이 될 수 있을 지도 모르지요. 친절한 당신이라면 분명 가능할 겁니다. 


 어이없어하는 눈치로나마 당신은 웃음을 터트렸습니다.

 역시나 당신은 친절했습니다.


바람부는날님 감사합니다!



프로필 및 설정 (우선적으로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땡큐)

캐릭터는 DFU 외 여러 세계관을 차용하였습니다.





이름 : 진양월

나이 : 27

신장/체중 : 172/ 53

출생 : 중국 쉬저우

배경 : 능력자전쟁 이 후 사이퍼라고 불리는 존재들이 개인 또는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을 위해 행동할 때, 그녀는 어느곳에도 속하지 않고 돈이되는일들을 적당히 수행하며 방랑자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그녀는 어릴적 우연히 인식의 문이라고 불리우는 별세계(別世界)와 통하는 문에서 넘어온 힘을 통해 사이퍼가 되었다.

그녀는 그림자를 증식시켜 다섯의 분신을 만들어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숱한 전투에서도 능히 이겨낼 수 있었다. 그녀의 사복검은 중국 내에서 유명하며, 그녀를 붉은눈의 여왕이라 칭하기도 하나 본인은 썩 좋아하지 않는듯 하다.

그녀는 분신의 갯수를 더 많이 만들 수 있지만, 5개 이상으로 만들게 되면 각 개체들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들이 너무 많아져 오래 유지하기가 어렵다. 강제로 오랜 시간 사용하게 되면 머리가 띵해지면서 기절한다. 그래서 그녀는 수련을 통해 각 분신에게 능동적인 판단을 할 수 있게끔 하는 방법을 연습하는 중이다.

어느날, 서역에서 마검이 나타났다는 기묘한 소문을 듣고 묘한 동질성을 느꼈으며, 본능에 따라 서역으로 향하고 있다.


의상에 사용된 옷무늬 입니다. 색을 흰색으로 바꿔주시면됩니다.

사용하고 있는 무기입니다. 따로 요청하지 않는 이상 안그리셔도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