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편 - https://arca.live/b/counterside/23094879
2편 - https://arca.live/b/counterside/23145476
3편 - https://arca.live/b/counterside/23249008
4편 - https://arca.live/b/counterside/25137803
5편 - https://arca.live/b/counterside/25376661
6편 - https://arca.live/b/counterside/25552533
5
팬릴소대 일본 입국 D+2 P.M. 12:35
"들었어? 3교시에 나나하라 수업 도중에 쓰러졌다는 거?"
"교장까지 난리났었다는데 모를 리가 있겠어?"
점심시간. 학생들의 화제는 온통 치나츠가 수업 도중 의식을 잃고 쓰러진 사건이다.
전교생이 떠들어댈 정도로 시끄러운 사건을 미나토도 모를 리가 없었다.
일부러 알려고 하지 않아도 매점에 빵 사러 가는 길에 한 번, 빵을 사면서 두 번, 돌아오면서 세 번, 돌아와서 교실에서 네 번, 그리고──
"야 미나토 나나하라 선배 쓰러졌다고 하는데?"
──굳이 와서 알려주는 사람도 있다.
"나한테 굳이 왜 알려주는 거냐."
"그야 매일 찾아오는 나나하라 선배잖아? 걱정 안 돼?"
"………."
걱정되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아무리 매일 같이 찾아와서 미나토를 귀찮게 한다고 하는 사람이지만 그런 소식을 듣고도 모른 척할 정도로 소년은 매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예전부터 궁금했던 건데 나나하라 자매하고 무슨 관계냐? 러브러브라든지 그런 건 아닌 것 같던데."
"그냥 머나 먼 친척."
무미건조하게 사실만을 이야기하며 팩우유에 빨대를 꽂는가 싶더니 잠시 멈칫한다. 그리고는 잠시 무언가 생각하는듯 하더니,
"야 카즈토. 나나하라 선배 지금 어디 있는지도 아냐?"
"보건실에 있다던대. 응급실 갈 정도는 아니라고 해서."
"땡큐. 점심 맛있게 먹어라."
방금 전 사온 빵과 우유를 그대로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교실 밖으로 나간다. 행선지는 당연히 양호실이다.
1학년 소년은 계단을 타고 내려가 보건실이 있는 1층으로 향하고 어느덧 보건실 문 앞에 서서 문을 열기 위해 문 손잡이에 팔을 뻗다가 주춤한다.
들어가서 도대체 무슨 말을 해야할까. 얼마나 있어야 예의치례를 했다고 할 수 있을까. 혹시 쓰러진 이유가 나 때문이라면 동생 쪽에서 과연 날 가만히 놔둘까.
문 앞에서 오만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갑자기 안쪽에서부터 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걸어나왔다.
"아이 씨, 깜짝이야!"
"으어어? 으아아아아아!!"
보건실 안쪽에서 나오는 사람의 목소리에 미나토도 놀란 나머지 이상한 비명 소리를 지르며 그대로 뒤로 넘어지며 복도 바닥에 나자빠진다.
"아파라……."
"괜찮냐?"
엉치뼈가 부서질 것 같은 느낌에 인상을 찌푸리자 보건실 안에서 나온 사람은 미나토에게 팔을 뻗어주었다. 미나토는 아픔이 채 가시지 않았는지 미간을 찌푸린 채 그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감사합니다."
손을 뻗어준 상대에게 감사함을 전하기 위해 얼굴을 본다.
"치나츠라면 안쪽 침대에 있으니까 할 말 있으면 거기로 가."
"아… 네…."
어제 나나하라 자매와 함께 궁도부실에서 봤던 외부인은 그렇게 말하고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고 어디론가 가버렸다.
저 사람은 도대체 누구일까. 이런 의문도 들었지만 지금은 우선 치나츠의 상태를 보는 것이 우선이다. 다시금 보건실로 들어가기 위해 발을 움직였지만 한 걸음 한 걸음이 좀처럼 나아가질 않는다.
그래도 느릿느릿 걷다보니 어느 새 하얀 천 칸막이로 가려져 있는 한 침대 앞에 도착하게 되었고, 발걸음에 기척을 느낀 치후유가 칸막이를 걷고 나왔다.
"나유카……."
"……나나하라 선배는?"
"방금 일어나셨어."
"그래… 다행이네…."
불편한 분위기 속 짧막한 대화가 끊기고 잠시 침묵이 흐른다.
"다행히 기운차린 것 같으니 난 가볼게."
상태를 살피러 왔을 뿐이고 최측근에게 그 소식을 들었으니 굳이 얼굴까지 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당사자의 얼굴을 보면 더욱이 할 말은 없을 터이니 소년이 이쯤에서 돌아가려고 하자 장막 너머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치후유 칸막이 좀 거둬 줄래."
차르륵 소리와 함께 칸막이가 거두어지자 이불을 허리 언저리까지 덮고 침상에 앉아 있는 나나하라의 당주와 눈이 마주친다. 기운 없이 희미하게 미소를 띄고 있는 소녀의 눈을 미나토는 죄책감에 고개를 다른 곳으로 돌린다.
"괜찮으신가요…."
"괜찮아요. 그저 단순한 현기증 때문에 그런 것뿐인데 모두에게 걱정을 끼쳐 버렸네요."
단순한 현기증 때문에 쓰러졌다고는 했지만 소년은 치나츠의 눈 밑에 드리운 얕은 다크서클을 보고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 때문인가요…."
치나츠는 말 없이 조용히 눈을 지긋이 감은 채 고개를 가로로 저었지만 이와 달리 치후유의 미간은 일그러지고 험악한 표정으로 변해갔다.
"나유카 군 때문이 아니니……"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하면 네 탓이 반 이상이다 나유카. 네 가문이 불참하는 것 때문에 당주의 권위가…!!"
"치후유. 내가 말하고 있잖아?"
"죄송합니다……."
평소와 달리 나긋한듯, 차가운 듯한 한 마디로 동생의 말을 끊은 치나츠는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소년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방금 치후유가 말을 지나치게 했네요. 다만 전혀 일리 없는 얘기는 아니랍니다."
"무슨……."
"가문이라니 숙명이라니… 그런 것에 얽매이는 시대는 지났다는 건 저도 나유카 군과 같은 또래이니 잘 알고 있답니다. 그러니 나유카 군에게 본가에 합류하라고는 강요하지 않을게요. 다만……."
눈을 응시하던 소녀의 시선이 미나토의 왼쪽 손목으로 향한다.
"나유카 가문의 힘은 나나하라 가문 연합에 없어서는 안 되는 힘이니 카운터워치를 다른 이에게 양도하세요."
"양도… 하라고요…?"
"나유카 가문의 힘은 평범한 활도 스사노오가 다뤘던 이쿠유미야(生弓矢)로 만드는 힘… 우리가 봉인하고 있는 야마타노오로치가 봉인에서 깨어날 시 유일하게 그를 다시 잠재울 수 있는 힘이죠. 그러기에 나유카 가문의 힘은 꼭 필요합니다."
"……만약 넘겨줄 수 없다고 하면요?"
"강제로라도 카운터워치를 가져가야겠죠. 저항을 한다면… 손목을 베어서라도."
섬뜩한 말과 함께 두 소녀가 눈을 흘기며 자신의 왼쪽 손목을 바라보자 미나토는 자신도 모르게 오른손으로 왼손을 감추었다. 그러자 언제 그랬냐는듯 치나츠는 금새 생긋 웃었다.
"농담이랍니다. 장난을 치려고 한 것 뿐인데 겁을 주고 말았네요. 봉인의 상태가 불안정하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건재하니 나유카 군에게 카운터워치를 강탈해 갈 일은 없을 거예요. 그러니 안심해주세요."
"그런… 가요…."
"네. 그러니 나유카 군은 나유카 군이 원하는 삶을 살아주세요."
소녀의 말이 끝나자 열려 있던 창문에서 바람이 불어왔다. 12월의 차디찬 바람에 미나토는 자신도 모르게 으슬으슬한 기운에 온몸이 떨렸지만 이와 달리 치나츠는 태연히 창밖 쪽을 바라보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오늘 저녁, 한바탕 소동이 벌어질 것다고 바람이 이야기 하네요."
자유다.
방금 전 보건실에서 본가 사람들에게 직접 해방령을 들은 소년은 그토록 원하던 자유를 얻었지만 왠지 모르게 석연찮은 구석이 있었다.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그토록 절실하게 가문 재건을 위해 자신을 회유하던 사람들이 하루만에 돌연 입장을 바꿔 자신을 순순히 놔주었는가.
뭔가 뒤가 캥기긴 하지만 나나하라 치나츠의 성격상 음흉한 흉계를 부린다거나, 아까 말처럼 자신의 팔을 잘라 카운터워치를 강탈해갈 사람은 아니니 안심하고 교실로 돌아가려는 도중 아까 보건실 문을 열었을 때 마주쳤던 키 큰 여자와 다시 만나게 됐다.
미나토가 가볍게 목례를 하고 지나가려던 순간, 여자가 미나토를 불러세웠다.
"얘기가 잘 풀렸나보네. 어제 같은 표정이 아닌 거 보면."
점심시간이 끝나기까지 시간적으로는 제법 널널했지만 미나토의 손에는 아직 포장을 뜯지도 않은 소세지빵이 들려 있었다.
미나토의 대답이 어찌됐든 어차피 눈 앞의 여자는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위해 붙잡아둘게 뻔하니 잠시 이야기를 하기 위해 발길을 멈췄다.
"역부족(力不足; 능력이 부족함)과 역부족(役不足; 능력에 비해 주어진 일이 하찮음)을 잘 구별해봐. 평범한 고등학생가 나을지, 침식체로부터 사람들 지키는 카운터가 나을지."
여자는 긴 말을 하는 건 자기 성미와 맞지 않는지 그 말만 하고 보건실로 들어갔다.
예아 나나하라 스토리 간만에 썼다
머릿속에 구상은 다 끝났는데 요즘 글 쓸 시간이 부족해서 늦어지네
아마 10화+에필로그로 끝날듯함
그 때까지 재밌게 읽어주면 감쟈하겠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