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appen Ending
1편 https://arca.live/b/counterside/33010323
2편 https://arca.live/b/counterside/33038064
3편 https://arca.live/b/counterside/33069223
4편 https://arca.live/b/counterside/33109871
5편 https://arca.live/b/counterside/33147990
6편 https://arca.live/b/counterside/33185989
텅빈 복도. 굳게 닫힌 문 옆에 백발의 여자가 벽에 기대어 서있다. 팔짱을 끼고 눈을 감은 채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한참 뒤 천천히 눈을 뜬다. 금빛 눈동자에 형용 할 수 없는 여러 감정이 교차하는 듯 하다.
벽에서 떨어져 복도의 끝으로 걸어 간다. 내려가는 계단에서 한 여자와 마주친다.
"이수연?"
"스승님. 접근금지명령이 있었다는 걸 잊으셨나요?"
"문 열어서 보진 않았어."
"되도록이면 근처에 가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흥. 됐고, 지금은 가지마."
"...?"
"그냥 나중에 저 멍청한 녀석한테 물어보는게 나을거다."
"알겠습니다. 어차피 또 땡땡이 치러간건지 확인하러 가는 것뿐이었으니까요. 있는 걸 알았으니 저도 굳이 갈 필요는 없습니다."
두 사람이 계단을 내려간다. 각자 다른 이유의 근심을 가득 품은 얼굴로 한걸음 한걸음 내려간다.
-
"다 울었어요?"
"흑.."
"그만 울고 밖에 봐봐요."
"네...?"
펑펑 내리는 함박눈이 세상을 하얗게 덮고 있다. 카린양은 눈물을 그치고, 창밖을 보며 희미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내 시선을 느꼈는지 나를 다시 쳐다본다.
"...날짜가 어떻게 되나요?"
"2월 25일인데... 이렇게 함박눈이 내리기엔 좀 이상하죠?"
"정말 하얗네요. 제가 살던 세계는 눈이 이렇게 하얗진 않았었어요. 언제 봤었는지도 가물가물하고..."
"이제 지금도 보고 내년에도 보면 되죠."
카린양은 말없이 다시 창밖을 보았다. 대체 어떤 눈을 봤었길래 계속 보는걸까. 갑자기 카린양이 침대 밖으로 움직인다. 깜짝 놀라서 순간적으로 손을 뻗었지만 이미 일어나서 창문 앞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걸을만해졌어요?"
"음... 되나 한 번 해본건데 되네요- 조금 아픈 것 같지만요."
"... ..."
그녀가 내 물음에 창문틀에 손을 올리고, 고개는 나를 돌아보며 미소지었다.
공군 기지에서 마주쳤던 그 날과 도시 외곽에서 처음 만난 며칠 전. 그리고 지금까지 시간을 보내면서 아마 제일 활짝 웃는 모습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리는 눈이 배경이 되어 그녀를 눈부시게 하는 것 같았다. 잠시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왜 그렇게 멍하니 있어요?"
"아무것도 아닙니다~"
카린양의 목소리가 들리자 붕- 떠있는 듯한 기분에서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싱겁네요. 그런 모습도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하하.. 아무튼 이제 저랑 약속하시죠."
"...?"
"자해하지 마시라구요~"
"아.."
내가 웃어보이자 카린양이 고개를 끄덕였다. 묘하게 귀가 빨개져 있는 것 같았다. 카린양이 다시 자리에 돌아왔다. 돌아와서도 밖에 내리는 눈을 쳐다보았다.
"나가고 싶어요?"
"그, 그건 아니에요."
"그래요? 그럼 잠시만 있어봐요. 또 이상한 짓 하지말구요~"
"이상한 짓이라뇨! 근데 어디로 가시는거에요?"
"그냥 기다리고 있어봐요."
지금 상태로 나가기엔 눈내리니까 좀 위험하고- 나름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궁금해하는 카린양을 뒤로하고, 나는 잠시 사옥 밖으로 나갔다.
"어이쿠~ 아주 펑펑 쏟아지네요~"
충분히 많이 쌓였으니 만들 수 있겠지.
두 손 가득 눈을 집어서 뭉쳤다. 냉기가 항상 끼고다니는 장갑을 뚫고 들어오는 걸 참으며 두 개의 눈 공을 붙여 눈사람 형태를 만들었다. 사옥 주변 작은 화단에서 나뭇가지를 꽂아 팔을 만들고, 작은 돌로 눈을 만들어 주었다. 허접하긴해도 제법 눈사람 구색을 갖췄으니 괜찮겠지.
누가 보기 전에 빠르게 병실로 뛰어 갔다. 괜히 이런거 걸리면 귀찮아지니까.
"뭐하다 오는..."
"이거 봐요. 엄청 귀엽죠?"
"풉-"
"아~ 비웃으면 섭섭해요. 열심히 만들었다구요?"
"죄송합니다. 뭐하시나 했더니 눈사람일 줄은 몰랐거든요."
"대충 기분 더 내보는 겸 만들었죠-"
"하하- 네~ 귀여우시네요~"
뭐가 귀엽다는거지...
멋쩍게 머리를 긁적이니까 카린양이 또 웃었다. 뭐... 재밌어하니 그걸로 되지 않을까.
"녹을 텐데 어디다 두실려구요?"
"냉장고?"
"진심이에요?"
"... 아니면 창문틀?"
창문을 열자 찬바람이 매섭게 들어왔다. 추우니 얼른 내려놓고 닫아야지. 바깥에 튀어나온 창문 틀에 눈사람을 세워두고 다시 창문을 닫았다. 돌아보니 추워서 덜덜 떨고 있다.
"추워요?"
"창문을 여니까 당연히 춥죠!"
"하하. 춥지 말라고 또 선물 하나 줄게요~"
"선물?"
저번과 똑같은 후드티를 꺼냈다. 디자인만 똑같은거지 엄연히 다른 옷이지만.
"저번에 그 옷인가요?"
"디자인만 같은거에요. 엄연히 다른 옷!"
"...같은 옷이 여러 벌이에요?"
"뭐, 어쩌다 보니 그렇게 입게 되더라구요."
"저한테 이렇게 막 줘도 돼요?"
내가 옷을 건네주자 카린양은 바로 주섬주섬 입으려고 했다. 마음에 든 건가?
"안될거 뭐 있나요. 집에 가면 똑같은 옷 더 있어요-"
"그냥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질지도 모르니 하는 말이에요."
갑자기 앞을 얻어맞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며칠전 느꼈던 두통이 다시 살살 느껴지면서 어지러움 때문에 휘청였다.
환자복 위에 옷을 다 입은 카린양이 살짝 비틀거리는 나를 보고 놀랬는지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시윤씨?! 괜찮아요? 어디 아파요?!"
"저어.. 카린양 목소리 좀 낮춰주시겠어요? 머리가 좀 울리네요-"
"멀쩡하던 사람이 머리 부여잡고 휘청거리니까 그렇죠!"
"카린양 보기 전에도 그랬어요- 별거 아니니까 호들갑 안 떨어도 돼요! 그리고 저보다 카린양이 더 아픈사ㄹ.."
"제가 봐줄게요!"
어느 순간 그녀가 내 앞에 와서 손을 뻗어 이마에 갖다 대었다. 점점 귓가에 쾅쾅거리는 소리가 커지고, 몰려오는 두통에... 그리고 무엇보다 갑자기..! 너무 가깝다...!
"저- 카린양 잠깐.. 잠깐만요.. 좀 떨어져 주실래요?"
"...!"
"머리가.. 울린다니까요?"
"죄, 죄송합니다! 혹시... 열이라도 나시나해서..."
"하하하.."
그녀가 황급히 떨어지더니 뒤를 돌아 나를 외면한다. 쾅쾅거리는 소리가 멈추질 않는다. 일단은 잠깐 눈을 질끈 감고 가만히 있으니까 두통은 조금씩 사라지는 것 같았다. 눈을 뜨니 카린양은 침대에 걸터 앉아서 고개를 숙이고 옷소매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하하- 미안해요. 하지만 정말 별거 아니였어요~"
"멀쩡한 사람이 머리 잡고 휘청거리는게 별일이 아니에요?"
"네~ 아니랍니다~"
카린양이 인상을 쓰고 나를 쳐다보았다. 아무렇지 않다는 듯 어깨를 들썩이자 제가 졌어요- 라는 말과 함께 완전히 침대 위로 올라가 이불을 덮었다.
"옷은 마음에 들어요?"
"따뜻하고 좋아요. 정말 저 주는거에요? 어제는 머리띠도 사주셨는데..."
"어차피 지금 입은 옷을 더 많이 입어서 상관 없어요."
"그 옷도 여러 벌이에요?"
"그럼요."
나는 다시 간이 의자에 앉았다. 문득 앞으로 어떻게 할 지가 궁금해졌다.
"다 나으면 무슨일 할거에요?"
"네? 그야 당연히 여기 회사...? 여기서 일할겁니다."
"그거 말구요- 저 처럼 직접 현장을 간다거나 그런거?"
"아... 아마... 제가 멋대로 정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음? 전직 군인에 카운터인데 다른일 할 수 있는게 있어요?"
"정보과 출신이라고 했더니 사무 업무 배치도 고려 해보겠다고 하셨어요."
"듣기만해도 졸린데요? 얌전히 도장이나 찍는 카린양은 상상이 안되네요~"
"무슨 소리를 하시는거에요!"
"예전에 공군 기지 기억안나요? 그때 본 카린양은 제가 봐도 A급 카운터였는데 도장 찍는일이나 하기엔 아까워서... 어이쿠! 점점 날아오는 속도가 빨라지네요? 이크-"
"사무적인 부분도 매우 중요한거랍니다!"
연속 두 번이나 날리는 주먹을 가뿐히 피했다. 원래 이렇게 주먹을 아무렇게나 막쓰냐고 묻다가 정말로 한 대 맞을 뻔 했다.
"그래요~ 카린양이 그렇다고하니 그럼 맞는거겠죠~"
"... 시영씨랑 같이 있는 것 같아요. 두통이 느껴져..."
"두통도 옮는지는 처음 알았네요~"
똑똑-
그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 부사장님이 문을 열고 들어오셨다. 시계를 보았다. 아직 퇴근 한 시간 전인데... 불안한 마음으로 상황을 지켜보았다.
"카린양. 컨디션은 어떤가요."
"아... 많이 좋아졌습니다. 조금 힘들지만 거동에는 이제 문제없습니다."
"다행이네요- 계속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조금 미리 카린양과 의논할게 있어서 왔습니다."
"의논이요?"
"회복이 완료된 후에 사내 부서 배치관련 건 입니다."
"... 부사장님."
"...? 말씀하세요."
"혹시... 전투 소대 배치는 불가능 할까요."
"음, 그건 사장님과 의논해봐야 할 것 같군요. 아직 소대별 소대원 배치를 바꿀 예정은 없어서요."
"역시 그런가요..."
실망한 표정이 역력하다. 사실 현장에서 뛰는거보다 안전하고 편한 사무업무를 맡는게 가장 좋을텐데... 카린양은 그런걸 원하지는 않는 모양이다.
여전히 군인 정신이 투철하다고 생각 해야하는 걸까.
부사장님은 잠시 생각에 잠긴 듯 하더니 곧 입을 열었다.
"과거 보고에 따르면 카린양은 A급 카운터에 가깝다고 들었습니다. 전투 실력은 굳이 검증하지 않아도 증인이 있으니,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검토해보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꿀보직을 거절하다니- 아깝네요."
"뭣하면 시윤군에게 제 사무 업무를 대신 보라고 시킬 수 있습니다만. 하시겠나요?"
"죄송합니다~"
부사장님과 대화하면서 점점 카린양의 눈이 반짝이는 듯 했다. 투철한 군인 정신을 내가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멍하니 카린양이 대화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다시 쾅쾅거리는 소리가 커진다. 쾅쾅소리에 가려져 점점 대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쾅-쾅-
단순히 환청이라고 하기엔 아까도 그렇고 소리에 맞춰서 목젖에서 뭐가 튀어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뭐랄까. 듣다보니 쾅쾅 보다는 두근 두근에 가까운 것 같기도...
두근두근?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두 사람이 대화를 멈추고 나를 쳐다보았다.
"아..! 시윤 씨 아까 상태가 안 좋아 보이던데..."
"보통은 꾀병이니 신경쓰지 마세요."
"아뇨... 갑자기 잘 서계시다가 머리를 부여잡고 휘청이셨습니다."
"글쎄 괜찮다니까요 카린양..."
갑자기 부사장님이 심각한 얼굴로 시계를 쳐다보았다.
"시윤군 어차피 퇴근 시간이 얼마 안 남았으니 퇴근하세요. 눈도 내려서 일찍 가보는게 좋겠네요."
"네? 전 멀쩡합니다만... 게다가 저는 도보 출근..."
"퇴근하세요."
"넵."
웃는 미소에서 굉장한 압박감이 느껴졌다. 가방을 챙겨들고, 카린양에게 내일 뵈요-라고 인사했다. 미묘한 아쉬움이 발걸음을 떼기 어렵게 만든다.
*
시윤씨가 나가고 부사장님이 나를 보고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눈은 웃지 않고 있다.
"보통 저런 경우는 꾀병이 아니거든요."
"아..."
"카린양을 구조한 그 날 시윤군은 작전을 수행하지 못하고 쓰러졌었습니다."
"...!"
"카린양이 말한 것과 똑같이 멀쩡하던 사람이 머리를 부여잡고 쓰러지더군요."
"... 위험한...상태일까요?"
"시윤군은 항상 굳이 병원을 찾아가진 않으니 저희 경영진에서 관찰하고 있습니다. 현재로썬 원인은 아직 모릅니다."
"... ..."
"카린양. 사장님께서 카린양이 퇴원하면 회사와 가까운 곳에 지낼 수 있는 곳을 제공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걸어서 10분 정도 걸리는 거리니 출퇴근에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쾌차하시면 그 곳에서 지내시면서 앞으로 성실하게 근무해주시기를 기대합니다."
"네. 기억하겠습니다."
"베로니카양을 호출해줄까요?"
"아니요. 많이 나아져서 이제 혼자 할 수 있습니다."
"다행이네요- 그럼 저녁식사 정도만 베로니카양에게 지시하도록하죠. 푹 쉬시길."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잠들기 전까지 항상 계셨던 것 같은데... 오늘은 안 그러시는 걸까. 감시하지않는다면야 나는 아무래도 괜찮다.
창문으로 걸어가 밖을 내다보았다. 아무리 눈을 굴려도 시윤씨는 이미 멀리 걸어가고 안 보이는 것 같았다. 창틀에 놓인 눈사람이 눈에 들어 왔다. 시윤씨는 손재주는 별로 없는 모양이다. 창문을 열어 쭈글쭈글하게 생긴 눈사람에 손을 대보았다. 차가운 냉기가 손끝에 닿았다.
'카린양 본인의 세계는 끝나지 않은거에요.'
'지금 할 수 있는 걸 하는거에요.'
손이 꽁꽁 얼을때쯤 나는 눈사람에게서 손을 뗐다.
"손시려..."
창문을 닫고 소매 속으로 손을 감췄다. 그때처럼 옷에서 향기로운 섬유유연제 향이 난다.
'누리는 행복도 마다하지 말고요.'
소매로 덮인 양손을 얼굴에 갖다댔다. 은은했던 향기가 더 강하게 났다. 행복을 누리기엔 아직 나는 자신이 없다. 그렇지만 적어도... 오늘 같은 시간을 소중하게 보내는 것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다.
옷장 앞에 서서 옷장 문을 열었다. 묘한 위화감이 느껴지는데 잘 모르겠다. 자켓 안 쪽에 있는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분명 있을텐데... 이상하다. 침식체와 전투중에 떨어뜨렸는지도 모르겠다. 굳이 사라진 나이프를 찾고 싶진 않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또 자해할지도 모르니 차라리 없는게 나을지도...?
자꾸 받기만 한 것 같아서 다른 물건을 찾으려 했지만, 한참 옷을 뒤적거려도 결국 선물 할 만한 건 없었다. 애초에 옷이 다 망가져서 그나마 가지고 있던 물건 대부분은 잃어버린 것 같았다. 나이프도 그렇게 없어진 것 같고... 차라리 나이프가 있었으면... 칼을 쓰는 카운터니까 나이프를 주면서 멸망해버린 세계의 군용 나이프라고 말하면 뭔가 있어 보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가 느끼기에도 어이가 없어서 관두었다.
포기하고 침대로 가서 걸터앉았다. 작은 테이블에 올려둔 머리띠가 눈에 들어왔다. 처음 미리 착용 해볼때 한 번. 시윤씨가 퇴근하기 전 한 번 쓰고, 그 뒤론 원래 쓰던 리본과 함께 두었다. 머리띠와 리본을 집어들었다.
...내일은 만날 때 머리띠를 쓰고 있어볼까-
'죽음은 탈출구 같은 게 아니에요.'
계속 시윤씨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죽고 싶었다고 생각했지만 두려웠다.
어두운 새벽에 살을 가르는 통증과 흐르는 피를 보면서 삶에 대한 갈등을 수 없이 했다. 동료들의 죽음 중에서 죽고 싶어서 죽은 사람은 없었을 거라고 감히 생각했다. 모두 군인이 가지는 사명감 하나로 생명이 다하는 그 순간까지 싸우다 죽었다. 나는 계속해서 살아남았다. 사람들이 다치거나 죽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 그들의 마지막처럼 나도 불꽃을 태웠다.
뉴 오하이오와 함께 이전에 성공했던 고심도 차원 다이브를 다시 시도 했을 때 두렵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다. 표면상으론 자살 다이브지만 그 본질에서 나는 죽으러 간 것이 아니였다. 사람들을 지키겠다는 의지에는 죽고 싶다는 생각 따윈 없었다.
아마도 죽어서 싸워온 동료들, 그리고 시영씨를 만난다면 실패한 나를 미워 할 지도 모른다. 실패한 나의 길이 죄라면, 비록 내가 태어나 살던 세계가 아닌 이 곳에서 다시 한 번 나의 불꽃을 태우다가 죽는게 용서 받는 길일까?
어느새 해가 지고 병실 안이 어두워졌다. 검게 변한 하늘에 함박눈이 흩날린다.
"카린님. 준비한 저녁 식사입니다. 어두우니 조명을 켜드리겠습니다."
노크 소리와 함께 베로니카씨가 들어왔다. 말할 수 없으니 미소로 화답했다. 오늘은... 다른 의미로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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