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학개론 시리즈:

 https://arca.live/b/counterside/35732522 - 시윤학개론/용혈 편

 https://arca.live/b/counterside/35790661 - 시윤학개론/힐데, 관리자(각성) 편


 안녕! 오늘도 하나의 썰을 들고 온 카붕이야. 이번에 알아볼 캐릭터는 우리 코핀의 부사장님. 이수연이야! 


 솔직히 좀 아껴둔 캐릭터인데, 설문에서 가장 많이 나온 이름이라 먼저 시작하려고 해.


 오늘은 이수연이 어쩌다가 이런 스크루지 수전노가 되었는지, 어쩌다가 이렇게 자라났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 좀 살펴볼 거야. 나머지 '관계', '연애' 부분은 다음 시간으로 넘길 거야. 그게 사실 메인이지만, 아껴두는 게 더 맛있는 법이라 생각해줘.





 개인적으로 이수연은 내가 가장 애정하는 캐릭터기도 해.

 이 서럽고 치사한 세상에서 이리저리 치이고 자라난 어른이라는 게 팍팍 느껴지는 캐릭터거든. 스승을 병아리마냥 쫓아다니며 세상에 무서울 게 없었던 소녀는 이젠 돈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어른이 되었어. 돈 앞에서 모두가 평등하고 수입과 지출 하나하나에 꼬투리를 잡는- 가장 흔한 어른으로 자라난 캐릭터야.




 그래서 이수연은 유저들이 가장 이입이 쉽게 되는 캐릭터기도 해.

 이수연은 우리가 아는 걸 같이 무서워 하는 사람이거든. 우리랑 시선이 가장 비슷한 캐릭터가 바로 이수연이야.


 0. 이수연의 시선

 

 -...그릉가?


 이 세계관은 멸망을 앞둔 세계야. 당장 내일 하늘이 접히고 땅이 갈라져도 이상할 건 없어.

 하지만 사실 누가 막연하게 '세상이 망한다!' '나라가 망한다!' 해도 어지간해선 정말 무섭거나 위험하다는 느낌은 잘 안 와. 개인이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큰 스케일인데다 별로 할 수 있는 것도 없으니까. 


 하지만 우리는 알아.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건 귀신도 악마도 아니라 텅 빈 통장, 그리고 돈 들어올 대책도 없는 내일이라는 걸. 그리고 그런 자신을 받쳐줄 사람이 없다는 게 정말 뼈저리게 무서운 공포지. 



 이수연은 그런 의미에서 하늘에서 무저갱까지 떨어져 봤던 사람이야.

 그래서 이제는 어릴 때와는 다른 의미로 무서울 게 없어졌어. 겪어볼 건 이미 다 겪어봤거든. 몸도 다쳐보고 배신도 당해보고, 친구는 다 잃었어. 돈이 없어 회사가 망할 뻔한 꼴도 여럿 봤지. 어릴적 자신의 힘을 믿어서 무서울 게 이수연은 이제 잃은 게 너무 많아서 무서울 게 없어. 탈주하는 스승에게는 대놓고 면박을 넣고, 홀연히 나타난 남자가 사실 관리국의 최고 관리자라는 걸 알고도 일단 로우킥을 박아버릴 정도로 말이야.



 여기서 우리는 이 '이수연'이라는 인물에 대해 한 가지를 알 수 있어.

 이수연은 겉으로 보면 굉장히 독특한 캐릭터로 보여. 전 펜릴 에이스(자칭)에 힐데의 제자. 젊은 여사장이자 애꾸눈. 거기다 관리자의 부관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지. 하지만 의외로 실상은 코핀 사람들 중 가장 평범한 감성을 가진 사람이라는 거야. 이게 이수연이라는 캐릭터를 푸는 열쇠지. 물론 여기도 힐데가 안 낄 수가 없어. 힐데가 그렇지 않았을 이수연을 그렇게 만들어 줬거든.



 -실제로 이수연(을) 스트라이크




 1. 생각하지 않았던 길- "당신의 진화트리, 배신으로 대체되었다"



-옛 동료들이 무조건 한번씩은 하는 소리


 우리가 아는 이수연은 두 명이야. 사진으로 비교해보자.

 각각 펜릴 소대 에이스로서의 '이수연'과 코핀 컴퍼니의 사장/부사장으로의 '이수연'이야.


 

 같은 사람인데, 아무리 20년의 시간차가 있다지만 둘은 이게 같은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달라. 나유빈은 비교적으로 어릴 적의 외형과 성격의 일부라도 가지고 간 반면 이수연은 아예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르지. 작중에서 이전 동료들이 큰 수연을 처음 보면 "누구세요?"라는 말이 나와. 심지어 나유빈보다 솔직히 나이도 더 들어보여. 


 여기서부터 이미 이수연과 나유빈이 뭐가 다른지가 나와.

 이건 후퇴작전 이후에 세상에 던져진 둘이 어떤 길을 걸었는지를 보여주는 외형적인 차이야.


  -얘는 그다지 큰 차이가....?

 

 나유빈은 후퇴작전 이후, 관리자로부터 '관리자 직급 권한'을 받아. 그리고 거기서 받은 기밀자료와 장비를 토대로 다음 게임을 준비하는 '대적자'로써 활동해. 비밀집단- 육익이 되었지.


 나유빈은 그 마음이나 활동이 달라졌더라도, 결국 '세상을 지키기 위한 일'을 하는 거야. 나유빈은 여전히 판타지적인 힘과 무력으로 승부를 보는- 낭만적 세계에서 살아가. 현실의 동사무소 직원 그저 위장일 뿐이지. 이건 그냥 컨셉에 불과해. 나유빈이 사는 공간은 게임 이전의 세계와 동일해. 나유빈의 마음 속 시간은 클리포트 게임에 여전히 남아있어. 이건 아예 늙지도 않는 힐데도 동일하지.




 반면 이수연은 그렇지 않아.

 이수연은 그런 비밀 조직의 수장이 되거나, 거대한 지령을 받고 움직이는 일을 하지 않았어. 이수연은 자신의 이름마저 걸었던, 그 자부심이 넘치던 검을 내려놓고 회사를 만들어. 그녀는 이 새로운 세상- 현실에서 처음부터 다시 적응을 시작해. 그녀에게 있어 '사장'이란 것은 유빈과 달리 위장이 아니라 이제 진짜 직함이야. 당연히 오가는 돈과 거래도 진짜지. 이수연이 보이는 수전노 기질은 컨셉이 아니라 120% 진심이야.



 수연이 왜 회사를 만들었는가? 이 부분은 추측이 가능할 뿐, 이유가 구체적으로 나오진 않았어. 하지만 어쨌든 간에, 그녀가 살아야 할 곳은 이제 물리적인 힘으로 괴물들과 싸우고 치고 받았던 판타지적인 공간이 아니야. 보이지 않는 알력, 감정 없는 돈이 오가는 현실의 공간이야. 힘을 발산하는 게 아니라 정리하고, 말로 승부를 내야 하는- 내면을 갉아먹는 일을 하게 된 거지. 그녀의 시간은 게임에 남아있는 게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



 -같은 20년. 달라진 시간


 꿈을 꾸며 자란 어린아이라도, 성인이 되어 냉정한 사회의 현실을 마주보게 되면 숨이 막히도록 막막해. 그때부터 꿈은 사치가 돼. 이수연도 이제 더 이상 과거의 펜릴의 에이스가 아니라 사회인으로 이 현실의 세계에서 살아남아야 했어. 그래서 이수연의 모습은 과거에 가졌던 꿈이라곤 티끌도 찾아볼 수 없는, 현실에 찌든 어른의 모습이야.


 나유빈도 나름대로의 고충과 고난이 있겠지만, 이수연처럼 돈으로 쪼달리거나 하는 현실의 고통과는 다른 맥락이지. 이수연이 나유빈보다도 유독 더 나이가 있어보이고 성숙해 보이는 이유는 여기에 있어. 사는 공간이 전혀 달랐거든. 부상으로 인해 몸이 더 축났던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현실에 물리적으로 치이고 산 쪽은 이수연이었으니까.



 2. 나름대로 평범한 삶, 달라진 삶




 사실 이수연은 작중 중심 인물 중에서는 가장 평범한 인물이야. 더 정확히는 '평범해진' 인물이지만.

 이수연은 사장처럼 세계를 반복하는 사람이 아냐. 용혈을 이은 것도 아니고, 자신도 모르게 클리포트 인자를 몸에 가지고 있지도 않아. 세계로부터 대적자로 선택된 것, 의무를 등에 업은 발키리도 아냐. 침식체로 변했는데 인격이 남아 있는 이레귤러도 아니지.


 사실 굉장히 강한 카운터라는 걸 제외하면 딱히 별다를 게 없는 사람이야. 물론 매우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지만, 그 근본은 사실 보통 사람들과 다르지 않지. 거기다 펜릴 소대의 일원이 아닌 '사회인'으로 보낸 시간이 길어서 더 일반적인 시선을 가지게 돼.



 그래서 이수연이 세상을 보는 시각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아. 나가는 지출에 신경을 쓰고 들어오는 돈에는 눈이 돌아가고. 평범하게 억울한 일에 분노하고 나중에는 화내는 것도 피곤해져 마음 속에 묻어버리는. 그런 평범한 사람이야. 이수연은 나유빈이나 관리자처럼 거대한 비전이나 원대한 계획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이 아냐.


 그래서 오히려 관리자는 그녀를 Beta, 관리국의 2인자로 두고 자신의 부관으로 쓴 걸지도 몰라. 아예 특별할 게 없는 그녀라면 서로 다른 입장과 타이틀을 둔 이들보다 자신과 일들을 더 일반적인 시선-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을 테니까. 게다가 20년간 사회에서 구른 짬과 눈치, 갈무리된 성격은 관리자의 부관에 아주 적합했어.



 물론 그 제안을 위해서 관리자는 자신의 다리 하나를 대가로 내 줘야 했지. 말했다시피 이수연은 평범하게 분노하는 사람이거든. 


 3. 나도 소녀(과거형)랍니다.



 즉, 부사장이 원래 쪼잔하고 수전노였던 건 아냐. 자연스럽게 사회에 물려 그렇게 된 거지. 거기다 배신한 스승이 도중에 일을 던지고 탈주한 뒷수습까지 해야 했는데 그런 성격이 되지 않는 게 더 이상해.

 우리가 어릴 때는 자신이 히어로처럼 느끼면서 수퍼맨, 스파이더맨이라며 하면서 놀지. 하지만 우리가 그렇게 자라진 않았듯, 나유빈 같이 특별한 임무를 가지거나 의무가 없었던 이수연은 그저 평범하게 자라난 거야. 코핀의 경영자로써 말야.


 거기다가 애초에 그렇게 꿈꾸며 여길 우상 자체가 아주 박살이 났지. 자신의 눈과 함께 말야. 


 -잊지 못할 그날


 클리포트 게임이 터지고 어찌저찌 살아서 돌아온 뒤에, 그녀의 인생은 완전히 바뀌었어. 펜릴 소대의 이수연에서 코핀 컴퍼니의 이수연이 되었어. 히어로에서 사회인이 된 거야.


 어릴 적 전략조차 짜기 귀찮아 단순무식하게 돌진할 줄만 알았던 소녀는 경영인이 되었어. 모든 결정 하나하나에 전략을 세워야 하는 입장이 되었지.


 여기서는 세상 무서울 것이 없던, 바다마저 가르는 무력이 아무 짝에도 쓸모 없어. 오로지 감정이라고는 하나 없는 숫자와 돈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세상에 떨어진 거야. 차라리 꿈틀거리던 애벌레가 나비가 되는 것이 쉽지, 이건 정말 '이수연'이라는 사람의 뼛속까지 바꿔야 하는 일이었어. 물에 살던 짐승이 이제 물 위에서 살게 된 거나 마찬가지야.


 이 과정은 정말 문자 그대로 뼈를 깎는 고통이었겠지. 그리고 그런 결정을 내릴 만큼, 이수연이 힘이라는 것에 대해 무력감을 느꼈다고 볼 수도 있어. 비교가 불가능한 마왕들의 무위와, 홀로 날뛰다가 잃어버린 한쪽 눈을 보고 그 자신만만하던 힘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었을 거야.



 오로지 자신이 가진 힘과 '펜릴 소대'라는 자부심으로 살던 그녀가, 그게 모두 박탈된 세상으로 나와 얼마나 많은 냉정한 말과 비정한 돈의 논리에 치였을지는 안 봐도 눈에 선해. 순수하게 기분에 따라 '이수연 스트라이크!'를 외치던 단순무식한 소녀는 매사 날카롭고 쩨쩨한 사장이 되었어. 보나마나 괴로움을 눈물로 흘리고 다시 눈물을 홀로 삼켜야 하는 시간이었겠지.



 그래서 이수연은 이제 정말 피도 눈물도 보이지 않는 진정한 경영인이 되었어. 상대가 나이가 더럽게 많은 스승이든 천조국의 CIA든. 정체모를 로봇 혹은 관리자라 할지라도 웃으며 얼굴에 욕을 박고 돈을 뜯어낼 수 있는 스크루지 기업인이 된 거야. 이걸 잘 자랐다고 해야 할지 미묘하지만. 어쨌든 이제 여러모로 훌륭한 사회인이 되었어.


 사실 이것도 힐데의 업보 업적이기도 해. 만약 그녀가 계속해서 펜릴 소대로 살았다면, 적어도 그녀를 버리지 않았다면. 지금의 모습과는 전혀 달랐을 거야. 여전히 자신이라는 히어로에 심취해서 당당히 '이수연 스트라이크!'를 외치고 다녔겠지. 또 나유빈의 손을 끝까지 잡고 육익이 되었다면 그렇게 외치진 않더라도 그녀는 여전히 펜릴의 이수연이었을 거야. 육익의 스타일답게 보다 어둡고, 여전히 스승에 대한 배신감을 가진 채였겠지만 말야.


  유빈은 스승도 스승이지만 이수연이 그렇게 될까봐, 스스로 극복하도록 이수연을 데려가지 않았던 걸지도 모르겠어.



 마무리


-차라리 행복했던 시절


 이수연은 받은 상처 만큼 어른이 된 사람이야. 

 부모처럼 따르던 스승에게 배신당하고, 눈 하나가 사라지고 같이 싸웠던 친구들과 동료들마저 모두 죽었지. 자신들의 희생에 대해서는 이제 아무도 모르는데, 자신의 마지막 남은 인연인 나유빈마저 사정을 말하며 자신을 두고 떠나가. 이수연은 평범한 사람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최악의 상황에서 다시 일어서야 했어.


 이수연은 몸도 마음도 찢어진 상태에서 진정한 홀홀단신으로 남아 세상에서 살아가야 한 거야. 가진 것이라고는 힘 밖에 없는데 그것마저 얼마나 하잘 것 없는 것인지 깨달은 직후에 말야.


 나는 수연이 그런 '힘의 무력감'을 깨달았기 때문에 '회사'라는 집단적 힘을 만들어 낸 게 아닌가 싶기도 해. 생각 없이 홀로 날뛰어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자신의 한쪽 눈을 내주고 깨달았으니까. 다른 이유로는 그나마 이수연이 가장 잘 아는 업계였기 때문이기도 할 거야.


 이런 현실적이고 복합적인 이유로 그녀는 회사를 만든 게 아닌가 싶어. 물론 머신 갑-관리자가 오기 전부터 회사 이름이 '코핀'이었던 걸 보면 마냥 생계 때문만은 아닌, 이수연에게도 어떤 지시가 있었던 걸지도 몰라. 훗날 관리자가 이곳에 안착할 수 있도록 둥지를 마련해 두는 거지.



 뭐 이유야 어찌되었든 간에, 이수연이 사회인으로 20년을 뛰어야 했던 건 변하지 않아. 그 어리숙하고 단순했던 소녀가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을지는 너무 뻔해. 거기다가 탈주했던 스승까지 받았다가 다시 사고를 치고 나갔으니 고생이 이만저만 심했던 게 아닐 거야. 차라리 돈줄 걱정이 준 지금이 더 낫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


 이수연은 진짜 어른이 된 사람이야. 수없이 많은 상처를 세월에 아물게 하며 자라난 어른. 상처받은 만큼 자라난 어른. 그래서 이제 특별히 놀라거나 무서울 것도 없는 그런 어른 말야. 



 정리!

 

 이수연은 특별한 사람(?) -> 비교적 평범한 사람(O)

 어쩌다 이렇게? -> 반 이상은 힐데 때문(O)

 작중에서 가장 어른에 가까운 사람(O)


 

 



 *예고


 다음 시간에는 이 수연학개론의 핵심. '왜 이수연이 관리자의 정실인가?'를 논할 예정이야.

 내가 다른 건 다 이견을 들었어도 이것만큼은 안 들을 예정이야. 이건 뇌피셜일지라도 오피셜일 거라 120% 확신해. 


 나는 리플레이서 스토리가 끝나고 첫 이벤트가 나오자마자 이 라인에 미리 걸었고, 이미 끝났음을 확신하고 있어. 검증까지 끝났어. 다른 루트 따윈 사파에 불과하다는 걸 증명할거야. 이수연의 관계와 관리자와의 작업 단계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살펴보면서 이 커플에 대해 말해볼거야. 


 솔직히 이제 과제도 시험도 많아서 이제 많이 올리지는 못할 것 같지만, 시간 나는대로 써서 올려볼게. 질문 답해준 사람들에게 고맙고, 여러 의견들도 남겨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