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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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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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읏..."

침대 위에 누워있던 레이첼이 일어난 것은 눈부신 햇살이 커튼을 지나 방 안으로 들어오려 하는 때 쯤이었다.

얼마나 오래 잤는지 머리가 멍했던 레이첼은 몸을 움직여보려 했지만 땀에 젖어 무거워저셔인지, 아니면 아직 회복이 덜 돤 것인지 몸은 그녀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적어도 몸이라도 들어올리기 위해 상반신에 힘을 주며 낑낑대던 레이첼은 몸이 꼼짝도 하지 않자 결국 다시 침대에 몸을 맡기며 숨을 내뱉었다.

"헥..헥... 근데 나 왜 여기 누워있는 거지?"

어제 하루종일 벽에 그림을 그렸던 것까지는 기억이 났지만 집ㅡ사무실ㅡ으로 돌아온 이후로는 필름이 끊긴 것 처럼 생각이 나질 않았다.

하얀 천장을 바라보며 떠올려보려 했지만 결국 생각이 나지 않은 레이첼은 고개를 살짝 돌려 방 안을 바라보았다.

"...응?"

자주 쓰지 않아 더러워져있던 방이랑 구조가 같은 것을 본 그녀는 이런 방이 또 있었나 하고 의아해했다.

그런 생각도 잠시, 어두캄캄한 방 안에서 일어서지도 못 하는 상황이 답답해진 레이첼은 문을 향해 외쳤다.

"저기, 사람 없... 콜록! 콜록콜록!"

너무 오랫동안 누워있었던 탓인지 완전히 잠겨버린 목은 목소리를 내는 대신 기침만을 내뱉었다.

그러자 가만히 있던 머리도 윙윙 하고 울기 시작했고, 그런 자신의 처지가 서러워진 레이첼은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보육원을 나온 후로 아플 때면 돌봐줄 사람 없이 혼자 앓던 밤들.

몸이 도저히 움직이지 않는데도 살기 위해서 어떻게든 움직였던 그 시간들은 레이첼이 떠올리려 하지 않아도 계속 머리 속에서 떠올랐다.

그런 서러움에 눈시울이 붉어지고 눈가에 눈물이 살짝 맺힐때 쯤 문이 열리며 환한 빛이 들어왔다.

누구인지 몰라 레이첼이 살짝 긴장하고 있는 사이 불을 킨 그 손님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를 보고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레이첼, 왜 울고 있는겁니까?"

"...호라이즌?"

너무나 익숙한 그 얼굴이, 딱딱한 그 표정이, 자신의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걱정을 잔뜩 묻힌 채 다가오는 것을 본 레이첼은 저도 모르게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예상치 못 했던 문전박대를 당한 호라이즌은 잠시 말을 잃고 있었지만 이내 손에 들고 있던 물수건을 내밀며 말했다.

"수건을 갈아주러 잠시 나가있었는데 안에서 기침소리가 들려서 달려왔습니다. 어디 불편하십니까?"

"수건...?"

그제서야 자신의 이마가 축축한 것을 눈치챈 레이첼은 옆에 떨어져있는 물수건을 발견했다.

시간이 꽤나 흘러서인지 물기가 많이 없어져있는 수건은 곧 호라이즌의 손에 들려 책상으로 옮겨졌다.

"똑바로 누워보십시오, 휴먼. 수건을 얹어드리겠습니다."

"어? 응. 잠깐만..."

"...?"

등을 돌린 채 말하는 레이첼의 목소리는 왜인지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혹시 상태가 악화된 것은 아닐까 싶어 침대의 반대편으로 가자 레이첼은 몸을 홱 돌리려 했지만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얼굴을 그대로 호라이즌에게 보여주고 말았다.

머리가 잔뜩 헝클어져 눈물범벅이 된 채 입술이 하얘지도록 물고 있는 레이첼의 모습은 평소의 활기찬 얼굴과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몸이 아픈 것이 어떤지 모르는 호라이즌은 레이첼이 왜 그러는지 모른 채 반사적으로 손을 내밀어 레이첼의 눈물을 닦아주려 했다.

하지만 자신의 얼굴을 마주보자 서럽게 울기 시작하는 레이첼을 보며 호라이즌은 과거에 자신이 했던 행동을 떠올렸다.

리타와 대쉬의 마지막 순간을 끝도 없이 다시 재생해보던 그 때.

지금 레이첼의 얼굴에 비추고 있는 것은, 비록 느끼고 있는 폭은 다를지라도 그 때 자신이 가졌던 것과 비슷하다고 호라이즌은 생각했다.

그리고서 다시 조심스레 손을 내민 호라이즌은 지금도 뚝뚝 떨어지고있는 레이첼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처음 손이 닿았을 때는 흠칫했지만 호라이즌이 말 없이 손을 움직이자 더욱 서럽게 눈물을 흘린 레이첼은 이내 큰 소리를 내며 울기 시작했다.

다른 손에 들고 있는 수건에서 물이 뚝뚝 흐르고 있었지만 호라이즌은 신경쓰지 않고 그 눈물을 계속해서 닦아주었다.

그렇게 우는 것도 지쳐갈 때 쯤.

울음을 그친 레이첼은 빨개진 두 눈으로 위를 올려다보았다.

부끄러운 모습을 보인 자신에게 한 마디를 할 거라 생각했는지 레이첼은 호라이즌을 빤히 바라보았지만 그녀는 아무 말이 없었다.

무언가를 떠올리고 있는 듯한 눈빛으로 눈가에 남아있던 눈물을 마저 닦아준 호라이즌은 뺨에 붙어있는 가느다란 분홍 머리칼을 떼어줄 뿐이었다.

그리고서 레이첼의 어깨를 부드럽게 잡아 침대에 눕혀준 호라이즌은 물수건을 이마 위에 올려주었다.

적당히 차가운 수건이 닿자 머리가 시원해지는 걸 느낀 레이첼은 침대 옆에 있는 의자에 앉는 그녀를 보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고마워, 호라이즌."

"그런 말은 안 해주셔도 괜찮습니다. 레이첼은 어서 낫는 것에나 신경쓰십시오."

"응. 알았어. 그런데 계속 여기 앉아있었던 거야?"

"기억이 안 나는겁니까? 저는 레이첼의 부탁으로 지난 새벽부터 계속 여기에 있었습니다."

"ㄴ, 내가 그런 부탁을 했다고?"

레이첼의 당황한 목소리에 호라이즌은 고개를 살짝 끄덕여보였다.

"믿기지 않는다면 어제의 녹음기록을 들려드릴 수도 있습니다만."

"아, 아니야! 괜찮아!"

귓볼까지 붉혀가며 말하는 레이첼의 목소리에 호라이즌은 옅은 웃음을 보여주었다.

순식간에 사라지긴 했지만 어느 상황에도 웃는 것을 못 보았던 레이첼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호라이즌도 그걸 눈치챘지만 금세 아무일도 없었다는듯 이불을 정리해주며 물었다.

"몸은 좀 괜찮습니까?"

"어? 잘 모르겠어... 너랑 만나고 샤워하러 간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샤워실에 쓰러져있는 레이첼을 제가 데리고 나왔습니다. ...하루종일 저에게 말도 없이 예술행위를 하고 다는 것은 좋습니다만, 몸은 챙겨가면서 하십시오."

"윽, 미안..."

호라이즌은 잔소리를 더 해주고 싶은 표정이었지만 아직도 땀을 흘리고 있는 레이첼을 보며 입을 다물었다.

뺨에 손을 대는 것으로 레이첼의 체온이 평소보다 조금 올라가있는 것을 확인한 호라이즌은 갑자기 들려오는 꼬르륵 소리에 눈을 깜빡였다.

그걸 들은 것은 호라이즌 뿐만이 아니었는지 레이첼도 뺨을 붉히고서 허둥지둥거렸다.

"그, 그게.. 어제도 제대로 못 먹고 돌아다녀서..."

"잠시만 기다리고 계십시오. 준비한 것이 있으니 금방 가져오겠습니다."

"응? 어... 고마워."

호라이즌은 그 대답을 듣고 의자에서 일어나 다 쓴 물수건을 챙겼다.

그런 그녀가 앉아있던 의자를 보던 레이첼은 갑자기 든 궁금증에 호라이즌을 불렀다.

"저기, 호라이즌."

"듣고 있습니다."

자신이 하려는 질문이 조금은 이기적이고, 어떻게 보면 시험하는듯한 것이라는 걸 알았지만 레이첼은 망설이면서도 입 안에 들어있던 질문을 내뱉었다.

"정말로... 계속 옆에 있었던 거야?"

"물수건을 챙기고 간병에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운 시간은 있었습니다만, 그 외의 시간은 쭉 의자에 앉아있었습니다. 그건 왜 묻는겁니까?"

"아, 아무것도 아니야. 헤헤, 고마워."

"...싱겁군요. 그럼 금방 돌아올테니 말썽 부리지 말고 누워계십시오."

말쌍이라는 말에 레이첼이 무어라 말하려 했지만 호라이즌은 쌩 하고 방을 나가버렸다.

그 모습에 볼을 살짝 부풀린 레이첼은 방에 혼자만 남은 채 호라이즌이 앉아있던 의자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러고보니 유난히 한 쪽 손만이 다른 곳보다 열이 덜한 것을 눈치챈 레이첼은 새벽에 꿈꾸듯 했던 말을 떠올렸다.

"......"

온기라고 하기에는 거리가 먼 감각이었지만 오랫동안 잡고 있어 아직도 손에 남아있는 호라이즌은 마음을 느끼며 레이첼은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자신을 돌봐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 마음이 안심된 그녀는 분명히 다시 돌아와줄 호라이즌을 생각하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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