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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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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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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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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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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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뭘 그렇게 고민하고 있습니까, 레이첼?"

"응? 아니, 아까 네가 말한 거 생각하고 있었어. 그렇게 대단히 아픈 것도 아니긴 한데 휴가까지 내고 놀러가는 건 너무 유난 떠는 거 아닌가 싶어서."

"호오. 자본주의시대에 사장에게 의의를 제기하는 직원이라니. 레이첼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용감한 휴먼이었군요."

"그, 그게 그렇게 돼?"

침대에 누운 채 으엑 하는 소리를 내는 레이첼의 옆에서 호라이즌은 딸기맛 아이스크림을 그녀에게 먹여주었다.

차가우면서도 달콤한 맛이 입으로 사르르 스며들자 만족스러운 한숨을 내쉰 레이첼은 호라이즌이 없는동안 떠올린 것을 말했다.

"호라이즌. 동물원은 가 본 적 있어?"

"아니요. 하지만 동물들에 대한 지식이라면 이미 넘치도록 가지고 있습니다."

"그거랑 직접 가서 보는 거랑은 다르잖아. 거기로 가는 건 어때?"

"레이첼만 좋다면 상관은 없습니다만, 일단은 다른 선택지도 말해보십시오."

"다른 데라... 영화관도 좋겠다. 영화 안 본 지도 엄청 오해 됐어."

"그 선택지도 기록해두었습니다."

얌전히 자신의 말을 듣는 호라이즌을 보던 레이첼은 문득 그녀의 머리에 있는 냉각기가 눈에 들어왔다.

그걸 보자 무언가 생각났는지 침대를 짚은 손을 탁 하고 친 그녀는 신이 난 목소리로 말했다.

"놀이공원!"

"데이터 상으로는 그 곳도 놀러가기에 꽤나 괜찮은 곳으로 판단되는군요. 하지만 나은 직후에 가기엔 자극성이 있는 곳이어서 안 됩니다."

"아 왜! 거기 가서 머리띠도 하고 슬러쉬도 먹으면서 놀면 좋잖아? 위험한 건 안 탈 테니까 가자. 응?"

"안 됩니다. 제 계산에 따르면 레이첼이 위험한 기구를 타자고 떼를 쓸 확률이 97퍼센트에 육박합니다."

"그건 그냥 확률인 거잖아. 말 잘 들을테니까 가자. 응? 호라이즌~"

간절한 표정으로 졸라대는 레이첼의 행동에 호라이즌은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먹기 좋게 잘라온 카스테라를 작은 포크로 찍어 입에 물려준 그녀는 아이스크림을 한 숟갈 뜨며 어쩔 수 없다는듯 말했다.

"대신 레이첼의 상태가 좋지 않다고 판단되면 바로 귀가할겁니다. 그것까진 양보할 수 없으니 더 조르셔도 소용 없습니다."

"진짜?! 그럼 가는 거지?"

"네. 그 모습을 보니 지금 당장이라도 가도 될 것 같군요. 말이그렇다는 거니 이불은 덮고 계십시오."

"지, 지금 가자고 하려던 거 아니야."

이불을 들추려던 손을 다시 얌전히 돌려둔 레이첼은 머쓱하게 호라이즌을 바라보았다.

"근데 너도 기구 같은 거 타면 재미있을까?"

"대부분 놀이기구의 원리는 휴먼의 말초신경과 감각을 자극해 즐거움을 주는 것입니다. 저에겐 그런 게 없으니 휴먼들과 같은 재미를 느끼진 못 하겠죠."

"윽... 그럼 놀이공원에 가는 건 그만두자."

"...? 왜 그렇게 되는 겁니까."

대화를 하는 중에도 호라이즌은 끊임없이 카스테라와 아이스크림을 레이첼의 입에 넣어주었다.

그렇다곤 해도 반 입도 안 되는 양을 여러번 주는 것이어서 아직 후식 배가 한참 남아있었던 레이첼은 그것들을 넙죽넙죽 받아먹으며 대답했다.

"나 혼자만 재밌을거면 뭐 하러 같이 가. 호라리즌 너도 재밌어야지."

"그런 이유였습니까? 그런 거라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휴먼들의 다양한 모습을 관찰하는 것도 저에겐  일종의 즐거움이니까요."

"그렇다고 하니까 다행이긴 한데 너도 어디 가고 싶은 데나 그런 거 있으면 생각해봐. 나도 좋아할지도 모르잖아?"

"레이첼이 그렇게 말하면 한 번 생각해보겠습니다."

호라이즌의 그 말로 둘의 대화는 잠시 중단되었다.

놀이공원 말고 호라이즌도 함께 즐길만한 곳은 어디가 있을까 하고 고민하던 레이첼은 계속해서 입에 들어오는 음식을 느끼며 떨떠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이렇게 받아먹고 있으니까 아기새가 된 것 같네."

"그러면 제가 어미새라는겁니까?"

"그렇네. 생각해보면 언제 이렇게 호강해보겠어? 호라이즌이 다정할 때 다 만끽해둬야지."

"레이첼이 몸상태만 정상이었어도 당장 엉덩이를 걷어차서 사무실로 보냈을 겁니다."

어느새 바닥을 보인 아이스크림과 껍데기만 남은 카스테라 가루들을 보며 일어선 호라이즌은 커튼을 젖히고 닫아두었던 문을 열었다.

간만에 들어온 햇빛과 신선한 공기에 눈을 살짝 찌푸린 레이첼은 입꼬리를 올리며 호라이즌에게 말했다.

"호라이즌도 아프면 내가 정성스럽게 돌봐줄게. 그러니까, 어... 어미새처럼 말이야."

"풋... 고맙습니다 레이첼. 제가 아픈 일이 있을진 모르겠지만요."

"아무리 너라도 한 번 쯤은 아프겠지. 아니면 뭐 잠깐 작동이 잘 안 될 수도 있고 말이야. ...그런데 호라이즌. 너 방금 웃지 않았어?"

"봉투가 바스락거리는 걸 잘못 들은 거겠죠. 저는 웃은 적 없습니다."

"거짓말하지 마! 내가 분명히 들었는데!"

"그럼 저는 레이첼이 저녁에 먹을 죽을 준비해야 해서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어미새 노릇을 하는 것도 꽤 힘들군요."

"호라이즌! 어디 가?! 야!!!"

그렇게 며칠 뒤.

레이첼은 잔뜩 신이 난 얼굴로 사무실 건물 앞에서 호라이즌을 기다렸다.

"놀이공원... 헤헤, 재밌겠다."

자신이 아픈 게 다 낫자 정말로 업무를 하루 쉬기로 한 호라이즌이 놀이공원에 갈테니 아침 일찍 건물 앞에 나와있으라고 한 것 때문이었다.

별달리 꾸밀 것도 없었지만 평소보다 거울 앞에 더 오래 앉아있었던 레이첼은 어서 호라이즌이 내려오기를 기다렸다.

약속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있었지만 즐거운 하루에 대한 기대감으로 레이첼은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가면 회전목마도 타고, 밥도 맛있는 걸로 먹고, 호라이즌은 타지 말라고 했지만 히힛, 무서운 것도 잔뜩 타야지. ...그런데 영화에서 보면 이렇게 기대하고 있을 때 꼭 안 좋은 일 생기던데."

갑자기 호라이즌의 이마에서 열이 펄펄 난다거나, 놀이공원에 침식체가 나타난다거나 하는 일들이 머릿속에 떠오른 레이첼은 이유 없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이러다가 정말로 무슨 일이 터지는 게 아닌가 했지만  한 손에 빠루를 든 채 평소와 같이 무감정한 모습으로 나타난 호라이즌의 모습에 그 망상들은 모두 거품처럼 꺼졌다.

그럼에도 아직 그 영향이 남아있었던 레이첼은 말없이 다가가 호라이즌의 이마를 짚어보며 말했다.

"열은 안 나네?"

"...행동만 보면 열이 나는 건 휴먼 쪽인 것 같습니다. 보자마자 뭐 하는 겁니까?"

"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럼 얼른 가자! 아침부터 가야 재밌는 거 많이 탈 수 있단 말이야."

"택시를 호출해뒀으니 금방 올 겁니다."

때마침 도로 저편에서 오는 택시를 보며 그녀는 즐겁게 보낼 하루를 생각했다.

그리고, 아팠던 날들동안 자신을 돌봐준 호라이즌에게 줄 작은 선물을 생각하며 레이첼은 택시 뒷자석에 가볍게 몸을 맡겼다.





다음편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