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명 그 이상한 변태녀석이랑 싸우다가..."
"그 다음부터는 기억이 없군."
"녀석한테 당한건가. 그런 강적은 처음 만났지, 아마."
"스스로 때려달라고 하는놈도 처음이었고."

꼬맹이를 건드렸다고 눈돌아가서 달려들더니.
보기좋게 뻗었군, 성냥팔이.

"......뭐하는 놈이냐?"
"잘생기긴 했다만 말을 좀 싸가지없게 하는데."

뭐, 어느정도 눈치 챘겠지만 여긴 네 정신세계다.
저기 저 창밖을 봐.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는군."
"내가 사후 체험이라도 하고 있는건가?"

말했다시피 여긴 네 정신세계라서 말이지.
스스로가 느끼기엔 시간이 흐르고 있다고 느껴지겠지만,
실제로는 아주 찰나의 시간이다.
바깥세상이 멈추거나 한 게 아니라 상대적으로 느리게 보일 뿐이지.

"그래서, 넌 NPC처럼 안내라도 해주는 담당인가?"
"지옥행 뗏목이라도 타러 가자고 하면 죽을 줄 알아."

삶에 미련이 많은 것 치곤 자기가 지옥에 떨어질거라고 확신하는군.

"당연하지. 내가 그 정도로 철면피는 아니라서 말이야."
"그리고 난 아직 죽기엔 이르다고 생각하거든."

말이랑 행동이 따로 노는 건 여전하구만.
초조할 때 자주 보이던 버릇 아니었나?
일부러 앞뒤 안 맞는 말로 허세 부리며 여유있는 척 하는 거 말이야.

"......뭐, 스스로한테 거짓말을 해도 소용없겠지."
"사실은 죽는 게 무서울지도 모르겠군."

네가 파멸로 몰아넣은 사람들 앞에서도 똑같이 말할 수 있나?
당신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지만 전 죽기가 무섭다고,
그렇게 말할 생각인가?

"뭐, 내가 해온 짓을 생각해보면 백 번 죽어도 할 말이 없지만..."
"미련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더군."
"이게 다 그 꼬맹이 때문이야."
"그 때도... 이런 집에서 처음 만났지."

눈치채고 있었나 보군.
여긴 그 꼬맹이가 어릴 적에 살던 집이다.
지금은 흔적도 없이 불타 없어졌지만 말이야.
......후회하고 있나?

"그래. 후회하는 건 성미에 안 맞지만......"
"그 때, 내가 조금만 빨리 왔으면......"
"그 녀석의 부모는 죽지 않았을지도 모르지."
"나같이 지저분한 전과자 손에 키워질 일도 없었을 테고."

그랬다면 지금의 너는 없겠지.

"그렇지. 이래서 내가 후회를 싫어한다니까."
"스읍... 후......"
"자꾸 만약의 일을 얘기하게 되잖아."

담배는 끊은 걸로 기억하는데.

"좀 봐줘라. 여긴 정신세계라며?"
"그 꼬맹이가 담배좀 끊으라고 하도 성화라 몇 년 만인지 모르겠군."

그래. 네가 애지중지하는 그 꼬맹이가.
지금 마왕이라는 놈 손에 놀아나게 생겼다.
구하러 가야 하는거 아니냐?

"냅둬. 다 그러면서 크는거지."
"강도, 유괴, 폭행, 살인 등등... 질리도록 봐 왔잖아?"
"인생에 좋은 경험이 될 거라고."

......손이 떨리고 있군.
또 그놈의 버릇이 나온 모양이야.

"이거야 원. 태연한 척도 못하게 하는군."
"당연히 구하러 가야지."
"내 손으로 애지중지 키운 딸내미 같은 녀석이다."
"그딴 듣도보도 못한 놈들한테 넘길 생각은 요만큼도 없어."

그러려면 마왕이란 놈을 쓰러뜨려야겠군.

"......내가 할 수 있을지 모르겠군."
"몸 상태는 만신창이에, 이렇다 할 무기도 없어."
"이대로는 그 녀석한테 이기는 모습이 상상이 안되는데."

그딴 거 알 게 뭐냐. 당연히 해내야지.
그러려고 여기까지 온 거 아니었냐?

"풋, 크하하하하하!"
"그래야지! 역시 그렇게 나와야 성냥팔이지!"
"그 정도 채찍질도 못해줄거면 한대 치려던 참이었다."
한 손으로 담배를 입에서 떼고,
주먹을 쥐어 담배를 찌그러뜨리자,
주변이 불타오르며, 그의 눈빛이 바뀌었다.

방해하는 놈들이 많을거다.

"부숴버려야지."

단언컨데 지금까지의 적들과는 차원이 다른 놈들이야.

"전부 불태워버릴거다. 꼬맹이한테 손 대는 놈들은 전부."

......그 투지가, 너의 몸을 불태운다 하더라도?

"꼬맹이가 아니었다면 진작에 스스로 끊었을 목숨이다."
"꼬맹이만 구할 수 있다면 언제 불타버려도 상관 없어."

그래야지. 역시 그렇게 나와야 성냥팔이지.
그리고 마냥 무기가 없는 것만은 아니잖나.

"......그럴 수도 있겠구만."

이제까지 살면서 단 한번도, 전력으로 불태운 적이 없잖아?

"이제 도시가 어떻게 되든 신경 쓸 겨를이 없겠군."
"꼬맹이정도 되는 카운터라면, 휘말려 죽는 일은 없겠지."

가서 멋지게 한방 먹여줘라. 성냥팔이.

"당연하지. 아무리 마왕이라도 이번 건 좀 아플거다."



"속보입니다. 침식현상이 점점 심각해지는 가운데, 그라운드 원에선 원인불명의 전례없는 대화재가..."

"다시 한판 붙어보자고, 변태마왕."
"기대해도 좋아. 쉽게 죽여주진 않을 테니까."

갓냥팔이 세탁 7일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