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치를 존나 쎄게 맞으면, 이렇게 된다.

숨이 안 쉬어진다니, 눈 앞이 새하얗게 된다느니, 많이들 말하잖아?

그거 다~ 니가 잘하는 집을 안 가봐서 그래.


허업, 하고 외마디 비명도 못 지르고 눈알이 돌아간다니까? 정신 차리면 토사물 범벅인채로 땅바닥에서 움찔 거리고 있어.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서 바들바들 떨리는게 엄청 웃기다니까.


그런 뒤에 귀 뒤쪽을 타고 흐르는, 아리게 만드는 전기. 경련. 시선. 코와 입가를 메운 시큼한 냄새.



"허억...허억..."



죽고 싶은데 살아있고, 죽기 싫은데 죽을 것 같은 그 감각을 맛보고 나면.

그냥 죽고 싶어진다. 근데 뭐 어쩔거야. 명치 좀 세게 때렸다고 죽을 수도 있지만, 안 죽었으면 계속 살아있는거지.

스스로 일어날 수 없게 된 채로 주욱. 살아 있는거다.



텅, 텅.


철판 위로 떨리는 다리가 미끌리듯이 올라선다. 겨우 문을 붙잡고서 고개를 들어 올린다.

왜... 해치가 열려 있는거지. 관남충이 온 건가... 아니, 아니야. 우리는 함선 근처에 있었다. 왔다면 류드밀라가 진작에 알아 차렸을 거다. 그리고 무엇보다 도플갱어 류드밀라가 보이질 않아. 뭐지? 왜... 다르지...? 게임에서 봤던 내용이랑 왜 달라...?!



"하...하윽... 허억...읏...!"



함선의 벽을 붙잡고 조금씩 나아간다. 어라, 여기에 들어서면 기분이 이상해. 지난번에도 그랬는데. 어딘가, 포근하면서도 한 없이 무섭다. 졸린채로 욕조에 들어가서 잠에 들 것 같은 그런 묘한... 

끼익, 찌익. 



"흐앗...허억..."



위험했다. 눈이 묻은 신발이 미끄럽다. 아니, 내 다리가 떨리는 탓에 제대로 걷고 있지 못한 거야.

숨이 가빠. 뭔가, 이상해. 지난번에 왔을 때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을 건데. 왜 이러는거지. 머리가 아파. 



격벽을 지난다. 전부 해제 되어있다.

새빨간 함선 내부의 비상등만이 이 철판 덩어리를 비출 뿐. 앞에는 아마도 함교로 오르는 계단. 그리고 오른쪽에는... 식당이 있을 거다. 알렉스와 메이즈 전대가 몸을 추스리다 동결 된 곳.



벽을 짚고, 다리를 끌어서 몸을 옮긴다.

새빨간 비상등 사이, 점멸하며 지지직거리는 불빛. 그 등 아래에 새까만 무언가가 일렁인다.

잘 안 보여... 벽을 짚고서, 몇 번이나 뻑뻑한 눈을 감았다 뜬다. 그럴 때 마다 귀 뒤가 미친듯이 가려워서 긁고 싶은데, 그러면 붙잡은 벽. 거의 달라붙어 있는 내가 넘어질 까봐 그러지 못한다. 서서히, 상이 맺히고 거기엔 새까만 옷.

익숙한 옷.



"왔노 게이야."



흑색의 수트. 얼굴이 있어야 하는 곳에는 톱니바퀴 모양의 새빨간 원. 그 아래에 시뻘겋게 점멸하는 9.

구관리국 방패병. 하지만 방패는 들고 있지 않다. 그 왼손에 들린 검은 무언가는...



"아... 알렉스...!"



"씨바꺼, 거 좀 좋은 정보 좀 주지 그랬노? 모처럼 원본을 흡수 했는데,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이기."




알렉스다. 내 도플갱어의 왼팔에 안겨서 추욱 늘어진 알렉스. 어, 어째서...? 저... 저 새끼가 어떻게...?

나를 노리고...? 그, 근데 그럼... 왜...?



"라는 쓰잘데 없는 지식 잘 먹었다."


"그리고..."



도플갱어의 왼쪽 어깨가 들썩이더니, 늘어진 알렉스가 그 어깨에 늘어진다. 정신을 잃고서 힘 없이 도플갱어의 어깨에 기댄 채 턱을 보이는 알렉스. 새하얀 턱 아래의 초커와 제복. 도플갱어의 오른손이 그 새하얀 목 위로 가볍게 선을 그린다. 지그재그로 그리더니, 그대로 가냘픈 목 라인을 타고 흐른다. 그렇게 흘러서...



"이 괴물년 젖통을 쥐고 싶어하는 것도 알았거든."



꽈악, 하고 쥔다. 알렉스가 흠칫하고, 정신을 잃은 채로 살짝 떤다. 동결이 풀리고 있어. 아니, 아니 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




"개... 개새끼야!!! 다, 당장...! 알렉스를...!"



"싫어 씨발아. 흐흐흐흐흐, 너 때문에 좆나게 고생한 보람이다 이거야~"


"뭐야, 이거 좀 딱딱한데?"


"젖통부터 침식화가 되어가고 있는가 [보지]?"




"이...이..."



그렇게 말하며, 의식이 없는 알렉스의 가슴을 마구 주무르고 있다. 아니 저 새낀 지금 거의 쥐어짤듯이, 무슨 수타면 반죽이라도 되는양 치대고 있어. 그만 해 씨발...! 그건 그렇게 막 대하면 안 된다고. 좀 더 경의와 감사를 담아서 주물러 줘야...!



"이 새끼, 이 침식체년 보자마자 눈 돌아가서 왜? 라고 물어도 안 보네."


알고 싶지 않아. 그 딴 거. 당장 알렉스를 내려 놔. 하지만 가쁘게 숨만 몰아 쉴 뿐. 말이 나오질 않는다.

머리가. 머리가 일을 하고 있다. 달려들면 죽는다고. 여기, 함선 안의 익숙한 공기. 구역질 나오는 그 분위기가 돕고 있다.

하지마, 어차피... 나는...



"하, 진짜 존나게 고생했는데. 아니지. 나도 내가 고생했다는 건 몰랐거든."






아, 이 씨발놈.

알렉스 젖통을 쥐어짜면서 딴 생각 하지 마라.

개새끼야. 씨발새끼야! 그러지 마라!




"지난 번에 너를 먹기 전까지는 말이야."



아! 이 씨발 새끼야!


아!!! 아아아!!! 나도. 나도 만지게 해 줘!





아~ 알렉스 젖통 쥐고 아득바득 질싸하고 싶다~

-14








"흐흐흐흐, 루프라니 상상도 못 했지."


"찔끔찔끔, 니 기억과 정보만 빼내다가 결국 나도 얻었거든."


"루프."


"읏차, 아 이 씨발년 무겁네. 침식체 되다 말아서 그런가."


왼쪽 어깨를 들썩이며, 도플갱어는 알렉스를 들어 올린다. 그런 뒤에 다시 오른손으로...



"그만 하라고 했잖아 씨발놈아!!!"



"응~ 싫은데~"



"조, 좆도 아닌 도플갱어 주제에! 개... 개 새끼가...! 아... 아아아아"



하지만 벽을 쥐고 있는 손은 떨리기만 할 뿐.



"뭐? 좆도 아니야? 그건 니 이야기지. 내가 아니야. 나라고 좋아서 너 같은 개병신

 씹덕의 도플갱어로 태어나고 싶었던 건 아니라고."


"게다가 말 좀 들어 봐. 루프라고 했지만 이거 그냥 니가 루프할 때, 내 기억이 돌아오는 거거든?"


"근데 그 시점이 너무 늦더라고. 깨어나도 이미 니가 죽었거나, 뭐 전장 한복판이면 답이 없지."


"크아, 생각해보니 그냥 무조건 적대할 심산으로 흡수하지 않고 죽여버린 적도 꽤 있을거야.

 도플갱어란 그런 거니까. 존나 아깝지."


뭐라는 거야. 뭐라고 하는 거야. 됐으니까, 그 오른손을 멈춰. 그만 하라고. 그만 하라고 하잖아.



"하지만, 이제는 다르거든. 이제 한 이틀쯤 되려나."


"여기 암호도, 니가 이 침식체년을 따먹으려고 지랄하고 있다는 것도."


"이틀 정도면 여기 내 머리에 들어온다니까?"



도플갱어는 오른손을 멈춘다. 그런 뒤에... 알렉스의 가슴을 덮은 천 아래로 파고든다. 타이즈와 천 사이로 들어찬 손 때문에, 상의 재킷은 완전히 젖혀진다. 조금만 더 하면 왼쪽 가슴에 천을 고정하는 브로치째로 떨어져 벗겨질 것 같다. 그 아래로 천박하고 움직이는 손가락. 마치 벌레처럼, 혹은 배처럼 쥐었다가 쥐어 짰다가. 그리고 마침내.


"지금 너를 먹으면, 이제... 얼마나 짧아지려나...?

 어쩌면 드디어, 본체를 전부 흡수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노~"



중앙으로 모인다. 물방울 형태의 젖가슴. 그 끝에 맺힌 말랑말랑, 오돌토돌. 타이즈 아래에서도 알 수 있게, 자그만한 새싹.

그걸 엄지와 검지가 쥐고서 다이얼을 돌리듯 빙글빙글빙글빙글빙글...


"병신게이게이야! 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



모르겠다. 정신을 차리니 달려 들고 있었다.

떨리는 다리를 들어 올려서 도플갱어를 향해서 뛴다. 알렉스, 알렉스를 놔! 너같은 쓰레기가...!



손을 뻗어서 달려간다. 애초에 싸우는 방법은 모른다. 그저 머리를 가득채운 피가 그렇게...!





"으앗, 악... 아아아..."


정신을 차리니 바닥. 고관절을 때리는 고통에 돌아보니, 다리가 함선 구조물에 걸린채로 돌아가 있다. 발목 아래의 발이 이상한 방향으로 꺾여 있... 아아아악, 아아아아악.



"아아아악! 아으으읏, 아아아악!"


"푸,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

 병신이냐 너?"



아팟, 아파앗... 아아악.



"하, 하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 진짜."


여기서부터는 익숙하다.



"이 딴 게!"



머리를 밟히는 건 예상했다.




"내!"



공격이 아니라, 그냥 화풀이다.



"원!본!"


"이랍시고!"



귀 뒤, 후두부 가리지 않고. 애초에 직격타하던가 말던가의 짓밟기.

너무 익숙해서 이젠 아픔보다, 또 여기에 왔다는 사실이 더 싫다.

이번엔 얼마나 수구리고 있으면 될까.



"흡!"


"수!"



"씨발! 헉... 하려고 개고생 한 걸 알고 얼마나 좆같았는지 아냐고!"



이제 멎는다. 한 문장을 토해내면 그런 법이다.

이제 지칠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아... 아하하... 미치겠네. 이 침식증후군이라는 거.

민감해지는 건지. 아니면, 둔감해지는 건지. 아니면 그냥 미쳐서 오락가락하는 건가.


그냥 차라리 죽여줬으면.

그렇게, 고개를 든 곳. 슬며시 이제 멎은 발길질을 가늠하듯이 들어 올린 눈알.

거기에는 도플갱어에게 붙잡혀, 젖가슴을 내주고 있는 알렉스. 뒤로 기대듯이 늘어진 목. 감은 눈. 새하얀 목과 그 아래. 턱을 따라 오르고 있는 새빨갛고 검은 무언가. 맥동하듯이 숨을 쉬고 있다. 마치, 생명체처럼.


나 때문에.



"뭐? 씨발? 스비갤 분탕? 디씨 작성글 76089개?"


"맨날 하는 짓이라고는 고작해야 게임 캐릭터 보고 자위나 존나 해?!"


"기껏해서 빨은 지식이, 원본의 정보가 이 딴 거일 때 얼마나 좆같았는지 아냐고!"


"이런 쓰레기의 '흉내'를 내는 도플갱어라서 내가 더 자살하고 싶었다 씨발년아!"




알렉스가...




"안 그래도 좆같았었는데 잘 됐네. 씨발. 부전대장 흉내를 내는 우리쪽 알렉스도 좆같았거든.

 너 대신에 내가 따먹어 주는 거 보여줄게. 흐흐흐흐, 어차피 이 년... 실험체였다며?"


"안 봐도 훤하지."


"이미 배불뚝이 연구원의 오나홀 각 아님? 캬. 걸레 취향 씹덕아. 지금부터 내가, NTR 순애가 뭔지 알려 주겠다."


"흐흐흐흐, 어쩌면 이수연인가 뭔가처럼 나팔보지일지도 모르잖냐? 님도 궁금하시죠? 궁금해요~

 캬 우리 다함께 알보탐, 알렉스 보지 탐험을 시작 해볼까요오~? 흐흐흐흐!"


새까만 헬멧의 뺨 부분이. 알렉스의 뺨에 스쳐진다. 아 익숙하다.

만약에 헬멧이 없었다면, 추레한 돼지가 혀를 내밀고서 저 보드라운 설원. 눈토끼가 금방이라도 뛰쳐나올 것 같은 하얀 뺨 위로 질척이는 더러운 혀를 움직이고 있겠지.


NTR? 병신.


애초에 알렉스는 나랑...



"근거 없는 성희롱은, 회사 법무팀이 출동 할 겁니다."



또각, 차분히 내려앉은 목소리. 그만큼이나 순식간에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기운. 뭔지는 모르겠지만 몸을 뒤흔들던 무언가가 순식간에 밀려난다. 다리 쪽이다. 고개를 돌린다.



"물론, 합의는 없습니다."




"아...아아아....아아..."




"당장 내 전우한테서 손을 떼라. 침식체."





또각, 어울리지 않는 미들 톤의 사운드. 힐이 철판을 때리며 당당하게 다가온다. 짙은 회색의 H라인 스커트. 그 위로 같은 색의 재킷. 언제나처럼 팔짱은 낀 채로. 코트 자락을 어깨에 늘어트린 채. 밤색의 머리칼. 그리고 번뜩이는 붉은 눈동자는 지금 이 비상등 보다 더 빛을 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