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복리후생으로 성처리 해드립니다, 코핀컴퍼니

먹구름이 뒤덮은 잿빛 하늘만큼근심으로 얼룩진 표정의 이수연이

욱신거리는 허리와 숙취로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회사에 도착했다.


나이는  먹을   된다니까

이수연은 눈두덩을 문지르며 한숨을 내쉬었다.


며칠 밤을 새도 쌩쌩하던 젊은 날의 그녀와 지금의 그녀는 과연 

동일 인물이 맞는 것일까이수연은 어젯밤 회식이후 필름이

끊긴 것정도로 이렇게 컨디션이 최악이   있다는 것에 놀랐다



왠지 모를 불안함이 마음  구석에서 떠나질 않았다

분명 간밤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다

불행히도 아무것도 기억이 나질 않았지만오직 하나만은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끝까지 맨정신을 유지했을 남자를.

이수연은 구둣굽 소리를 신경질적으로 울리며 성큼성큼 사장실로 향했다









"부사장어서오게오늘은 평소보다 조금 늦었군."


능글맞은 목소리와 그에 어울리는 미소로 이수연을 반긴 관리자

옆에는 어제 회식을 함께  도둑고양이서윤도 자리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부사장님어제 늦게까지 달리시더니회복이 늦으셨나봐요."

"좋은 아침입니다서윤 역시 간은 쓸수록 강해지는군요헤프게 몸을 굴리는 여자일수록 알콜 내성도 강한 모양입니다."


 사이에 눈빛에서 적대감의 불꽃이 튀는  했다

물론  여자 모두 훌륭한 비즈니스 스마일을 유지하고 있었기에  살벌한 눈빛과의 위화감은 주변의 기온을 1도정도 낮출 정도로 보였다


",그만들 하게아침부터 얼굴 붉히지 말자구서윤 그럼

아까 하던 말을 마저 해보겠나?"


관리자의 말에 서윤은 그녀답지 않게 눈에 띄게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고 이수연은  덕에 괜시리 유쾌해졌다


"그러니까  말은.."

"서윤 양은 부사장과 달리  입으로  말하는 여자라는 건가?"


이수연은 별안간 자신이 언급되어 당황스러웠지만 여기서 당황한

기색을 내비치면 어제의 일을 기억도  하는 늙은이로 보일까봐

자신만만한 표정을 연기했다사실 무슨 토픽인줄도 모르고.


"그건아닌데요.."

"어제 이미 서명까지 마친 사안이지 않나 회사를 사랑하는

자네들 마음에 어제 자기  침대위에서 눈시울까지 적셨는데.."


관리자는 가증스러워 보일 정도로 우는 연기를 하며 말했다

물론 이수연은 서명이니회사를 사랑하는 마음이니 하는  전부 금시초문이어서 도통 끼어들 타이밍을 잡을  없었다


"단순히 취해서 부린 객기였다면실망을 감출 길이 없을  같군."

"아이사장님그런  아니고.. 부사장님도 저랑 같은

생각이실걸요그쵸부사장님?"


서윤은 필사적으로 이수연에게 눈빛으로 사인을 보냈지만상대는

 이수연이었다멀쩡한 눈이 하나라서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한게

아니라단순히 서윤의 의견에 동조하고 싶지 않았던 이수연은 

칼같이 그녀의 공조 요청을 차단했다.


"아니요저는 어제의 일이 굉장히 건설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어제 서윤 양도 동의해 놓고 오늘 그렇게 손바닥 뒤집듯이 말을

바꾼다니 신뢰받지 못할 태도는 인사고과에 반영해야 할지

고민이 되는 부분이군요."


세상이 무너진  같은 서윤의 표정과관리자의 능구렁이같이 

웃는 표정의 희비가 교차되었다이수연은 무슨 일인진 모르겠지만

고까웠던 서윤의 망가지는 표정을  것만으로도 최상급 비타민을

챙겨먹은 것처럼 개운해졌다


"좋아그럼  프로젝트는 어제 의결했던 대로 부사장서윤 ,

힐데 소대장미나 양이 맡는 것으로 하지그럼  부탁하네."


무슨 프로젝트...?

이수연은 궁금증이 머리꼭대기까지 차올랐지만그것을 알지도

못한  동의했다는 것을 서윤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

서윤은 여전히 충격받은 채였다


"서윤 너무 상심말게나소정의 수고비가 개인의 계좌로 직접

지급될 예정이니 말이야."


수고비를 받을 만한 프로젝트.

이수연은 당장이라도 물어보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해졌다

시계를 보니 오전 9 15기상한지 1시간이 넘어가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니 점차 어제의 단편적인 기억의 조각들이 솟아났다

머릿속에 10000피스짜리 퍼즐이 주어진  산산이 조각난 기억을

맞추어가던 이수연은다시금 찾아온 두통에 얼굴을 찡그렸다


뭔가를 열심히 타이핑하던 관리자가 엔터버튼을 통렬하게 눌렀고,

프린터기에서 인쇄되어 나오는 문서로 서윤과 이수연관리자의

눈동자 5개가 집중되었다


머릿속이 술로 만들어진 희뿌연 안개로 가득 찼던 이수연은 공문 헤드라인에 박혀있는 글자를 보자마자단숨에 10000피스짜리

퍼즐이 맞춰지는 기분이 들었고 서윤이 그녀를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는지 단박에 이해했다그리고 자신이  알량한

자존심을 앞세워 그녀의 공조를 거절했는지 이해할  없었다


불현듯 스쳐가는 어젯밤 회식 술자리에서의 기억.






'여초회사라고 남자사원들이 불많이 많던데요.'

서윤이 말했다.


'남자사원들은 보건휴가도  받는다고 볼멘소리를 내더라.'

유미나가 말했다.


'복리후생이 여자사원을 위한 것들 밖에 없다고 아우성이더군.'

힐데가 말했다


'우리 회사가 비록 여자가 많긴 하지만성평등을 위해 힘써야 하지 않겠어요?'

이수연이 말했다.


'그럼 누이좋고 매부좋으라고 성처리라도..?  이래.'

모두가 박장대소했고술기운에  정신나간 안건은 일사천리로

의결되었던  까지 기억이 났다.


누가  마지막 말을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서명란에 날인하는 자신은 선명하게 떠올랐다


"사장님 안건 말인데요.."

"부사장회사를 위해 몸을 아끼지 않는 모습이 정말 아름다워.

남자사원들의 불만을 직접  받아낼 생각을 해주다니역시 여장부라니까하하."


미친  아닌가회사를 위해 몸을 아끼지 않는다는 것이

 그대로 몸을 파는 일이어선  되는  아닌가.

하지만 여전히 이수연의 뒤통수를 죽일듯이 노려보는 서윤의

시선이 느껴져서 그녀는 끝내 말을 삼켰다


일단 지금은 때가 아니었다.

상황을 살피다가 서윤이 없을  관리자와 독대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밖에


창밖에 섬광이 번쩍하더니 굉음과 함께 비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하지만 먹구름낀 하늘이 어둡다한들 서윤과 이수연의

얼굴만  했다

가을이었다.



'복리후생으로 성처리 해드립니다, 코핀 컴퍼니' 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