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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꼬야는  내를 그린기가?’


천하의 미리네라고 해도 속내는 사실 풋풋한 여고생일 뿐이었다

겉으론 선머슴처럼 보일지 몰라도한창 감수성 넘치고 온갖 것에 의미부여하는 나잇대의 평범한 소녀.


그림에는 문외한인 미리네의 눈으로도   있을 만큼 김철수가  그린 그림에는 애정이 담뿍 묻어났다


이제 동요는 그녀의 몫이었다.

그림을 잘그렸다고 칭찬해줘야 하나아니면  본척 해야 하나.

결국 그녀는  3 선택지를 고를  밖에 없었다.


,박스계속 그렇게 질질 짜믄 소중한 마스크  젖어뿐다.“

,아앗!“


김철수는 허둥대며 조금 눅눅해지기 시작한 박스를 벗었다.

그러자 발갛게 상기된미소녀라고 해도 믿을만한 고운 얼굴이 

고스란히 드러났고그게 컴플렉스였던 김철수는 얼굴을 가리고픈

마음에 황급히 다시 미리네의 가슴팍에 얼굴을 파묻었다.


”..히긱, 자꾸 어디다 면상을 파묻어쌌노!“


미리네의 품은 포근하고따뜻해서 왠지 안심이 되었다.

그녀가 언성을 높이고 있는 와중에도 김철수의 귓가에 들릴정도로

크게 쿵쾅대는 미리네의 심장소리도자신의 것과 같아서 김철수는

조금이나마 진정되는 기분이 들었다


미리네는 씩씩거리다가 점차 진정된 기색을 보이는 김철수의 

등을 바라보고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왠지 모성애가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같기도 했다


”..하아대따얼라가  알겠나.“


미리네에게선 은은한 샴푸와 바디워시그리고 어린 여자애 특유의싱그러운 향기가 버무려진그녀답다면 그녀다운 냄새가 났다

미리네는 가슴에 느껴지는 김철수의 숨결이 간지럽다 느끼면서도

내색하지 않고 짐짓 어른스럽게 말을 건넸다


”..박스야 서브컬쳐 연구회 들어오길 잘했제?“

”...“

그라모 ,누가 제일 좋나?“


그림의 의미를 확실하게 해두고 싶었던 미리네는 주저하며 물었다.


“...다인이 누나..”

..! ,그래 다음은?”

“..보라 누나.”

뭐고내가 세번째가?”

다음은 선생님...”

 문디가 퍼뜩 내리온나!”


미리네는 배신감에 씩씩대며 으르렁댔다

그냥 심심풀이로 그린 그림에 괜히 의미를 부여해선꼴사납게 

착각이나 하고 안아주고쓰다듬어 주고 있었다는게 민망했다.


“..였는데요...“

으잉?“

이상하게.. 오늘따라 미리네 누나가.”


김철수는 미리네의 눈을 똑바로 쳐다볼  없었다

짧은 인생 중에 처음으로 느껴보는 감정에 휩쓸린 까닭이었다

얼굴이야 예쁘다고 생각하긴 했지만오늘은 달랐다

평소처럼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나가는 것이눈을 마주치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일거라고 생각한  없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당황스러운 것은 서서히 단단해지는 고추였다.


그와 동시에미리네도 자신의  위에서 뭔가 딱딱한  닿기 시작한 것을 느끼고 동요하기 시작했다


,이거 그거 맞제..?’


김철수는 완전히 커지기 전에 허겁지겁 미리네에게서 멀어진 

부푼 고간을 손으로 가린  털썩 주저 앉았다

딴에는 숨기려고  행동이겠지만오히려 그것이  시선을 끌고 의심을 사는 행동이라는 것을 어린 소년이 알리가 없었다


미리네는 멋쩍게 웃으며 순식간에 어색해져버린 공기를 바꿔보려 애썼다


박스야니땜에 누나   젖었다아이가이거 어쩔기고?“

,미안해요.“


슬쩍 살핀 미리네의 교복셔츠는 김철수의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김철수는 그것이 너무나 부끄러웠다.


우야노교복 샤쓰 죄다 세탁맡깄는데박스 잠만 여기 있으라.“


미리네는 주저앉아 있는 김철수를 성큼성큼 스쳐 지나갔다

그녀가 지나가며 만든 바람이 향기가 되어 소년의 코를 간질였다


짙게 내리깔린 정적.

마음도아랫도리도 어느정도 진정된 김철수는 미리네가 없는 틈을  찢어진 도화지를 주섬주섬 챙겼다

불행일지 다행일지 여백부분만 찢어져서 그림은 멀쩡했다


그리는 동안에는 최고의 작품이라 생각했는데 앞의 미리네가 

별처럼 반짝반짝 빛을 내는 바람에 빛이 바래버렸다


작지만 분명하게 빨라지던 심장박동을숨을 쉴때마다 오르내리던 젖봉우리가머리칼을 부드럽게 쓸어내리던 섬세한 손길이 여태

느껴지는  같아서미리네가 웃는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아서 김철수는 붉어진 얼굴을  숙였다


드르륵.

김철수는 뭔가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미리네의 등장에 흠칫 놀랐다


 그리 놀라노박스  무슨  짓나히히.”


대충 손빨래한 교복 셔츠를 어깨 위에 들쳐멘 미리내는 짧은 치마 위에 무방비한 끈나시만 걸치고 있었고김철수는 당황한 나머지 숨을 하고들이쉬고는  손으로  눈을 가렸다

눈을 가렸는데도 여고생의 날렵한 몸매와 봉긋한 가슴적나라하게 드러난 겨드랑이가  앞에서 어른거렸다


뭔데내가 무슨 음란물이가그렇게 대놓고 안보려고 하믄 아무리

내라도 상처받는데이?”

,그치만...“

내한텐 만날 왁왁거리더니얌전한 모습 보이니끼네 쪼매 귀엽네.“


누가 봐도 놀리는 말이었지만김철수는 미리네에게 들은 ‘귀엽다‘ 

라는 칭찬에 기분이 몽글몽글해지는 것만 같았다


엇차.”


미리네는 넓은 부실에서도 하필이면 김철수와 바로 맞닿게 앉았다.

김철수는 여전히 그녀와 눈을  마주친 채로 소스라치게 놀라서

거리를 벌렸다


와악,누나너무 가까워요!”

좀전까지  가슴 주무른  니가 아이고 다른 아가?”

,제가 언제 주물렀다고...”

변태저질박스는 변태래요.”

아니에요!”


계속되는 놀림에 억울해진 김철수는 그제서야 씩씩대며 미리네를

올려다보았다

장난기 넘치는 얼굴로  웃는 미리네왜 눈이 마주친 김철수는 

게임에서  등장씬을 넣는다면 반드시 하이라이트를 줘야  거라고 생각했다

그야말로 수천수만개의 별이 빛나는 듯한 미소는 그녀의 이름미리내와   어울렸다


자꾸 피하지 말고잘생긴 얼굴  보여도.”

”..잘생겼다니..”

꼬맹이아까 하던 얘기나 마저 해봐바.”

무슨 얘기요?“


미리네는 상체를 기울여 김철수의 귓가에 입김을 불어넣듯 가볍게 속삭이며 소년의 마음을 간지럽혔다


  있나오늘따라 내가 어쩌구..“

아무것도 아니에요!”

 거짓말하믄 선물  받을낀데.”

크리스마스는 아직 멀었는데요?”

산타 할배 말고내한테 선물 받고 싶은 갑제.“


꿀꺽.

장난기 넘치는 표정짓궂게 가늘어진 눈매의 소녀의 간드러지는 목소리에 김철수는 자신도 모르게 긴장하여 부실에 울려퍼질만큼  소리로 침을삼켰다


“..  좋아하나?”


내가 좋아하는  다정하고 나긋나긋한 다인이 누나야.

선머슴같고 손버릇 험한 미리네 누나가 아니라고.

나는 그렇게 지조 없는 남자가 아니야.

아무리 스스로 암시하듯 되뇌어봐도 마음은  앞의 미리네에게

끌리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없었던 김철수는 홀린듯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니 착하네? 우리 철수, 솔직하니까 얼마나 좋노히히.“


환하게 웃는 그녀의 얼굴은 은하수처럼 빛을 내는듯 했다.

미리네의 발갛게  얼굴이 그녀 못지 않게 붉어진 김철수의 

얼굴에 서서히 다가왔다


철수야 세월이 아무리 지나도 절대  변하는게 뭔지 아나?”


도리도리.


“..바로 ‘처음’ 이다.“


김철수 인생의 ’처음‘ 입맞춤은 딸기향이 나는 미리네의 입술로 덧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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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 보니 이번에도 야스까지 못갔다 죄송한니다

만일 다음 편을 쓴다면 진짜 끈적풋풋한 오네쇼타 야스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