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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의 만남


 "그래서 제가 가는 겁니까?"

호라이즌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쳐다봤다.


 "달리 보낼만한 사람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당신의 지식과 안목이라면 그나마 믿을 만 하겠죠."


 "소거법으로 선택된 느낌이지만, 동시에 애한테 심부름 시키는 눈빛입니다."

사고회로에는 그 나이면 당연할지도 모른다고 출력되었습니다.


 "... 뭔가 요즘 다들 아무렇지 않게 인신공격을 하는 듯한 기분입니다."


 "아직 말로 하지 않았으니 문제 없습니다."

말이 끝남과 동시에 뭔가 부숴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요즘 들어 편두통이 심해지는 것 같네요... "

 "걱정마십시오. 두통의 이유는 가지각색입니다. 해결할 방법도 여러가지란 이야기입니다."

 "그러게요. 가지가지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문제군요."

 "그렇군요. 전 기계니 의지하셔도 괜찮습니다."

 "... 그럼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목적지의 주소만 알려준 후에 그녀는 떠나갔다.


 '하아... 요통에 두통에 어지럼증에... 정말로 병원비로 돈이 더 빠져나갈 것 같아...'


다 들립니다. 이수연 부사장. 

발길의 끝이 연구실인 게 팀장의 일이 이상하게 바쁜 것을 알 수 있겠습니다.

다 닥치는 대로 일을 떠 맞고 있었던 게 맞았습니다.

이건 따로 건의와 조정이 필요하겠지만 우선은 심부름이나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겠습니다.


 "... 검색 결과, 이곳은... "

경매장?

뭔가를 수령해와야 하는 것입니까?


 "... 현재 가동할 수 있는 함선이 남아있습니다. 일단 가져가는 것이 맞겠군요."

뭔가 수상합니다. 사고 회로에서 아직 그 정체를 추정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것을 휴먼들은 기시감이라 하는 것 같습니다.




 "... 아니 다 정상인데요?"

 "시끄러워요... 머리 울리니까 조용히 하세요."

왜 여기 와서 그러는 거야... 진통제 분명 줬었는데?


 "... 진통제 안 들을리가 없는데?"

내성이 생겼다고? 바로 논문감이다. 

 "스트레스 받으니까 조용히 하십시오. 30분 후에 깨워주세요."

 "아니, 응급 오면 받아야 하니까 부사장실 가서 주무세요."

 "부사장실에 마사지기 하나 들여놓을까..."


자연스레 견인 치료기를 작동 시킨다. 그건 엄연히 치료 목적의 도구입니다. 

 "그냥 알아서 하다 가십시오."

 "... 요즘 전기세가 조금 늘었던데."

 "... 밤샘 작업 좀 하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시키지도 않은 철야는 수당을 취급해드릴 수 없습니다."

 "새까맣네..."

미래일지도 내 인생일지도 모른다.


 "후우... 시원한 게 마음이 그나마 풀리네요."

 "그냥 사장님 주머니 털어서 쓰십시오. 회사 크기를 줄이고."

 "멀대 그 새끼는 매번 출근 카드 찍고 사라지고... 소대 하나는 아직 후유증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 했고."


자기 혼자 한탄하기 시작했다. 이상하다. 알코올 수치도 없는데?


 "그래도 다음 주에는 고용한 사람들이 온다고 하니까 좀 참으시죠."

 "진료비로 벌어들이는 수입은 유지비에 턱 없이 적고..."

 "... 원래 365 24 아니면 개인이 하긴 힘듭니다. 그나마 인건비라도 적어서 이 정도죠."

 "본인 탓인 거 알면 그냥 조용히 하세요."


서럽다. 왜 여기 와서 그러는 걸까?


 "하아. 잠만 밖에 나갔다 옵니다. 시간 지켜서 하는 게 몸에 좋아요."

 "가는 김에 냉수라도 부탁합니다."

 "... 예이 예이."

후우, 참자. 뭐가 되었든 직급으로 치면 위다. 그리고 나보다 어리다. ...이상하다? 어디서 많이 격어본 부조리와 환경인데?

너무 많아서 뭐가 먼저 느낀 건지 감도 안 잡힌다. 시츄에이션이 이미 몇십 가지를 넘어선 순간 조진 게 아닐까?


 "인생..."

 "다 들리니까 문 닫고 나가서 한탄하세요."

서럽다. 우는 것도 시끄럽다고 나가란다. 이상하다? 많이 당해본 부조리인데.




 "... 결국 속을 떠보지는 못 했네요."


왠지 모르게 눈을 뜬 이후로 그에게서 겹쳐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어째서 저 남자가 스승님과 겹쳐 보이는 건지 모르겠다. 

엄밀히 말하면 다르다. 저런 식으로 받아주지도 넘어가지도 않는다.


그것은 사장도 똑같다. 서로 선이 있다. 스승님도 선이 있다.

저 남자의 선은 알 수 없다. 그래서 불안하다. 알지 못 하는 것은 언제나 문제를 일으키기 마련이다.

그러는 김에 너무 많은 것이 미지에 쌓여있다.


 "... 그 녀석은 왜 다시 돌아온 거지?"


심지어 놀랍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무도 그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죽도록 패던 사람조차 별 말을 하지도, 책임을 묻지도 않는다.

간혹 가다 얼굴을 본 적은 있다. 가식적인 표정으로 응대하는 것이 안면에 스트레이트를 요청하지만, 그것 뿐이다. 

그 후로 어떠한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쯤되면 나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조금 쉬어야 하나."

전적으로 휴가를 검토해 봐야 할 수 있다.

더 머리 아픈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 이상 상황이 악화 된다고?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 뭐야 이거?"

뭐지? 택배? 탕비실 앞에 두고 갔네.

 "수취인은 안 적혀 있는데? 발신인도... 없네?"

뭐지? 진짜로 뭐지? 테러인가? 쓰레기 투기인가?

 "아니 왜 여기다가 이런 걸 두냐고. 밖이나 쓰레기통에 둘 것이지."


버릴 생각으로 들어 올리려 했다. 그래 분명 그래봤자 냉장고 무게겠지.

 "...?"

 "뭐야 이거 왜 이렇게 무거워?"

뭐지? 누가 미사일 탄두 가져왔어? 무게가 미쳤는데?

 "야! 야! 보고 있지? 이거 버려?"

이 새끼 구경만 하고 있을 거다. 아니 버려도 되는 거 맞아? 이거 회수해 갈 팀은 있어?


 "하하하! 날 불렀나?"

언제나 느껴지지만 되게 하찮다.

 "... 그런 눈으로 보지 말게."

그럼 그런 식으로 디자인 하지 말자...

 "아무튼. 이거 버려도 돼?"

 "... 모르네."

 "그럼 누구 물건인데?"

 "모르네. 기록을 찾아봐도 끊어졌어. 마치 자연 발생하듯이 생겨났지."


자연스레 둘은 팔짱을 끼고 상자를 바라봤다.

 "버릴까?"

 "뭔지 알고. 이거 폭탄 테러면 버린 우리가 책임을 물 수도 있어."

 "컨셉 유지해라."

 "하하하! 영도력에 의하면 이 박스 안에 있는 것을 감지 할 수 없군! 뜯어 보세나!"


그렇게 개봉하기로 결정했다. 옥상이나 다른 데로 가기에는 조금 불안하다. 옥상에서 터져도 문제다. 밖으로 끌고 가고 싶은데, 그러면 안전한 곳은 이면 세계 밖에 없다. 그렇다고 제대로 힘을 쓴다면 별 이상한 놈들이 들러 붙을거다. 정말로 하나면 다행일 수 있다. 적어도 눈속임 장치가 필요한데... 그런 게 회사 내에 있을리가 없다.


"뜯는다. 알아서 떨어지고..."

그렇게 우리는 긴장과 함께 박스를 잡아 뜯었다.



 "... ?"

 ".... 어째서?"

 "어... 방으로 가져가 줄 걸 그랬네... 미안하다."

기계에 메이드 옷이 입혀져 있다.

 "... 그래 오래 살다 보면 그럴 수 있지. 아직 나는 그렇지 않지만 느슨해진 나에게 경각심을 주는구나."

기계박이 새끼.


 "아니야! 아니라고! 나도 사람이라고! 사람이 좋아!"

얼마나 진심이었는지 성문 변조까지 끄고 열변했다.

 "... 그래. 요즘에는 그렇게 정신병으로 보지는 않아. 괜찮아."

정신과 보드는 없지만 괜찮을거야. 있어도 내가 해결 못 해주고.

 "아아악! 아악!"

저렇게까지 발광할지는 몰랐다. 이게... 사랑? 두렵다.


 "어서! 어서 치우게! 아니 버리면 안 돼! 사장실로 가져와!"

 "그런 눈으로 보지 말고 서둘러!!"

그래... 그렇지. 음 알았어.




 "내가 반드시 범인을 잡는다... 잡고야 만다..."

 "참고로 수상하니까 부사장도 콜 했어."

 "... 그냥 즐기고 있군."

이걸 어떻게 안 즐겨?


 "지금 무슨 소리인가요! 사장님이 메이드 기계에 눈을 떴다니!...."

벌컥 문을 열고 들어 온 그녀는 양손으로 입을 가리고 남은 한 눈으로 관리자를 바라본다.


 "... 반드시 잡고 만다."

 "이상하다. 침식 면역자가 정보 오염이 온 것 같네."

 "역시 저만 이상한 게 아니였군요. 다들 지친 것 같네요. 언제 한 번 단체 워크샵 겸 휴식을 준비해야겠군요..."

누구 손에서 과감한 소리가 나오는 게 들려요? 


 "후우... 일단 이것부터 치워야."

 " " 그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아 끝났다고 말할 필요는 없어. 내일 아침에 올게요." "

본격적인 시간이 시작된다. 우리 둘은 배려를 위해 나가기로 했다.


 "그만 놀리고 돌아오게. 그리고 조금 떨어지거나 과감히 붙거나 선택하는 게 좋겠군."

그렇게 거추장스러운 천을 치우고 나니 꽤나 여러 군데가 파손 된 것 같다. 물론 잘 알지는 못한다. 그런 나에게도 그렇게 보이는 것이다. 이거 순 고철 아냐?


 "역시 긴가 민가 했지만 맞군."

그렇게 1~2분 정도를 살펴보던 그는 손을 대었다.


관리자 권한 확인, 시스템 온라인.


동력 상태 양호.


자동 수복 기능 활성화.


 "그래. 반갑군. 내가 누군지 알아보겠나? 그리고 가능하다면 자네를 가장 마지막에 건든 사람도 알고 싶군."


...


... 내 아빠야.


 " " "뭐?" " "


응. 날 만들어준 사람이니까...

아빠잖아?


그 음성을 끝으로 천천히 허공에서 빛이 나왔다. 윤곽이 잡히며 색이 입혀진다.

하늘색과 주황색의 투-톤 헤어. 검은색 타이츠와 그 위에 입혀진 흰색 코트? 로브?

아무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나는 곧바로 디바이스를 기동시키고 화면을 눌렀다. 긴급이다.


 "거기 경찰서죠?"

부사장과 나는 정말로 형용할 수 없는 눈빛으로 쓰레기를 바라봤다.

쓰레기는 제거해야 해.




 "... 암시장에서 살 만한 것은 안 보입니다."

놀랍게도 제가 가지고 갈 함선에는 환전할 만한 돈이 있었습니다. 즉, 다 짜고치는 판이라는 것입니다.

오히려 여기서 누군가와 접선하는 것이 아닐까 싶군요.


자! 이번 경매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물품입니다!


지금까지 나온 것이 단순 귀금속이었습니다. 역사적 가치도, 유물적인 가치도 없는. 단순히 언제든지 환전 가능한 물품입니다. 그런 것들을 앞세우고 그 발언은 매우 조롱 같습니다.


그렇게 호라이즌은 윤활유를 하나 더 깠다.


이번 물품의 판매자는 저명한 '퓨처 앳 워' 입니다!

아! 많은 분들의 반응이 뜨거운데요?


 "... 괜한 소리를 들었군요."

갑자기 기압이 높아진 것 같습니다. 머리 부분에 강한 압박감이 느껴집니다.


퓨처 앳 워의 시작이라고도 말 할 수 있는 작품!

아... 그렇지만 이건 작품이라고 부르기는 애매할 수 있겠군요!

단순한 작품이라고 한다면 오히려 폄하라 할 수 있을!


하하하! 그렇게 말해주는 몸 둘 바를 모르겠군!

실제로도 몸은 묶여있지만 말이지!



무대 뒤에서 이 끝까지 그대로 뚫어버릴 정도로 큰 소리가 울렸다.

마이크를 타고 소리가 들어가기 까지 한 건지. 하울링이 일어났다.


 "... 설마?"

아니다. 양산품일 것이다.


죄송합니다! 잠시 스피커 출력에 실수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 느껴지십니까?

간단한 인공지능정도가 아닙니다!

이정도의 구사가 가능한 강인공지능이 탑재된!


 "... 타이탄?"

타이탄 입니다!!


온 환호가 울려 퍼졌다. 관심들을 확실히 끌었다.

순식간에 경매장의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하지만 호라이즌은 어이가 없다를 넘어 지금 황당하다. 아니 본인은 그 감정을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 이 미친 인간들이."

왜 저 것이 여기 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나와서는 안된다는 것은 안다.


물론, 상품의 설명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여러분을 위해서 확실하게 전달해야 할 의무가 있죠.
먼저 출품 된 경위를 말씀드려야겠군요!

이 타이탄으로 말씀드릴 것 같다면

수 많은-


수 많은 악당들이 나의 몸을 노렸지!

이 훌륭한 크기의 포신을 보게!

155mm의 아틀라스 포신!

그들도 이것을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내가 탐났던 것이지!

하지만 나는 인류의 결전병기!

함부로 악당의 손에 넘어갈 수 없지!


충분하다. 왜 이곳에 그렇게 많은 돈을 가지고 왔는지. 아니 부족하다. 저 미친 로봇을 사기 위해서는 부족할 수 있다. 진공관 맙소사. 인간들이 무슨 생각을 가진 것인지 모르겠다. 저런 것을 그냥 경매장에 내놓았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에게는 재난이 있었지.

곧바로 근처에서 CSE 3레벨에 달하는 침식 재난이 터졌지.

악당에게 걸맞는 대우도 중요하지만

세기말의 결전병기는 엄연히 하나의 목적을 위해서 설계된 법!

인류 수호라는 나를 존재하게 한 이유는

그들의 하찮은 명령권으로 나를 가로막을 수 없었다!


몇 마디의 음성이 이어졌지만 충분했다. 모두가 이해했다. 강인공지능을 단 타이탄이 경매에 나오게 된 이유를, 그것도 평범한 중고가 아닌 퓨처 앳 워에서 내온 이유를.

몇몇 호사가를 제외한다면 이 물품은 처리하기 매우 곤란한 것이다. 애물단지라는 말이 이렇게 어울릴 존재는 없을 것이다.

저 정도의 강인공지능을 함부로 버리기에도 애매했다. 결과적으로는 기술의 발전이다. 위험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말이다.

경매장의 내놓은 이유는 단순할 것이다. 이것이 퓨처 앳 워에 있어서 가장 큰 이득을 얻어낼 방법이다. 


당연하다는 듯이 대부분의 열기는 가라 앉았다. 그러한 반발에 가깝게 남은 인원들은 더 열을 내었다.

물론 다른 이유로 불타는 호라이즌도 있었다. 저런 것을 세상에 내놓을 수 없다는 이유다.


휘유... 오늘은 일교차가 크군요?

자 그럼 이제 시작해보겠습니다!

시작가는 100만 크레딧입니다!


 "200!"

 "300!"

 "500!"

 "1000!"


가격은 빠르게 올라갔다. 그리고 그 박자에 맞춰 급격하게 올린 사람도 있었다.


 "2억."


단 한 마디에 장내가 조용해졌다. 옆에 있는 사람도 들었을지 모를 정도로 작은 목소리였다.

그러나 모두가 들었다.


2억?! 2억이라고 하셨습니까?


 "마이크로 말하다 보니 귀청도 떨어져버린 모양입니다 휴먼. 청력 검사를 권해드립니다."


... 2억! 2억 크레딧 나왔습니다!!


 "2... 2억 5천만!"


 "5억."


 "...."


사회자는 팔을 발발떤다. 아무렇지 않게 큰 금액을 외쳐대는 소녀가 무서워졌다. 

경매란 본디 이런 것이기도 하다는 것을 소문만으로 듣던 상황을 직접 경험하게 되었다. 2배를 외치는 경우도 적지는 않다. 

하지만 그게 억 단위는 아니다. 타이탄의 시중 판매가도 억 단위가 아니다. 이미 원본의 가격을 웃돌았다.

여기에 5억을 못 낼 사람은 없다. 하지만 소녀의 분위기에 압도되었다. 입을 열기가 모두 두려웠다. 그것의 몇 배나 되는 가격으로 급작스럽게 압박해 올 것이다. 모두 똑같은 생각을 했다.


 "... 숫자 안 셉니까?"


5.... 5억! 5억입니다!

하나!

둘!

셋!!


폭죽이 터지는 소리가 울리면서 끝났다.


이미 볼일은 끝났다. 경매가 끝나고 타이탄을 인수 받겠지만 호라이즌은 더 이상 이 공간에 있기 싫었다.

관심도 싫었지만, 저런 것에 5억 크레딧이나 써야 한다는 것이 싫었다.

문을 열고 나갔다.


 "대금 먼저 내겠습니다."

 "87번. 코핀 컴퍼니. 확인했습니다. 경매가 끝나면 연락 드리겠습니다."

그럼.


그 말을 끝으로 계산을 끝냈다.

곧바로 함선으로 돌아가서 휴식을 취했다.

5억이 맥시멈이었다. 5억 가지고 용케 저것을 가져왔다. 돌아버린 호사가가 없어서 다행이었다.


오늘따라 퇴원한 리타와 대시가 보고 싶었다.




 "... 대장 괜찮아?"

사격실에서 알트 소대는 꾸준하게 연습을 하고 있다. 물론 가장 큰 연습이 필요한 것은 소대장이다.


 "그래... 아직 조금 조준하기가 힘들지만 괜찮아."

목소리에 힘이 없다. 아직 재활이 더 필요하다고 한다. 

그때를 기점으로 한 번도 이런 모습을 보여준 적은 없다.

언제나 벽을 세우고 곤고히 지켜내는 이미지였다.

하지만 리플레이서에게 납치되고 난 이후에는 그 벽이 무너져버렸다.


 "... 식사 후에 다시 시작하자. 뭐 먹을래?"

셋은 의도적으로 서윤의 시야 안에서 대화를 했다.

그들이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보다는 대장의 상태가 어떻든 간에 우리는 괜찮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것이 그들의 학습한 위로의 방법이었다.

여유를 가지길 바랬다.


서윤도 알고 있다. 그렇지만 언제나 불안했다.

납치한 당사자가 회사 내에 있다. 그것이 언제나 그녀를 불안케 했다. 

펜릴 소대도 그들과 싸웠었던 것을 안다. 하지만 그들은 아무렇지 않게... 아니 자신보다 나아보인다.

어쩌면 과거에 사로 잡혀있는 것은 자신만일지도 모른다는 것이 열등감을 일으켰다.

애써 그들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자신을 다독였다.


 "... 외식이나 하자고. 사식이 가격은 나쁘진 않은데..."

유진은 간단히 불평을 하면서 자기 딴에는 대장을 자연스럽게 밖으로 내보내려고 한다.

물론 그걸 모를 리 없다. 천하의 둔감인이 나를 배려한다는 것이 고맙기도 하면서 뭉클하면서도... 역겨웠다.

자신이 점점 위험해지고 있는 것을 느끼고 있다. 그럼에도 해결할 방법이 없다.


'... 이거 해결이 될 것 같지 않은데?'

'약으로 잡을 수 있는 것은 다 잡혔어요. 나머지는 내 영역을 떠났습니다.'

'정신과 진료를 받아보는 게 어떻습니까?'

수 많은 의사들이 이제는 나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적었다.

개중에는 쓰레기들도 있었다.

모두가 열성적이지도, 호의적이지도 않았다.

어쩌면 가장 믿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회사의 의사도 자신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했다.

정말로 이젠 이렇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



 일주일 전


 "늦게 깨어나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좀 그렇지만...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약물의 부작용은 이미 어느 정도 잡혔어. 약물로 후속적으로 잡아갈 수 있고, 충분히 타당한 처방들이야."

 "육체적으로 문제는 크게 없어. 엄연히 말하면 조금 더 안정성이 높아졌다고 봐야겠지."

 "CRF출력도 어째서인지 올라갔고."

 "대부분의 불편함은 스트레스가 주요일텐데... 이건 내가 도와주기 힘들어서. 나보다는 다른 사람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이 좋을거야."

 "물론, 몸이 불편하다던가 이상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 내가 모른다면 다른 사람을 데려와서라도 도와줄테니까."


 "...네. 알겠습니다."





 "들어와봐."


 "저기..."

 "..."

 "괜찮은 건가요?"

서윤을 내보낸 후에 좀 시간을 두고 셋을 불렀다.


 "아무래도 상태가 좋지는 않지. 약으로 잡히기는 하겠지만, 역으로 말하면 외과적인 방법으로 치료를 포기할 수 밖에 없다는 소리야."

 "물론 신체에 물리적으로 큰 영향을 준 부분은 없어."

 "다만, 호르몬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잡기에는 너무 정신이 불안정해서 함부로 손대기에도 위험할 거야."


 "...?"

 "저기 그냥 저만 들어도 되니까. 계속 설명해주세요."

 "그럼... 다른 방법이 없다는 뜻인가요...?"


 "부른 이야기의 본론은 지금부터인데... 이제부터는 의사로서의 조언보다는 어른과 회사 동료로서 하는 말로 들어. 알겠지? 의사로서 함부로 이런 말을 하지 않으니까. 아마 도움이 잘 안될 수도 있어. 내 전문영역도 아니고..."

계속 뭐라고 주절댔다. 어찌보면 책임 회피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건 정말로 내 손을 떠났다. 나도 저기서 더 해주고 싶지만, 그럴 경우에 침대에 묶어두고 분 단위로 변화를 체크하며 약물을 투여하는 것이다. 그녀에게는 그것이 세뇌 과정과 다를 것이 없다고 느끼게 할 수 있다. 그래서 더 붙잡지 못한다.


 "후우... 결론적으로 부탁할 수 있는 건 너희 뿐이니까?"

떨리는 손으로 붙잡았다. 과거의 버릇이다. 아니 고통이다.

 "정신적인 부분을 현재로서 일부는 치료가 가능하기는 해. 다만 하지 않은 이유가 있을거야."

 "그런 것을 사용할 수 없다면 인간 관계로 개선할 수 밖에 없어."


 "사용할 수 없다고요?"

 "음... 어떠한 문제를 추가로 발생 시킬지 나도 잘 몰라. 아마 부작용의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손가락으로 책상을 친다. 아프니까 그제야 손가락도 잡아서 멈췄다.


 "집단 치료라는 것인가요?"

 "비슷해. 물론 한 명에게 특화되어 이루어지는 과정이겠지만 현재로서는 이게 최선이겠지."


 "그럼... 얼마나 나아질 수 있는 건가요...?"

 "장담할 수 없어. 시기도 효능도 얼마나 갈지 아무도 몰라. 다만 이제 남은 방법을 권해줄 수 있는 것은 이게 끝이야."


 "그런..."

 "무책임한 말이지. 그래도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으니까."

... 한 녀석은 내 속내를 눈치챈 것 같다. 역시 거짓말에는 서툴다.


 "... 알겠습니다. 그러면 세부적인 계획은 짜주는 건가요?"

 "아니, 그건 협조를 받아야겠지. 협조자는 구해다 놨어. 나는 이런 건 서툴러서."

 "실력으로 믿음을 주는 성향에 가깝지, 누군가를 설득하는 성향은 아니여서 말이야."

셋은 고개를 끄덕였다.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는 실력으로 납득시키는 부류다. 역으로 말하면 실력이 없으면 가장 해매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누구에요?"


 "하하하! 오랜만이네 모두!"

책상 위에 작은 레고 블럭 같은 것이 움직였다.


 "... 사장님?"


작은 로봇은 양팔을 위로 올리며 몸체의 절반을 흰색으로 칠했다.


 "지금은 갑-테라피스트 네!"

 "내가 지금 뭉게버리고 싶은 거 참고 있으니까 제대로 설명해."

웃고 있는 얼굴로 책상에 구멍을 뚫었다. 검지 손가락으로 말이다.


 "... 하하하!"


셋은 생각했다. 쫄았네.


 "AI도 진료를 할 수 있지! 그것이 정신 치료라고 하는 것에 팔을 뻗지 못할 이유가 없네!"

 "말세야 말세... 나 때는 이런 거 윤리 문제로 걸렸는데..."


 "뒤에 쓸모없는 사원의 이야기는 무시하고! 내 반드시 도와주겠네!"

 "얼마가 걸리더라도, 얼마나 멀어지더라도."

 "반드시"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해보지."


 "... 사장님..."

 "믿을 만한 게 우리 사장이라고?"

 "...."


감동하는 사람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

그리고 노골적으로 나를 바라보며 의심하는 사람.


 "환자는 진료 받을 의무가 있지만, 동시에 선택할 수 있는 권리도 있지. 강요는 아니야."

 "그럼 따로 이야기 해보라고 비밀 엄수를 위해 나는 나가줄게."


의자에서 몸을 일으키며 방에서 나왔다. 진료실이 하나 밖에 없으니까 내가 자리를 비켜야 한다니...

언제까지 의사 흉내를 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시간을 쪼개면서 '부업'을 하고 있지만, 어느 순간에 부업이 본업이 되어버릴 것 같아서 무섭다.

기억을 잃었던 순간이 나에게 있어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한숨만 푹푹 내쉬다간 수연이에게 한 소리 들을겁니다?"

 "너만 없으면 그것도 나아질 거다."

 "따뜻한 게 좋으시죠? 늙으면 찬 걸 못 먹게 되더군요."

 "말 좀-"

손을 들어올려 캔 커피를 잡았다. 파는 건 못 먹겠는데 이런 설탕을 엄청나게 넣은 것은 먹을 만하다.

이미 저기는 캔을 따서 마시며 오고 있다.


 "... 어째서 아무 말도 안 합니까?"

 "말해서 달라질 건 없으니까."

 "그래도 나중에 들키면 상처 받을걸요?"

 "상처는 너네가 냈고. 나는 그걸 수습할 방법을 찾고 있단다. 알겠으면 조용히 하렴."

 "후후. 당신도 다를 거 없는 사람이군요."

 "... 뭐, 그렇겠지. 네 눈에 그렇게 보이는 대로 생각해라. 나는 내 생각대로 사는 것 뿐이니까."


픽- 딱!

적당한 온기다. 적당히 달다. 그리고 필요 없는 행위다. 커피를 마신다고 해서 내 몸의 변화가 극적인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는다.


 "하나 더 물어봐도 됩니까?"

 "어짜피 대답 안 해주면 알아서 찾을 거잖아."

 "왜 그분에게도 모든 걸 이야기 하지 않으시는 거죠?"

 "..."

쉽사리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시간이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까? 아니면 우리의 준비가?"

 "혹은 당신도 누군가 성장하기를 기다립니까?" 


그럴 사람도 없다. 이야기 하지 않는 이유는


 "당신도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합니까?"


 "..."

이야기 하지 않은 이유는 하나다. 떠도는 자의 규칙이다. 과거에 집착하지 않을 것. 그로 인해 미래와 현재를 놓치지 말 것.


 "글쎄. 희생이 없을 순 없겠지만..."

그것이 절대로 다른 것들이 되게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안락을 피해 떠도는 이유는 도망치기 위해서가 아니다.


 "만들지 않는 것이 최초의 목표지."

어느 누구도 죽지 않기를 바래서 이 짓을 하고 있는 것인가?

혹은 사람을 죽이기 싫기에 이 짓을 하고 있는가?


 "너무 오래 살아버렸을지도 모르지."

고민이 길어진다. 어느 순간에는 고민조차 없었다. 그럼에도 다시 고민한다.


 "만약 내가 누군가를 죽여야만 하는 순간이 온다면."

 "그것은 희생일까?"

아니면 대가일까. 그렇게 치부해버리는 순간이 다가오는가.

싫은 이야기다. 가장 경계해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 시간이 됐네요. 그럼 갈까요?"

요즘 애들은 시간을 참 잘 지킨다. 우리 때는 시간을 알기 좀 어려웠는데. 

자신의 목숨이 줄어드는 것과 시간이 흘러가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을 너무 빠르게 배운 것이 아닐까.


 "그래. 덕분에 기분 주옥 같으니까 알아서 해라."

 "후후. 과연 선배님 이십니다. 몸 둘 곳을 찾아야겠군요."


천천히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나유빈 외 두 명은 이 곳에 모여 있었다.


 "자, 오늘은 세 시간. 이 악물고 버티기만 이라도 해봐라."


말이 끝나자 마자 곧바로 칼 끝이 왼눈을 향해 날라온다.

옆에 있던 나유빈도 옆구리를 노리고 쏘아낸다.

그리고 시야의 사각을 노려서 공중에 위치해 있던 에이미도 견제를 목적으로 주위의 공간을 가격한다.


 "나쁘진 않은데."

손을 튕겼다.


 "문은 닫고 좀 하자고."


회사에는 쾅-! 하는 소리 이후 정적만 남았다. 고요한 정적이 폭풍이 지나가고 있음을 알린다.



- 대환장의 시각


 "거기 경찰서죠? 지금 홀로그램 성애자가 미성년자의 모습을-"


 "아닐세! 아니라고! 아니란 말이야!"


 "괜찮습니다... 하아 드디어 우리 회사가 빛을 보기는 할 줄 알았는데... 이제는 빛 한점 조차 없어지겠군요.


아빠? 

아빠가 아니야?

내가 뭘 잘못한 거야?


 " "우와..." "


"지금 이건 아니.. 아니! 아니이이!!"


대환장이다. 대환장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알지 못 했다. 

대환장 다음에 찾아오는 것은 더 큰 대환장이다.


[돌팔이. 회사에 있습니까? 당장 나오십시오. 내가 직접 회사의 기둥을 뽑아버리기 전에 말입니다.]

[하하하! 작은 소녀여! 무리하지 않아도 좋네! 애꿎은 건물에 힘 자랑은 그다지 건설적이지 않네!]

[아가리 하십시오. 당장 무슨 생각으로 저 물건을 시장에 내놓게 한 건지, 즉시 말하지 않으면 전력을 다해서 난동을 부려드리죠.]





시그마 외전이다! 딸내미다! 관남충이 관남충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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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게도 관남충의 약속도 없는 세계여서 리플레이서 사태의 피해자로 지원금을 받으며 휴직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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